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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JaVuK 님의 서재입니다.

자각몽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김주광
작품등록일 :
2020.09.07 03:48
최근연재일 :
2020.09.27 22:47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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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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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6
글자수 :
67,278

작성
20.09.2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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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자각몽헌터-10

DUMMY

#1


-이번 정류소는 창성복합의료단지 남문입니다. 다음 정류소는 서부성당입니다.


안내와 함께 한 청년이 버스에서 내렸다. 허름한 진회색 후드티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청년이 등에 지고 있던 백팩을 고쳐 매고는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담장을 올려다봤다.


“별로 오고 싶지 않았는데...”


씁쓸한 표정으로 읊조린 청년이 입구로 보이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1세대의 전설적인 헌터 진청성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건평 일만의 복합의료단지인 창성복합의료단지에는 대한민국 최대 크기의 헌터 전문 병원이 있었다. 어머니의 병 때문에 몇 번 방문했었는데 어렵사리 교수급 의사와 예약을 잡았건만 고작 10분 남짓의 문진만 받았던 속 쓰린 기억이 있는 곳. 수십 만원의 비용에 예약을 잡고 3개월을 기다렸건만 고작 10분의 문진이라니... 그날 이후 한 동안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오늘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헌터이능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라이센스의 갱신이기에 발급받는 것보다 절차가 적기는 하지만 늦은 나이에 없던 이능이 생긴 희귀한 케이스라 이능검사를 받아야 했다. 거기에 서울보다 가깝기도 하려니와 우성호 파티의 김재민 헌터가 입원해 있는 병원 또한 이곳이라서 검사도 받고 문병도 할 겸 온 것이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환자 면회랑 헌터이능검사요.”

“신분증이랑 면회하려는 분 성함... 이능검사소 예약시간이요.”

“면회는 1205호 김재민이고 예약시간은 11시요.”


정문경비실 지키던 무장경비가 성현에게 신분증을 받아들고 컴퓨터를 두들기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혹시 무기류 소지하고 계신가요?”

“아니요.”


찰칵!


경비실 위쪽에 센서가 붙은 카메라가 반짝 하고 빛나자 무장경비가 고개를 끄덕인다. 무기를 숨기고 있는지 확인한 것.


“면회 시간은 19시까지고 이능검사는 오후 14시부터 18시 사이에 가능합니다. 20시면 정문 폐쇄하니까 그 전까지 나와 주시고요.”

“예.”


무장경비가 신분증과 함께 임시 출입증을 주며 주의사항을 마저 설명하기 시작했다.


“병원이랑 이능검사소 외에 다른 곳은 출입 불가하고 혹 들어갔다가 걸리면 헌터법에 의거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적대적 이능은 무기 사용에 준하는 위반사항이니 유념하시고요.”

“네.”


이곳은 헌터전문병원 뿐만 아니라 각종 연구시설이 위치해 있기에 보안이 까다롭다.

차량이라도 가지고 오면 트렁크는 물론이고 차 바닥까지 수색하는데 수상하다 싶으면 무장경비가 대뜸 총부터 꺼내들 정도다. 약 10분에 걸친 복잡한 출입절차를 마친 성현이 먼저 향한 곳은 의료단지 중앙에 있는 가장 거대한 건물이었다.


창성 종합 병원.


김재민이 입원해 있는 곳이다.


#1


성현이 백팩에서 음료수상자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자 침대에 누워있던 자글자글한 주름의 중년사내가 음료수 중 하나를 들어 뚜껑을 딴 후 냄새를 맡았다.


“흐...죽이는 향기네.”

“아저씨 부탁받고 가져오기는 했지만 저는 모릅니다.”

“당연하지.”


재민이 음료수상자를 침대 밑에 깊숙이 밀어 넣는데 그 와중에 한 병은 따로 챙겨 손에 쥐고는 싱글거리며 웃는다.


“간병인은 없어요?”

“그런 걸 뭐하러 둬. 건강한 몸 놔두고.”


성현의 물음에 재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하긴 성현이 보기에도 재민은 꽤나 멀쩡해 보인다. 나이 먹기는 했지만 실버급 헌터라는 건 건강한 장정 두엇 정도는 간단히 제압할 신체 능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성현은 상자를 침대 밑에 밀어넣으며 미세하게 떨리는 재민의 손끝을 놓치지 않았다.


“아주머니는요?”

“보냈어. 짜증나게 굴어서...”

