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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JaVuK 님의 서재입니다.

자각몽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김주광
작품등록일 :
2020.09.07 03:48
최근연재일 :
2020.09.27 22:47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35,938
추천수 :
3,436
글자수 :
67,278

작성
20.09.15 00:02
조회
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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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
12쪽

자각몽헌터-7

DUMMY

#1


퍽!


“큭!”


고개를 돌려보니 1팀장의 똘마니 둘이 원도를 둘러싼 채 린치를 가하고 있다.


“주둥이 다시 놀려봐, 노멀 새끼야.”


노멀이라는 것은 각성자가 민간인을 낮춰 부르는 멸칭이었다. 자신들은 이능을 지녔으니 일반인과는 다른 신분이라는 건데 성현의 시선에서 보자면 아이언 등급에 각성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주제에 겁대가리 없이 툭하면 시비를 걸어대는 천둥벌거숭이들이다.


퍽! 퍼퍽! 펑!


“큭...컥...”


원도의 입에서 다시금 격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언급이기는 하지만 일단은 각성자... 주먹에서 들려오는 풍압이 장난 아니다.

원도가 뒤에 놈에게 붙들려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그것을 본 성현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1팀장을 무시한 채 녀석들을 향해 걸어갔다.


“뭐 하는 짓이야?!”


그의 말에 둘은 원도를 옆으로 획 밀치고는 실실 쪼개며 성현을 노려본다.


“어이구, 우리 3팀장님. 똘마니가 맞으니까 열 받았네?”

“전에는 잘 참으시더니 흐흐흐...”


전에 몇 번 기어오르기는 했지만 무시했다. 1팀장과의 마찰도 부담스러웠고 그렇게 자주 마주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덩치만 컸지 이제 갓 스무 살이 넘은 두 녀석이 각성한 것만 믿고 까부는 것이다.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이언 등급이라도 각성자가 되면 국가에서 특별법으로 관리되기에 그때는 진짜 뭐라도 된 기분이라고 하니까. 실상을 알게 되면 이렇게 웃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말보다는 주먹으로 가르쳐 줘야 할 것 같다.


“니네 좀 맞아야겠다.”

“와, 치겠네.”

“이능도 없는 주제에 크크크...”


슛!


건들거리며 다가 선 녀석이 다짜고짜 주먹을 찔러왔다. 기습적인 공격! 그러나 성현은 더킹으로 주먹을 간단히 피해낸 후 녀석의 빈 옆구리에 주먹을 꽂았다.


퍼억!


“너희 같은 건...이능 없어도 잡아.”

“이 새끼가!”


인상을 진뜩 찡그린 놈의 반대편 주먹이 날아온다. 그러자 공격을 머리 위로 가볍게 흘린 성현이 한걸음 파고들며 울대를 손날로 올려쳤다. 컥컥거리는 녀석을 옆으로 재끼며 자연스럽게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는 한 걸음 더 나아가니 뒤에 서 있던 녀석의 눈에 당황스러움이 가득하다. 아마 앞 선 녀석이 너무 허무하게 당해서 그런 것 이리라. 성현은 상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군에 있을 적 세뇌되듯 인식된 전투교리다.


“넌, 안 덤비냐?”

“씨발!”


성현의 말에 도발된 녀석이 주먹을 휘둘렀다. 단순히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현의 손에는 자비가 없었다.


훅! 퍽!


“꾸엑!”


고개를 비틀어 피한 후 카운터로 턱 끝을 후려쳤다. 헌터니 각성자니 하면 사람들이 겁부터 집어먹지만 그런 헌터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숱하게 보며 전쟁터에서 구른 성현이었다. 이능? 아무리 이능이 뛰어나도 그 주체가 부실하면 아무 쓸모가 없는 법이다. 다리가 풀린 녀석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성현은 뒤에서 몰래 다가서던 1팀장을 향해 밀어버렸다.


턱!


힘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 1팀장이 가볍게 휘두른 손에 녀석이 옆으로 쓰러졌다.


“너...”


1팀장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진다. 이능을 제대로 활성화 한 것. 그런 1팀장을 바라보며 성현이 외쳤다.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뭐? 이 새끼가!”

“신 과장이 이진규 헌터 어르고 달래서 문제 크게 안 만든 게 다행이지 이거 이야기 크게 만들면 지점장 선에서 안 끝나는 거 몰라요?!”


