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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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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38
추천수 :
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1.12.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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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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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 클럽 메스티스

DUMMY

"이 기집애, 이거 아무래도 신화 딸내미 같다."


기도의 놀란 눈이 화들짝 커지고 웨이터는 여자의 얼굴을 넋 나간 것처럼 쳐다보았다.

석환만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신화가 누군데요?"


주사장의 긴장어린 얼굴이 창백하게 빛났다.

"석환이 너, 혹시 신화그룹이라고 들어본적 없냐?"


"헤헤, 아시잖습니까? 제가 사회경험이 없다는 거."

.....


장주영이 주사장의 얼굴을 쳐다보다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하지요?"


주사장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일단 저 애가 큰일은 모면해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부모입장에서 생각하다보면.. 아무래도 생각하기 나름이겠지? 우선 아무 옷이라도 좀 입혀서 당장 사무실로 데려다 놔.


문제가 생길 때 생기더라도 쉬쉬하고 있을 수만 없는 일이니 신화비서실에 연락해서 데리고 가라고 해야지 별 수 없다.


.....누가됐든 사람 눈에 띄어 좋을 것 없으니까, 비서실에서 사람이 찾아오면 아무도 모르게 뒷문으로 데리고 들어와."


"알겠습니다."

"잠깐! 야, 아니다 ...그게 아니지. 아무래도 얠 호텔방으로 옮겨놔야 되겠다."

"네? 아, 네."


주사장은 느닷없이 벌어진 일에 짜증이 났지만 석환 덕분에 강간을 막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당했다면... 자신의 업소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전화를 걸고 주사장의 방으로 예사롭지 않은 건장한 남자들이 칼날처럼 날이 선 표정을 감추지도 않고 들어온 것은 채 삼십분도 지나기 전이었다.

자신처럼 오랜 수련을 거쳐 온자들이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건... 역시 내 짐작대로 신화 딸내미가 맞았던 거야.


그러니 이치들도 경호의 실패로 벌어진 지금의 상황에 어지간히 당황하고 있다는 말이다.


"신화에서 왔습니다. 사장님께서 전화주신 것 맞지요?"

"그렇소."

"아가씨는 어디에 있습니까?"

호텔방에 잘 모셔뒀으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경위를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남자의 말은 고압적이진 안았지만 어딘지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주사장이 설명해 주라는 듯 석환을 쳐다보았다.


쯧.

못마땅한 기색으로 가볍게 혀를 찬 석환이 입을 열었다.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내가 들어갔을 땐 다행이 일이 벌어지기 전이었고... 어쨌든 그렇게 된 겁니다."

"그놈들이 바로 신사동 유성이란 놈 똘마니들이란 말이지요?"


이런 부분은 주사장이 나서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나야 족보도 없는 유성이란 놈이 누군지 모르지만 우리애가 그렇다더군요."


사내의 눈에 살기가 맺혔다.

"으-음.. 오늘 신세진 일은 신화에서 잊지 않겠습니다."


주사장의 눈 밑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본 석환은 공연히 짜증이 났다.

‘거 그런 건 잊어도 되는데..’


자신이 이 사람들에게 상황 설명을 하게 된 것부터 돈을 바닥에 던지던 계집애의 싸가지 없는 행동까지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쯧, 참자. 신세지는 마당에 주사장님한테 피해가 가면 안 되겠지."


호텔방에서 간신히 눈을 뜬 연희는 자꾸만 침대 속으로 가라앉는 몸을 가누려 애를 썼다.

"아우, 머리야. 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이런 곳에? 뭐야 내 꼴이 왜이래?"


문이 열리고 낯익은 얼굴이 들어섰다.

"이제 정신이 드는 거야?"

"어? 김비서 언니, 언니가 왜, 여긴 어떻게..?"


한심하다는 눈빛을 감출생각도 없이 여자의 타박이 쏟아졌다.

"왜라니요, 밤새 전 경호실 직원을 공포 속에 몰아넣었던 아가씨답지 않은 말씀이로군요."

