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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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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40
추천수 :
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1.0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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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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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9. 카파 매니지먼트.

DUMMY

석환이 부른 노래의 여운에 빠져 정신을 놓고 있는 사람들.

자신은 이미 스튜디오에서 몇 번이고 겪었던 일이다.

"큭큭큭, 저 목소리의 중독성은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그리 쉽지 않지.

아마, 아직 한참은 여운을 즐겨야 할 거야."


대기실로 돌아온 석환은 노래를 하며 자신의 음공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그동안 녹음에 집중했던 영향이 크겠지.


이제 자신의 음공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아니 두뇌라고 할까? 마음먹기에 따라 상대를 조종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멘탈 콘트롤이라.. 그럼.. 기를 파동으로 만들어 쏘아보면 어떨까?

기의 파동...어쩌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생각지도 못했던 암기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할아버지 말씀이 옳아. 뭐든지 배우면 쓸모가 있는 거고, 배웠으면 발전시키는 게 후손의 임무지.



리사이틀을 감상하고 온 룸메이트인 자우잉과 퍼기는 기숙사 자신들의 방에서 아직도 멍한 정신으로 과제물을 정리하고 있었다.


퍼기가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자우잉, 약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정신이 몽롱한지 모르겠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도 마찬가지야."


"혹시...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멜로디 때문은 아닐까?"


"하긴.. 그 사람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고 있는 것 같긴 해.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목소리는 그야말로.. 난 정말, 난생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어우, 퍼기.

나 너무 정신 사나워 그만해. 과제로 받은 통신제어프로그램 논리게이트작도를 마저 끝내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 그래도 기분은 좋아."


"누굴까? 그런 마스크에 그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아직도 무명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어."


"호호호, 이것 봐라..? 너 노래가 좋았던 거야? 아니면 그 사람 얼굴이 좋았던 거야.

호호, 좋아. 왜 궁금해 하는지 묻지 않을게. 근데.. 우리 잘하는 거 있잖아. 한번 그 남자의 신상을 털어볼까?"


"그래, 그거 재밌겠다. 우선 이 과제부터 끝내 놓고. 가만, 그러고 보니까.. 너 이년! 너도 그 남자의 과거가 궁금했던 거지?"


"흥, 다들 내숭들을 떨어서 그렇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치고 궁금하지 않은 사람 있었을 거 같아?"


"그랬겠지?"


"당연하지."


둘이 소리 높여 깔깔 웃어 제치는 목소리가 방문 밖까지 들렸다.


*****


"아빠, 나 LA지사로 발령 내 주시면 안 돼요?"


우회장은 딸내미의 갑작스러운 말에 의아한 얼굴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느닷없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대답 없이 연희는 입술만 자근자근 깨물었다.


"무슨 일이냐? 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정확하게 얘길 해."


"이유는 묻지 마시고, 그냥 가고 싶어요. 허락해 주세요."


"그러니까, 왜 가고 싶다는 건지 말을 해야 할 거 아니냐."


"......그냥 보내주시면 안돼요?"


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인터콤을 누른 우회장이 지시를 내렸다.

"김비서 들어오라고 해."


"김비서 언니는 왜..? 화내지마 아빠."


"후, 도대체 비서가 하는 일이 뭐냐? 네가 대답을 제대로 안 하니 비서한테라도 물어봐야겠다."


울상이 된 연희가 눈을 흘겼다.

"꼭, 그렇게 하셔야겠어요?"


우회장이 지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네 엄마가 널 어떻게 키웠는지 몰라서 투정을 부리는 거냐?"


"......"


딸깍.

"찾으셨습니까. 회장님."


"그래. 얘가 지금 LA를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데, 김비서가 아는 게 있나?"


무표정한 얼굴로 연희를 외면한 비서가 입을 열었다.

"장석환이 LA에 있다고 합니다."


우연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언니!"


우회장은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석환 이라니? 그게 누구지?"


연희가 화난 얼굴로 김비서를 노려보았다.

"아, 언니 정말! 이럴 거야?"


김비서는 연희를 외면하고 대답했다.

"전에 클럽에서 아가씨를 구해준 남자입니다."


"아, 그 친구 일은 이미 끝난 얘기잖아? 그런데 왜?"


"LA쪽에서 이름이 나고 있으니까,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이름이 나다니? 어떻게?"


"전업가수로 나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직업조차 모르고 있던 우회장은 처음 듣는 말에 조금은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가수? 그놈에게 그런 재주가 있었나?"


