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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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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66,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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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3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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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 선택의 시간.

DUMMY

한국에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복수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 귓전에 징징 울렷다.

맞는 말이야. 맞기는 맞는 말인데... 그렇다고 내가 미국으로 간들 과연 GS란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어떻게? 무슨 수로 그 놈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무슨 방법으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후--.

하긴 어딜 가든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만무다.


음악프로듀서라고 했었지.

과연 노래로 돈벌이가 될까?


노래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다는 건 자신도 안다.

하루저녁 팁 만해도 무시 못 할 수준으로 들어오니까.


하지만 문제는 GS를 넘보기엔 개미허리만큼도 못하다는 거지.

주영이 말대로 미국으로 가면 다른 수가 있을까?


GS나 화승, 우영의 눈을 당분간 벗어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이 출소를 하던 날부터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다는 눈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켜만 볼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기에 내버려두고 있는 중이었다.


나 역시 결국 주영과 같은 꼴이었구나. 지독한 놈들!

주영이 말대로 결심을 해야 할 때인가?

여기서도 안 생기던 기회가 그곳에 가면 과연 생길까?

어떻게든 여기서 결착을 보고 싶었는데.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시끄러워져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공항의 라운지창가에 석환과 주영은 비장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언제 돌아오게 될지 모르는 먼 길을 떠나는 두 사람에게 이곳은 증오로 얼룩져있지만 결코 버릴 수없는 애증의 땅이었다.

전날 밤의 환송연이 떠올랐다.


화원에서 가장 넓은 방이 오늘은 우리 일행의 차지였다.

걸판지게 차려놓은 술상이 방장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음식 대부분을 월화가 만들었다. 알고나 먹으란 얘기다."


"하하, 이거 정말 고맙게 먹겠습니다."


주사장이 맥 빠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꼭 가야겠냐?"


그만큼 정이 들었기에 주사장과 방장은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형님들도 알잖아요? 이곳에선 저놈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다는 걸.

그렇다고 해서 결코 잊어버릴 수도 없는 일이란 걸 말입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힘을 키워 다시 돌아오는 날 개미도 깨물면 상당히 아프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방장이 알면서도 물었다.

"주영이도 같이 가기로 했다면서?"


"상대해야할 적이 같으니까요."


"물리적인 힘이야 넘치도록 가졌으니 걱정은 덜 된다만.. 어쨌든 조심해야 한다."


"그래, 그건 기섭이 말이 맞다.

어쨌든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보자."


처음으로 웃음기 하나 없이 술만 따르는 월화의 창백한 얼굴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술을 따르는 손과 받는 손이 스칠 때마다 월화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다.

어떤 약속도 할 수 없는 사이였지만 서로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냥 따라주는 족족 술만 목으로 넘길 수밖에.

술을 마시면서 새뮤얼의 말을 되새겼다.



며칠 전 연락도 하기 전 새뮤얼이 먼저 찾아왔다.

그리고 진솔한 얘기가 시작됐다.


"난 언변이 없어서 설득 같은 건 잘 못해.

하지만 거짓말은 안한다는 주의니까 들어보고 내 말을 들어보고 스스로 판단해.

그런 실력을 가지고도 이름이 안 알려졌다는게 이상해서...

미안한 얘기지만 뒷조사를 좀 해봤더니 넌 더러운 일에 휘말렸더구나.

결국 음모를 꾸민 놈들의 협박과 방해로 아무도 너에게 접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거였어.


그래서 생각해보니 나와함께 일을 하지 않더라도 넌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찾아온 거야.

음... 내 생각엔 이곳에선 힘든 일도 미국에서라면 쉬울 수도 있기 때문이야.

무슨 말이냐면 우선 네가 유명해지면 팬이 붙기 시작할 거고 널 좋아하는 수많은 팬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팬들은 널 위해 움직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지.


팬들은 너의 모든 걸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할 거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너의 사정을 알아내게 될 거야. 바로 그게 바로 팬들의 관심이란 거니까.

쉽게 말해 네가 조종하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자신이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억울한 사정을 여론을 통해 알려줄 거란 말이지.


그 정도로 팬이 생기면 돈도 그것도 아주 큰돈도 같이 벌게 되겠지만 말이지.

방법을 찾아보면 그 돈을 이용해 너의 적들을 공격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거기에 더해 미국의 팬들은 적극적이야.

당연히 네가 유명해진 다음이겠지만, 개중엔 억울한 사정을 알게 되면 총부터 들고 나서는 놈들도 있을걸.


그러니 나와함께 하지 않더라도 너 자신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불합리한 이곳을 벗어나 미국으로 떠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해.

인생이란 게 제아무리 긴 것 같아도 지나고 보면 짧은 게 인생이더라고, 내 나이가 지금 그렇게 느끼고 있는 중이니까 말이지.

그러니 나와 같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지옥 같은 이곳을 떠나, 그래야 일말의 기회라도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주영의 통역은 대충이랬다.

새뮤얼의 진솔한 말에 결심을 굳혔고 지금 주영과 공항에 나와 있게 된 이유였다.


"다시 돌아올 때는 어떤 식으로든 결판이 나겠죠?"

주영의 심란한 목소리가 상념을 깨웠다.


"내가 다시 돌아오는 날... 그때는 모든 게 변할 수밖에 없을거야."

손에 커피를 든 새뮤얼이 뒤뚱거리며 오는 것이 보였다.


*****


"뭐? 출국을 했다고? 어디로?"


대낮부터 술에 취한 범호가 실색을 하고 물었지만 주오량은 아무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되면 임무는 자동해지 되기 때문이다.

누구도 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거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림자는 또 있었다.

공항까지 따라온 그림자는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석환의 뒷모습을 보고 안도하고 있었다.


