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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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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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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1.12.0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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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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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1. 클럽 메스티스

DUMMY

비서로서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정과장의 구속을 피하려면 아무래도 서기의 힘만 가지곤 안 돼, 그렇다고 검찰원 쪽엔 인맥이 없으니.. 우두머리인 성장과 담판을 짓는게 가장 빠른 길인 것 같은데.. 그러자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회장님께서 직접 나서야만 될 것 같은데...


어찌됐든 GS의 회장이름으로 나서기엔 사안이 지랄맞게 고약스럽다는 거지... 기레기들이 알면 난리가 날테니까.


어휴, 세 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어쩌자고 그 미친놈의 새끼가 잠깐을 못 참아서 이사단을 만들고 지랄인지.


"쯧, 일단 내선에서 접촉할 수 있는 위해서기에게 부탁을 해보고 나서 그래도 안 되면 다시 보고하는 게 낫겠지.

에휴.. 미친놈 하나 때문에 비용이 얼마나 깨지게 될는지 짐작도 못 하겠네"


*****


"신화그룹이라고요? 그런 곳에서 날 보자는 이유가 뭡니까?"


신화그룹 비서실에서 왔다며 클럽의 사무실로 찾아와 회장이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하는 중년의 사내에게 석환이 심드렁하게 반문했다.

"이유는 나도 모릅니다. 그러니 만나보시면 자연히 알게 될 것 같습니다만."


재벌이란 말만 들어도 이부터 갈리는 석환이다.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럼 주사장님만 가시면 되지 왜 나까지?"


신화라는 이름에 눌린 것인지 평소 어지간한 일엔 눈도 깜박이지 않던 주사장 답지 않게 얼굴이 심각할 정도로 굳어있었지만 석환은 귀찮다는 생각 외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재벌이란 돈에 자신들의 이름표가 붙어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고, 기껏해야 돈의 힘으로 사람들을 찍어 누르는 인간들이 아닌가.

석환의 머릿속에 고정된 생각이다.


지금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타인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오라는 것은 상식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게다가 비서란 작자의 우월감 가득한 면상을 보고 있노라니 심사가 꼬일 대로 꼬여갔다.


그렇다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 사람이 날 밥 먹여줄 것도 아니고 오란다고 오고 가란다고 가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석환의 얼굴을 살피던 비서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한마디로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재계서열 1, 2위를 다투는 신화라는 이름이 이 어린놈에겐 뒷골목의 술집이름만도 못하다는 건가? 아니면 신화의 우회장이라는 이름값이 장관도 예약을 해야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무식한건지 용감한 건지 알 도리가 없었지만 회장의 명이니 어쨌든 데리고 가야만 했다.


"회장님을 뵙는 게 나쁜 일은 아닐테니 웬만하면 같이 가시지요."

"글쎄요, 이유도 모르고 무작정 사람을 만난다는 게 귀찮아서요."


석환의 사연을 알기에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지만, 결국 보다 못한 주사장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같이 가보자."


주사장까지 나서자 아무리 싫어도 더 이상 뻗대기가 어려웠다.

"...그러지요."


신화그룹 기획관리실의 정보력은 국정원에 버금간다는 소문이 일 정도로 대단하다는 소문답게 자신의 딸과 관련된 자들에 관해 정확하게 파악해 놓고 있었다.


우회장이 꼼꼼하게 보고서에 첨부된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보고서 대로라면 이신우란 놈이 주동자란 말이지? 화승과 GS까지.. 그리고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연희를 구해준 이놈이 그놈들과 악연이 있다는 거고.. 이런 놈이 교도소에서 5년씩이나 썩고 있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질 않는군. 이놈과 연희가 만나게 된 것이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 누군가 짜놓은 치밀하게 짜놓은 각본일까?"


영화배우 찜쪄먹게 생긴 젊은 놈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우회장의 얼굴은 펴질 줄 몰랐다.

"생긴건 영락없는 제비로군."


