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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JaVuK 님의 서재입니다.

자각몽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김주광
작품등록일 :
2020.09.07 03:48
최근연재일 :
2020.09.27 22:47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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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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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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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자각몽헌터-4

DUMMY

#1


휴식 시간이 끝나고 이른 저녁식사를 마친 성현과 원도는 마지막 7시 타임인 막공팀의 위치를 향해 트럭을 몰았다.


우우우웅!! 쿠쿠쿠쿠!! 쩌적.. 쩌저적...


성현의 붕붕이가 거친 엔진음을 토해내며 언덕을 올랐다.

과거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때와는 다르게 마석 엔진은 마석의 힘을 온전히 가져와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는데 대기오염도 없는 청정에너지다. 마석의 출현으로 대형 발전시설이나 대형 엔진을 사용하는 기계들은 대부분 마석 엔진을 사용하는 추세였는데 향후 중소형의 마석엔진이 개발되면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 있는 마석의 가격이 훨씬 오를 거라 전망하는 중이다.

또한 던전에서 발굴되는 각종 던전광물들은 인류에게 완전히 새로운 금속들을 안겨줬다.

티타늄보다 단단하고 가볍거나 말도 안 되는 전도율을 지닌 각종 금속들은 기존 지구의 금속들과 합쳐져 인류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었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 수요가 늘어날수록 던전에 대한 인류의 탐욕도 커져 이로 인해 국가 간의 분쟁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중이다.


각설하고...


“쯧, 팀장님, 차 바닥 다 망가지겠어요.”


원도가 혀를 차며 말했다. 차체에 부딪히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아 하는 말이리라.


“안 망가져. 던전특수합금이 괜히 특수합금인지 아냐.”

“아는데... 나중에 내려올 때는 이것보다 더 심하게 부딪힐 거 아니에요.”

“그래도 어쩌겠냐. 부르는데”

“그건, 그렇죠.”


잠시 후 그들이 탄 붕붕이가 언덕위에 멈춰 섰다.

막공파티의 위치추적장치가 발신되는 신호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곳이다.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성현이 쌍안경으로 한참 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낮게 욕지거리를 했다.


“젠장...”

“왜요?”

“레이드 아직 안 끝났다.”

“끄응... 그러니까 좀 천천히 가자니까.”


원도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사체수거팀은 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본래 예정보다 두세 시간이 더 걸려도 진득하게 기다려야 하는 것이 숙명, 그러나 표정이 굳은 성현은 그 말에 답하지 않고 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산등성이에는 지금 다섯 명의 헌터가 전장 8m의 8티어 몬스터 고라니를 상대로 레이드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문제는 레이드 진행이 좀 심각해 보인 것. 고라니 주위에 빠르게 움직이며 헌터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들이 보인다.


“고라니 새끼가 미니언화 되었군. 악질인데”


변이 몬스터 중에는 새끼들까지 변이되어 부하처럼 끌고 다니는 놈들이 종종 있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항시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건만 막공 파티라 그런지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는 중이었다. 고작 고라니라고 하지만 괜히 몬스터라고 따로 지칭하는 게 아니다.

삐죽하고 튀어나온 기다란 송곳니를 무기로 사용하는 고라니는 절대 만만한 몬스터가 아니었으니까.


차로 돌아온 성현이 말했다.


“근데 재수 없으면 실패할 것 같다.”

“예?”


성현의 말에 쌍안경을 들고 밖으로 나갔던 원도가 헐레벌떡 들어오며 말했다.


“저거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아니 왜라뇨. 저대로 놔두면 전멸할 것 같은데...”

“전멸하면 뭐 어때서?”

“...!!”


성현의 태평한 대답에 원도의 눈이 커졌다. 전멸이라는 것은 곧 사상자를 의미한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 그런데 팀장인 성현이 전멸에 대해 그게 무슨 상관이야는 듯 입에 담자 순간 말문이 막힌 것이다.


“도와야죠.”

“도와주면 뭐가 나오는데?”

“아니 그래도 같은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원도의 말에 성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긴 이제 고작 한 달 된 녀석에게 무엇을 바랄까.


“원도야.”

“예.”

“능력도 안 되면서 덤비는 걸 뭐라고 부르는 줄 아냐.”

“...”

“만용이라고 해. 지랄이 용솟음친다고도 하지.”

“그래도... 팀장님이 말씀하셨잖아요. 막공이 단골되는 거라고...”

“그것도 나름이지. 후우... 그리고 너 내 전 사수가 왜 이일을 그만뒀는지 아냐?”

“아뇨.”

“그 형님은 무려 4년 동안 알고지낸 단골을 돕다가 뒤통수를 쳐 맞았다.”

“예?!”