"그게 무슨 말이야?"

"호호, 무슨 말은요, 밤새 아가씨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 안다면 그렇게 말씀 못하실걸요?"


".....아, 몰라. 필름이 끊긴 것처럼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아."

"차라리 잘 됐네요. 기억 안 나시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언니!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아침부터 까칠해? 그날이야?"

"호오...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젠 아가씨문제로 지치다 못해 진지하게 이직을 고려중입니다."

"무슨 그런 험한 말을, 잠깐..만, 아, 기억났다! 그 싸가지 없던 신우패거린 어디로 간 거지?"

"신우요? 우영의 이신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어제 그것들 패거리하고 술을 마시다 중간에... 어, 어떻게 됐더라..? 아 짜증나네, 기억이 않나."


"그럼.. 여기 혼자 온게 아니었어요? 정확하게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또 누가 있었지요?"

"화승의 김화영하고 또 누구였더라.. 그래 맞다. GS의 정찬우도 있었어."


차분하게 받아 적은 비서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에휴.. 정말 그 셋이 다란 말이지요?

정말로 할 말 없게 만드시는군요. 그래 그 쓰레기 같은 놈들과 같이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르고, 나도 모르게 한자리에 앉아 술을 마셨다는 거지요?"


"난, 그것들이 할 말이 있다고, 꼭 봐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갔던 것뿐이야."

"아무래도 그것들이 작전을 짰던 모양이로군요."

"작전이라니?"

"약에 취해 헤맸던 게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겁니까?"


김비서의 얼굴에 떠오른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본 연희는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 약이라니? 무슨 약?"

"이렇게 순진하니.. 아가씨가 강간약이라는 물뽕을 아주 맛나게 드셨단 말입니다."

"뭐? 내가?"

"그래요, 그 덕분에 경호실은 초상집이 돼버린거구요. 도대체 회장님의 진노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런 자식들과 어울리게 된 겁니까?"

"아빠... 화 많이 났지?"

"이제야 걱정되는 겁니까?"


연희는 울상이 된 얼굴로 김비서를 쳐다보았다.

"언니, 어떻게 하지?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어제 날 도와준 천사를 본 것 같은데.. 그게 정말 천사였을까?"

"천사는 무슨 얼어 죽을! 약에 취해 헛것을 본거지요."

"아냐, 아냐 언니, 정말 천사였어. 그래서 내가 무사할 수 있었던 거야."

"아가씨, 아직도 약기운이 안가신 모양인데 정신 차리시죠."

"무슨 말을 그렇게..?"


다음날 다시 찾아온 경호실장이 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책상위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송기섭사장님 덕분에 아가씨께서 험한 꼴을 모면했다고 회장님께서 금일봉을 하사하셨습니다."


후-.

주사장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무남독녀 외동딸이 곤욕을 치룬 곳이라, 신화가 독한 마음을 먹었으면 호텔에서 짐을 쌌어야 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말이 술술 풀려나왔다.


"별일이 없었길 천만다행입니다. 그리고 어제 일을 해결한건 이친구입니다. 그러니 봉투를 주시려면 이 친구에게 주시지요."


"호, 이 곱상한 친구 혼자, 조직원 둘을 그 정도로 망가트렸다구요?"

"크크큭, 액면가는 어려보이지만 그렇게 어린나이도 아니고, 또 그런 식으로 말하면 이 친구 화냅니다."


곱상하다는 말을 들은 석환의 눈에 벌써부터 살기가 맴돌았다. 지겹도록 희롱 당하던 단어였기 때문이다."


실장 자신도 군에서 실전경력을 쌓았던 몸이다. 그런데도 석환의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몸이 굳어버리고 이마에 진땀이 배어나왔다.


‘뭐야, 이렇게 어린놈의 눈빛에 내가...?’

"이거 초면에 미안하네, 결코 놀리고자 한말이 아니었는데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하지."


석환이 고개를 끄덕여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제야 석환을 똑바로 쳐다본 실장은 놀라고 말았다.

