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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JaVuK 님의 서재입니다.

자각몽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김주광
작품등록일 :
2020.09.07 03:48
최근연재일 :
2020.09.2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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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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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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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자각몽헌터 -2

DUMMY

#1


일찍 출근해 사무실을 청소하고 있자니 유일한 여직원인 신 과장이 출근했다. 돌싱에 성현과 비슷한 연배인 그녀는 몇 년째 지부의 모든 사무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어머,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요.”

“일찍 일어났는데 할 게 없어서요.”

“에휴. 부럽다. 난 저혈압이라 아침에 너무 정신없는데.”

“하하... 몸에 좋은 것 좀 챙겨 먹어요.”

“엄마가 챙겨준 거 꼬박꼬박 먹고 있거든요.”


알고 지낸지가 꽤 되니 서로 간의 집안사도 훤히 꿰고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어느새 출근 시간인 9시가 되었다.

그러나 사무실에는 여전히 둘 뿐.


“오늘도 역시네요.”

“지부장은 술 꽐라되서 또 1시에나 기어 나오겠죠. 다른 팀장들은 11시에나 나올테고...어휴, 운전하는 사람들 술 못 마시게 단속해야 하는데 지부장이라는 사람이 한 술 더 뜨니...그러다가 언제 한번 사고 크게 나지.”


본래라면 9시에 모여 가벼운 회의를 하지만 지부장이 워낙 술을 좋아하니 사무실 분위기는 언제나 개판이었다.


“우리끼리 하죠. 어차피 ERP에 올려두면 되니까.”

“네.”


잠시 후 둘이 회의실에 앉았고 신 과장이 일정표를 성현에게 건네줬다.


“일단 첫 배차는 언제나처럼 성팀장님이 아침 우성호 파티 레이드 구요. 10시 정도에 끝난다니까 늦지 않게 가주세요.”

“알았어요. 7티어 변이멧돼지라... 아침부터 빡세겠네.”

“어쩌겠어요. 우성호 헌터가 그런 류를 선호하는데.”

“그렇죠.”


성현은 오늘 일정표와 세부내역을 꼼꼼히 훑었다. 몬스터의 종류 시간과 장소뿐만 아니라 레이드를 진행하는 파티의 간략 정보도 기재되어 있는데 이걸로 하루의 이동 동선과 작업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물론 우성호 파티야 오래된 고정 파티기에 바뀔 리가 없지만 말이다.


“음, 12시 타임... 이진규 파티가 저를 지명했네요?”

“네.”

“원래 1팀 고정 지명이었잖아요.”

“어제 늦게 전화가 왔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3팀장님으로 바꾸기로 이야기 했고... 원래 하시던 파티는 5팀장으로 넘겼어요.”

“음... 뭐 그거야 상관없는데... 1팀이 싫어하겠네요. 이유가 뭔데요?”

“킁, 그건 물어보지 말고요”


신 과장이 골치 아픈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뭔가 골치 아픈 내막이 있는 것 같다.

이럴 때는 깊게 묻지 않는 게 상책이다. 어차피 가서 몇마디 떠보면 다 알게 되어 있으니까.


“나쁘지 않잖아요. 거래처들 중 가장 실적 좋은 고정 파티고... 솔직히 지부에서 궂은 일 도맡아 하시니 이런 거 하나 가져가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그렇기야 하지만...쓰읍”


실적 좋은 정규파티의 지명이 늘어난 거야 좋지만 1팀장 녀석과는 앙숙이라 이걸로 시비를 걸어오면 곤란해진다. 특히 1팀장은 지부에서 가장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헌터 등급도 브론즈급이라 발언권이 센 편이었다. 성현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신 과장이 종이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그래서 이걸 준비해 놨죠.”

“이게 뭔데요?”

“한 달짜리 막공파티가 하나 들어왔는데 이걸 맡으면 1팀장도 아무 말 못할 걸요?”


막공이라는 말에 성현의 이맛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막’ 공략한다는 뜻의 막공은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구성원으로 레이드를 진행하기에 몬스터 사체 후처리도 엉망인 경우가 태반이다. 한 달 이면 완전히 똥이라는 소리...

우후죽순으로 처리업체가 난립하는 요즘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것도 아닌 거지만 신 과장 말대로 이걸 맡으면 1팀장도 찍소리 못할 것이다. 여차하면 막공 파티 꺼를 함께 집어던져 버릴 테니까.


“막공팀 상세정보 공유해주세요.”

“그럴 줄 알고 메일에 넣어놨어요.”

“제가 맡을 줄 아셨나보네요.”

“호호호...”