놀라 눈을 크게 뜨는 원도에게서 시선을 돌린 성현은 차창에 어리기 시작하는 김서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이랑 비슷한 날이었지. 다른 점이라면 막공이 아니라 단골 중에 단골 파티의 일이었다는 거랄까. 7티어 몬스터 수달을 잡다가 오늘처럼 미니언이 난입했다. 재수 없게 기습을 받아 힐러가 먼저 쓰러졌고 설상가상으로 수달이 탱커를 물고 물로 끌고 들어가려고 했지. 그 형님과 난 이것저것 볼 것 없이 싸웠어. 붕붕이도 엉망으로 부셔지고 형도 나도 다쳤고... 결과가 어땠는지 아냐?”

“어땠는데요?”

“도와준 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이틀 후인가 우리한테 고소고발 들어오더라. 우리 때문에 레이드 망했다고...”

“어째서... 고소고발을...”

“거기에는 꽤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숨어있지. 딜러가 반신불수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자식 형이 길드마스터였네? 뭐 그 새끼가 왜 멀쩡한 형 놔두고 필드 정공 따위에 가입되었는지는 제쳐두고 그 형이라는 새끼가 열 받아서 탱커한테 책임을 씌운 거지. 형님의 단골이던 파티장은 어떻게든 돈으로 쳐 바르려는데 감당이 안 되니까 우릴 물귀신처럼 잡고 들어갔고...”

“형님은 가만히 있었어요? 증거 있잖아요.”


원도가 천장 쪽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붕붕이에 달린 블랙박스를 가리키는 것. 본래 용도도 갖가지 돌발상황에 대한 채증을 위해 설치한 고성능의 블랙박스였다.


“당연히 우리도 그걸 확인했지. 아무리 우리가 결백하다고 소리쳐도 증거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그런데 결정적인 증거가 안 되더라.”

“왜요?”

“지금처럼 거리가 좀 있었거든. 원거리에서 저격을 시작해서 우리 공격이 위기에 빠진 파티를 구한건지 오히려 위기에 빠뜨린 건지 확실하지 않다나... 다행히 레이드 중 사고는 헌터 그 자신에 있다는 헌터법 덕분에 운좋게 풀려나기는 했지만 우리 둘 치료비나 붕붕이 수리비, 일하지 못한 기간 때문에 손해가 막심했지. 그리고 형님은 이쪽 업계에 대한 환멸? 그런 걸 느꼈는지 나한테 붕붕이를 인수하라고 하셨다.”

“... 그렇군요.”


성현의 말이 끝나자 원도는 고개를 떨궜다. 섣불리 돕겠다고 나섰다가 크게 데였다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건 그도 이 바닥에 들어선 그도 언젠가 마주할 수도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팀장님.”

“왜?”

“그래도 혹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놈들이 있다고 모두를 외면할 수는 없잖아요.”

“원도야.”

“예.”

“후...”


한소리 하려던 성현은 끝내 한숨으로 그것을 토해냈다. 이제 고작 한 달 짜리 애송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주절거린 소리다. 아직 정의감 비스 무리한 게 남아있는 그런...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말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그것은 어쩌면 까마득한 과거 어느 시점에 서 있던 성현이기도 했으니까.


“알았어. 일단 올라가서 상황이라도 보자.”

“예!”


얼굴이 환해진 원도가 밖으로 나가자 잠시 고민하던 성현은 좌석 뒤편에 놓인 금속 케이스의 잠금장치를 열었다. 특별한 일 없으면 거의 꺼내지 않을 물건이다. 가급적이면 열지 않는 게 좋은... 그러나 오늘은 한 번 써야할 것 같다.


“나도 네가 옳았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제발 애송이의 그 생각이 들어맞기를 바란다.

아니라면 정말 모진 마음을 먹을 테니까.


#2


둘은 붕붕이의 운전석 지붕에 올라가 엎드렸다. 성인 둘이 올라탔지만 원채 튼튼한 차체라 거뜬히 버텨냈다.

성현은 거기에 큼직한 금속 물체를 더 올렸다.


쿵...


“어? 이게 뭐에요?”

“총 처음 보냐?”

“그건 아닌데... 그런 게 붕붕이 안에 있었어요?”

“당연한...아니... 야.”

“예?”

“너 그럼 뭘로 저것들을 돕자고 말하려고 했냐?”

“그거야. 팀장님이 가지고 다니시는 돌격소총으로 어떻게...”


딱!


원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현이 주먹으로 그의 머리에 작렬한다.


“악!”

“후, 내가 이 천둥벌거숭이 말을 왜...”

“아니 왜 때리고 그러세요.”

“닥쳐. 새끼야. 주둥이에서 옥수수 모조리 털어버리기 전에...이걸 대체 언제 사람 만들어 써먹지.”

“윽...”


성현이 윽박지르자 원도의 목이 자라목처럼 움츠러들었다.

