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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JaVuK 님의 서재입니다.

자각몽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김주광
작품등록일 :
2020.09.07 03:48
최근연재일 :
2020.09.27 22:47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35,941
추천수 :
3,436
글자수 :
67,278

작성
20.09.0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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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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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
11쪽

자각몽헌터-3

DUMMY

#1


삐~삐~ 삐~


끼기긱.... 철컹...철컹...


육중한 기계음과 함께 크레인에 쇠사슬이 감기기 시작했다. 무게가 상당한지 연신 비명을 지르는 쇠사슬의 끝에는 철사 같은 털로 뒤덮인 5M는 훌쩍 넘을 거대한 괴물이 감겨 있었다. 사람하나는 우습게 씹을듯한 주둥이에는 60cm는 훌쩍 넘을 기다란 이열의 송곳니가 뻗어 나온 그것은 놀랍게도 멧돼지의 형상을 닮아있었다. 철사처럼 날카로운 털에 지저분하게 달라붙은 낙엽이 부스스 떨어진다.


“천천히! 천천히! 스톱!”


끌려오던 변이멧돼지가 바위 턱에 걸렸다.

크레인을 조종하던 원도가 정지 버튼을 누르자 성현이 긴 봉을 거대 멧돼지 사체 밑에 끼웠다.


“기다려!”

“예!”


본래는 이런 건 신입에게 시켜야 할 일이지만 워낙 위험한 일이기에 아직은 직접 해야 하는 성현이다.


“흐읍!”


봉을 들어 올리자 수 톤은 될 법한 멧돼지 사체가 바위 턱에서 조금씩 옆으로 밀려난다.

몇 차례 그렇게 해서 위치를 조종한 성현이 손을 들자 원도가 다시금 크레인을 작동시킨다.


“너무 틀지 말고! 좋아. 그대로!! 이제 들어올려!”

“예!”

“그만 틀고 당기라고!!”

“예!”


쿠쿵! 쿵! 철컥!


잠시 후 육중한 소리와 함께 몬스터 사체를 적재함에 실렸고 성현과 원도는 안전바를 이용해 사체를 고정했다. 몬스터 레이드가 벌어지는 장소의 대부분이 온전한 도로가 없기에 이동 중에 흔들림을 최대한 줄이려면 고정이 필수다. 잠시 후 둘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곳곳에 떨어져 있는 조각난 사체조각들을 들어 적재함에 싣기 시작했다. 몬스터 출몰 지역에서는 누구든 최소한의 무장을 해야 하기에 성현은 대몬스터용 탄이 장전된 K2-C3 소총을 등에 멘 채 주위를 돌아다녔다. 특수탄을 사용하는 소총이라 무게도 5kg 에 달하건만 그는 익숙한 움직임으로 작업을 했다. 그렇게 웬만한 크기의 조각은 전부 싣고 나서야 땀을 닦는 성현과 원도다.


“후아, 엉망이네요.”


원도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하자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변이 멧돼지를 레이드하면 주변 환경은 어쩔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초토화가 된다. 3톤은 너끈히 넘을 네발달린 미친 전차가 날뛰었으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차원충돌로 균열이 나타난 지 어언 5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는 여전히 마나로 인해 변이를 일으키는 야생동물들과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었다. 변이된 야생동물을 나누는 급수는 10티어에서부터 1티어까지 였는데 베이스가 된 야생동물의 종류와 티어로 위험도를 나눈다.

예를 들자면 지금 트럭에 실린 멧돼지는 7티어 하급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게 한 단계 올라간 7티어 중급이 되면 레이드하기 위해 필요한 헌터의 숫자의 두배 가량이 투입되어야 한다.


다행이라면 대한민국 자체가 크게 위험한 야생동물이 없다는 것과 멸망한 것과 마찬가지인 북한쪽에서 내려오는 변이체를 제외한다면 실제 큰 수익이 나오는 던전에 국력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고했다.”


이번 레이드를 진행한 파티의 파티장인 장성호가 다가오며 말했다.


“뭘요. 매일 하는 일인데요.”


성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녀석들은 아침부터 적재함 더러워진다고 온갖 핑계를 다대서 부스러기는 안 실으려고 하더라.”