회의를 마친 성현은 자리로 돌아가 태블릿으로 메일을 열어 막공팀 정보를 하나하나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매일 비슷비슷한 일이긴 하지만 작은 정보 하나라도 놓치고 실수하면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는 게 이쪽 업계다.


“나쁘지 않네.”


막공이라지만 실버등급의 탱커. 레이드하려는 몬스터도 8티어 몬스터 고라니에 딜러 3명 힐러도 1명으로 파티구성도 나쁘지 않다. 파티의 지붕이 탱커라면 힐러는 기둥과 같은 존재...이 정도면 큰일은 안 터질 것 같다. 뭐 터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네.”


일정확인을 끝내고 사무실을 나선 성현은 사무실 옆에 붙은 주기장으로 향했다.

낡은 콘크리트로 된 커다란 마당 한쪽으로는 그의 영원한 밥줄이며 빚으로 뭉친 애증의 존재 붕붕이가 서 있었다.


땅강아지처럼 생긴 이 트럭은 뿔처럼 크레인이 달려서 전장이 11미터에 폭 2.55미터, 높이 3.5m로 높은 차고를 지니고 있다. 8륜구동에 앞뒤 좌우로는 탈부착식 장갑이 붙어있었는데 공차중량 22톤 최대적재량 10톤의 고기동성 대형 전술 차량이었다. 참고로 마석 카트리지를 연료로 사용하는 마석엔진을 심장으로 지닌 이 트럭은 중고도 5~8억은 훌쩍 넘는다.


“젠장, 그럼 뭐하냐. 빚덩어린데...”


1년 전 함께 일하던 전임자가 접는다며 넘긴 트럭을 인수한 게 화근이었다.

지역까지 함께 넘겨준다는 말에 거액의 빚을 내 트럭을 인수하고 보니 무슨 유지비가 그리 많이 드는지... 여차하면 몬스터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에 덕지덕지 장갑을 붙였고 타이어도 특수타이어에 몬스터의 체액 때문에 차체가 특수금속으로 되어 있다. 분기마다 갈아야 하는 마석 카트리지 가격도 상당하니... 덕분에 빚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빚이라...”


꼬박꼬박 나가는 집세와 공과금은 둘째 치고 어머니 병원비에 대출금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한시도 쉬지 않고 아등바등 일했지만 언제나 제자리다.


띵동...띵동...


요란한 알람 소리에 성현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지방세 고지서...세금...고지서... 카드 대금 독촉... 푸후...”


오랜만에 핸드폰이 울려 뭔가 싶었더니 역시 죄다 돈 내라는 이야기뿐이다. 이제는 메시지 보관함에 뭔가 들어있기만 해도 노이로제가 생길 지경...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우겨넣은 후 낡은 2층 건물에 붙은 간판을 바라봤다.


[현동 코퍼레이션 이천지부]


그의 소속은 몬스터의 사체를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나름 중견 기업인 현동 코퍼레이션이다. 수수료를 내고 일을 받는 개인사업자로 헌터들이 레이드를 마치면 몬스터 사체를 트럭으로 수거해 지역도축공장으로 실어 나르는 것이었는데 몬스터가 출몰하는 장벽 밖으로 나가는 건 물론이고 이쪽 현장에서 부딪히는 인종 대부분이 칼밥. 총알밥 먹으며 전장을 구르는 헌터다 보니 거칠고 막무가내인 인간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적게는 2톤 많게는 5톤 이상 나가는 몬스터 수 마리를 실어 나르는 일이다보니 1년 이상 버티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벌이하나 보고 지금까지 꾸역꾸역 일했다.


몬스터의 습격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정신적인 충격과 악화된 지병으로 인해 쓰러지셨다. 졸지에 가장인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누으시자 성현이 택할 수 있는 길은 군대 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병원비와 당장 잘 걱정, 먹을 걱정이 없는 건 군대라는 선택지뿐이었으니까. 그러나 군대 또한 만만치 않았다. 매일 같은 몬스터와의 전투... 소총 따위는 통하지도 않을 몬스터의 아가리 속에 수많은 전우들이 삼켜졌다.

마치 소모품처럼 취급 받으며 사지로 내몰리기를 3년... 넌지시 말뚝 박으라는 대대장의 싸대기를 날리고 싶은 것을 애써 눌러 참고 제대를 했다. 아니 그곳을 탈출했다.


그게 스물세 살 때 일...

다행이라고 할 것은 군대에서 나오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았다는 것이다. 위험수당까지 합쳐 제대할 때는 대략 일억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었는데 뒷구멍으로 열심히 빼돌리지 않았으면 반에 반도 되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가진 것이라고는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과 군대에서 총질하던 경력 밖에 없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이쪽 바닥으로 투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쪽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스물일곱에 이제는 팀장님 소리도 듣게 되었지만 수중에 있는 거라고는 은행 빚이 한참 남은 무장 트럭과 몬스터로 인해 폭등한 부동산의 산물인 5000만원 보증에 월 100만원짜리 18평 원룸 월세방 밖에 없다.