“짜증나게 굴어요?”

“그래. 하루 종일 옆에 앉아 잔소리에 한숨만 푹푹 내쉬는데 아주 환장하겠더라고...그래서 보냈어.”


재민의 와이프는 몇 번 마주친 적은 있다. 나름 부부간의 금술이 좋아보였는데 병이라는 건 역시 그 환자 못지않게 가족들도 고통스럽게 만드는 주범이다. 성현도 어머니 때문에 그 심정을 충분히 공감한다.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아주머니도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요.”

“아니 답답할 게 뭐가 있어서? 돈 잘 벌어다 주고 가정에 충실하고 이제 은퇴해서 같이 잘 살면 되는 걸. 좀 불안하면 어때? 약 먹으면 된다는데! 후우...”


넋두리하던 재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한 병 빼놓은 음료수 뚜껑을 따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으...”

“냄새 안나게 드세요.”

“짜식, 마누라처럼 잔소리는...”


툴툴거리는 재민...


“아이고 전에는 은퇴하면 아주머니한테 잘해준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하시더니...”

“내가 언제?”

“허, 기억 안나세요? 작년 겨울인가 그을름 떼거리 몰려나와서 그거 막는다고 동원갔다가 재수없게 포위되었을 때요. 얼굴 시커멓게 변해가지고 저 붙잡고 엉엉 우셨으면서...”

“내가 언제 울었다고 그래!”“죽을 뻔 하니까 아주머니 밥 생각난다고...”

“자식아!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어! 너도 이틀 굶어봐! 앞에 걸어가는 대머리 뒤통수가 햄버거로 보이더라.”

“큭큭큭...동수아저씨구나.”


성현과 재민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때웠다.

같이 한 시간이 많은 만큼 나눌 추억은 많았기에 성현은 굳이 일부러 재민의 병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치료 방법이 없는 병이라는 건 환자던 그 가족이던 충분히 고통스러운 주제니까.


“그래서 니가 들퀭이한테 쫓겨가지고 눈물 질질 짜면서 달려왔잖아.”

“제가 언제 눈물 질질 짜면서 달려와요. 유인한 거지.”

“유인은 무슨...큭큭 똥싸다가 바지도 제대로 못 올리고... 음...?”


과거에 성현과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던 재민이 문득 말을 멈췄다.


“아저씨?”

“음...”

“아저씨??”

“으음...”


표정을 잔뜩 찡그린 제민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솟아오른다.

그러더니 벌벌 떨리는 손으로 침대 한쪽에 놓인 호출기 버튼을 누르고는 곧장 침대에 쓰러졌다.


“끄으으으!!!”


침대가 들썩일 정도로 발버둥치는 그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마치 그를 묶은 뭔가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부릅 뜬 두 눈의 안구는 이미 위로 넘어간 상태고 입에서는 개거품이 섞인 침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다.


“으...으아...으아악!!!”


덜컥!


병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뛰어 들어오더니 재민의 상태를 살피고는 뒤따라 들어오는 간호사에게 빠르게 외쳤다.


“붙잡아!”

“네!”


두 명의 간호사가 재민의 팔다리를 덮듯이 내리 누른다. 신기한 건 그녀들의 힘만으로 재민이 옴짝달싹 못한다는 것. 그녀들도 각성자다. 그 틈에 의사가 가운 앞주머니에서 주사기와 투명한 액체가 담긴 바이알을 꺼내 주사기를 충전한 후 재민의 팔에 꽂았고 10초도 되지 않아 발버둥 치던 재민이 잠잠해졌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의사가 간호사에게 물었다.


“이 환자 이전 발작이 언제였어?”

“어젯밤 11시간 20분이요. 정신안정 마법은 김교수님이 하셨어요.”

“오늘이 윤교수님이지? 언제 시간 나시나?”

“점심 때 이후나 가능하실 거에요.”

“점심 이후라... 그럼 일단 안정제를 투여하는 방향으로 하지.”


한바탕 폭풍이 친 것 같은데 의사와 간호사는 익숙하다는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침대 한쪽에 서 있는 성현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보호자십니까?”

“아니요. 문병입니다.”

“보호자 분은 어디 가시고요?”

“글쎄요.”


난데없는 질문세례에 성현이 볼을 긁적였다. 재민아저씨가 아주머니를 돌려보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지만 웬지 힐책하는 말투에 대답하기가 싫어 그냥 모호하게 얼버무렸다.


