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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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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66,943

작성
21.12.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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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 저격.

DUMMY

거대한 냉각탑의 틈에 몸을 숨기고 목표물을 노려보고 있던 저격수는 자신의 실수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총을 들여다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내가 잘못 본 거겠지."

비록 러시아제 저격 소총 드라구노프를 불법 카피한 짝퉁이지만, 특수 개조를 마친 자신의 총은 참여했던 작전에서 아직 단 한 번도 목표를 놓쳐 본 적이 없었다.


"허-. 아이렌... 이건 내실수지, 네 잘못이 아니지?"

애칭까지 붙일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분신 같은 총이다.


중량 4.30kg(본체+PSO-1+탄창) 7.62mm x54mmR

최대살상가능거리 1000m.

최대관측사정거리 1200mPSO-1 광학조준경

총구초속 828m/s

스코프 PSO-1 적외선탐지기능4배율고정식

장탄수 10발+1 (착탈식 탄창)

강선 4조 우선


재빠른 손놀림으로 분해를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총기의 제원이 주르륵 흘러갔다.

원판이라면 최대살상가능거리 1000m이지만 특수 개조를 거친 총과 자신의 총에 맞게 특별히 제조 된 탄약으로 거리를 1800m까지 거리를 늘렸다.


그렇기에 소음기를 부착했다고 해도 1Km거리 내라면 실수가 있을 수 없었다.

조준경에 표시된 거리는 980m 그렇다면 총알도달시간은 1.2초를 넘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그 시간에 어떻게 피할 수 있었던 걸까?

뭐가 잘못된 걸까? 어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마지막 순간에 조준경 속에서 과녁의 머리통이 사라진 건 틀림없어.


전체길이1,217mm의 총이 개머리판을 접고 총열을 분해한지 불과 40초 만에 겨우 50cm크기의 화통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교육을 받을 때 분해결합속도가 생명을 가름한다고 듣고 노력한 결과 표준 속도보다 10초나 더 줄여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생각하자.

이미 눈치 채고 사라진 목표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은 자살행위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턱에 맺혀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미 등 줄기는 땀으로 젖어 들었다.


실패든 성공이든 저격 장소에 그대로 남아있는 건 자살행위라고 배웠기에 국안부 386부대원 백랑은 미련 없이 탄피를 수거하고 총을 분해해 화통에 담고 재빠르게 비상 계단으로 달렸다.


석환이 25층의 회색빛으로 도장한 옥상에 도착했을 때 남아있는 건 희미한 화약 냄새 뿐이었다.


혹시나 하고 털이 휘날리도록 달려왔지만 역시나다.

총알이란 걸 처음 경험해 봤기에 불안한 마음에 사각지대 만을 골라 골목 골목을 돌아오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 것이다.


어떤 놈이든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아직도 이 자리에 있을 리 없겠지.

하지만 이 독특한 화약 냄새는 그놈의 몸에 배어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지 모를 그놈이 가까이 왔을 때 내가 놓칠 이유가 없겠지.

냄새에 내 몸이 먼저 반응할 테니까.

옥상에서 대로를 내려다 봤지만 분주하기만 한 거리엔 의심할 만 건더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꼬르륵.

위험이 사라지자 심란한 마음도 잠시 뿐, 지금은 먹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원체 힘들게 살아왔던 탓인지 굶는 건 죽는 것 만큼 싫었다.

그런데, 오늘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일로 까딱 잘못하면 생으로 한 끼를 굶게 생겼다.


"에이 씨. 한 끼 건너뛴 건 죽어도 못 찾아 먹는다는데.

좀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가면 밥을 차려줄까? 주겠지?"


먹는 건 중요하다. 그렇기에 석환은 식사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식사시간을 어떤 놈 때문인지 몰라도 망쳐버린 것이다.

이상하게 분노보다는 재미있다는 생각에 앞으로의 기대가 생겨났다.


"크크큭. 이번 한번으로 끝나진 않겠지. 언제고....."


때늦은 지금은 이상하게 허기보다도 자신을 볼 때마다 환하게 웃는 월화의 얼굴이 떠올랐다.