“원도야. 거긴 청소 너무 빡빡하게 안 해도 된다니까!”

“그냥 시간 남아서 하는 거예요. 헤헤”


성현의 외침에 한참 적재함에 물을 뿌리며 열심히 솔질하던 청년이 헤픈 웃음을 흘린다. 정원도라는 녀석인데 이제 가르친 지 딱 한 달 되었다. 헌터를 꿈꾸며 전투격투기를 3년 정도 수련하다가 각성할 기미도 안보이고 가정 형편도 안 좋아 이쪽 길을 택했다고 한다. 183의 준수한 키에 80kg 의 건장한 체구, 미끈한 면상에 두말 할 것 없이 채용했다. 가끔 여자 헌터 중에는 ‘미끈한 면상’ 이라는 게 단골의 중요 조건이 되기도 하니까. 문제는 그것에 속아 녀석의 단점을 제대로 꿰뚫지 못했다는 것이다.


“적재함은 약품으로 씻어내면서 코팅도 함께 되는 거니까 너무 깨끗하게 하면 코팅까지 같이 벗겨진다고!”

“그런가, 죄송해요. 형님”

“팀장님!”

“아, 예. 팀장님. 헤헤”

“어후, 몇 번을 가르쳐 주냐.”


부지런하고 빠릿빠릿하다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이 한숨 나오는 놈이다. 몬스터 사체를 담는 적재함은 온갖 오염 물질에 노출되기에 하루에 한번 특수용액으로 청소를 한다. 아무리 특수금속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몬스터의 체액에 담긴 독성은 적재함에 부식이나 변색을 일으키고 실려 있는 사체에 영향을 끼치기에 용액으로 코팅되도록 놔두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솔질로 박박 문질러대고 있으니... 그러나 한바탕 화를 내려던 성현은 애써 그것을 눌러 참았다. 아무리 그래도 고작 한 달 된 녀석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


“다음에 청소할 시간 되면 거기 말고 범퍼랑 타이어나 점검해. 특수타이어라 이물질이라도 크게 박히면 수리비가 배로 드니까 그리고 특히 차축은 항시 꼼꼼하게 살펴야 돼.”

“예! 팀장님.”

“후우, 그래. 그런데 밥은 먹었냐?”

“대충 때웠어요.”

“짜식, 대충 때우면 어떻게 해. 일단 나가자. 뭐라고 먹고 출발해야지.”

“괜찮은데...”

“사줄 테니까. 얼른 마무리하고 와.”

“헤헤, 예!”


사준다는 말에 좋다고 헤헤거린다. 그와는 다르게 부모님 두 분, 동생이 셋이나 되는 녀석은 주 5일에 월 300을 맞춰주는 조건을 듣자마자 곧바로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뭐 드실 건데요?”

“맨날 먹는 거지.”

“또, 몬스터 멧돼지국밥이요? 그거 노린내 심한데...”


몬스터가 나타난 후로 평범한 고기는 가격이 수 배 뛰어버렸기 때문에 현재 시중에 도는 고기의 대부분은 비슷한 맛을 내는 몬스터 고기였다. 성현이 자주 가는 단골 국밥집의 저렴한 가격의 정체도 마찬가지였는데 몬스터 고기에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은 많았지만 성현은 싸고 푸짐한 양에 자주 찾는 편이다.


“그래. 불만 있냐?”

“아, 아니요. 헤헤...”


지부건물 오른쪽으로 50m 정도 걸어가면 있는 국밥집으로 앞서 걸어가는 원도를 바라보며 성현은 문득 새벽의 꿈을 떠올렸다. 자각몽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뭐였을까.”


자각몽은 기억의 조각을 끼워 맞춘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겪을 수는 없다는 것, 물론 무의식이라는 변수가 존재하긴 하지만 장담컨대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무려 ‘공간지우기’를 뚫고 들어온 의문의 존재라니...


“알 수가 없네. 꿈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공간지우기’ 후 나타난 그 존재는 꿈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한 이미지였다. 자각몽에서 꿈속에서 봤다고 생각하는 건 명확히 말하면 본 게 아니었다. 이전의 알고 있는 이미지를 꺼내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제 본 적은 절대 이전에 알고 있던 이미지가 아니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후, 뭐 지금은 그런 것 파볼 때가 아니지.”


하루 종일 정신을 바짝 차려도 사고가 터지는 위험한 일이다.

한숨을 내쉰 그는 걷기 시작했다. 또다시 바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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