“그런가요. 거참 요즘 어중이떠중이들이 워낙 많아져서 ...쯧... 그래도 우헌터님 파티가 평소에 워낙 깨끗하게 잡아주시니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하하,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좋네.”

“말뿐이 아니고요.”

“그래? 그럼 오늘 사체 상태는 어때?”


장성호가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묻자 성현의 표정이 살짝 난감해졌다.


“그...평소보다 가죽 상태가 좋지 않네요.”

“가죽?”

“네. 평소에는 방어막 녹이고 곧바로 급소 공략해서 마무리 지으시는데 오늘은 좀 자잘한 생채기가 많아요.”

“쯧, 역시 그런가.”


정규파티를 이끄는 우성호는 구역을 넘겨받기 전부터 거래해온 성현의 단골이었다.

그렇기에 파티의 내부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재민 아저씨는 안보이네요. 저쪽은 초면이고...”


성현이 쉬고 있는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래 알고 지내던 재민이라는 늙은 헌터 대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파릇파릇한 신입이 거만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너와 난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듯한 표정이다. 딱 봐도 이제 몬스터도 잡았으니 어엿한 정식 헌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속사정을 아는 성현으로서는 혀를 찰 뿐이다. 그가 가고나면 신나게 깨질 테니까.


“그 아저씨 그만뒀어. 나이가 있으니 이제 좀 안전한 일을 하고 싶다고 하더군. 어쩔 수 없이 신입하나 받았지.”

“그렇군요. 그 아저씨 나이가...”

“쉰이 넘었지.”

“초인도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네요.”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카를레스 증후군이라더라.”


잠시 뜸을 들인 정성호가 주먹으로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아...”


카를레스 증후군... 혹은 카를레스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카를레스 이에로라는 스페인 의사가 발표한 헌터들에게서만 나타나는 PTSD 종류의 하나였다. 강력한 살의를 지닌 상대의 적대적 마나에 오랜 기간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이 병에 걸리는 이들의 대부분이 몬스터와의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헌터들이었기에 흔히 헌터병이라고도 불렸다.

차라리 외상이거나 단순한 정신병이라면 모를까 마나와 결합된 이 신종 질병은 중증일 경우 헌터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후, 그렇군요. 언제 한 번 시간 내서 문병 가야겠네요.”


한숨을 내쉰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모르던 사람이면 모를까 나름 몇 년 얼굴을 마주한 사람이었다. 이 일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알게 모르게 챙겨주기도 했고... 그때 장성호가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너 생각해 봤냐?”

“뭘요?”

“뭐긴, 우리파티에 들어오는 거 말이야.”


우성호의 말에 성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뜬금없이...”

“뜬금없기는...계속 이야기 했잖아.”

“농담 아니었어요?”

“왜 농담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번듯한 직업이 있습니다. 수억의 빚이 담긴 저 애물단지와 함께 움직이는 직업이죠. 결정적으로 저는 각성자가 아니잖아요.”

“각성자는 아니지만 헌터는 맞잖아?”

“군대 제대하면 다 주는 헌터로는 쳐주지도 않는 아이언 등급이요?”

“임마, 군대에서 사지 멀쩡하고 정신 멀쩡하게 재대한 것도 재능이야.”

“제 정신이 멀쩡해 보이십니까?”


우성호가 성현을 빤히 바라봤다. 잠시간의 침묵...


“그건, 모르겠군.”

“쩝, 아무튼 그렇게 알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따가 아저씨 계시는 병원 주소 좀 찍어주세요.”

“그래.”

“아참, 그리고 적당히 하세요.”

“알았다. 눈치 빠르기는...”


고개를 꾸벅 숙인 성현이 차를 향해 걸어갔고 잠시 후 몬스터의 사체를 실고 트럭이 현장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멀어져가던 성현의 차를 바라보던 장성호가 고개를 돌려 파티원들과 노닥거리고 있는 신입을 노려봤다. 녀석은 지금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지른지도 모르고 신나게 입을 풀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눈물이 찔끔 나오도록 갈구고 싶지만 성현의 적당히 하라는 말이 떠올라 애써 눌러 참는 그였다.


