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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27,641
추천수 :
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1.12.09 11:52
조회
258
추천
4
글자
11쪽

14. 클럽 메스티스

DUMMY

"덕배야 피해!"


쉭, 쉭, 쉭.

으악. 억. 끄윽.


빛살처럼 허공을 날아간 젓가락이 스스로 구멍을 찾아가듯 눈 속으로 파고들었고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듣자마자 동시에 소리쳤다.


"튀자!"


보통사람이라면 기절을 하고 쓰러졌을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놈들인지 어느새 젓가락을 뽑아낸 놈들이 통증도 못 느끼는지 백주대낮에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악착같이 칼을 휘두르고 욕설을 쏟아내며 쫓아오고 있었다.


"차오 니 마(Fuck your mother)!"


"비에 똥(꼼짝 마)!"


"바 니더피와 니도 옌찡(가죽을 벗겨내고 눈깔을 뽑아주마)!"



"아, 그거 지금 생각해도 징그러울 정도로 섬뜩한 놈들 이었어.

아마, 그때 도망치지 않았다면 너나나나 거기서 죽고 말았을 거야."


그 뒤로, 아니 그 이전부터도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기위해 싸웠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름 꽤나 있는 건달들도 어지간한 일이면 양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둘과 가능한 마찰을 일으키려하지 않았다.


결국 짐승들의 각축장에서 살아남아 여기까지 왔고.


주사장의 흥분한 목소리가 상념을 깨웠다.


"이거 그때 그 대림동 짱깨집에서 부닥쳤던 놈들 손목에 있던 그림과 똑같은 거지? 맞지?"


"그래, 나도 그렇게 봤다."


"뭐야? 그럼 이 여자가 그때 그놈들과 같은 패거리라는 얘기야?"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치만.. 아무래도 느낌상 그렇지 싶다."


사람의 목을 노리고 무식한 도끼칼을 휘두르길 주저하지 않던 놈들.

이제와 다시 생각하니 무식하도록 소름 끼치는 놈들이었다.

주사장이 골치 아픈 듯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흠, 석환아 귀찮겠지만 너를 찾는다는 여자 한번 만나볼 수 있겠냐? 그때일로 찾아온 건 아니겠지만 어쩐지 좀 께름칙하다."


"아무래도, 두 분이 단단히 혼이 나셨던 모양이네요?"


"말도마라, 정말 흉악한 놈들이야."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무슨 일인지 알고 있었기에 석환도 어떤 여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뭐.. 만나보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방장형,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거지?"


"흐흐, 오늘은 너하고 저녁까지 같이 먹으려고 그런다. 왜, 그냥 갔으면 좋겠냐?"


"무슨 그런 말씀을, 그럼 다녀올 동안 기다리고 있어요."


*****


안산경찰서 형사반장 오경위는 요즘 들어 갑작스럽게 늘어나기 시작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많아지면서 비상이 걸려 벌써 일주일째 집구석이라곤 들어가 볼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형사가 되면 가정은 포기해야 한다 던 선배의 말은 농담이 아니라 꼭 들어맞는 말이었다.


워낙 사건 자체가 잔인하고 흉악했기에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그러다 간신히 사건의 한가닥 실마리나마 잡게 된 것은 안산정신병원에 페이닥터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단서를 잡아 은밀하지만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신종마약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내사 중이었지만 점점 넓혀지는 수사지역을 형사1반의 인력만으로 감당하기 힘들어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도 반원들은 유흥업소마다 돌아다니며 탐문수사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이지, 그래서 너한테 연락한 거야."


"자세히 좀 말해봐. 밑도 끝도 없이 뭐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건데?"


"약물중독자로 짐작되는 환자 한명이 들어왔는데, 보통의 마약중독자하곤 행동양식도 그렇고 모든 부분에서 많은 것이 틀리거든."


"어떻게 다른데?"


"아무리 검사를 해봐도.. 뇌파는 멀쩡한데 본인은 환상을 보는 것 같단 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그럴 때면 사람이라면 도저히 낼 수 없는 힘을 순간적이나마 쏟아낸단 말이지. 곰의 힘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소의 힘이라고 할까.


그 정도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더라고.

그렇게 한번 힘을 쏟아내고 나면 마치 죽기라도 한 것처럼 며칠이고 잠에 빠져들고.


게다가 더 이상한건 약물반응이 체내 어디서도 나타나질 않는다는 거야."


"약물반응이 없다고?

그럼 그 환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된건데?"


"술집에서 이상한 약을 탄 술을 마신 것 같다고, 자꾸만 이상한 것이 눈앞에 보인다면서 찾아오게 된 거야.

그래서 철저하게 조사를 해봤는데 어떤 시약에도 반응하는 물질이 없어.

그런데 상담도중 갑자기 내 눈앞에서 이 사람의 신체가 변하기 시작하는 거야.


다행히 진료실에 간호사가 있어서 구속복을 입힐 수 있었지. 나 혼자였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거야.


그래서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널 보자고 했던 거고, 내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마침 지금 발작을 마친 환자가 잠이 들었을 테니 가서볼래?"


오반장은 사람이 짐승과 같은 힘을 낸다는 이해할 수 없는 친구의 말에 환자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봐도 되면 좀 보자."


구속복을 입은 채 환자가 잠들어있는 방은 사방이 하얗게 칠해진 콘크리트 벽이었지만 군데군데 고랑처럼 파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봐라, 과연 어떤 사람이 콘크리트 벽에 이런 자국을 남길수 있을지."