"이름이 미국 전역에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얘가 지금 그놈을 찾아가겠다고 설치고 있는 거란 말이지?"


대답을 기다리는 우회장의 얼굴에 노기가 서렸다.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정신 나간 년! 그래, 찾았다 치자. 그래서 그 다음엔 어쩔 건데?"


아버지에게 욕을 들은 것이 처음인 연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아빠?"


"집으로 가라. 화가 나서 너 하곤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쾅.

울상이 된 연희가 문을 박차고 나갔다.

덕분에 철없는 아가씨 때문에 속이 상할 대로 상한 김비서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우회장도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고 의자에 주저앉아 머리를 흔들어댔다.

"에휴, 웬수야 웬수.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기에.."


.....


"어이구, 저 철딱서니 없는 것!"


답답한 우회장이 한숨처럼 물었다.

"김비서, 자네생각엔 저놈을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잔 불씨야 물로 끌 수 있지만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에 물을 끼얹으면 오히려 불길이 더 크게 번지게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네 말은 지금 저놈이 타오르는 불길과 같다는 거지?"


"제 눈엔 그렇게 보입니다."


"..좀 더 지켜보기로 하지."


"알겠습니다."


*****


석환이 새뮤얼의 집무실 앞에 발을 멈췄을 때 여태껏 듣지 못했던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양반도 싸울 줄 아는 사람이었나? 도대체 누구와 언성을 높이고 있는 거지?


중년의 두 남자가 다투는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귀를 기울이자 화난 새뮤얼의 목소리가 문을 투과하듯 들려왔다.


"마이크! 자네와 같이 카파를 세우고 일한지가 15년을 넘었어. 그런 세월을 함께 보냈는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단 한마디 언질도 없이 이제 와서 자네의 카파주식을 바이퍼 마틴에게 넘긴다고 나한테 통보하는 거야⁈"


"에휴-.....나도 이러고 싶진 않아, 하지만 나로서도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네."


"그러니까 그 이유를 말해 보라는 거 아닌가!"


체념했던 마이크의 얼굴에 독기가 올라왔다.

".....로샨느가 납치당했어. 바이퍼가 저지른 짓이라 짐작하고 있네."


황당한 마이크의 대답에 새뮤얼이 입이 쩍 벌어졌다.

"뭐⁈ 그놈이 왜?"


"진작부터 카파를 욕심내고 있었다는 건 자네도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 석환을 영입하고 난 뒤로 우리 주가가 요동치는 것을 보니까 욕심이 난거지."


"그래서 로샨느를 납치한 거라고? 신고는, 신고는 했어?"


"그런 거 소용없다는 거 자네도 잘 알잖아. 경찰이나 FBI에 증거가 있었으면 그놈이 아직까지 살아남아있을 수 있었을까?"


"그럼.. 로샨느, 그 어린것을 사막으로 데려갔다는 거야?"


"그놈이 전달한 메시지로 봤을 땐 확실해."


"그런데 도대체 얼마를 내겠다는 거야?"


"만 달러에 내 지분 전부."


"뭐⁈ 뭐라고? 만 달러? 일만 달러⁈ 이런 미친 새끼가..! 옛날부터 미친 개새끼인줄은 알았지만.. God Damn it‼"


석환이 들어선 것도 모를 정도로 두 사람은 흥분에 빠져있었다.

"바이퍼란 놈이 도대체 누굽니까?"


느닷없는 목소리에 새뮤얼과 마이크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어? 언제 들어온 거야? 석환... 우리 얘길 다 들은 거야?"


"이렇게 시끄러운데, 귀머거리가 아닌 담에야 들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바이퍼란 놈은 뭘 하는 놈입니까?


마이크가 말해도 될까하는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을 때 새뮤얼이 뾰족한 목소리로 말을 뱉어냈다.

"쯔쯧, 마이크는 말하기 싫은 모양인데 내가 하지. 블러드써커 또는 바이퍼란 부르는 서부의 무법자 몹스터(Mobster) 두목이야."


석환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명이 미친개든 피바다든 간에 그냥 갱이란 말 아닙니까? 그런데 그놈이 카파를 욕심내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마이크가 침울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맞아."


"그런데 갱이라는 놈이 레이블에 욕심을 내는 이유가 뭡니까?"


"주가가 오를 거란 걸 눈치 채고 욕심을 부리는 거지."


