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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27,620
추천수 :
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4.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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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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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2. 복수의 길.

DUMMY

"흠, 이가촌과 달리 자존심 강한 고타로라면.. 자네가 나에게 온 순간부터 배신자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테니 그럴 수도 있겠지.

좋다, 고타로에겐 내가 직접 연락을 취해보도록 하지."


.....




미요코는 잠결에 자신의 방문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 깨어났다.

오성급 호텔에 도둑이 들리는 없으니 보나 마나 겐이치일 것이란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저 인간이‼’


날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던 시마 산속의 촌년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화가 들끓자 눈동자가 점차 노랗게 변했다. 저절로 발동된 인형술이다.

오랫동안 산속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의부인 촌장의 억압을 받아가며 고된 수련을 쌓아온 때문에 외골수인 성격으로 변해 한번 싫어지면 죽이고야 마는 성격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이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사형에게 정을 쏟아 부었지만 자신을 이용만 하려는 사형에게 질려가던 중 마스터의 모습과 노래를 듣게 되었고 순식간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이다.

자신을 가르쳐준 사부가 죽고 없는 이상 아무리 사형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의 용서는 없어.

의부의 명령에 따라 이유도 모르는 몇 번의 살행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서 성격은 더욱더 차갑게 변해가기만 했었다.


누가됐든 날 방해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문이 열리고 겐이치가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기척을 죽이고 들어서는 겐이치의 손에 들린 희끗한 물체가 보였다.


’칼을..?’

하, 이 짐승 만도 못한 놈이 결국 먼저 칼을 빼 들었구나.


미요코는 겐이치가 가까이 다가올 때를 기다려 눈을 크게 떴다.

그 순간 노란빛으로 타오르는 횃불 두 개가 허공에 떠있는 것 같았다.


컥.

불빛에 놀란 겐이치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흔들었다.


"크크큭, 사매 깨어있었구나!"


"호호호. 아무렴 그냥 죽어줄 줄 알았나요?"


겐이치는 어차피 들킨 거 감출생각도 없었다.


"쯧, 그냥 조용히 죽어주는 게 너한텐 더 좋았을 텐데."


겐이치는 대치가 길어져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비록 짧은 히코노카미 이긴 하지만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형술이 통하지 않도록 눈만 마주치지 않으면 돼.


"호호, 왜? 그새 내가 무서워졌나 보지요?"


"흐흐, 사매가 무서운 여자라는 건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사매를 가질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야. 어떤 경우에도 나의 명령에 순종하는 여자로 만들고 싶었던 건데, 이젠 틀려버렸지. 그러니 이만 내 손에 죽어줘야겠다."


번개가 무색하게 미요코의 노리고 뻗어나간 칼이 가슴을 관통했다.

하지만 찔렀다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자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어? 허공을..!


미요코의 역습을 우려한 칼 빛이 어두운 방안을 번개가 내리치듯 사방의 공간을 쪼개나갔다.

한참을 칼을 휘두르던 끝에 지친 나머지 진땀이 한 방울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겐이치는 흘러내리는 땀도 아랑곳 없이 미친놈처럼 칼을 휘둘렀다.


’ 감각에 잡히는 게 없어! 어떻게 된 거지?’


미요코는 이미 인형술에 빠져 저 혼자 날뛰고 있는 겐이치를 얼음 같이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한동안 날뛰던 겐이치의 눈에 벽에 붙어 서있는 미요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네, 이년‼ 죽어랏‼"


몸을 날린 겐이치가 미요코와 충돌했다.

쨍그랑!


"헉, 환영!"


어-억!

창밖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신을 자각한 겐이치는 비명을 질렀다.


"어어, 저걸 어떡해!"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건물을 쳐다봤을 때 허공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보고 여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어?

25층에서 떨어져 찬바람을 맞는 순간 겐이치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떨어지고 있는 눈에 자신이 뚫고 나온 호텔의 창문이 보였다.