성현의 말에 1팀장의 낯빛이 빨갛게 변했다.

그러나 성현이 말하고 있는 것은 모두 사실이었다. 이진규 헌터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니까.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그걸 제가 지금 제 입으로 말해야 겠습니까?”


성현이 주위를 턱짓하며 말하자 그제야 1팀장이 주위를 돌아본다. 트럭 두 대가 차도에 서서 싸움이 났으니 폰을 꺼내들고 촬영하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1팀장의 한걸음 다가서자 성현이 자세를 잡았다. 그와 제대로 붙으면 성현도 골치아프다. 브론즈급인 1팀장의 무력은 진짜배기니까.

예전 같으면 피했을 것이다. 1팀장과 싸우면 회사내 입지를 볼 때 불리한 건 그였으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참고 싶지 않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아졌으니까.


“정 그렇게 아까우시면 이헌터한테 직접 이야기해서 설득하세요. 지금처럼 억지부리지 마시고...”

“...”

“진짜 해보자는 겁니까?”


성현이 으르렁거리자 1팀장 표정이 굳는다.

취한 척 하기는 했지만 그다지 많은 술을 마신 게 아니었기에 1팀장은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까발리면 욕먹는 건 자신이고 회사의 신용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일단 지금은 물러설 때...


“후, 너 두고보자. 어서 일어나!”


1팀장이 아직까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둘에게 외쳤다. 그의 말에 두 녀석이 성현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깔보고 있던 성현에게 순식간에 두들겨 맞은 게 꽤나 충격이었으리라. 그러나 성현은 1팀장을 그냥 보내 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1팀장님 그냥 가면 어떻게 합니까?”

“뭐?”


성현의 말에 눈을 부라리는 1팀장... 그러자 성현이 차에 기대 가슴을 문지르고 있는 원도를 가리켰다.


“애를 치고 그냥 가면 어떻게 하냐구요.”

“임마, 너도 우리 애들 쳤잖아!”

“팀장님. 헌터끼리 싸운 거랑 일반인 친 거랑 같습니까? 어디 한 번 경찰 불러서 따져 볼까요??”


경찰이 붙으면 불리한 건 당연히 1팀장이었다. 음주운전을 한 건 차치하더라도 헌터가 일반인을 구타한 것은 상당한 중범죄였다.


“두 놈이 하나를 쳤으니 특수폭행... 거기에 한 3주 나오면... 잘하면 쟤네 라이센스가 빨간 줄 그어지겠네요.”


“으으, 아이고 죽겠다.”


성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원도가 신음을 내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입가에 가느다란 핏줄기가 보이는 게 속을 크게 상한 모양이다.

그것을 본 성현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원도를 부축했다.


“야, 괜찮아?”

“죽을 거 같아요. 쿨럭...”

“이거 안 되겠네. 일단 병원에 가야겠다.”

“팀장님. 저 병원비 없어요.”

“자식아. 지금 병원비가 문제냐? 그리고 걱정하지 마.”


그 말을 하며 성현이 원도를 구타한 두 녀석을 쏘아봤다.


“라이센스 반납하기 싫으면 알아서 주겠지.”


#2


“헤헤...”

“좋냐?”

“그럼요. 공돈이 이백만원이나 생겼는데...”


원도가 빳빳한 오만원권 40장이 든 봉투를 들어올렸다. 붕붕이 블랙박스에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건 둘째치고 두 놈이 한명을 일방적으로 두들겼다. 일반인끼리의 싸움으로도 특수폭행에 들어갈 텐데 헌터가 일반인을 두들겨 팬 것이 문제. 신고한다면 벌금이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기록으로 남아 영영 꼬리표가 생긴다. 씨발씨발 거리면서도 1팀장은 합의금 명목으로 원도에게 이백만원을 줘야만 했다. 둘은 그의 책임이었으니까. 두고 보자는 말을 곱씹듯 중얼거렸지만 성현의 입장에서는 엮이는 게 더러워서 피했을 뿐이지 처음부터 겁나는 인간은 아니었다.


“넌 그 와중에 걔들을 왜 도발하냐?”

“그 새끼들이 팀장님 욕하잖아요.”

“그럼 차라리 패던가. 일반인한테 두들겨 맞은 거 부끄러워서라도 신고 못 할 텐데.. 왜 맞고 있어.”

