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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JaVuK 님의 서재입니다.

자각몽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김주광
작품등록일 :
2020.09.07 03:48
최근연재일 :
2020.09.2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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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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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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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프롤로그

DUMMY

#1


“꿈...이구나.’”


자각한 순간 몸이 자유로워진다. 뇌의 정상적 사고가 시작되자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오랜만이네.”


성현은 회색 음영 속 골목에 돌아봤다. 익숙한 풍경이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수많은 기억의 한조각일 뿐이다. 꿈속의 풍경... 가볍게 몸을 추스르며 한 걸음 걸어보았다. 팔다리 움직임 이상 없고 상태도 괜찮다. 그는 고개를 들어 간판을 바라봤다.

흐릿한 초점이 또렷하게 맞춰지며 글씨가 조립된다.


‘무...성...사거리... 하필 여기를...’


자각몽 속에서는 글씨를 빨리 읽기 힘들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기억한 이미지를 훑는 것이기 때문...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이만큼 읽은 것도 상당히 노력한 결과다. 뭐 그 시작이 로또 번호 외우기라는 건 제쳐두고... 쯧...


‘오기 싫었는데...’


며칠 일이 느슨해진 덕분에 자각몽을 꾸게 된 것 같다.

그가 자각몽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본래 꿈을 자주 꾸던 그는 어느 날 생각하기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깨달았다기보다는 꿈이라는 것을 인식한 순간부터 자유로워 졌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리라. 물론 그도 처음에는 무척 서툴렀다. 기껏 가능한 것은 꿈의 흐름 속에 밀려가는 것에 저항하는 것이었지만 조금씩 그것이 익숙해지자 여러 가지 다른 것들도 가능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해본 것은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비행기나 그런 것이 아닌 맨몸으로 하늘을 나는 것 말이다. 나는 것을 가장 먼저 한 이유는 날아다니는 게 악몽으로 도망치기 가장 쉬웠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당연히 힘들었다. 본래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은 맨몸으로 하늘을 날 수 없는 존재니까. 중력의 영향으로 땅바닥에 영원히 붙어살아야 할 운명, 그렇지만 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순간 그의 몸은 하늘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악몽 속 뒤쫓아 오던 존재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웃기던지... 그리고 그 후로는 하나하나 그의 마음대로 되기 시작했다.

그 나이 또래라면 응당 해볼 연예인 소환에서부터 가지고 싶던 것 하고 싶던 것 그 어떤 것이든 가능했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현되는 것은 아니었다. 꿈이라는 것은 시작 될 때 일정한 컨셉이 있었는데 그로인해 항상 그의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중 가장 성가신 컨셉은 역시나 악몽이었다.

괴물이나 귀신 따위가 쫓아오는 것에서부터 친한 이들이 죽임을 당하는 꿈까지 다양했다.


그렇지만 자각몽을 알게 된 후론 악몽이든 보통 꿈이든 아무 상관없게 되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간단히 지워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러나...그 일이 있은 후로는 자각몽 자체를 회피해 왔다.


스스스...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곧 나타날 것들의 전조현상처럼 불길한 보랏빛 먼지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쿠쿠쿠쿵...


건물들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쥐어짜듯이 비틀리다가 이내 파괴되어 쓰러져갔다.


“끼아아아아...”

“살려줘.”

“제발...”


공포와 비명이 수십억 개의 손이 되어 바닥을 찢고 흘러넘친다.


후우...


성현은 가볍게 몸을 띄워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 곳에 계속 서 있으면 그토록 피해왔던 악몽이 시작된다. 물론 단순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으로 그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시간 정도는 벌 수 있다. 그렇게 자각몽에서 탈출을...


“이대로... 젠장...”


“흐으으으...으아아... 아악...”


꿈에서 나가려던 성현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하는 고통어린 신음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악몽이 한걸음 더 빨랐다.


“...성현아...”


대답해서는 안 된다. 대답하는 순간 악몽에 휩쓸리게 되고 감정에 지배당하면 자각이 깨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악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강력한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이것은 이날 이때까지 그를 끊임없이 괴롭혀 왔으니까.


“커억...”

“아흑...으윽...”


고통에 찬 비명소리.. 외면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너무나도 그립고 사랑하던 이들의 목소리이기 때문이었다. 성현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어 그 존재에 대해 말했다.


“아빠...엄마...”


화아아악!