“현장 마무리 됐으니 이만 철수하자.”

“예!!”


#2


이른 점심 식사를 하고 2시 타임 이진규 파티의 몬스터까지 사체 처리 공장에 입고시킨 후 지부로 돌아와 프로그램 입력 및 차량 점검까지 마치자 어느덧 다섯 시가 되었다. 1팀장놈이 지랄지랄 할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마주치지 않는다.


“타이어 체크는?”

“전부 깨끗해요.”

“마나 카트리지 잔량은?”

“40%요.”

“오케이... 좀 쉬다가 밥 먹으면 7시겠네.”


작업복의 앞섶을 풀며 가볍게 기지개를 켠 성현이 말했다. 하루에 보통 2~3타임을 뛰는데 이제 한 타임만 뛰면 끝이다. 이상한 건 오늘 따라 유달리 컨디션이 좋다는 것이다. 초짜인 원도를 데리고 다니느라 대부분의 일을 그가 했음에도 말이다.


“흐으, 드디어 제대로 된 휴식이구나.”


원도가 보조좌석을 뒤로 눕히고는 폰을 꺼내 들었다.

하루의 절반을 차에서 보낸다지만 장벽 밖으로 나가면 보조석에 앉은 사람은 절대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기에 항상 긴장해야 하는 것. 그렇기에 하루 중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은 몬스터 사체를 입고시킬 때뿐이었고 이 시간에는 성현도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았다.

이어폰을 꼽고 뉴튜브를 실행한 원도는 곧 넋 나간 표정으로 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크, 언제나 아름다운 여왕님”


영상을 넘길 때마다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다. 의자를 뒤로 눕히고 눈을 붙이려던 성현이 그 모습을 보곤 한심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웬만하면 취미생활에 터치하고 싶지 않지만 저 자식이 저런 중증 덕후인 줄 알았다면 절대 안 뽑았을 거다.


“또 설유리 영상?”

“옙! 제 삶의 오아시스이며 여신이시죠.”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그러자 성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겹지도 않냐?”

“지겹다뇨. 팀장님 어떻게 그런 신성모독적인 언행을...”

“신성모독은 개뿔이... 세계 공인 악녀도 신이냐? 그 여자 손에 죽은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 명이 넘잖아. 비공식적으로는 한 삼 만 명 정도 되나?”


성현의 비꼬는 듯한 말에 원도가 광신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답했다.


“삼만 명 아닙니다. 이만 언저리죠. 그리고 그 죽은 사람 중 대부분이 빌런이었습니다.”

“그래. 대부분이 빌런이었지. 그럼 나머지는?”

“그건 여왕님의 강함과 아름다움을 시기한 무리들이 퍼뜨린 헛소문입니다. 세계 길드 랭킹 7위 발키리 길드의 마스터이며 헌터 최강 10인이라는 ‘더 앱솔루트’의 일인인 검은태양 설유리님을 모략하려는 놈들의 음험한 수작이죠.”


헛소리도 이 정도면 중증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성현은 원도의 말에 더 이상 대꾸하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설유리’


대한민국이 낳은 고금제일의 헌터... 총 9개로 나뉘는 헌터 계급 중 최상위인 세계최강 10인이라는 명예로운 호칭 ‘더 앱솔루트’의 일인인 설유리는 그 강력함에 비견될 정도로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그녀의 부모 또한 1세대 헌터 중 전설적인 업적을 남긴 이들이었고 그 업적만큼 막대한 부와 명성을 지닌 이들이었기에 그런 부모를 가진 설유리는 말 그대로 헌터계의 금수저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확실히 예쁘긴 하다.

모델도 울고 갈 9등신의 체형에 글래머러스한 몸매, 세계적 미녀스타들도 울고 갈 외모를 소유했으며 지닌바 배경이나 재력 등을 통틀어보면 세계적인 스타가 아닌 것이 이상한 여자였다. 그러나 그 잔인하고 오만하며 사이코패스 버금가는 성격은 성현이 싫어하는 최악의 인간 군상이다.


‘나랑 상관없는 세계야.’


성현은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는 눈을 감았다. 지금은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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