이런 시발! 어느새 인형술에 빠졌었구나.

아무리 자신이 무술에 능하다 해도 허공을 날아다닐 재주는 없었다.

다만 죽지 않으려고 최대한 몸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내력을 끌어올렸지만 의지할 곳 없는 허공에서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기엔 역부족이란 걸 알았다.


퍽.


"겐이치, 날 죽이려다 네가 먼저 죽은 것뿐이니 후회는 없을 거야, 그렇지?"


미요코는 바닥에 떨어져 뭉개져있는 겐이치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다 사라졌다.

사람들이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겐이치의 주검 주위로 모여들었다.


누군가 용감하게 나서서 겐이치의 경동맥을 짚어보고 소리쳤다.


"어, 뭐야? 이 사람 아직 살아있어! 아무나 빨리 119에 연락해!"


맥을 짚어보던 이의 고함 소리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부다 핸드폰을 들고 응급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누군가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뭐라는 거야? 25층에서 떨어진 사람이 어떻게 살아있다는 거야. 잘못 본 거겠지."




겐이치가 미요코에게 죽어가고 있던 시간 석환은 하네다공항으로 향하는 JAL기에 타고 있었다.

어쩔 수없이 죽여 버린 일본 놈들 때문에 국내에서 활동하는 건 더 이상 무리란 판단이 들었기에 당분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일본에서의 목표는 확실하다. 더 이상 자신을 방해하는 것들을 살려두지 않기로 맹세했기에 스미요시카이의 멸살이다.

하지만 그놈들 외에도 정리해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남아있다.

연판장에 적혀있던 이름들.

그놈들 이름까지 모조리 지워버려야만 일본에서의 일을 마무리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판장에 적혀있는 일본인 이름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이름이 일본의 국회의원들이란 것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식사를 드릴까요?"


스튜어디스의 말에 생각에서 벗어난 석환이 고개를 쳐들었다.


어?

영락없이 월화와 판박이인 스튜어디스가 웃는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른 놀란 표정을 감춘 석환이 미소를 짓고 고개를 저었다.

꼴랑 두 시간 반의 비행에도 밥을 주는가보다.


스튜어디스는 사명감 비슷한 감정까지 내비치며 다시 물었다.


"호호, 그럼 음료수라도 드릴까요?"


’응? 이런 반응은.. 내가 누군지 알아본 건가?’

계속된 권유에 마지못한 석환이 입을 열었다.


"와인이 있을까요?"


환하게 기쁨이 묻어나는 얼굴로 스튜어디가 냉큼 대답했다.


"네 있습니다. 마스터 장."


역시 날 알고 있었구나 싶었다.


"허, 내가 누군지 알고 계셨던 겁니까?"


스튜어디스가 비밀이라도 털어내듯 조그맣게 속삭였다.


"네, 여기선 저밖엔 알아본 사람이 없어요, 제가 마스터의 노래를 좋아해서요. 마침 제집이 도쿄에 있으니 숙소를 정하지 않으셨으면 전화주세요. 잊지 마세요, 제 이름은 츠미코예요."


술잔 밑에 종이를 끼워 놓은 스튜어디스가 환하게 웃으며 통로를 걸어갔다.

이건 뭐지, 전화번혼가?

이건.. 어쩌면 좋은 기회일수도.. 있을 것 같은데?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술을 마신 석환은 눈을 감았다.


치요다구 키오이초의 오가니 호텔이 스미요시카이의 본부라는 걸 알고 왔기에 둘러보고 있는 참이다.


화려한 외관의 호텔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감탄이 흘러 나왔다.


"그야말로 양아치들의 천국이로구나. 이렇게 대단한 규모의 호텔까지 드러내 놓고 운영을 할 수 있을 정도라니."


이곳이 놈들의 사업장이란 건 분명하지만, 과연 구지케 오하라가 이 안에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으니...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섣불리 건드리지 말고 우선은 지켜보아야겠다.

