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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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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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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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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943

작성
21.12.2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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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2. 선택의 시간.

DUMMY

CP탱고는 한미연합사의 전시지휘통제소로 미국이 1970년대에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청계산 화강암층을 깊이 파서 만든 극비 군사시설이었다.


화강암 터널 속에 몇 개 층이 있어 유사시 수천 명의 인원이 외부와 단절된 채 2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으며, 이곳에 위치한 최첨단 정보시설 스키프(SCIF)에서는 첩보위성과 주한미군 U-2 정찰기로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도 감시망에 넣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CIA및 국방정보국(DIA)과 핫라인이 설치되어 있었다.


밀러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다행하게도 위성에 잡힌 것이 있어 영상을 받아볼 수 있었다.

최대 한도로 확대한 영상엔 냉각기가 설치된 건물의 옥상에서 저격자세를 잡고 있는 범인의 모습이었다.


’짐작했던 대로 저놈 전문가네.

총 모양을 보니 짝퉁 드라구노프고.’


"헛! 저런 놈이!"

이미 발사된 아니 영상으로 보기엔 거의 동시로 보이지만... 그거야 정밀 판독을 할 일도 아니니 냅두고. 어쨌든 총알을 피했다고?


거리는 1K가 조금 넘을 것 같고 탄환속도가 초속830m면 1.2초에서 길어봐야 1.3초란 말인데

어떻게 알고 피한거지?

몇 번을 되돌려 봐도 어떻게 피할 수 있었던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원인을 밝혀내려다 포기해 버린 목소리엔 어쩐지 힘이 없었다.


"하긴 뭐, 유리 뭐라는 마술사 같은 놈도 있는 세상인데 어떤 놈은 없을까."

저격특징으로 봐선 내 짐작대로 저격수는 칭크란 말인데.. 한국에서 저격이라니 대가리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식한 짓은 여전하군.


그런데 저 친구가 저격을 시도할 만큼 칭크에겐 중요한 인사라는 걸까?

물론 괴물을 때려잡았다는 얘기야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게 목숨을 노릴 이유가....?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괴물을 풀어놓은 게 중국이라면, 자신들의 일에 방해가 되는 놈이니 없애버리고 말겠단 뜻이겠지.

그거야 자신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니 탓할 일은 아니지만 위험한 짓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흐흥, 이렇게 되면 아직 구경도 못해본 크리스탈이란 걸 어떻게든 구해야겠는데.

한국도 아직 입수를 못했다 했으니... 과연 토미가 구할 수 있을까?"


스키프(SCIF)의 정보는 자동으로 DIA에게도 넘어갔다.

위성영상을 확보하고 검증 절차를 마친 DIA는 주한미군 501정보여단에 민간인인 장석환 개인에 대해 호의적으로 모든 정보를 수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호의적으로 모든 것 이란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여단장 제임스가 이미 출발 준비를 마치고 사복으로 환복 한 요원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호의적이란 포섭 또는 영입을 목표로 하는 정보수집입니다."


"바로 그거야. 자네들이 할 일은 이미 알고 있으니 더 이상 긴 말은 필요 없겠지.

군수과로 가면 자네들이 사용할 차량을 이미 준비해 놓았을 테니 그걸 사용하도록 하고. 해산."

괴물의 정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정보기관들의 은밀한 눈이 한국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괜찮은 가수가 있다며 관광 겸 방문을 권유하는 지인의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국의 가수와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하고 방문한 레이블 카파의 프로듀서 겸 디렉터 새뮤얼은 가수에게 실망한 마음도 달랠 겸 귀동냥으로 들은 클럽 메스터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개나 소나 다 가수를 한다고 지랄이니! 그렇게 가수가 하고 싶으면 발음부터 제대로 배워와"


톤은 고사하고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던 가수에게 냅다 한마디 욕을 던져주고 나온 길이다.


"뭐야? 여기가 클럽이 맞는 거야?"

비트가 터져 나와야 할 클럽이.. 이렇게 조용한 클럽이라니 한국의 클럽은 원래 이런 건가?


직원이 열어주는 문안에 들어선 새뮤얼의 걸음이 저절로 멈췄다.

한순간 고막을 뚫어버릴 듯 높은 고성이 갑자기 귀를 두드렸기 때문이다.

트랙과 트랙의 사운드가 부딪혀 화음을 만들어 내는 그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소리.


이건 또 다른 기계음...이 아니다?

가사를 모르기에 뜻을 알 수 없는 소리, 하지만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만으로도 극도의 환희에 찬 흥분감이 밀려 들었다.


이, 이건 레코드박스 같은 것에서 나오는 조잡한 소리가 아냐.

맑고 투명한 유리알 같은 소리다.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다고? 몇 옥타브나 올라간 걸까?


그댄 너무 멀리 있어.

나에게 날개가 있다면 그래도 상관없겠지만

하지만 나에겐 날개가 없어.