손으로 홈을 문질러보던 오경위는 오싹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


"이걸 저 사람이 그랬다고?"


"그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사실이다.

일시적으로 근력을 강화하게 하는 약물이야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런 건 도핑검사만으로 충분히 알아낼 수가 있는데...


이건 나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야.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손에 상처 하나 남지 않았더라.


당직간호사 말로는 손으로 벽을 후려치는데 벽이 무너지는 줄 알았단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저 환자의 바이오리듬이 떨어져."


"그게 무슨 뜻이야?"


"죽어가고 있다는 거지."


설명을 하면서도 열기 가득한 친구 놈의 눈에서 원하는 뜻을 알아낼 수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어떤 놈이 됐든 잡히는 대로 너한테 검사받을 수 있도록 해보지."


"흐흐, 부탁하자. 논문이라도 좀 써보게."


왠지 몰라도 친구의 말을 듣는 순간 며칠 전 보았던 전혀 사람이었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각조각 사지가 떨어져나간 시체가 떠올랐다.


검시관의 말에 따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훼손이라고 했다.

중장비도 아니고 그렇다고 물어뜯긴 자국이 없으니 짐승의 짓도 아닌 것 같고...

어떤 연장을 사용하면 시체를 이정도로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었다.


거칠게 패여 있는 콘크리트 벽을 쳐다보는 오경위의 눈이 불안으로 흔들렸다.

저런 힘이라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겠지.


그렇지만.. 과연 이게 신종마약중독자의 짓이 맞는 걸까? 만약 사실이라면 아무리 총기를 휴대하고 있다하더라도 반원들까지 위험할 텐데..


마약이라면 아무래도 중국에서 넘어 온게 틀림없을 것 같긴 한데.. 인천인지 평택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잖아. 모처럼 잡은 큰 건수인데 어쩔 수없이 관할 때문에라도 공조를 해야 할까?

아무래도 반원들과 의논을 해봐야겠구나.

서로 돌아가는 길에도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반원들은 오반장이 확인하고 온 환자의 상태를 전해 듣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허, 말도 안돼. 뭔지 몰라도 그 약을 처먹으면 무슨 초능력이라도 생긴다는 겁니까?"


"내 눈으로 직접 본 사실이다. 그러니 죽기 싫으면 만약을 위해서라도 공포탄 빼고 실탄을 채우고 다니도록. 정보원들에게선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나?"


"그저 소문만 무성합니다."


"어떤 소문?"


조형사가 황당한 소문이라는 듯 머뭇거렸다.


"어떤 얘기든 좋으니 해봐."


"이건 정말 신빙성이 떨어지는 얘긴데... 중국에서 신종약이 들어온건 맞는데.. 그 약이 중국정부에서 실험용으로 만든 거랍니다."


"뭐? 중국 정부? 누군지 몰라도 그놈은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다는데?"


"지금, 내 정보원까지 밝히라구요?"


"이봐, 조형사. 공유할건 해야지, 상황이 이런 마당에 니꺼 내꺼가 어딨어!"


자신의 밥줄을 공개하라는 지시에 조형사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실적이 곧 진급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면서도 반장이 채근을 한다는 건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는 얘기였다.


"에이, 밑천 다 꺼내시게 만드네. 그놈 원곡동 발바리란 놈인데 마당발로 소문나 있습니다.

따개로 내가 집어넣었던 놈인데, 애가 불쌍해 보여서 그동안 조금이지만 영치금이라든가 그냥뒷수발 좀 들어줬거든요.


하루는 일 끝나고 홍룡각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중국 놈들 여럿이 앉아 떠드는 소릴 들었답니다.

그 말을 꺼냈던 중국 놈을 다른 놈들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더라고 하더라구요."


"그놈은 중국말을 어떻게 알아듣고?"


"크큭, 그게 중국인 거리에서 작업하는 놈들을 보면 대충 몇 마디씩은 다들 하더라구요."


"그놈들 특징은 뭐 들은거 없고?"


"아, 날이 더운데도 전부 긴소매 옷을 입고 있어서 유심히 봤더니 하나같이 손목에 시뻘건 흉터가 있더랍니다."


"무슨 흉터?"


"그것까진... 들은 게 없으니 모르지요."


"그럼, 혹시 뭐라도 더 나올지 모르는 일이니까, 조형사는 그놈과 계속해서 접촉해봐.

다른 사람은 뭐 좀 건진 거 없어?"


"형사밥 먹은지 10년도 넘었지만 이렇게 까지 정보가 없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그냥 막막하기만 합니다."


"김형사는?"


"저도.. 그냥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중입니다."


"흠-, 여기서 사건이 더 확대되면 경기청 특수대로 사건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건 다들 잘 알고 있을거야.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어쩌면 이게 기회일수도 있으니 다들 좀 더 고생해 보자고.


그러다 보면 뭐라도 걸리는게 있겠지."


*****


석환은 자신을 보자고 한 여인이 있다는 룸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매일같이 수많은 여인들을 봐왔던 석환의 눈으로도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보통을 훌쩍 넘는 미모를 가진 여자가 술잔을 입에 대고 있다가 석환을 보곤 내려놓았다.


"날 보자고 하신 분이 맞습니까?"


물건을 감상하듯 석환의 몸을 아래위로 쓸어본 여인이 매혹적인 입을 벌려 탄성을 한숨처럼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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