"그런데.. 로샨느가 누구기에 납치를 해서 협박하는 거지요?"


죽을상을 한 마이크가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내 딸."

"어? 마이크한테 딸이 있었어요?"


새뮤얼이 이때라는 듯 입을 열었다.

"넌 본적이 없겠지만 전처의 딸이야, 이혼한 뒤로 로샨느는 양육권을 가진 그 여자가 키우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납치됐다고 나한테 전화를 걸어온 거야."


"마이크, 경찰에 신고를 할 수는 없는 겁니까?"


바이퍼의 잔인한 얼굴이 떠오른 마이크의 입에서 새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안돼. 로샨느를 사막에 묻을 수는 없다고!"


새뮤얼이 머리를 흔들었다.

"맞어, 바이퍼는 그러고도 남을 놈이야. 절대로 안 돼."


석환의 눈빛이 살기를 띠고 번들거렸다.

"경찰로 안 된다면 PI(Private Investigation)는 어때요? PI라면 그 터그Thug가 있는 곳쯤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로레인은 자신의 결혼생활이 결코 즐겁게 여겨지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동침을 했고 철저하게 피임을 한다고 했지만 술에 취해, 아니면 약이든지 어쨌든 실수가 있었던 모양인지 몇 번의 만남 끝에 임신을 하고 말았다.


남자는 그런대로 이름 있는 인디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쓰는 돈도 적지 않아 나름대로 흡족했다.

하지만 잠시뿐, 화려한 생활에 젖어 살았던 로레인에게 임신기간 10개월은 지옥처럼 느껴졌다.

애를 낳아 키울 자신이 전혀 없었지만 풍족한 생활을 원하는 그녀에겐 뱃속에든 애 아빠의 돈은 필요했다.


결국 맘에도 없던 결혼이라는 걸 했고 임신 6개월이 지나가자 튀어나오기 시작한 배로 남자들의 욕망가득한 시선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사내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우울증에 시달리던 로레인은 어쩔 수없이 애 아빠와 결혼을 하고 말았다.

사실 애 아빠인지 아닌지 자기 자신도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그저 자기가 만났던 남자들 중에 돈이 가장 많았기에 선택했을 뿐이니까.


여자아이를 출산한 로레인은 화려한 클럽과 관능을 자극하는 음악에 넘쳐나는 술, 자신에게 쏟아지는 남자들의 음탕하게 끈적이는 시선을 잊지 못하고 남편 몰래 아이도 베이비시터에게 맡겨버리고 또다시 퇴폐적인 성인클럽출입을 시작했다.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로레인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난 더 이상 이렇게 우리에 갇혀 지낼 수는 없어요. 그러니 우리 이혼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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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37. 카파 매니지먼트. 22.01.04 200 3 12쪽
44 36. 카파 매니지먼트. 22.01.03 207 2 11쪽
43 35. 카파 매니지먼트. 22.01.01 201 4 11쪽
42 34. 선택의 시간. 21.12.31 20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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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2. 선택의 시간. 21.12.29 214 5 10쪽
39 31. 저격. 21.12.28 210 5 10쪽
38 30. 저격. 21.12.27 218 4 12쪽
37 29. 범호. 21.12.26 219 5 10쪽
36 28. 범호. 21.12.25 223 3 11쪽
35 27. 범호. 21.12.24 225 6 11쪽
34 26. 범호. 21.12.23 226 5 11쪽
33 25. 각성. 21.12.22 248 7 12쪽
32 24. 강남 미드나이트. 21.12.21 229 5 11쪽
31 23. 강남 미드나이트. 21.12.20 220 4 11쪽
30 22. 강남 미드나이트. 21.12.18 231 3 11쪽
29 21. 강남 미드나이트. 21.12.17 232 5 11쪽
28 20. 정찬우. 21.12.16 228 3 10쪽
27 19. 정찬우. 21.12.15 236 2 10쪽
26 18. 클럽 메스티스 21.12.14 239 4 11쪽
25 17. 클럽 메스터스 21.12.13 241 6 13쪽
24 16. 클럽 메스터스. 21.12.11 247 5 12쪽
23 15. 클럽 메스티스 21.12.10 251 5 10쪽
22 14. 클럽 메스티스 21.12.09 258 4 11쪽
21 13. 클럽 메스터스 21.12.08 249 4 11쪽
20 12. 클럽 메스티스 21.12.07 256 5 11쪽
19 11. 클럽 메스티스 21.12.06 26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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