“환자분은 간병인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보호자께 꼭 좀 전해주세요.”

“네.”

“카를레스 증후군은... 후...아닙니다.”


뭔가 말하려던 의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간호사들을 이끌고 병실에서 나갔다. 관계자도 아닌 사람에게 환자의 개인정보를 말하기 껄끄러웠으리라. 보호자용 의자에 걸터앉은 성현이 침대에 누워 있는 중년사내를 바라봤다.


“제민아저씨 어쩌다 이리 망가지셨어요.”


지금 그의 모습은 바로 조금 전까지 팔팔한 생기를 뿌리며 이야기를 주고 받던 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카를레스 증후군... 흔히 헌터병이라고도 불리고 혹자는 헌터에게만 내려지는 저주라고도 알려졌다.


헌터들만 걸리기에 헌터들이 사용하는 스킬 혹은 힘 또는 마나 따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겨난 신종 병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그 실체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것을 단순한 정신병이라고 폄하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헌터들이 힘을 얻은 대가라는 둥 의견은 분분하니까.


‘확실한 건 말기 증상이 나오면 헌터생활을 끝이라는 거지.’


증상은 간질과 비슷하다. 발작... 시도때도 없이 쓰러지는 것이다. 웃기는 건 이게 정신병으로도 분류되었다는 건데 발작하는 동안 지독히 괴로운 환상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리고 말기가 되면 PTSD의 그것처럼 여러 가지 정신질환에 시달리다가 미쳐 주위 사람들을 살해하거나 끝내는 자살을 선택한다. 그나마 정신계 마법을 지닌 헌터들의 힘이 통해 어느 정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효과일 뿐 결론은 같았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 발병 주체가 헌터라는 게 문제. 고위급일수록 높은 정신력으로 버티기는 하지만 결국은 벗어날 수 없는... 초인으로 거듭나 인류가 지닌 대부분의 질병에서 벗어난 헌터들에게 있어 몬스터 다음으로 두려운 존재라는 뜻이다.


“후우...”


어차피 이곳에 있어봤자 해줄 수 있는 건 없을 뿐더러 오늘 이곳에 온 것은 문병만이 아니기에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간호사에게 아주머니의 연락처를 알아내 오시라고 한 뒤 이능검사소로 갈 생각에 성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인사로 그의 손을 꾹 쥐며 성현이 말했다.


“얼른 나으세요.”


군 제대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따뜻하게 대해 준 사람 중 하나다. 어쩌면 지금의 그가 있게 해준... 그래서 참 고마운 사람... 성현이 잡을 손을 놓으려 할 때였다.


[흡수 가능한 만환력이 있습니다. 흡수하시겠습니까?]


‘응?’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성현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만환력을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실마리가 발견된 것이다. 게다가 상대가 아저씨다.


‘만환력이라는 게 카를레스 증후군과 연관이 있나.’


만환력이 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것이 자각몽 속에서 스킬을 얻는데 필요한 조건이라는 것과 만환력을 넘어서는 스킬을 얻으려 욕심 부리면 두통이 온다는 것은 안다. 그렇기에 성장시킬 단서가 생겼을 때 도전해야 한다.


‘흡수하겠다.’


[만환력의 흡수를 위하여 드림다이브를 시작합니다.]


“뭐?”


놀랄 틈도 시야가 암전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각몽이 시작되려는 것.


“빌어먹을...!”


성현은 황급히 자리에 주저앉았다. 행여 잘못 넘어져 아저씨를 다치게 할 수 있다. 동시에 시야가 완전히 검게 변했다. 그리고...


“헉...헉헉...흐윽.”


검은 어둠 속에서 울음 섞인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지?”


주위를 인식하려 노력하자 마치 검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어둠 속으로 윤곽이 그려진다. 성현은 일단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은 숲속이었다. 크고 작은 나무가 빼곡이 들어찬 그런 숲... 그리고 그 사이를 한 남자가 달리고 있다.


“헉...헉헉...”


성현의 시점은 허공 위에 떠서 밑을 관찰하는 영화의 그것처럼 보인다.


‘저 남자는...’


성현은 달리고 있는 남자를 주시했다. 헐떡이면서 사력을 다해 달리는데 한손으로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 가슴에 집중하자 시점이 돌아가며 사내의 정면이 보인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지만 가슴을 대각선으로 크게 베였는지 방어구가 난잡하게 찢어져 있고 상처를 붙잡은 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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