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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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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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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66,943

작성
21.12.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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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 각성.

DUMMY

아무리 국안부의 지시였다 할지라도 외부에 범죄사실이 밝혀질 경우 모든 범죄 사실은 레드드레곤에게 넘겨지고 외부에서 보았을 때, 국안부는 아무런 관련도 책임도지지 않게끔 발판으로 만들어 놓은 장치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도부에서는 비록 독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가의 절대적인 권력에 대항할 방법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장 입맛에 달콤하기에 마실 수밖에 없었다.


집법장로는 제 할 말만 늘어놓았다.


"자넨, 우선 대사관으로 가서 국안부 요원과 만나 상황을 들어보고 움직이도록 하게.

음,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무력을 드러내도 되지만 우린 가능한 자네의 실력을 감추었으면 하네. 굳이 국안부의 주의를 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지.

그리고 만약을 위해 외교관 여권을 사용하도록 허락을 받았네."


"알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면 바로 출발하지요."


"잠깐, 언제든 직접 나와 통화할 수 있도록 위성전화기를 준비해가도록 하게."


범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그리고 정찬우란 놈이 곧 추방될 걸세. 어떻게든 그놈에게 크리스털을 사용해보도록."


".....알겠습니다."


한국공항에 감찰단의 고문 전문가인 먀오를 대동하고 도착한 범호는 변방의 소국이라 여겼던 한국의 발전상에 조금은 놀랐지만 그뿐이었다.


그래봐야 코딱지만 한 소국일 뿐인걸.

그마저도 자신들의 활약으로 인해 절반으로 갈라진 나라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곳에 변이체를 상대할만한 실력자가 있다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지.’


자신도 상대해 본적이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생명력을 한꺼번에 촉발시켜 괴력을 발휘하는 변이체의 무서움을.


시험 삼아 싸워본 변이체를 그동안 쌓아올린 내공의 힘으로 제거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극심한 내력의 소모로 한동안 휴양을 하며 회복시키느라 고생했었던 기억이 새로웠다.


’그런 변이체를 홀로 맞서 상대하고도 상처하나 없었다고? 흐흐,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야.

만약 헛걸음을 시킨 거라면 허위보고를 올린 계집에게 감찰단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외교관 전용출구 앞에는 범호를 기다리는 남자가 있었다.


"범선생? 안녕하십니까. 전 대사관에서 나온 직원입니다."


범호는 꿰뚫을 듯한 눈빛으로 직원을 쳐다보고 대답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모든 사물을 의심부터 하고 살펴보는 신중함이 자신을 위험에서 살린다는 걸 무공을 연마하고 하고부터 깨달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리로 가시지요. 모시고갈 외교관차량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범호의 얼굴이 풀어졌다. 상대에게서 적의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맙소."


남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태연하게 범호를 안내했다.



CIA한국지부장 밀러는 국정원으로 부터 넘겨받은 자료와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비슷한 몇 건의 사건을 대조해 보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냄새나는 칭크놈들이 뭔가 만들어냈다는 말인데. 실체가 없잖아.

변이체라고 주장하는 것들도 사체밖엔 남은 게 없고.

찝찝하긴 한데... 상부로 보고하기엔 아무래도 자료가 너무 빈약해.

크리스털이라, 작명하고는.. 비밀을 수집하던 한국의 블랙이 다섯이나 희생됐다는데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역마찰과 대사관 도청, 산업스파이 행위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건으로 틀어질 대로 틀어진 미국과 중국 사이는 서로의 약점을 물어뜯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기에 밀러는 조그만 정보라도 더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벌컥.

문이 열리고 브라운이 들어섰다.


"지부장님 공항에서 금방 들어온 따끈한 소식인데 우리의 데이터베이스에도 없는 냄새나는 칭크놈이 외교관 여권을 이용해 입국했다고 합니다."


"뭐야? 새로운 얼굴이라도 나타난 거야? 블랙 아니면 화이트?"


"둘 다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레드드레곤이란 이름 기억하십니까?"


"레드드레곤? 냄새나는 칭크놈들 갱단을 말하는 거라면 알고 있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있는 그자의 얼굴을 레드드레곤 파일에서 찾아냈습니다."


"뭐라고..? 외교관여권을 사용한 놈이 갱단이라는 거야?"


"사진과 조금 다르긴 했지만 특징은 확실합니다."


"이 냄새나는 칭크놈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밀러의 눈 속으로 국정원에서 보내온 책상위의 보고서가 재차 들어왔다.


.......국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보아 크리스털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타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투약 실험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음.

아직까지 확실한 주체를 밝혀내지는 못했으나 중국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음.


주체라.. 외교관 여권으로 입국한 칭크놈과 이보고서가 서로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무엇이든 의심부터하고 보는 것이 정보원의 덕목이다.


"브라운 지금부터 그놈에게 요원 둘을 붙이고 단 한시도 요원의 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라. 그리고 가용가능한 모든 장비를 동원해도 좋으니 중국대사관의 도감청장비를 사각지대가 없도록 늘리고.

그 냄새나는 칭크놈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입국한 것인지 확실하게 밝혀내야한다. 네가 전담 마크하도록."


"알겠습니다."


지부장은 냄새나는 칭크 놈들에게서 지독한 구린내가 풍겨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더불어 전력을 기울여 흑막을 밝혀내야 한다는 것도.


범호의 입국사실은 국정원에도 계속된 사건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공항경찰에도 입수되어 곧바로 본부로 통보되었다.


쿵쿵쿵.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단환을 복용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거야.’


"석환아!"

비명 같은 고함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었다.


벌컥 문이 열리고 흥분한 방장이 뛰어들어 왔다.


