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eJaVuK 님의 서재입니다.

자각몽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김주광
작품등록일 :
2020.09.07 03:48
최근연재일 :
2020.09.27 22:47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35,923
추천수 :
3,436
글자수 :
67,278

작성
20.09.18 23:47
조회
3,942
추천
87
글자
13쪽

자각몽헌터-5

DUMMY

#1


“좋은 아침입니다.”“오늘은 늦었네요.”

“그러게요.”


신 과장의 말에 성현이 쓰게 웃으며 답했다. 어제 하루 겪은 것들과 더불어 자각몽을 통해 알아낸 것을 이것저것 실험하느라 거의 밤을 샜다. 다행이라고 할 것은 오늘도 그 외에 정시 출근한 사람이라고는 신과장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제나와 같은 대화를 나눈 둘이 회의실에 앉았다.

성현이 어젯밤 1팀장에 대해 이야기하자 신과장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어제 지점장님이 1팀장님 지점 선에서 마무리 지으라고 했거든요.”

“지점장님이 막은 겁니까?”

“네. 그런 일이 공론화되면 지점 이미지에도 안 좋다고...”


말끝을 흐리는 신과장... 안봐도 뻔하다. 1팀장이 지점장에게 달려가 꼬리를 흔들었겠지.


“까놓고 말하면 1팀장이랑 지점장님이 좀 그런 관계잖아요.”

“그렇죠.”


둘은 사석에서 형동생으로 부르는 사이였다. 그래봤자 주색잡기나 같이 어울리는 사이지만 그렇기에 1팀장도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3팀장님이 한 번 참으세요.”

“...”


신과장의 간곡한 부탁에 성현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신과장이 아무리 지점 내 업무를 총괄한다고 해도 지점장이 한마디 하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잠시 침묵하던 신과장이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인지 성현에게 물었다.


“아참, 먼저 물어본다는 게 깜빡했네. 성팀장님... 혹시 각성했어요?”

“예. 그렇게 되었네요.”


딱히 숨길일도 아니기에 성현은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자 입이 떡 벌어진 신과장이 놀라 박수를 쳤다.


“와, 설마 했는데! 대박!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호들갑스럽게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는 신과장이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그게 어제 저녁에 막공파티장한테 연락이 와서 한 달 예약 취소한다고 하기에 왜 그런가하고 이야기하다가 팀장님이 각성자라는 말이 나와서 긴가민가했었거든요.”

“아아...”


자신들의 부족함을 통감한 막공파티장이 레이드 일정을 전면 취소하겠다고 어제 이야기를 했다. 지부에서 거의 대부분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신과장이었다. 사실 지부장은 얼굴마담일 뿐 실질적 업무는 신과장이 다 처리하니 당연히 가장 먼저 그 사실을 파악한 건 신과장일 터다.


“그런데 왜 그렇게 담담해요? 보통은 막막 여기저기 자랑하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예전에 오팀장처럼요?”

“호호...그분은 좀 너무한 케이스구요. 차라리 그대로 계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각성한 다음날 곧바로 회사를 그만둔 오팀장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출근하자마자 하루 종일 자랑질을 하더니 그날 저녁 바로 트럭까지 팔아버리고 헌터로 전향했다. 뭐 그 후 들은 말로는 1년도 되지 않아 레이드 중 사망했다고 들었지만...


“저도 기뻐하고 싶지만 막상 검사해서 아이언급이나 브론즈급 나오면 그것도 개쪽이잖아요.”


짐작하기로는 그보다 훨씬 윗줄이지만 아직 지닌바 이능을 밝힐 생각이 없는 성현이기에 애써 깎아내렸지만 신과장은 날카로웠다.


“에이, 들어보니까 딱 알겠던데...인기 좋은 원거리 딜러에 8티어 몬스터를 한 방에 잡을 공격력이 어떻게 브론즈급이에요.”


헌터는 아니지만 이 바닥에서 구른 짬이 있으니 바로 견적이 나오는 신과장이다.


“헌터 경력만 따지면 우리 지점에서 제일 기신데 이제 각성까지 하셨으니 꽃길이시겠네요.”

“하하...”


멋쩍은 미소를 짓는 성현, 사실대로 말하면 혼자가 된 후부터 누군가에게 축하받는다는 것에 익숙지 않은 그였다.


“아무튼 앞으로 어떻게 할 거에요? 설마 이쪽 일 그만 둘 건 아니죠?”


신과장이 넌지시 물었다. 아마 진짜 용건은 이것일 것이다.


“당연하죠.”


헌터가 된다는 건 완전히 맨땅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어차피 이쪽 업계도 팀장의 헌터 등급이 높을수록 더 대우받는다. 몬스터가 활동하는 장벽 밖에서 일을 하니 언제 어디서 몬스터의 습격을 받을지 알 수 없기에 트럭에 실린 몬스터 사체를 지킬 수 있는 무력이 필요한 것이다. 팀장이 강할수록 더 위험한 곳까지 투입될 수 있으니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 당연히 계약 갱신도 하고요?”