그대에게 갈 수 있는 건 내 마음뿐.

그댄 기억하고 있을까?


첫눈 내리던 어느 날, 그대와 손잡고 같이 갔던

찾는 이 없어 쓸쓸하던 간이역 대합실

간이역을 지키는 건 눈 덮인 키 작은 소나무 하나 뿐

그댄, 소나무 하나론 너무 외로워 보인다 말을 했었지.


"두 그루가 같이 서있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

아직도 그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있어.


그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이제 나 홀로 외로움을 심으러 가네.

그러면 가슴 시린 외로움이 가실까.

그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같이 갈 수가 없네.


이제 외로움을 심으러 나 홀로 그곳으로 가려고 하네.

눈 덮인 그 길을, 추억을 심으려 나 홀로 가야만 하네.

하얀 손 흔들며 작별을 고하던

그대의 웃던 얼굴 그곳에선 볼 수 있을까?


그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날 기약이 없어

둘 이서 걷던 길도 이젠 나 혼자 걸어야 하네.

그댄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

둘 이서 갔던 길 오늘은 나 홀로 가야만 하네.


한없이 올라가기만 하던 고음은 흥분된 가슴을 가라앉히라는 듯 돌돌돌 흘러가는 조그만 시냇물 같은 여운을 잔잔하게 남기고 사라져갔지만 눈앞엔 아직도 눈 덮인 길을 홀로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환영이 그림자처럼 남아있는 것이 보였다.


뜻도 모를 노래였지만 가슴을 두드리는 절절한 감정에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무대 위에 서있던 가수는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감정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쉼 없이 앵콜을 외쳐댔다.


사회자는 아직도 감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목을 자신에게 끌어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자, 이제 마스터 장의 오늘 순서는 끝났고 어떻게, 손님 여러분 좀 진정이 되셨나요? 그러면 지금부터 2부 순서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가수가 나와 봐야 꽝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회자는 전격적으로 반라의

무희 들을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새뮤얼은 무희들의 율동이 반갑지 않았다.


하, 어떻게 이런 사람의 목소리가?

가수가 누구지?

누굴까?


아냐, 이런 환경에선 안 돼!

어쨌든 밴드도 없이 디제이의 싸구려 사운드박스 반주에 맞추는 이런 곳에선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없잖아.


가수를 스튜디오의 녹음실에 집어넣고 홀로 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샘처럼 솟구쳤다.

그래야만 완성된 보석인지 아니면 가공이 안 된 원석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자면 우선은 자신과 말이 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을.


마음이 급해지자 소리를 질렀다.

"Does anyone speak English⁈"


비명 같이 높은 고함 소리를 들은 웨이터와 손님들의 눈이 돌아갔다.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본 장주영이 나섰다.


"What's going on?"


"지금 노래 부른 가수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 무슨 일로 찾으십니까?"


"그건.... 어쨌든 알려주면 사례하겠소."


"이유를 알기 전엔 어렵습니다."


"당신은 누구기에 날 막는 겁니까?"


마땅한 말을 궁리하던 주영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으음... 난.. 그의 매니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난 미국 LA에 있는 인디레이블 카파의 디렉터 새뮤얼이요. 그를 만날 수 있게 도와주겠소?"


"디렉터?"

인디라면 소규모 음반제작 독립회사를 말하는 걸 거고 레이블이라면 음반 분야에서 브랜드 또는 상표음악계통을 말하는 것 같긴 한데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디렉터라면 중역이다.

그러니 나쁜 일은 아닐 것이란 판단이 섰다.


"....따라오시오."


새뮤얼은 한국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도 잠시 뿐 걱정이 들었다.

저런 실력의 가수가 소속사가 없다면 말이 안 되겠지..


만나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걸어가는 내내 가슴을 두드리던 음악소리가 머리에 남아 별별 생각이 떠오르다 사라지길 계속했다.


동굴 속같이 어둡던 복도에서 안내하던 남자의 손에 문이 열리고 밝은 빛이 쏟아져 나와 순간적으로 눈을 깜박였다.


"안에 계십니다. 들어가시지요."


빛에 반사된 하얀 얼굴이 조각 같은 남자가 새뮤얼의 눈에 들어왔다.

눈을 감고 있는 얼굴에서 빛이라도 나는 것 같다.


한국인이 맞나?

거참, 노래도 그런데.. 저런 마스크라니, 믿을 수가...


당장 영화판으로 들어가도 얼굴하나만으로도 성공하겠구만. 거기다 노래까지..

그게 아니지, 외모까지 받쳐주는 가수라면 실패할레야 할 수가 없겠네.

온갖 상상이 머리를 헤집고 있는 새뮤얼의 귀로 석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분은 누군데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냐?"


"형님을 꼭 만나보고 싶다고 합니다."


의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석환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외국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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