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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27,639
추천수 :
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1.12.21 11:51
조회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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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24. 강남 미드나이트.

DUMMY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실로 들어선 형사과장이 브리핑을 시작 했다.


"범인에게 옆 머리를 강타 당했던 경찰이 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금 전 두개골 파열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연락을 병원 측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이로써 경찰의 안전 위험도가 급증하였기에 근무수칙에 따라 전 경찰병력에게 총기휴대근무를 하달 받았음을 말씀드립니다.


또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니만큼 시민들께서는 검문 시 경찰병력의 지시에 불응하여 만약의 오발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발표를 들은 기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곤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런게 아닙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10건이 넘는 동종의 사건이 벌어졌기에 부득이하게 내려진 조치입니다."


"뭐라구요⁉ 그 말은 경찰에서 사건을 은폐하고 있었다는 말 아닙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혹시나, 오해가 있으실까 염려돼 말씀드리지만 국정원에서 비밀리에 조사 중인 사건이었기에 우리 경찰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음을 밝혀드립니다."




청장실에서 기자회견을 보고 있던 청장과 부청장은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크크큭, 자네의 잔머린 아직도 녹슬지 않았군."


"이제 국정원과 청와대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면 알겠지."


"흐흐흐, 그렇긴 한데 신경을 너무 긁어 놓은건 아닌지.. 조금 켕기는 걸."


"그런 문젠 내가 감당할 테니까 넌 걱정할거 없어. 여차하면 자네가 내 자릴 이어받아도 되는거고."


"어허, 그 무슨 쓸데없는 소릴. 이 친구가 골칫덩어릴 누구한테 은근슬쩍 떠넘기려고."


"큭큭큭, 안 통하는 건가?"


"자네가 벗으면 난 자동일세."


"흐흐흐, 그럼 둘이 손잡고 그동안 못 다녔던 낚시나 다니면 되겠군."


"그것도 좋지. 어떻게 결말이 나던지 간에 우선 이 일부터 해결해 놓고 나서 말이야."


"하하하, 이거 정말이지 오랜만에 기대되는군 그래."


경찰의 발표에도 국정원과 청와대는 아무런 논평도 없었다.

그렇기에 기자들은 눈치 챌 수 있었다.

뭔지 몰라도 그들이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걸.



미드나이트의 피해사실에 보험회사는 영업 일수 손실에 따른 피해보상 특약조항 때문에 즉각 손해사정인을 투입해 보상절차를 밟았다.


시간이 지체 될수록 특약조항에 기재된 영업 일수 손실에 따라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철야작업을 시작한지 불과 사흘 만에 재개장을 할 수가 있었다.


레드드레곤의 진진은 재 개장 첫날 밤 석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미드나이트의 룸에 있었다.

아니, 공연을 보기위한 목적이 아니었기에 진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단독으로 변이체를 잡은 청년이 이곳 미드나이트의 가수라는 사실을 각 신문과 방송에서 밝혀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이다.


그자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상처하나 없이 변이체를 잡을 수 있었던 걸까?


’혹시.. 말로만 듣던 내가고수는 아닐까...? 하지만 그런 고수는 전설에나 있지 현실적으론 본토에도 없잖아.’


불완전한 변이체라지만 보통의 인간이라면 10명 아니라 스무 명이 달려들어도 몰살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걸 알고 있는 진진으로선 저놈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홀로 변이체를 상처하나 없이 잡을 수 있었는지 비밀을 밝혀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가득 차있었다.


모니터 속의 무대에 서있는 석환을 바라보는 진진의 눈에 잔혹한 독기가 서려있었다.

자신이 받은 교육 중엔 미인계도 포함되어 남자를 홀리는 미혼술과 방중술을 포함해 온갖 기술을 전수받았지만, 그것도 상대가 당해줘야만 통하는 법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을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놈인지 저놈한텐 미인계도 돈도 아예 통하질 않으니.. 설마 고자는 아니겠지?"


지금도 절절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노랫소리에 음공이 섞였음을 확신하고 있는 진진이었다.


’후... 결국은 본부에 사실대로 보고하고 고수를 보내 달라고 요청해야 할까?’



경찰의 기습적인 발표로 국정원 해외정보국은 당혹감에 빠져있었다.

중국과 관련된 문제였기에 되도록 충분한 증거가 모일 때까지 가능한 밝혀지지 않았으면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비밀이 지켜지리라곤 결코 생각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빨리 경찰에 의해 정보가 밝혀지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경찰의 협조를 미리 구해 놓을 것을 쯧. 실수했어."


급박해지는 사태에 부단장의 지시를 기다리던 2팀장이 답답한 속내를 토로했다.


"아직 정찬우를 확보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하지요?"


"자네는 GS가 두려워서 그러는 건가?

변이체 상태로 있다가 풀려난 놈 중에 정신이 멀쩡한 놈은 그놈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나.


우리의 임무를 위해 자네가 알아내야 하는 건 그놈이 크리스털의 저주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는지 그것만 확실하게 알아내면 돼.


어떻게든 그놈을 확보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크리스털의 비밀을 밝혀내는 게 우리의 임무라는 걸 잊지 말게.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만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는 걸 잊으면 안돼. 돈과 인력으로 밀어붙이는 짱깨와의 전쟁에서 우린 언제나 당하기만 했지.