소중한 이들의 이름을 입에 담은 순간 검은 그림자가 솟구쳐 올라 그를 감쌌다. 그리고 어느 샌가 무척이나 낯익지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곳으로 그를 데려다 놓았다.


“끄윽...”


두 손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손에는 피범벅 된 손들이 붙들려 있었다.


“성현아... 이제... 이제... 그만 놔라.”

“싫어!!!”


이것이 꿈인 줄 알면서도 그는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그때처럼 눈물이 줄줄 흐른다. 숨이 가빠오고 몸 전체가 빠개질 것처럼 아프다. 그러나 그는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놔, 그만... 너랑 엄마라도 살아야지. 자식아.”

“아빠! 제발! 흐으윽!!”


8층 높이의 아파트 밖으로 두 팔을 뻗은 성현은 그의 손에 붙들려 아슬아슬하게 허공에 떠 있는 부모님들을 바라봤다. 돌아가시기 직전의 그 얼굴이다. 피범벅이 되어 자신에게 붙잡힌 손을 애써 풀려고 노력하시던 아버지가 보인다. 반대편 손에 잡힌 엄마는 정신을 잃어 축 늘어져 있다. 흐르는 피에 자꾸 미끄러져가는 부모님의 손을 붙잡으려고 발악했던 철없던 시절의 자신이 되어 있었다.


쿠어어어...


멀리서 아스라이 들려오는 몬스터들의 울음소리에 꿈속임에도 발끝이 저릿저릿하다.

이 비극을...악몽을 만들어낸 원흉... 몬스터...들...


“끄으으으으...!!!”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어떻게든 끌어올리려 성현은 발버둥 쳤다.

그러나 양손에 부모님의 손을 붙잡고 있던 그는 오히려 무게로 인해 밖으로 밀려들어가는 중이었고... 끝내...


“어서...놔”

“못 놔!!!”

“아들아... 사...사랑한다.”

“아, 아빠! 그...그러지마!!”

“미안해! 아들!”


이를 악문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붙잡힌 손목을 매섭게 털어내고는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다. 아버지는 아내와 아들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버린 것이다. 그리고...


“정지”


슈우우우...


시간이 멈췄다. 멀어지는 아빠의 마지막 얼굴도... 바람에 애처롭게 흔들리던 엄마도 모두 우뚝 멈춰버렸다.


“후우... 언제 적 일인데...애처럼 울기는...”


정신이 무너지기 전 ‘트리거’를 이용해 악몽을 멈춘 성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잠에서 깨어나면 얼굴이 눈물에 범벅이 되어 있겠지. 그나마 마지막 순간 가까스로 악몽 속에서 정신을 붙잡은 것이 다행이다.


“거인”


성현은 부모님을 향해 거인이라는 트리거를 사용했다.

효과는 말 그대로 원하는 대상을 거대화 시키는 것...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부모님들이 점차 커지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하늘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거대한 거인으로 변모했다.


쿠쿠쿠쿠...


한 번의 발 구름으로 대지를 쪼개며 모든 것을 박살낼 수 있는 초거대 거인... 저 거인에게는 떨어져서 죽거나 몬스터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선택지는 없다. 자각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자기합리화된 이미지일 뿐이지만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마네킨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부모님의 형상을 바라보며 성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트리거 오랜만에 써보네.”


트리거라는 것은 일종의 이미지를 압축하여 단어화 시킨 것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악몽에 휩쓸렸을 때 온전히 자각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빠르게 원하는 이미지를 가져오려 개발한 것이었는데 게임으로 치면 일종의 단축스킬창 정도라고 보면 된다. 아무튼...지금 겪고 있는 장면은 이미 10년이 지났음에도 잊지 못하는 그 악몽...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날의 기억이다. 이미 한참이 흘렀음에도 화인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 성현이 손을 들었다.


‘헛짓거리는 그만하자. 공간...지우기’


슈우우우우...


트리거를 외운 순간 그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공간이 마치 하얀 수채화 물감이라도 뒤집어쓴 듯 하얗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공간 자체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 마침내 남은 것은 새하얀 공간과 성현 홀로다. 여기서 조금만 있으면 꿈의 세계에서의 의식이 흐려지게 된다.

그러나 입맛은 참 쓰다.


“빌어먹을...”


꿈속에 그는 신과 같다. 만들고 싶으면 만들 수도 있고 없애고 싶으면 뭐든지 없앨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의 실체를 냉정하게 보면 모두가 상상 속의 것일 뿐...현실에 바뀌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그에게 진짜 힘이 있다면 이런 허상이 아닌 진짜 힘이 있다면...