“에이, 제가 그래도 전투격투기 짬밥만 3 년인데 그런 초짜들 주먹에 다치겠어요?”


전투격투기라는 건 헌터들을 위해 만들어진 무술로 원도는 한 때 전투 격투기 도장에서 사범까지 했다. 아이언 등급 헌터 따위는 두셋도 너끈히 감당할 실력이지만 각성을 하지 못해 그만뒀다.


“에휴, 알았다. 그래도 항상 조심해. 아이언 등급 헌터 스킬이라도 치명적인 건 널렸으니까. 그리고 그 돈은 그대로 부모님 가져다 드려. 엄한 곳에 쓰지 말고...”


“당연하죠. 헤헤...근데 이거 저 혼자 다 먹어도 되요?”

“그래. 임마... 너 혼자 다먹어라.”

“감사합니다.”


쿨하게 말했지만 조금 탐이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집세나 대출금은 둘째 치고 차량 소모품, 자잘한 수리비, 각종 세금 등을 떼면 매달 간당간당했으니까.

기분 좋은지 마냥 헤헤거리는 원도를 바라보던 성현이 말했다.


“그런데 원도야.”

“예.”

“일 할 만하냐?”


성현의 물음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농담 아니고 진지하게 말해. 자식아. 아까 그 막공파티 같은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더한 일이 언제 터질지 몰라. 그래도 괜찮냐고”

“뭐, 좀 긴장되기는 했지만 팀장님을 보고 마음 굳혔습니다.”

“나?”

“예.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항상 먼저 움직이시잖아요.”

“그건 널 가르쳐야 하니까 그런 거고...”

“에이, 제가 그것도 모를까요. 그렇지만 위험할 때 저를 버리지는 않으실 거라는 건 알죠.”


나름 성현을 면밀히 관찰해 온 원도였다.

본래 주워듣기로는 이 일의 초보자는 대부분 도구 취급당한다고 들었다. 언제든 버릴 수 있는 뭐 그런 것 말이다. 그러나 성현은 그런 것이 없었다. 일단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먼저 신의를 저버리는 짓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 새끼..”


원도를 바라보며 성현이 피식 웃었다.낯 간지럽지만 듣기 싫지만은 앖다. 그리고... 그의 작은 계획에 원도 또한 포함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원도야.”

“예.”

“너 도장에 동생 하나 있다고 했었지? 아이언 등급에 너 잘 따른다던...”

“수진이요?”

“그래. 걔는 요즘 뭐하냐?”

“아마 배달알바 뛸 걸요?”

“배달알바?”

“예. 걔네집도 저희 집 못지않거든요. 학교 일찍 그만두고 헌터일 하려고 했는데 뭐 그게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장비 값 번다고 알바 뛰더라고요.”

“알바 해서 얼마나 번다고?”


헌터가 사용하는 장비는 모두 한두 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싸구려도 천만 원이 훌쩍 넘고 비싼 것은 억대가 넘어간다.


“일단 시작하고 보는 거죠. 요즘 세상에 제대로 된 직장이라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


평행우주로의 차원문이 나타난 일명 ‘차원충돌’이 일어난 지 50년...마석이라는 신 에너지로 인류가 발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몬스터로 인해 인류의 영역은 좁아졌고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빈부격차와 실업자를 양산해 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은 변두리의 손바닥만한 낡은 집도 수억이 되도록 만들었다. 수십 년을 후퇴한 사회시스템과 복지정책은 몬스터의 등장과 맞물려 힘없는 이들을 철저한 약자로 내몰았고 말이다.


“그런데 걔는 왜요?”

“원래 계획보다 이르지만 괜찮으면 한명 더 들일까 해서 말이야. 지금 당장은 아니고 말이야.”


사체수거팀의 정수는 보통 두 명에서 세 명이다. 팀장이 사주경계를 하면 나머지 두 팀원이 몬스터 사체를 차에 싣는 것. 그렇지만 일이 워낙 위험하다보니 대부분이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처음 들어올 때는 몬스터 따위 문제없다며 호언장담하다가 막상 그 실체를 보게 되면 겁을 집어먹는다. 이건 비단 성현만의 문제가 아니었는데 다른 팀장들도 한 달에 한 명꼴로 팀원을 바꾼다.


“좋죠!”


원도가 반색하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에 만났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혹시 자리 있으면 말해달라고...


“그럼 시간 날 때 한 번 와보라고 해.”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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