만약 이게 하나뿐인 딸을 이용하려는 계산된 공작이라면 죽을 때까지 후회하도록 만들어주지.

"아빠, 그 사람 꼭 만나보셔야 해요."


철없는 외동딸의 애절한 부탁이라서가 아니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딸내미를 구해줬으니 한번 만나서 인사라도 하는 게 인간적인 도리긴 하겠지."


못마땅한 표정을 지워내지 못하고 안내를 받아 들어간 화신호텔의 프레지덴셜 룸은 눈이 부실정도로 화려했다.


"이거 촌놈 기죽이자는 거야, 뭐야."


방한가운데 앉으라는 말도 없이 석환과 주사장을 세워놓은 실장은 닫혀있는 방문 앞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모시고 왔습니다. 회장님."


방문이 열리고 우장수의 커다란 몸집이 나타났다.

허, 이름이 우장수라더니 얼굴이나 체격이... 정말 소도둑놈이 따로 없구나. 저런 모습을 가진 아비에게서 어떻게 그런 딸내미가 나온거지?


"이렇게 와줘서 고맙소. 너무 급하게 연락을 한건 아닌가 싶지만, 오늘밖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그런 거였으니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자 앉읍시다."


자신이 먼저 소파에 앉으며 권했다.

말없이 자리에 앉은 석환을 쳐다보던 우회장이 입을 열었다.


"늦었지만 인사는 해야 도리지 싶어서 보자고 했네. 딸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네."


아무래도 재벌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먼저 들어서인지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석환이 마지못해 대꾸했다.


"인사는 먼저 받았습니다만?"

"하하, 내 직접 인사를 하지 못해 얼굴이라도 보자고 그런 것이니 이해해주게나."


석환이 소파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인사도 받았으니 이만 일어나도 되겠습니까? 제가 불편한 걸 잘 못 참아서요."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내 집의 밥맛도 보고 가야 하지 않을까싶네만."


석환은 주사장의 강렬한 눈빛에 도로 주저앉았다.

문이 열리고 음식을 담은 카트가 들어와 재빠르게 세팅을 마쳤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더니 이름도 모를 처음 보는 음식은 정말 맛이 있었다.


어차피 먹으라고 차려준 음식이니 남기면 죄 받지.


꺼윽~.

배가 불룩해질 때까지 거침없이 입속으로 음식을 쑤셔 넣은 석환은 포만감에 가득한 트림을 거침없이 뱉어냈다.


우회장은 자신의 앞에서 가식 없는 모습을 보이는 젊은 놈이 그다지 밉지 않게 느껴졌다.

"하하, 먹는 모습이 무척 복스럽구만. 학생 때는 꽤나 공부도 잘했던 것 같은데 조금 늦기는 했지만 아직 나이도 있으니 학업을 다시 시작해보는 건 어떤가?"


석환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제 뒷조사를 해보신 겁니까?"

"흐흠, 도움 받은 내 입장에서 보답할 방법을 찾아보고자 알아봤을 뿐이니 그렇게 뾰족하게 날 세울 필요 없네."

"그럼 잘 아시겠군요. 배움은 사회학교에서 남에게 뒤통수를 맞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받았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것처럼 우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배운 것만으로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까?"

"교도소라는 곳도 결국 우리사회의 일부입니다. 그곳에서의 배움이 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회장에겐 교도소란 죄를 지은 자들만이 가는 곳이란 확고부동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죄지은 놈들만 가는 곳이기 때문일세."

"그럼 회장님께서는 저도 죄를 지었기 때문에 갔다고 생각하고 계시겠군요? 조사해보신 내용은 어떻던가요? 과연 판결처럼 제가 사람을 죽였을까요?"


보고서를 봤던 우회장으로선 말문이 막혀버렸다.

"응? 어... 그게..."

"제 생각엔 음모가 됐든, 아니든 그때 당시 재벌의 자식과 고약스럽게 엮여버린 고아라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당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 가서 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은 힘이 없으면 죄를 짓지 않았어도 죄를 저지른 놈 대신 갈수도 있다는 사실이었고, 의외로 힘이 없다는 죄로 들어오게 된 그런 분이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소모적인 학업은 나에게 무의미합니다."


