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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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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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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3.2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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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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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09. 복수의 길.

DUMMY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동화의 문이 열렸다.


뭐야? 다나온 게 아니었나?

문을 열고 나오는 놈을 본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온몸에 짜르르 전율이 흘렀다.


"저..? 저 새끼! 틀림없이 사진에서 본 놈이다."


그럼, 저 새끼가 바로 개백정?

개백정 광일이 문을 붙잡고 있는 사이에 나종수가 밖으로 나왔다.

나종수는 평소 같으면 나오지 않았겠지만 도난사고를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종수는 식당에 들어와 앉아서도 머릿속은 온통 도난당한 물건의 걱정으로 가득했다.


"다른 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겠지만 당장 스미요시카이로 보내줘야 할 다이아가 문젠데.

그 많은 다이아를 어디서 구한다?"


국내에서라면 소문이 안날 수가 없기에 영국의 보석거리에서 밀수해 왔던 것인데 또 다시 그곳에서 구해온다면 소문이 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관계 기관이 나서게 될 것이고 그건 자신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사건을 무마 시키려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테니까.


"홍콩? 홍콩은 아무래도.. 흑사회도 걸리고 사기꾼들 때문에 문제가 많지."


그렇다면 구할 곳이 미국밖에 없는데..

차라리 원석 같으면 구하기가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굴 보낸다?

전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광일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덥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광일에게 신뢰가 가질 않았다.

믿고 보낼 만큼 듬직한 놈이 없다는 게 문제구나.


"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손해가 난거냐. 거기다 목숨 줄이나 다름없는 수첩에다 외장하드까지 도난당했으니 이게 무슨 개망신인지.."


자신이 그동안 정관계의 고위층에 개먹이로 풀어 먹인 돈만 해도 수십 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 될 놈이 하나도 없다는데 분통이 터졌다.


하-.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왔다.


"일단 물건을 보내줘야 지원을 요청하든 할 텐데.."


도저히 기분이 풀리질 않아 앞에 앉아있는 광일을 쏘아보았다.


"아직도 멀었냐? 요즘 들어 네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생각하던 광일이 신중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보통 놈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그중 유력한 놈 하나를 찾았는데 정보가 새나갔는지 잠수를 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게 분명하다면 틀림없이 찾아낼 겁니다."


"그래, 빨리 찾아내라. 내가 더 이상 네게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나회장의 말에 화가 치솟은 광일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붉게 달아올랐다.

실망이라니! 도난 당한 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이 말을 들은 게 벌써 세 번째다. 한번은 화가 나서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갔다. 두 번째는 화가 나도 참았다.

이제 세 번째 자신이 누구 덕분에 그런 위치에 오른 것인지 잊어버렸단 말인데.


‘시발, 정말 날 자신의 머슴쯤으로 여기고 있단 말이지!’


근 삼십년이 다 돼가도록 온갖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갖은 수발을 다 들어왔는데 그런 나에게 세 번 씩이나 실망이란 말을 하다니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대접이나 받으려고 오랜 세월 개돼지처럼 일해온건 아니다. 하지만 나회장의 숨겨진 힘을 알고 있는 광일로선 섣불리 반발할 수가 없었다.

반골기질이 농후한 광일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살기가 치밀었지만 내심과 달리 말은 공손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송구합니다. 최대한 빨리 찾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일주일을 주마. 찾아낼 자신이 없으면 애기해라."


광일은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이를 악물고 대꾸했다.


"어떻게든 찾아내겠습니다."


오늘도 나회장은 자신과 같이 퇴근하지 않고 혼자서 집으로 갈 것이다.

자신은 또 다른 금고털이범을 찾아 오늘도 장물아비와 털이범을 찾아 밤길을 헤매야 할 것이고..


찾아나선지 벌써 며칠이나 지난 거지?

곧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던 털이범은 누군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후.

시발 누구지 찾기만 찾으면 껍데길 벗겨버릴 것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종로3가 뒷골목 귀금속상과 전당포가 밀집한 곳이다.

그런 곳을 승합차에서 내린 다섯 명의 기골이 장대한 거한들이 거침없이 골목으로 들어섰다.

광일은 이곳에 제법 이름난 장물아비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길이다.


"2층에 있는 황금당 이라고 했지?"


광일이 옆에 있던 부하에게 물었다.


"네, 행님. 바로 저기 저 건물인 것 같습니다."


"너 올라가서 사장 놈 있나 확인해 보고 있으면 달아 와라. 둘이가면 충분하지?"


"알겠슴다. 걱정 마시고 기다리십쇼."


올라 간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한사람을 부축하고 오는 부하를 확인하고 광일은 차에 올라탔다.

뒷문이 열리고 물건을 싣는 소리가 들렸지만 광일은 눈을 감고만 있었다.


"동강폐차장으로 가자."


"네, 행님."


차는 골목길을 빠져나와 남양주 화도의 동강폐차장으로 향했다.


을씨년스런 공동묘지를 빠르게 지나친 차는 열려있는 폐차장 입구로 들어갔다.


"여긴 언제와도 기분이 좋질 않아."


조그맣게 소곤거리는 부하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광일은 개의치 않았다.

창고 앞에 차를 세운 건장한 부하들이 장물아비를 어깨에 메고 들어갔다.

깨어난 장물아비는 자신이 어딘지 모를 곳에 끌려와 몸이 의자에 묶여있다는 것을 알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런 황금동의 귀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름이 황금동 맞나?"


황금동은 입이 막혀있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제법 이름난 장물아비라고 들었다. 네가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지금부터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길 뿐이란 걸 명심해라."


농담이 아니구나!

