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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27,625
추천수 :
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4.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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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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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6. 복수의 길.

DUMMY

츠미코의 놀란 눈이 석환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죽이다니.. 누가 마스터를요?"


"난 츠미코가 나 때문에 다칠 수도 있다는 게 싫어. 아마 날 노리는 놈들은 츠미코의 집까지도 쳐들어 올 수도 있을 거야.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니까."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목숨을 노릴 정도라면, 경찰에 보호 요청을 하는 게 어때요?"


"하하, 경찰들도 그놈들과 한통속이면 어떻게 할 건데?"


"서, 설마요? 그런데 무슨 일로 마스터를 노리고 있다는 거죠?"


"음.. 그건 아마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 때문일 거야."


"물건이요? 그게 대체 뭐기에 사람 목숨까지 노린다는 거지요?"


"한국과 일본 국회의원들 간에 맺은 비밀 약속을 기록한 문서 같은 거지."


"그걸 마스터가 어떻게..?"


"그 문서 안에 적혀있는 이름들이 부모님의 원수라고 하면 말이 될까?"


"네에⁉"


"그래서 츠미코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거처를 옮기려고 하는 거야. 이제 알겠지?"


....


"악!"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드는 석환을 보고 놀란 츠미코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다.

무거운 대리석 테이블을 쓰러트리고 그 밑에 츠미코를 숨기는 건 순식간이었다.

평범한 여자인 츠미코로선 살기를 느낄 수 없었지만 석환은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타타타탕.

퍽. 퍽. 퍽.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종류를 알 수 없는 자동소총의 총알이 두꺼운 테이블에 사정 없이 틀어박혔다.


"아악!"


뒤늦게 갑작스런 총격에 놀란 여자들의 날카로운 비명이 식당 안에 울려 퍼졌다.

그래서 식당을 고르는데 신중했던 것인데 역시 생각했던 대로 테이블이 훌륭한 방패가 돼주고 있었다.


"츠미코, 내가 돌아올 때까지 꼼짝 말고 여기 있어요. 알았지?"


마지막 말은 석환이 사라진 자리에서 들려왔다.


"어, 언제..?"


밖으로 나온 석환의 눈에 오토바이에 올라탄 채 식당을 향해 무작정 소총을 갈겨 대던 두 놈이 당황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뭐야? 어, 언제 나온 거지?"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저 새끼 테이블 뒤에 있던 것 아니었어?"


빠당. 빠다다당.


"늦기 전에 튀자!"


눈치 빠른 놈들이 석환의 심상치 않은 기색을 눈치 채고 오토바이를 달려 나가는 뒤로 석환의 손에서 튕겨나간 포크가 빛처럼 날아갔다.


컥.

범인은 어깨에 꽃인 포크를 뽑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오토바이를 바로잡더니 멀어져 갔다.


지독한 놈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 빨라. 그런데 이렇게 까지 무대뽀로 나온단 말이지?

쫓아가면 충분히 잡을 수 있겠지만 이곳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잡고 싶어도 지금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범인은 뻔할 것이다.

슈메이가 쓰러졌다고 방송에 나왔었으니 오하라 밖에 없겠지.


"흐흐흐, 안 그래도 조만간 만나러 갈 테니 너무 설치지 말자꾸나."


경찰이 출동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보이질 않았다.

짐작했던 대로 다 한통속이야. 미리 약속이 돼있었던 거겠지.

석환은 숨어있는 지배인에게 파손된 기물 값을 변상해 주었다.


그럴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니 피해를 주기가 싫어서였다.

게다가 방송에 나와 이미 얼굴이 알려진 자신이기에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대는 지배인에게 잘 먹고 간다는 인사를 남긴 석환은 아직도 온몸으로 떨고 있는 츠미코를 데리고 나왔다.


아이 마냥 석환의 옷을 꼭 붙잡고 나오는 츠미코가 안쓰러웠지만 방법이 없다.

미안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덤벼들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었다.


’아무래도 이러다간 공황장애를 앓게 될지도 모르겠는 걸? 병원으로 먼저 데리고 가는 게 좋겠어.’




주영은 이 세상에서 유일한 친족으로 느끼며 살고 있는 석환이 자꾸만 위험한 일에 연루되자 걱정이 깊어졌다.

아무리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결국은 피륙으로 이루어진 사람의 몸뚱이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 해도 총알 한방에 죽는 게 사람이지.’


그러니 저렇게 미친 듯 날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고 있다고 해서 불안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안심 할 수가 없어."


그때부터 연구원들을 돈으로 후려쳐 가며 연구에 몰두했고 자신의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에 미치진 못했지만 조그만 성취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게 형이 하는 일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내줘야지."


총기까지 동원된 사건이었지만 형식적인 경찰조사 외에는 신문이나 방송에 일절 사건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츠미코의 집을 나온 석환은 긴자거리에 있는 솔라리아 호텔에 둥지를 틀었다.

비록 3성급이지만 가격대비 깔끔한 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돌발사고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장기투숙하기에도 좋아."


어둠이 내려앉은 호텔 창밖으로 차량통행이 금지된 긴자거리엔 낮 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거리로 쏟아져 나온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화로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모래폭풍 속에 살아가는 중동사람들이 생각났다.

살아가기도 벅찬 환경 속에서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 피해는 고스란히 개돼지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 힘없는 아이들과 여인들의 몫이었다.


지금도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과 여인들이 잔인한 폭력 속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가는지 이곳 사람들은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들은 행복한가?’


소리쳐 물어보고 싶었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깨져 버린 자신의 행복처럼 불현듯 이 평온을 깨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충동적으로 들었다.