평범하게 살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왔어... 그리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받아내야만 할 빚이 그것도 정석이의 목숨 빚이 있다는 거다. 비록 입 밖으로 뱉어내진 못했지만.


"...필요한게 있으면 연락하게, 내 힘이 닿는 일이라면 도와주겠네."


도움 받을 일이 뭐가 있겠나 싶었지만 그래도 도와준다는데 대답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저절로 입이 열렸다.

그래 뭐 자진해서 도와준다는데 싫다할 일 있겠나.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


불안한 마음으로 숙소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못하는 찬우는 죽을 맛이었다.

헤프게 꼬리치며 돌아다니는 년 한번 안았다고, 자신의 지시대로 따르지 않고 시건방지게 말대꾸 하는 놈 한방 쥐어박았다고 밖에서 시끄럽게 악악대며 떠들어대는 인간들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시민들을 돌보기에도 바쁜 시간에 시위꾼들 뒤에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공안들이 눈에 거슬리기만 했다. 그동안의 중국생활이 헛되지 않아서 저렇게 건달처럼 어슬렁거리다 가도 명령 한마디에 서슴없이 총을 갈겨대는 무서운 놈들이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 씨발! 저 새끼들은 시위하는 놈들이나 잡아갈 것이지 사람 겁주자는 것도 아니고 왜 여기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건데?

아오! 한국 같으면 불법시위로 모조리 잡아다 유치장에 집어넣을 텐데 말이지."


화를 터트리려고 해도 귀에 울리는 형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행동을 제지했다.


"일이 해결될 때까지 숙소에서 한발자국도 나올 생각하지마라. 만약 공안에게 잡혀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때는 그 누구도 널 모른척 할 테니까 알아들었지‼"


아버지보다 무서운 형의 말에 찬우는 몸이 굳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끊어진 핸드폰을 팽개친 찬우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에이 개새끼!"


순식간에 자신을 나아준 부모까지도 개로 만들어버리는 불효막심한 놈이었다.


중국 교도소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던 찬우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있어야 되는 거지? 숙소에 갇혀 버린지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 이러다 진짜 공안에게 끌려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 안은 무법천지라 살인도 밥 먹듯 일어난다고 들었는데...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밀항이라도 해버릴까?"


불과 10분 거리에 항구가 있고 그곳에서 밀수선을 타면 10시간이 넘기 전에 인천까지 갈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 형의 얼굴이 떠오르자 용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방안을 맴돌던 찬우는 마음이 급해지자 신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혹시 그놈이라면 이곳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연락을 해봐야겠다."



위해시내 골드크러쉬 클럽밀실에서 10명이 넘는 험악한 인상의 남자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두목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바로 혈룡회의 간부회의였다.


"그놈은 아직도 숙소에서 꼼짝 않고 있는건가?"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밖으로 끌어내야 납치가 가능할 텐데 방법이 없는 거야?"

"우리에게 협조하고 있는 추경사의 말에 의하면 상부의 눈치가 이상하니 기다리라고만 합니다."


두목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 혹시 우리 계획이 GS쪽에 누설된 거 아냐?"


부하가 확고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럴 리 없습니다."

"그럼, 폭행강간고소사건을 아직까지 공안에서 뭉그적거리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양지홍은 아직도 병원에 있는건가?"

"그렇습니다."

"입원한지가 벌써 열흘도 넘었잖아. 그 정도면 병원비도 제법 나올 것 같은데..."

"우리가 포섭해놓은 의사도 돈을 더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짜증날 정도로 계획대로 되는게 없군. 일을 키우려고 양지홍의 진단을 너무 거창하게 만든거 아닌가 모르겠네. 화중그룹에서 온 연락은?"

"약속대로 물건을 보내지 않았다고 재촉이 심합니다."


부하의 대답에 얼굴이 일그러진 두목이 결심했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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