주변과 동화되어 석상처럼 서있던 석환의 모습이 사라졌다.




일본에서 제법 지명도가 높은 아미즈 프로덕션은 일본 연예기획사중 1위라는 바닝 프로덕션에서 치프 매니저를 맡았던 나카무라 유키가 독립해 세운 기획사였다.

하지만 바닝 프로덕션은 야쿠자의 소유라는 소문이 무성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유키는 자신이 관리하던 연예인이 야쿠자의 간섭에 망가지는 꼴을 보다 못해 탈출해 독립한 것이다.

그런 강단을 가지고 있던 유키도 이젠 제법 나이가 들어 살집이 붙었지만 전성기 때의 미모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런 유키의 사장실로 모처럼 연예부장인 다케다 카츠야가 찾아들었다.

서류에서 눈을 뗀 유키가 놀란 눈으로 카츠야를 쳐다보았다.

사전 약속 없이 들어오는 법이 없었던 카츠야였기에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것이다.


"카츠야씨, 갑자기 무슨 일이지?"


"긴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무슨 일인데, 이렇게 갑작스런 방문을?"


"혹시, 사장님께서도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세계적으로 이름난 얼굴 없는 가수에 대해서 말입니다."


뜬금없는 카츠야의 말에 유키는 어리둥절했다.

얼굴 없는 가수라니? 요괴란 말인가?


"얼굴 없는 가수라니?


"인터넷에서 유명한 마스터장이란 이름 들어보신 적이 없습니까?"


"아, 마스터 장이라면 당연히 나도 알고 있지. 그 사람 팬 중에 한 사람이 바로 난데. 그런데 그 사람은 왜?"


"그 사람이 바로 우리나라에 입국했다고 합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던 유키가 놀라 소리쳤다.


"그게.. 정말이야⁉"


"네, 확실합니다."


"그 사람 지금 어디에 있는데⁉"


"제 사촌 여동생 집에서 같이 지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사촌 여동생이라면.. 스튜어디스라는 츠미코양?"


"네,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그거야 자네가 동생을 우리 회사에서 연예인으로 데뷔를 시키려고 했었으니까 기억하고 있는 게 당연하지."


유키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

그런데 둘이 무슨 사이기에 같이 있다는 걸까?

뭐, 어떤 사이가 됐든 그런 것 까지 물어볼 수는 없겠지.


"그 사람을 직접 만나볼 수는 없을까?"


"안 그래도 그 문제로 사장님과 의논을 해 보려고요."


"의논이라니..?"


"그 사람을 우리 회사의 이름을 내걸고 방송에 출연을 시키면 어떨까 싶어서 말입니다."


"방송에 출연을 시킨다고? 내가 알기론 그 사람 국적이 한국이라고 한 것 같은데, 과연 방송국에서 허락을 할까?"


"네, 하지만 마스터 장의 주 무대였던 미국에서 조차 단 한 번도 방송에 출연해 본 적이 없으니 만약 우리나라에서 방송에 나온다면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하지만.. 한국인 이라는 게.."


찝찝해 하는 유키의 얼굴을 보고 카츠야가 물었다.


"혹시.. 사장님께선 그 사람 음악을 다운 받은 일본인의 숫자를 알고 계십니까?"


"아니, 그건 왜?"


"제가 알고 있기론 우리나라 인구의 10%가 넘습니다. 그 말은 20대에서 30대 연령층의 인구가 거의 다 마스터의 노래를 들어봤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방송에 출연만 시킬 수 있다면 성공은 당연할 겁니다."


"하긴... 출연시킬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 사람이 허락을 할까?"


"그래서 제가 먼저 만나볼 생각인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카츠야가 자신을 찾아온 것은 결국 비용 문제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출연료를 얼마나 요구할지 감도 잡히지 않자 유키의 이마가 찌푸려 들었다.


하지만 섭외에 들어갈 비용보다 유키 자신이 그 사람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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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03. 복수의 길. 22.03.22 15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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