헌터들은 몬스터를 레이드 할 때 웬만하면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소리가 주위의 몬스터를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 소음기는 뒀다 국 끓여 먹냐고 물을 수 있지만 소음기라고 모든 소리를 차단해 주는 것이 아니다. 몇 가지 조건을 맞추면 원하는 수준까지 소음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특수 제작된 아음속 탄과 소음기를 함께 사용하면 되는데 문제는 그런 것을 쓰면 정작 몬스터의 가죽을 뚫을 관통력을 잃게 된다. 물론 마법 처리 된 소음기를 사용하면 그 모든 게 해결되기는 하지만 소모품 따위에 수백만 원이나 하는 마법처리를 하는 것도 미친 짓이고...

그렇기에 그가 가지고 다니는 돌격소총도 엄밀히 말하면 살상용 보다는 저지용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돌격소총을 사용한다는 건 나 여기 있으니 잡아죽여주세요 하고 광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능력이 되지 않은 자는 아예 끼어들 생각 자체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레이드라는 소리다.


“넌 끝나고 보자.”

“예에...”


잔뜩 주눅 든 원도를 무시한 채 그는 손에 들린 기다란 저격소총의 양각대를 펴 바닥에 붙였다.


지금 그가 꺼내든 건 50cm는 될법한 긴 소음기가 끼워진 1.3m의 기다란 바렐과 4배율 야간스코프가 달린 K14M1 이라는 볼트액션 저격총이다. 몬스터용인 6.8mm 특수탄을 사용하며 강력해진 반동으로 인해 주퇴 방식을 채용한 대 몬스터저격총. 8.2kg의 묵직한 무게건만 성현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그것을 다뤘다.


철컥...철컥!


대몬스터 전용의 6.8mm 특수탄 10발이 들어가는 탄창을 결착하고 가볍게 심호흡한 성현이 스코프의 뚜껑을 열고는 눈을 가져다 붙였다.


‘별로 나아지진 않았군.’


스코프로 본 레이드 상황은 여전히 썩 좋지 못했다.

미니언의 숫자는 11마리... 본체인 고라니까지 합쳐 총 12마리다.

본래 이런 상황이라면 탱커가 고라니의 어그로를 끌고 유인하면 딜러들이 미니언을 섬멸하는 게 정석, 아무리 몬스터라 해봤자 거대화도 안된 미니언은 제대로 준비된 헌터의 일격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스코프를 통해 본 막공의 딜러들은 아무리 봐도 너무 어설펐다.


“딱 봐도 팀웍도 안 맞고 기본 개념 자체가 없네.”


근거리 둘, 원거리 하나인데 활을 든 헌터를 미니언이 쫓기고 그 뒤를 칼을 든 두 헌터가 허둥지둥 따라붙는 중이었다. 탱커로 보이는 중갑의 헌터가 힐러를 뒤에 숨긴 채 고라니와 미니언들을 열심히 치고 있는데 딜러들이 당하는 순간 위기에 빠질 것이다.

정석대로라면 근접 딜러 둘이 미니언을 끌어모아 처치해야 하는데 무슨 생각인지 원거리 딜러에게 붙은 미니언에만 집중하는 중이다.


“돕자면 못 도울 것도 아니지만...”


전투는 항상 계획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만약 지금 방아쇠를 당긴다면 아무리 날고 뛰는 미니언이라도 세 마리 정도는 행동불능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문제는 그 후... 소리를 들은 미니언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거나 재수 없게 보스인 고라니라도 꼬이면 이쪽이 똥을 밟는 것이다.


원거리 딜러를 쫓는 미니언에게 십자선을 고정한 채 방아쇠를 만지작거리던 그는 이내 손가락을 빼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하다. 그렇게 성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을 때였다. 옆에서 쌍안경으로 파티를 관찰하던 원도가 입을 열었다.


“저. 팀장님.”

“쟤 이쪽으로 오는데요?”

“뭐?!”


놀란 성현이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댔다.


“흠.”


원거리 딜러가 미니언들을 끌고 이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술래잡기하던 두 헌터는 탱커 쪽으로 붙었다. 의도는 명백하다. 미니언을 성현 쪽으로 몰고 그 틈에 고라니의 레이드를 끝내겠다는 것이다. 레이드 중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건 큰 범죄다. 자신이 신고하면 경력이 더러워지는 건 물론이고 벌금도 무시무시하다.


물론 그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목숨이 달린 일인데 더운밥 찬밥 가릴 일 있나. 나름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도울 수 있게 되었다.


“고라니 어그로가 튈 걱정이 사라졌네.”


성현이 걱정하던 것은 고라니가 떼로 달려오는 것이다. 그 위험요소가 사라진 이상 도와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고라니가 베이스인 미니언인 만큼 원거리 딜러는 순식간에 뒤를 잡혔다. 이전에는 그래도 좌우로 회피하며 어느정도 거리를 뒀는데 직선으로 달리니 따라잡힌 것이었다.


“그럼 손 좀 풀어볼까.”


철컥!!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장전 손잡이를 당기는 성현이다. 고작 20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기에 따로 바람 같은 걸 볼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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