알 수 없는 감정이다.


쓸데없는 생각.

’가보자, 늦었어도 밥이야 주겠지, 가서 그냥 밥이나 먹자.’


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토요일은 언제나 똑같은 시간에 고정으로 왔었으니 이미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미안한 마음에 한마디 안할 수가 없었다.


"너무 늦어서 밥을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월화가 조그맣게 웃었다.

’찌개가 다 식었어요. 다시 데워 올게요.’

말을 들은 것이 아니지만,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말보다도 빠르게 표정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걸 알아볼 수 있었다.


"안 오면 어쩌려고 이렇게 미리 차려 논거야?"


........!


"못 오면 미리 전화라도 할 줄 알았다는 거지?"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싱그럽다.

한동안 숟가락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젓가락질은 필요가 없었다.

밥을 뜰 때마다 반찬을 올려놓아 주었으니까.


처음엔 불편하기도 민망하기도 했지만 하지 말라 말려도 소용없는 말이었기에 이젠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여태껏 다니면서도 꼭 필요한 말 이외엔 거의 목소릴 들어본 적 없는 유일한 여인이다.


아니 들은 적이 있나?

정말 있었나?

혹시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벙어린 아니라고 들었는데, 월화는 거의 말이 없다.


생선을 발라 밥 위에 얹어주는 등 잔시중을 받으며 식사를 마치고 월화가 들고 온 숭늉을 마시고나니 어느새 클럽의 개장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집의 숭늉은 유난히 구수한 맛이 난다. 음료로 팔아도 될 것 같은 그런 맛이다.


"잘 먹었어."

그저 웃기만 하는 얼굴에서 또 다시 표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뭘요. 모래 또...’


석환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래, 모래도 부탁해."


홀의 분주한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여섯시부터 개장이지만 이미 4시에 출근해 청소와 테이블의 세팅을 마쳐야 한다.

그러니 10시간 이상을 꽉 막힌 열악한 환경에서 오늘 하루도 좋든 싫든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술에 취한 손님들에게 온갖 욕설과 쌍소릴 들어가며 하루를 바쁘게 보낼 가장들이다.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알고 나서부터 생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만 있다면 취객에게 술 한 잔 받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이 테이블에서 손님이 권하는 대로 술을 한잔 마시는 대가로 그들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이라도 더 수입이 생긴다는 걸 알았으니까.


남들 눈엔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누가 뭐래도 이들에겐 소중한 직장이지.

익숙한 사무실로 들어가자 방장이 고개를 쳐 들었다.


"무슨 일 있었냐? 화원에서 때 늦는다고 걱정하더만."


"이곳에서 총질을 할 수 있는 놈들이라면 어떤 놈들이 있을까요?"


"뭐? 총? 난데없이 총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방장의 눈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말해봐,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게요,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나한테 총질을 합디다."


"그게, 정말이야⁉ 혹시.. 공기총?"


"말로만 들어봤지 나도 잘은 모르지만... 1Km가 넘는 거리였으니 저격총이 아니면 힘들지 않을까요?"


"....총을 쏜 놈은?"


"쫓아가 봤지만 이미 튀었더라고요."


"이, 이건 뭐라 말해야 되는 거냐? 당황스럽긴 한데, 니 말대로 총을 사용했다면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냐?"


"뭐라고 신고를 해요? 나, 총 맞아 죽을 뒈질 번 했다고? 그것도 저격 총에?"


당황한 방장이 말을 더듬었다.

"그거 말이... 좀.. 이상하긴 하다.


"방장형, 요즘 여기 이상한 놈들이 들락거린다는 거 모르고 있었지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생각해 보니까.. 내가 괴물 같은 새끼를 잡고 난 뒤부터였던 것 같은데. 정보원으로 보이는 놈하고 견찰 찌끄레기는 알아보겠습디다."


"아... 거기다 형도 기억나지? 그 시뻘건 용인지 뱀인지 몰라도 그거 그려진 명함주고 갔던 년. 그 년이 이상하게 허접한 놈을 달고 왔더라고. 웃기지도 않게 그놈이 나한테 싸우자는 신호를 보내더만, 기가 막혀서 그냥 한번 씩 쪼개줬더니 지 풀에 지쳤는지 룸에서 그년하고 걸판지게 방아만 찧다 갑디다."