“그건, 글쎄요.”

“어머 설마 다른 회사로 옮기겠다는 거에요? 아니면 혹시 개인으로?”

“하하하...”


성현은 신과장의 물음에 웃음으로 답했다. 물론 신과장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성현이 몸담고 있는 현동 코퍼레이션은 팀장의 헌터 등급이 높을수록 계약 조건이 더 좋아진다. 실버등급만 해도 일단 현재 건당 떼가는 수수료가 20%에서 10%까지 낮아지는 것인데... 얼핏 회사에서 손해보는 것 같지만 헌터 등급이 높을수록 더 고부가가치의 몬스터를 운반하게 되기에 수익도 좋아지고 이건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면 각종 보험료가 저렴해 지는데 이게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 차량과 관련하여 수리비의 절반을 보조해주고 혹 몬스터에게 습격당해 직원이 다쳤을 경우에도 보험이 적용된다. 또한 의뢰받은 몬스터 사체를 분실하거나 손괴되었을 때도 보험이 적용되는데 개인 자격으로 보험을 들 때와 현동 코퍼레이션 소속으로 단체 보험을 들었을 경우 금액의 차이가 현저하다.


“아 왜 불안하게 웃기만 해요.”

“생각해 볼게요.”


굳이 속에 있는 생각을 신과장에게 말할 생각은 없는 성현이었다. 성현의 반응에 신과장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우, 알았어요. 그럼 업무로 돌아와서 오늘 저녁 배차는 어떻게 하실래요?”


막공파티가 갑자기 빠져 일정에 빈자리가 난 것을 묻는 것이다.


“음, 저녁 배차는 한 동안 좀 빼주세요. 주말에 각성자 검사 받고 이것저것 하자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네요. 길게는 아니고 한 일주일 정도만요.”


성현의 말에 신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성팀장님 각성해서 시간 뺀다고 하면 지부장이나 본사에서도 별 말 못하겠죠.”

“네. 그럼 그렇게 알고 전 일어나 보겠습니다. 더 있다가는 우성호 파티에 늦겠네요.”

“그래요.”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성현이 하루 일정을 정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복을 입을 때였다.


철컥...!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 1팀장님 웬일이세요?”


들어온 사람은 어젯밤 성현에게 된통 당한 1팀장이었다. 아직 분이 안 풀렸는지 표정이 아주 더럽다. 테이블로 다가오는데 술 냄새가 훅하고 풍긴다.


“내가 못 올 곳 왔어?”

“아뇨.... 그게 아니라...”

“잔말 말고...그게 오늘 배차일정인가?”

“아...네.”


신과장이 배차일정을 한 부 건넸다. 어차피 1팀장이 다른 팀장들의 우두머리 격이기에 배차일정을 점검하기도 한다.


“보자. 음?”


1팀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신과장. 이게 뭐야?”

“네?”

“이거 말이야. 이거...”

1팀장이 배차일정을 한 곳을 손가락질하자 그것을 본 신과장이 말했다.


“아, 3팀장이요. 이건 본래 스케줄이 있던 막공파티 하나가 어제 부로 일정을 취소해서 비었어요.”


신과장이 조리 있게 설명했지만 1팀장의 찌푸려진 눈썹은 펴지지 않았다.


“내가 그걸 묻는 거라고 생각해? 그런 거야 항상 있는 일이고 왜 비어 있냐고”

“아, 그건..”


성현의 각성 사실을 말하려는 신과장... 그러나 그녀의 입이 열리기 전 성현이 끼어들었다.


“제가 일이 좀 생겨서 빼달라고 했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요.”

“뭐? 빠져? 그걸. 누가 마음대로 결정하래?”


본래 팀장들 사이의 일은 1팀장이 나서서 조율을 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게 되면 1팀장이 다른 팀장에게 스케줄을 메꾸게 하거나 비번인 팀장을 호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 그것을 결정하는 건 1팀장에게 주어진 권한이 아니었다. 그냥 그가 가장 오래 되었고 또 경력이 길었기에 편리에 따라 다른 팀장들이 합의한 것일 뿐이다.


“이 자식이 고작 아이언급 주제에 꼴에 팀장이라고 니가 다른 팀장들이랑 똑같이 행동해서 되겠어? 안되겠어? 너 이렇게 설렁설렁 빠지면 다른 팀장들이 니가 구멍낸 거 땜빵해야 하는 거 몰라? 사회생활 이따위로 배웠어? 이런 게 있으면 나한테 먼저 와서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1팀장님.”

“뭐?”

“원칙적으로 보면 스케줄 빼는 건 사무실에만 이야기하면 되는 겁니다. 1팀장님이 중간 조율을 맡고 있던 건 신과장 업무가 과하니까 암묵적으로 도와주는 형식이었고요. 그리고 다른 팀장들 구멍 제가 지금까지 아무말 없이 메꿔 왔습니다만...”