‘정말이지 대단한 미모로군. 여장만 하면 그냥 여자라고 믿겠어. 이런 얼굴을 가지고 여기서 뭘하는거지?’


실장의 의구심을 안다는 듯 송기섭이 웃었다.

"킬킬킬, 그저 나 때문에 잠시 와 있을 뿐, 여기 직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아, 그렇습니까?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가지요. 알고계신지 모르겠지만 새벽에 신사동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실수로 조직원 중 일부를 놓쳤습니다.

혹시 복수심으로 이곳에 올지도 모르니 미리 대비는 해 놓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사장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입을 참았다.

"허, 이거야..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더니, 골치 아프게 됐군요. 어쨌든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우린 이만 가보겠습니다. 자네도 조만간 다시 보게 될 것 같군."


주사장이 영업마인드로 답례인사를 날렸다.

"만약 직원회식이 있다던가 하면 언제든 오십시오. 특별히 염가로 모시겠습니다."

"그거, 정말 고마운 말씀입니다."


둘의 얘기에 석환은 관심 없다는 듯 외면했다.


*****


GS전자 사장인 정건우는 중국조립공장에서 느닷없이 벌어진 파업으로 골머릴 썩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그놈들은 다 뭘 하고 있었단거냐!"


질책을 받아 상기한 얼굴로 비서실장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게.. 사실은 정과장이 발단이 된 것 같습니다."


느닷없는 비서의 말에 고개를 치켜든 정건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찬우가? 개가 뭘 어쨌기에?"

"아무래도 현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공장장이 보고를 올렸지만, 중국담당이었던 정상무가 덮었던 것 같습니다."

"큰애가? 도대체 그놈이 무슨 짓을 했기에?"

"조립라인 여공들의 성희롱부터, 남자직원들에게는 돼지냄새가 지독하다는 등 면전에 대고 비하발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두 가지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는 분석입니다."


정회장은 보고를 듣다말고 머리가 아픈지 책상에 쓰러지듯 기대 머리를 움켜잡았다.

"허어.. 집안망신은 그놈이 다시키는구나. 그것도 아주 국제적으로."

"위해시 공업처장 말에 의하면 사태가 길어지게 되면 어쩔 수없이 공장폐쇄명령을 내릴수도 있으니 빨리 해결하라고 독촉을 심하게 하고 있는 중입니다."

"으음.. 지금 그놈은 뭐하고 있나."

"숙소에 갇혀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시위대의 요구조건은?"

"피해보상과 정과장의 구속입니다."

"뭐? 웬 구속?"


회장의 질문에 비서의 눈이 질끈 감겼다.

"그게.. 폭행을 당한 직원의 상태가 좀.. 안 좋다는 것 같습니다."

"뭐! 폭행?"

"게다가 강간혐의까지도 있어서.."

"뭐! 강간이라고! 그게 사실인가⁈"

.....

"후우.. 들어오게 할 방법은 있는 건가?"

"공안이 조사를 끝내기 전에는... 지금으로선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비서를 쳐다보던 사장이 포기했다는 듯 말을 뱉어냈다.

"피해자와는 어떻게든 합의로 일을 끝내고 찬우 놈은 곧바로 귀국시키라고 해."

"알겠습니다."


머뭇거리는 비서를 보며 차갑게 물었다.

"아직도 말하지 않은게 남아있나?"

"아, 아닙니다.. 지금 보고 드린 내용이 다입니다."


대표실을 물러나온 비서는 답답한 마음을 풀기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난간에기대서서 눈 아래 즐비한 건물을 쳐다보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방탕하기 짝이 없던 정찬우의 뒷바라지를 신물이 나게 해왔던 실장으로선 어지간한 법 문제라면 초짜변호사 정도는 찜 쪄 먹을 정도로 법리에 밝았기에 중국의 경우 국내에서처럼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는 걸 말할 용기가 그에겐 없었다.

거기에 더해 피해자와 합의가 됐다하더라도 공안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교도소행이 될수 있다는 것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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