"야, 임마!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틀이나 연락이 안돼서 큰일이라도 난줄 알았잖아! 근데 이건 또 무슨 냄새냐?"


코를 막은 방장이 머리를 흔들며 석환에게서 떨어졌다.


"어우, 웬 구린내가.. 창문 다 열어놔야겠다

야! 웩.

냄새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 목욕부터 좀 해라."


방장의 호들갑에 자신의 옷에 배어있는 냄새를 맡은 석환도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냄새한번 지독하네.

어우, 냄새... 난 옆방에 있을 테니까. 다 씻으면 그리 와라."


냄새란 말에 석환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그 괴물에게선 특이한 냄새가 났었지?

그런데 그걸 왜 여태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었을까?

뭐랄까.. 아주 기묘한 냄새였는데?


차가운 샤워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기억해내려 애를 써봤지만 어떤 냄새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에이 몰라. 언제고 또다시 부닥치면 알게 되겠지."


몇 번이고 비누칠을 계속한 끝에야 냄새를 씻어낼 수가 있었다.


"어이쿠, 이건 세탁소에 보내는 것조차 민폐일 것 같네."

옷은 빨아도 안 될 것 같아 비닐봉지에 담아 묶고 쓰레기통에 쑤셔 박았다.


방장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들어선 석환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야, 너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뭐가요?"


"니 모습이... 뭔가... 많이, 아주 많이 변한 것 같은데?"


"변해요? 뭐가, 난 모르겠는데?"


"그래! 얼굴에 있던 칼자국이 없어졌다! 그러고 보니 목에 있던 화상흉터도 없어진 것 같은데?"


미소 짓는 석환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같은 남자임에도 가슴이 요동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 방장이 소리쳤다.


"야! 웃지 마라. 그러다 큰일 나겠다."


방장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고 어리둥절한 석환이 거울로 다가가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거울 속엔 익숙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선 얼굴이 들어있었다.

흠칫 놀란 석환이 몸을 떨었다.


가장 행복했던 학창시절, 정찬우 패거리에게 얼굴이 훼손되기 이전의 앳되던 얼굴이 오랜만에 반갑게 들어앉아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이게 금단의 효과인건가?’

그러고 보니 이틀이나 정신을 잃고 있었다는데 아직도 배가 고픈 것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먼저 방장의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듯 쳐다보는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방장형, 그만 쳐다보고 밥이나 먹으러 가요. 이틀 동안 굶었더니 배고프네."


자신의 신체가 어떤 상태인지 알수 없기에 일부러라도 먹기는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병원을 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지.’


크크큭. 병원?


아무리 변한 신체가 궁금해도 병원으로 가서 실험실의 청개구리신세가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뭐가 그렇게 우스운데? 나도 좀 알자."


"아니, 그냥 좀 웃기는 일이 생각나서요."


"뭐가? 싱거운 놈. 식당이나 가자."


밝은 거리로 나오자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다.


一目瞭然! 한눈에 거리의 모든 것이 들어왔다. 바람이 쓸고 가는 뒷골목에 나뒹구는 쓰레기며 담장 밑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빨고 있는 철없는 불량배들.

여자의 불만으로 다투고 있는 남녀들까지... 눈에 담기는 모든 정보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이거 현기증 나네.

적어도 100m이상 떨어져 있는데 저 여자의 불만으로 싸운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된 거지?’


귀에 집중하자 온갖 소음이 천둥소리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다투던 남녀에게 집중하자 작지만 필터로 걸러낸 것 같은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바로 이런 거로구나. 집중력.’

남녀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아무리 그 짓이 좋아도 그렇지. 이 시간에 미쳤어?"


"야, 너나 나나 저녁엔 시간이 안 되잖아. 가정 박살낼 일 있냐? 그러니까 그러는 거지."


"야! 너 이 새끼, 너 날 사랑해서 마누라랑 이혼하고 나랑 결혼한다며? 너 그랬어, 안 그랬어?"


"미친년, 그걸 정말로 믿었냐? 그러는 넌, 정말 남편이랑 이혼할 자신은 있고?"


얼굴이 빨개진 여자의 입에서 자신 없는 욕이 새어나왔다.


"개새끼."


"킥킥킥. 남편 몰래 바람이나 피는 년 주제에 욕심은?

시간 아깝다.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빨리 들어가자."


남자의 잡아끄는 손길에 여자가 마지못한 척 끌려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바로 자신이 나왔던 그 모텔로.


그야말로 짐승들의 대화다. 기가 막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저들이 알까? 자신들의 비밀을 엿듣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말조심을 해야 하는 거다.

밤 말은 쥐가 듣고 낮 말은 새가 듣는다고 하지 않던가.


"크크큭."


"이번엔 또 뭐냐? 날아가는 새 거시기라도 본거냐?"


"아, 저기 있는 남자와 여자가 다투는 대화가 너무 웃겨서요."


"뭐야? 넌 저기서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는 거냐?"

"그러게요.. 들리네요."


"허.. 영감한테 배운게 길거리 약장수들 같은 그저 그런 게 아닐거란 짐작은 했었지만 이젠 그야말로 괴물이 다됐구나."


"알고 있었어요?"


"그 좁은 구석에서 살비비고 살았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


"큭큭큭, 하긴 살비비고 살았다라.. 맞긴 맞는 말인데... 그 표현이 참."


가까운 곳 아무식당이나 가고 싶었지만 방장은 이틀이나 굶었으니 잘 먹어야 한다며 국기원 골목길을 타고 올라갔다.


골목 안 집집마다 담장을 타고 넘어온 넝쿨장미가 활짝 피어나 붉은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여름이 다돼가네요."


"그러게 시간이 참 빠르다."


자신도 몇 번 걸어 본적이 있는 요정골목이다.





여기까지 1권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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