황금동은 오랜 뒷골목 생활로 체득한 경험으로 봤을 때 이놈들이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는 놈들이란 걸 알고 잘못하면 오늘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황금동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언제 이런 끔찍한 놈들과 원한을 맺은 적이 있었나, 맹렬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전혀 본적이 없다는 것만 새삼 알았을 뿐이다.


"말을 할 수 있도록 입마개를 풀어줘라."


개백정의 지시에 따라 입마개가 풀려졌다.

황금동은 개백정의 입에서 나올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백정 같은 놈들과 엮였던 기억이 없었으니 뭐가 됐든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만 해주면 풀려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생겨난 때문이었다.


"최근에 다이아몬드를 대량으로 구입한 적이 있나?"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지...?"


"다이아몬드도 종류가 있나?"


"예, 목걸이도 있고.. 반지도 있고.."


"내가 얘기하는 건 목걸이나 반지 같은 게 아니고 다이아몬드만 말하는 거다."


"난卵 만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전혀 없었습니다.


살기가득한 눈으로 황금동을 쏘아보던 개백정이 입을 열었다.


"없었다고? 그럼 네가 아는 놈들은?"


"매, 맹세코 그런 거래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네가 모르고 있는 건 아니고?"


"아,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이 바닥이 생각보다 좁아서 큰 거래가 있었다면 제가 몰랐을 리가 절대로 없습니다."


정말 모르는 눈치로군.. 이 쓸모없는 새끼! 죽여 버릴까?


영락없이 개장수 같이 생긴 부하 놈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받았다.


"행님, 구덩이 다 파놨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묻다니.. 뭘 묻어? 이, 이보시오. 무, 무슨 말을, 날 죽여서 당신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 이러는 겁니까⁉"


살기 가득한 눈으로 개백정이 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널 살려줘야 할 이유라도 있나?"


개백정은 황금동의 뒤에서 쇠몽둥이를 들고 대기하고 있는 부하를 쳐다보았다.

명령만 떨어지면 곧바로 골통을 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잡아온 것은 단서를 잡기 위해서라지만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서 살려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괜히 납치됐던 사실을 떠들어대 경찰이라도 나서게 되면 자신이 활동하는데 지장이 생길 테니까.

개백정의 눈짓을 알아챈 부하가 쇠몽둥이를 치켜들었다.


"동작 그만!"


갑자기 어둠 속에서 나타난 괴한이 소리쳤다.

괴한의 몸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풍겨 나와 개백정인 광일까지 긴장하도록 만들었다.


"어! 저건 또 어디서 나타난 물건이야?"


"저 새낀 뭐야?"


"허, 죽고 싶어 환장한 새끼구나!"


어느새 새파랗게 날이 선 회칼을 뽑아든 부하들이 시끄럽게 떠들어 대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눌려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유 있어 보이는 괴한의 모습에 광일은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에 눈을 찡그렸다.

누군지 얼굴이라도 확인하려고 뚫어져라 노려봤지만 안개라도 낀 것같이 정확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건 또 뭐라는 기술이냐?"


"네가 개백정이란 별명을 가진 광일이란 놈이지?"


자신의 이름을 상대가 내뱉는 순간 결코 좋은 뜻으로 찾아온 게 아니란 것을 광일은 느끼고 있었다.


"알고 온 거 아니었나?"


"흐흐흐,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서 말이지."


"넌 누군데 우리 일을 방해하고 있는 거지?"


"너한테 듣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두지."


"나한테 듣고 싶은 말이라.. 이렇게 찾아온 걸 보면 절대 대답하기 쉬운 말은 아니겠군."


"네가 저질렀던 일이니 마음만 먹는다면 의외로 쉬운 일 일수도 있지."


"내가 저질렀던 일이라.. 너무 많아서 짐작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뭐 어쨌든 좋은 일이라곤 해본 적이 없으니 좋은 일로 찾아온 건 아니겠지."


뭔가에 짓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부하들의 숨소리가 힘겨워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 역시 피부가 따끔거린다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것이 유형화된 살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자신도 살기를 익히기 위해 무식한 방법이지만 개를 천 마리 이상 때려잡아 봤기에 알고 있었다.

그 결과 아무리 사나운 투견이라 하더라도 자신만 보면 꽁지를 감추고 오줌을 지리기 일쑤였다. 그 덕분에 개백정이란 별명은 덤으로 얻었고.

그런 자신조차 상대가 뿜어내고 있는 살기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오늘 내 일진이 안 좋은 모양이네."


살기를 견디기 힘들었는지 부하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허덕이고 있었다.


"비루먹은 개꼴이로구나."


부하들은 자신과 마주쳤던 개들과 똑같은 꼴을 보이고 있었다.

틀렸어. 이래선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이미 싸울 의지가 한풀 꺾인 개장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묻고 싶은 게 뭔지 말해봐 대답할 수 있는 일이라면 대답해주지."


"모르긴 몰라도 25년도 훨씬 전에 저질렀던 일일 텐데 기억을 잘 되살려봐야 할거야.

너, 구룡마을을 기억하고 있나?"


개백정의 얼굴이 핼쑥하게 변했다.


"뭐.. 넌... 누군데, 틀림없이 거기서 살아남은 인간이 없다는 걸 확인했는데..."


"흐흐흐, 네 짓이란 건 이미 알고 있으니 길게 떠들 것 없다. 내가 궁금한 건 누가 무슨 이유로 네놈에게 그런 짓을 지시했느냐 하는 거지."


......


"크크큭. 대답하기 싫다면 그냥 죽어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만간 나종수를 통해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


개백정은 자신의 이마로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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