"쯧, 이것도 그동안 전투를 겪은 후유증인건가? 설마.. PTDS같은 건 아니겠지."


따롱. 따롱.

쓸데없는 생각 말라는 듯 전화가 울었다.

프런트에서 나한테 무슨 일로?


"무슨 일이지요?"


-소포가 왔습니다. 올려 보내드려도 될까요?


주영이가 물건을 보냈다더니 벌써 온 모양이구나.


"아, 그래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게 바로 팁의 힘이로구나.


-네, 감사합니다. 바로 올려 보내드리겠습니다.


박스 속의 물건을 개봉하고 설명서를 읽어봤지만 도무지 요령부득이다.

어쨌든 설명서대로 정교하게 제작된 플라스틱 레고 블록 같은 것을 끼워 맞추다 보니 손바닥보다도 작은 장난감 총 같기도 하고 바퀴 안 달린 장난감 팔코네트 같기도 한 물건이 만들어졌다.


"이게 뭐지? 이걸 도대체 뭐에 쓰라는 거냐?"


탄창 대신 알 수 없는 배터리 모양으로 생긴 물체를 끼워 놓게 만들어 놓았다.

손잡이로 안성맞춤이지만 제법 묵직했다.

안에는 뭐가 들었는지 몰라도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궁금증을 견디다 못해 전화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네, 형님.


전화가 올 줄 알았다는 듯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보낸 물건을 받긴 했는데 이게 도대체 뭐에 쓰라는 물건인지 모르겠다."


-하하, 그저 형님 일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만들어본 물건입니다.


"이게 뭔데?"


-위력계수 10에 달하는 좀 위험한 물질이지요. 우습게 보이겠지만 그 콩알만 한 탄환하나면 조그만 주택 하나 정도는 날려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위력계수라니?"


-아, 위력계수라는 건 TNT를 기준으로 해서 다른 폭발물의 위력을 직관적으로 비교하는 데 사용하는 계수입니다.


즉 TNT 1Kg의 폭발력을 1로 보고 다른 폭발물의 소모량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위력계수10이라는 건 그 콩알만 한 폭탄이 TNT 10Kg의 폭발력을 가졌다는 말입니다.


안정적인 물질이지만 일단 방아쇠를 당기고 나면 쏘아져 나가는 압력에 의해 화학작용이 일어나게 되니까 1분 안에 무조건 터지게 돼있습니다.

그러니 터지기 전에 무조건 50m이상 벗어나 있어야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재수 없게 포위 같은 걸 당했을 때 유용하게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총의 손잡이를 쥐면 형님의 지문이 등록되고,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발사가 되지 않는 건 당연하고 자동으로 파괴되도록 설계돼 있으니 잊어버린다 해도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래? 어쨌든 이게 그 정도의 폭발력을 가졌단 말이지? 고맙다. 유용하게 쓰도록 하마."


-부디 몸조심하시고 빨리 돌아오시기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너도 몸조심하고."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물건을 들여다보는 석환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어느 정도 위력일지 당장이라도 사용해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어쨌든 이게 그만한 위력을 가졌다면 쓸모는 많겠구나.


실패했다는 보고를 들은 오하라는 화가 머리 끝까지 뻗쳐 소리쳤다.

도심에서 총기를 사용하는 위험까지 무릅쓰고 MP7을 동원하는 무리수를 뒀지만 실패를 했다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병신 같은 놈들!"


뉴스를 틀어막는데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니 열이 뻗쳤다.


"그래서 그놈들은 뭘 하고 있나⁉"


"숙소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지시를 해뒀습니다."


"그놈들 신토산 훈련소로 재 입소 시켜버려!"


신토산 깊숙이 인적 없는 곳에 스미요시카이의 훈련소가 있었다.

스미요시카이의 중견간부로 올라서려면 무조건 6개월 이상을 그곳에서 생활을 하며 온갖 무술을 비롯해 폭약과 총기를 다루는 기술을 배워야만 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훈련 중에 부상을 입는 건 부지기수였고 재수 없으면 죽기까지 하니 사망을 담보로 하는 훈련이라 조직원들은 신토산 훈련소라면 이를 갈았다.

그런 생활을 마치고 하산한 이들은 살기로 똘똘 뭉쳐 어떤 명령에도 따르도록 세뇌되어 있었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버린 오하라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여태껏 작전을 위해 투입된 돈만 해도 장난이 아닌 수준이었다.

문제는 막대한 돈을 써가면서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데 있었고, 그런 소문이 은연중에 다른 조직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안 그래도 도쿄를 노리고 있는 조직들이 고개를 쳐 들고 있는 판이다.


"그까짓 돈은 문제가 안 돼. 이렇게 된 바엔 연판장이든 뭐든 다 소용없다! 어떻게든 그놈을 제거해버려! 좋다. 아예 그놈의 목에 1억엔의 현상금을 걸어버려라! 목을 잘라오면 준다고. 알았나?"


"알겠습니다."




석환은 날이 밝자 아미즈프로덕션으로 가기 위해 주영이 보내준 장난감 같은 권총을 주머니에 넣고 호텔을 나섰다.

오늘은 계약에 따라 녹음을 하기로 한 날이라 호텔밖에 아미즈프로덕션에서 보내온 차가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호텔 앞에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석환이 올라타자 기사는 행선지를 물어보지도 않고 차를 출발 시켰다.

가는 방향이 다르다는 걸 눈치 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내를 벗어난 차가 어느새 안개 자욱한 한적한 산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응? 이차가 어디로 가는 거지?"


"흐흐, 걱정하지 마십쇼. 다와 갑니다."


살기를 풀풀 풍겨내는 목소리가 기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너, 아미즈 직원이 아니구나! 넌 누구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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