자네도 알다시피 인도네시아나 태국 등 동남아 쪽에선 경제적으로 특히나 무기판매 같은 쪽에서 다 차려 놓은 밥상도 그놈들의 작전에 말려 밥상이 매쳐진 게 한두번이 아니란 말이지.


자존심 상하는 얘기지만 우리에겐 돈도 인력도 모든게 부족해...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 정보전에서 이기기 위해 방해가 된다면 GS쯤은 날려버릴 각오까지도 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두게.


가장 중요한건 그놈들의 목적과 크리스털이라는 이름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필드요원들이 다섯 명이나 짱깨에게 당했다는 걸 잊으면 안돼.


절대! 그들의 희생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가슴속에 심어놓도록."


GS를 날려 보낸다고? 그게 쉬우면 고민이 되겠냐고.


"......알겠습니다."


2팀장도 나름대로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놈들의 목적대로 크리스털이 완성된다면 전 세계가 그놈들의 발아래 짓밟힐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해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중국의 권력자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세계대전의 악몽이 또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제 중국의 목표를 어느 정도 알아냈으니 돈과 인력을 무제한으로 쓸수 있는 CIA와 공조가 필요할 때다.


’협조를 받자면 공들여 구한 정보를 넘겨줄 수밖에 없겠지만.’




폐장을 하고 새벽이 돼서야 자신의 숙소로 돌아온 석환은 할아버지에게 배운 비전대로 오랫동안 숙성시켜 온 약탕기를 긴장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 금빛이 돌아야 성공이라고 하셨지. 잘못하면 죽음을 마주할 수도 있다고 하셨어. 보름, 너무 늦어도 너무 빨라도 안 된다고 하셨고.

오늘이 보름인데 과연 열어도 되는 걸까?’


이 단환을 제조하기 위해 1년 가까이 한 푼도 쓰지 않고 알뜰하게 모아온 돈을 모조리 쏟아 넣었다.

그만큼 구하기 어려웠던 약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있다고 해도 생기가 죽거나 말라버린 약초들은 쓸모가 없었기에 경험 많은 심마니들에게 부탁해 구할 수밖에 없었다.


연화삼과 과부초, 여우구슬, 초종용 등 일반인 이라면 알지도 못할 수십 가지의 약초이름을 들은 심마니들이 난색을 표했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구하는 대로 달라고만 하자 다 구하자면 10년도 어려울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었다.


얼굴에 산의 세월이 묻어 난 늙은 심마니가 조금은 자존심 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특히나 철담골은 백두산에서만 난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필요한 돈은 어떻게든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구해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기다린 시간이 1년이 넘어갔다.

하지만 결국 원하던 약재는 손안에 다 들어왔고 할아버지에게 배웠던 대로 법제를 마친 약재는 약탕기 안에서 오랜 시간 열기를 받고 굳어져 석환의 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약을 완성하기까지 쏟아 부운 노력은 잊어버렸다.

내력이 모자라 기력을 바닥까지 긁어내다 기절하기까지 했었던 것도.


’그래, 실패하면 어떠냐, 다시하면 되지. 할아버지를 찾으러 지리산도 가봐야 하는데...’


실망하지 않겠다.

다짐하며 떨리는 손으로 약탕기를 개봉한 석환의 눈에 눈부신 노란빛이 들어왔다.


성공인가? 약탕기안엔 호두알만한 환약이 동그랗게 뭉쳐져 있었다.

성공하면 저절로 환으로 뭉쳐질 거라던 할아버지의 말씀이 맞았구나.


’곧 죽을 사람도 한번은 되살려 낼만한 기적 같은 약효를 가지고 있다고 하셨지.’


외기와 닿은 환약이 갑자기 허물어질 조짐을 보였다.


석환은 다급하게 약탕기째 입안으로 쏟아 넣었다.

손이 닿으면 안 된다는 말을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물처럼 녹아 흘러 들어간 약의 효과를 미처 느낄 새도 없이 용암이라도 들이마신 것처럼 온몸에 타오르는 열기를 느낀 석환은 서서히 정신을 잃고 있었다.


’뭐냐? 이거... 이거 설마 독약이었던 거야?’


진진의 황당한 보고서를 검토한 집행부는 사실 확인을 위해 레드드레곤의 송곳니라 부르는 대외감찰조직 캐이나인의 수장 범호를 파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범호의 무공실력은 레드드레곤에서도 당해낼 자가 드문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최고위층 밖에는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조직원은 없었다.


범호는 태연한 신색으로 말을 뱉어내는 장로의 눈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왜 조직이 이렇게 변질되었는지 이젠 중요하게 생각되지도 않다.

국안부의 도움으로 화교 네트워크를 손안에 넣고 국제적인 조직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안부에 조직이 흡수되기 전... 그전에 발을 뺐어야 하는데...

이젠 너무 늦었지.’


레드드레곤은 태생적으로 화인들이 뭉쳐 만들어진 폭력조직이다.


그런 폭력조직을 탈법적인 작전에 이용하고자 하는 발상으로 시작된 국안부의 권력과 무력아래 여러 조직이 뭉치다 보니 삼두체제로 굳어졌고 오래지 않아 1세대가 뒤로 물러나 장로회의가 되었다.


결국 외견으로는 삼두방주 위에 군림하는 장로회의가 최고의결기관이 된 것이다.


그런 폭력조직이 국안부와 본격적으로 협력관계를 맺고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집행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은 어쩔 도리 없이 국안부와 맺게 된 관계는 독이든 성배라는 사실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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