아니...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회귀!!!”


성현은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단순한 한풀이일 뿐이지만 그때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부모님을 구해낼 수만 있다면 정말 그 무엇이든 대가로 바칠 수 있다.

그러나... 하얀 공간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리를 지른 탓에 몸이 서서히 깨어남이 느껴진다.


“쳇, 될 리가 없지.”


공간이 어두워지며 암전되고 잠시 후면 눈을 뜰 수 있으리라. 그때였다.

어디선가 미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임마, 회귀는 아무나 하는 줄 아냐?]

“어?”


뜬금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성현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자 윙윙거리며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음색이다.


[뭐, 대신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작은 선물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어차피 이건 본래 네 것이었고 넌 내가 ■■ 는...■■■ 니까.]


중간에 모호한 노이즈가 끼어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지?”


성현은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고작 꿈속의 허상일 그 미지의 존재에게 질문까지 했다. 웃기는 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이 들려왔다는 것.


[무슨 말이긴... 그만 궁상떨고 일어나라는 소리지.]


그 말과 동시에 하얀 공간이 쩍 갈라지며 뭔가가 튀어나와 그의 가슴에 콱 하고 부딪혔고 성현은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삼키며 그것을 움켜쥐었다.


“컥!”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꿈속임에도 너무나 고통스럽고 끔찍하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낫다.


파아앙!!!!!


“허어억!!!”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성현은 눈물이 범벅이 되어 흐릿해진 눈을 비비며 입고 있던 티셔츠를 걷어 올렸다.


“하아...하아...”


다행히 가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자각몽에서의 환통 따위는 이미 통제한지 오래인데... 서둘러 꿈에서 깨어났지만 아직도 가슴이 지끈거리는 기분이다. 머릿속도 혼란스럽다. 자각몽이라고 모두 대부분 기억되기는 하지만 이렇게 선명한 자각몽은 처음이다.


“후우... 모르겠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성현이 창밖을 바라봤다. 아직 새벽이라 조금 더 잘 수 있지만 몸을 뒤덮은 끈적이는 땀에 불쾌감이 엄습한다. 마치 더러운 뭔가가 몸을 뒤덮은 기분... 이상하게 냄새도 훨씬 지독한 거 같고...


“분명 어제 씻었는데...”


더러운 일을 하는 탓에 회사에 있는 샤워장에서 매일매일 샤워를 하는 자신이건만 지금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마치 한 달 정도 푹 썩은 오물통에서 한차례 구른 것 같다. 게다가 꿈자리도 뒤숭숭해 지금 자면 아까 꿈의 후편을 감상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쯧, 씻고 출근이나 하자.”


혀를 찬 성현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침대를 짚었다가 손에서 느껴지는 예상치 못한 끈적임에 신음을 내지르며 손을 떼었다.


“윽...”


살펴보니 자신이 잠잤던 자리가 뭔가 시커먼 얼룩 같은 것으로 물들어 있다.


“냄새도 지독하네.”


어제 잘 때만해도 그럭저럭 깨끗했던 침대보와 이불이 하수구 냄새를 뿜어내는 오물이 범벅되어 있는 것이다. 도둑이라도 들어와서 하수구 오물을 퍼부은 것이 아니라면 정말 미스테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젠장...”


한숨을 내쉰 성현은 부엌에서 큼지막한 비닐봉투를 찾아 침대보와 이불을 쑤셔 넣었다. 빨아서 쓰기에는 가망이 없어 보인다. 몸에서 나는 냄새도 너무 지독해 성현은 욕실로 곧바로 들어갔다. 찬물 밖에 나오지 않는 허름한 원룸이지만 그나마 샤워기가 달린 게 다행이다. 공들여 비누칠을 해 샤워를 했지만 아직도 은은하게 구린내가 진동한다.


“상관없겠지.”


그의 직업에 원래 냄새를 동반하는 일이라 현장에서 몇 번 구르면 코가 마비되 냄새가 느껴지지 않으리라. 냉장고에서 얼린 밥과 반찬을 꺼내 아침을 대충 해결한 성현이 익숙한 작업복을 몸에 걸쳤다. 밖으로 나가니 아직 으슬으슬한 새벽 공기가 몸을 차갑게 식힌다.

어스름한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높다란 장벽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오늘도 삶을 위해 입에 단내가 나도록 움직여야 하리라.


작가의말

 _ _)

인사드립니다. 부디... 선작과 추천...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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