"허-. 그럼 총을 쏜게 짱깨란 말이잖아?"


"나도, 의심이 그쪽으로 가긴 가는데... 잡았으면 확실하게 알 수 있었겠지만 뭐 놓쳤으니 하나 마나 한 얘기고,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내가 일 때려 치고 그놈들 잡으러 다닐 것도 아니고.... 에이 몰라, 언제고 또 나타나겠지."


"허-. 너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그렇게 웬수를 많이 만들어 놓은 거냐?"


"방장형, 장난해? 웬수를 내가 만들 이유가 없잖아?"


"인마, 하도 기가 차서 하는 말이지. 내 생각엔 아무래도 그 괴물하고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방장형 생각에도 그렇지? 어떤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보니 지 놈들 일에 훼방꾼이 돼버렸으니까... 그렇지?"


"내가 알기론 그 외에 니가 다른 일 벌인 건 없었으니까. 그렇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벌인 일이라도 있다던가.."


"모를 리가 없잖아. 주영이가 내 얘기 안 해?"


"흐흐. 그놈, 너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안 하는 놈이야. 완전 네 심복이 다 됐더구나."


"크크큭, 내가 인기가 좀 많잖아."


"흐흐, 그래 인마 그건 인정한다."




2팀장 주영환의 보고를 받는 정보국장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이중인격자라고?"


"이중인격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두 개의 자아... 아니, 두 개의 영혼이라고 정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안 믿는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혼백魂魄이란 말은 들어보셨지요?"


"그래. 그런데 그게 정찬우란 놈하고 무슨 상관인데?"


"제가 배운 바에 따르면, 그 둘은 같지만 또 다르기도 합니다.

사람이 죽기 전엔 혼백이 둘로 나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가벼운 혼은 하늘로 날아가고 무거운 백은 땅으로 스며든다고 합니다."


"지금 옛날 얘기나 하자는 거냐!"


"우선 끝까지 들어보십쇼.

죽어서 그렇게 나뉘게 된 혼은 극락을 보고 백은 지옥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제가 스승님께 듣고 들은 것이니 믿든 안 믿든 그건 알아서 하십쇼.

그런데, 정찬우란 놈은 어찌된 일인지 몰라도 살아있는 상태로 혼과 백이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단 말입니다.


만약에 스승님 말씀처럼 백만 남아 지옥을 본다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온통 악마로 보였을 겁니다.

그러니 그게 사실이라면 중국에서 벌였다는 살육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검둥이 들이 찍어 보내온 영상을 자신도 봤기에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국장의 얼굴을 쳐다본 주영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중요한건 최면 중에 또 다른 정찬우가 튀어 나왔으니까요. 직접 들었던 저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습니다."


"자네 말대로 그래서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라면... 정말 어렵군."


"제가 추정해본 결과 변이체의 경우엔 보통사람이라면 혼백이 나뉠 리 없으니 크리스털을 복용하고 생명력의 근원인 선천기력까지 뽑아내 발광을 하다...

마지막 불꽃이 화려하게 타오르는 것처럼 생명력을 모조리 소진하고 다타버린 재처럼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정찬우의 경우 크리스털을 복용하자 혼은 약기운으로 잠들고 백만이 남아 날뛰었을 겁니다. 스승님께 배웠던 대로 추정해본 판단이긴 하지만 거의 맞는다고 확신합니다."


"그럼... 짱깨들도 정찬우와 같은 경우를 이미 한번 겪었기에 원인을 파악하려고 이 짓거릴 벌인 것일 수도 있다는 가설이 성립할 수도 있겠군."


"사람을 맨손으로 찢어내는 괴력.. 손가락이 송곳 또는 칼날처럼 변하는 괴이한 현상... 약만, 부작용 없는 약만 확실하게 제조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악마군단이 만들어 질수도 있단 말이네?

결론은 그 동영상이 영화 같은 그런 것만은 아니었단 거지? 그렇지?"


주영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중하게 결론을 끄집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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