성현의 말에1팀장의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이거 아주 단체 생활에 기본이 안 된 새끼구만? 그래? 니가 빵꾸 메워왔어? 허... 이거 알고보니 무지 잘난 새끼네? 어...그래. 야! 새끼야! 너 일로 와봐!”

“1팀장님! 그만하세요!”


신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1팀장의 분위기를 보건데 자칫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 그러나 그 행동이 오히려 1팀장의 화를 돋았다.


“이런 썅! 이것들이!”


쾅!!!


우지직!


1팀장이 주먹으로 나무책상을 내리치자 책상이 움푹 파였고 성팀장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꺄악!”

“거 적당히 좀 하죠?”


성현이 그런 그녀를 부축하여 뒤로 물리고는 1팀장에게 소리쳤다. 헌터는 함부로 이능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홧김에 휘두른 폭력에 일반인이 휩쓸리면 가벼운 부상으로는 끝나지 않기 때문. 그러나 1팀장은 이미 성질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존만한 새끼가!”


손이 날아왔다. 멱살을 잡으려는 움직임. 얕볼 수 없는 건 1팀장이 브론즈급 헌터라는 것이다. 평소라면 절대 피했을 것이다. 근력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건 둘째 치고 싸우면 일 잘리는 건 자신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자신도 엄연한 각성자가 되었으니...


부우웅!


“이 새끼가 피해?”

“그만두지 않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허, 이게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만!”


성현의 말에 자극되었는지 1팀장의 눈에 살심이 어렸다.


후웅!


크게 휘두른 붕붕훅을 고개를 젖혀 피한 성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각성하기 전에도 더러워서 피했을 뿐이다. 각성까지 했으니 이 능력으로 제대로 붙으면 간단히 때려눕힐 자신 있는 그였다.


‘이래서는 오팀장이랑 다를 바 없네.’


오팀장이 철없다 생각했는데 각성자가 되니 그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힘이 생기니 쓰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단지 1팀장 따위에게 힘을 쓰는 게 하찮게 느껴질 따름. 물론 1팀장이 약자이니 강자로써 봐줘야 한다는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지닌 건 아니지만 힘에 휘둘리는 건 그가 혐오하는 부류 중 하나다.


턱!


성현은 1팀장의 주먹을 가볍게 받아낸 후 안으로 잡아 당겼다. 본래라면 이능으로 버티겠지`만 강화된 근력으로 순식간에 끌어당기자 속절없이 끌려오는 1팀장...


“헛!”


몸이 앞으로 끌려오며 중심을 잃은 1팀장의 팔뚝을 붙잡은 성현이 말했다.


“1팀장님.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경고했죠?


마음 같아서는 가볍게 팔을 돌려 1팀장의 관절을 비틀며 밀어버리자 1팀장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뒤로 굴렀다.


“죽여버린다!”


1팀장이 뒤춤에서 대검을 뽑아들었다. 장벽 밖에서 생활하기에 항상 기본적인 무장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필수였고 그것은 성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성현은 무기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무기도 뽑지 않은 채 1팀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거 휘두르면 진짜 후회합니다.”

“뭐? 이 씨발놈이!!”

“못 믿겠으면 와보던가요. 대신 팔이나 다리 한 짝은 확실히 병신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성현의 살벌한 경고에 1팀장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성현이 하는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건 사실 그가 가장 잘 안다. 자신은 각성했음에도 몬스터와의 전투가 무서워 헌터가 되지 않았지만 성현은 비각성자임에도 그런 몬스터를 줄곧 사냥해 왔고 그것은 그가 열등감을 가지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너 새끼 짐쌀 준비 하고 있어. 넌 내가 꼭 잘라버린다.”


씹듯이 말을 내뱉은 1팀장이 문 밖으로 도망치듯 사라졌고 그런 그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던 신과장이 뒤에 서 있는 성현을 바라보고는 눈이 커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성현의 입가에 어느 샌가 가느다란 미소가 걸려 있다.


“신과장님.”

“네.”

“부탁이 하나 있네요.”


성현의 말에 신과장이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뜬금없는 부탁이라는 말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성현의 표정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마음은 주 5회인데...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자각몽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자각몽헌터-13 +5 20.09.27 3,902 96 13쪽
11 자각몽헌터-11 +3 20.09.25 3,850 93 12쪽
10 자각몽헌터-10 +3 20.09.21 3,892 89 12쪽
» 자각몽헌터-5 +6 20.09.18 3,943 87 13쪽
8 자각몽 헌터-8 +4 20.09.16 4,089 88 10쪽
7 자각몽헌터-7 +6 20.09.15 4,173 87 12쪽
6 자각몽헌터-6 +6 20.09.13 4,349 90 14쪽
5 자각몽헌터-5 +7 20.09.12 4,452 96 12쪽
4 자각몽헌터-4 +8 20.09.10 4,730 93 13쪽
3 자각몽헌터-3 +6 20.09.08 5,082 95 11쪽
2 자각몽헌터 -2 +6 20.09.07 6,155 93 13쪽
1 프롤로그 +9 20.09.07 8,073 11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