"흐, 내가 미쳤었던 거야.. 총알도 피해내는 무서운 놈 인줄도 모르고 죽이면 간단하다고 생각했었으니..."


자신이 뒤 따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내버려 둔 것은 자신이 행동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라고 밖엔 달리 생각할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했었다면.... 난 이미 죽었겠지."

GS그룹의 보안팀원인 이성주는 석환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해방감마저 느꼈다.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해 검버섯이 가득 핀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는 정회장의 백태 낀 멀건 눈이 창밖을 응시했다.


장석환이 미국으로 떠났다는 보고를 받고난 참이다.


"이 땅을 벗어나다니.. 이렇게 갑작스레 떠날 줄 알았다면.. 차라리 이곳에서 깔끔하게 정리를 끝냈어야 하나?"


단순하던 일이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자신이 죽더라도 대한민국이 남아있는 한 백년, 천년이 아니라, 만년이 넘더라도 GS제국은 이 땅에 자자손손 영구히 자기피를 이어받은 후손의 손에 남아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야망이 있었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아 권력자에게 바치고 그들의 힘을 이용해 경쟁자들의 재산을 빼앗아가며 회사의 덩치를 불려 나갔다.

그런 와중에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


"말로해서 듣지 않으면 힘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뿐, 그것이 결코 잘못이란 생각을 아직껏 가져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신념엔 성공 아니면, 실패만 있을 뿐 그 외의 것은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패배자들의 비겁한 변명일 뿐이야."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놈들이 많다보니 위험요소라 생각되면 애초부터 싹수가 피어나기 전에 제거해버렸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놈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되질 않았다.


사업을 키워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무당이 망설임 끝에 하던 말이 떠올랐다.

"천기를 누설하면 나에게도 액厄이 찾아들 텐데...."


.....


"이제라도 적선을 베푸는 삶을 살라고 해봐야, 짐승의 심장을 가진 너에겐 소 귀에 경 읽는 꼴밖엔 안 되겠지만.."


정회장이 말없이 거액의 복채를 상위에 올려놓자 힐끗 쳐다보던 무당이 마지못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신상에 노란마포를 씌어 가리고 부적을 붙인 다음 떨리는 손으로 이마에 흘러내린 땀을 닦아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신의 눈을 가린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믿고 안 믿고는 자네 맘이지만, 지금 봤다시피 내가 모시는 신의 눈까지 속여가면서 그동안의 의리로 목숨 걸고 알려주는 거라고만 알고 있으면 돼.


명심해둬, 가장 큰 위기는 돌에서 찾아올 거야, 어마어마하게 큰 돌.

스스로 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돌.


명심해! 이미 구르기 시작한 돌은 멈춰 세울 수도 막을 수도 없다는 걸. 그 돌에 받히면 GS도 너도 무사하지만은 못할 거라는 걸."


"돌이라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해줄 수 없을까?"


"내말이 아냐, 난 그냥 신령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을 전달해줄 뿐."


"돌.. 빛나는 돌이라.. 그게 뭐지?"


사업을 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째야 좋을지 망설여질 때마다 무당을 찾았고 그때마다 무당은 신통하게 헤어나갈 방법을 알려주었었다.

무당이 전해준 신령의 말에 따라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었기에 결코 무당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다 기억이 났다. 손자 놈이 사고 친 아이가 석환이란 이름을 가졌다는 것을.

"돌 석자에 빛날 환을 쓴다고 했었지."


유난히 자신을 빼닮은 작은손자 놈이 귀여웠다.

그래서 어지간히 자잘한 말썽은 사내놈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웃으며 해결해 주었다.


살인사건에 연루되기까지 했을 땐 황당하긴 했지만 직접 손자가 손을 댄 것이 아니었기에 호되게 야단을 치고 제법 큰돈을 들여 해결해 주었다.


그 살인사건에 연루됐던 그놈 이름... 맞아 그놈 이름이 바로 장석환이었지!


그 후부터 무당의 말이 생각나 제거를 하려고 몇 번이나 마음먹었었지만, 그때마다 알 수 없는 께름칙한 예감 때문에 포기를 하고 지켜보고만 있게 만들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여인구를 이용해 무기징역을 받도록 했던 것인데. 정권이 바뀌면서 어느 날 풀려나고 말았고, 이제 갑자기 출국을 한다는 보고를 받자 가슴한쪽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설마... 제깟 놈이 무슨 수로... 나를 상대할 수 있을라고...

미국.. 미국이라, 총이 흔한 나라지.

.....아무래도 주미지사에 연락을 해둬야 할 것 같구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같은 하늘아래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쁘기에 독하게 손을 썼었다.


"천적, 이런 걸 천적이라고 하는 걸까?"

한 번 더 무당에게 점괘를 물어봐야하나?



전화기를 집어 드는 손이 알 수 없는 무서운 예감에 가늘게 떨렸다.

몇 번의 신호대기 끝에 무당과 같이 지내던 박수가 전화를 받았다.


"나 누군지 알지? 무당을 바꿔주게."


-너무 늦으셨습니다. 그 사람 저승 땅 밟은 지가 좀 됐습니다.


"뭐! 저승 땅을 밟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 아...! 그 말은 벌써 죽은지 사십구일이 지났다는 말 아닌가?"


-그렇습니다. 지난번 회장님 만난 뒤로 시름 시름 앓더니..

그만.. 천기를 누설한 죄로 신벌을 받은 거지요.


"아, 알았네, 수고하게."


-저라도 점을 봐드릴 테니 한번 들리...


뚝.

박수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던지듯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작가의말

새해엔 독자님들의 소원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도록 기원드립니다.

더불어 댁내에 만복이 깃드시길 축원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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