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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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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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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3.1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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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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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0. 이들리브로 가는 길.

DUMMY

"이보라, 동무. 살려주는 김에 나도 데려가주면 안 돼갔어?"


엉뚱한 놈의 말에 석환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이대로는 돌아갈 곳이 없거든. 가봐야 본국으로 송환당할 건 뻔한 일이고 그러니 기왕에 살려주려면 확실하게 살려주란 말이지."


"뭐냐 그러니까.. 니 말은 나한테 보따리 내놓으라는 말이냐?"


"기, 기렇지..."


"크큭. 이런 뻔뻔한 인간을 봤나."


북한 놈의 황당하지만 절박한 표정으로 지껄이는 말에 저절로 콧바람이 새어 나왔지만 어쩐지 밉지가 않았다.


"당신, 이름이 뭐야?"


"박성철."


"계급은?"


"상사."


"계급을 들어보니 아는 것도 별로 없겠네."


.....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 자존심 꽤나 상한 것 같다.


"기래도 이들리브의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내래 더 잘 알지 않겠소?"


"그건.. 그렇겠지. 그래서 날 도와주겠다는 거야?"


"데리고 가 준다면야 당연히 협조하지 않겠음?"


"좋아, 그럼 앞날이 어찌될지는 나중에 걱정하기로 하고 같이 가보자고."


절벽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원들은 석환의 뒤를 따라오는 동양인을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로버트와 토리노가 저건 뭐냐는 눈빛을 던져왔다.


"북한군 저격수란다."


석환의 저격수란 말에 모두의 눈빛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석환이 잡아내지 못했다면 이중에 몇 명은 틀림없이 죽었을 테니 표정이 변할 수밖에.


토리노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박성철을 노려보았다.

박성철도 못마땅한 눈으로 토리노를 쳐다보았다.

‘ 내 손에 죽은 놈도 없구만 노려보기는..‘


"허-, 이 새끼가 우릴 노리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 모르고 그냥 계곡을 빠져 나갔더라면 우리 중에 몇 명은 살아있는 얼굴을 보지 못했을 거라고 봐야겠지."


"그런데 죽여 버리지 않고 왜 뭐 할라고 데리고 온 건데?"


"이 친구, 기껏 살려주고 났더니 갈 곳이 없다네."


"뭐야? 그래서 우릴 죽이려고 했던 놈을 데리고 가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응, 뭐 안 될 것도 없잖아."


로버트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뒤통수 맞을 걱정은?"


흐흐흐.

"죽고 싶으면 뭔 짓을 못할까? 그럼, 그때가 바로 제 놈 제삿날이 되는 거지."


"...난 모르겠다. 캡틴이 알아서 해."


"많이 늦었다, 이제 그만 출발하자."


"하긴, 많이 지체됐네."


차량들은 덜컹거리며 꼬리를 물고 계곡을 빠져나와 또다시 모래사막을 달렸다.


차에 같이 타고 있던 박성철이 이들리브가 멀리 보이는 외곽에서 스톱을 외쳤다.


"정지! 더 가면 매복해있는 IS간나들에게 걸리게 되오."


"몇 명이나 매복해있지?"


"1K간격으로 한 곳당 20명 정도 6군데, 주도로는 조금 더 촘촘하게 병력이 깔려있고."


"뭐야? 그럼 전체병력이 몇 천 명씩이나 된다는 거야?"


"내가 듣기론 이번 작전에 2천명 정도를 동원됐다고 들었소."


"그럼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의 병력은?"


"마을을 두 개 지나가야 하는데.. 쿠메나스하고 알 너라브요. 병력이 얼마나 있을지는.. 나도 모르오."


"피해갈 방법이 없을까?"


"굳이 마을을 피해가자면 밭을 깔아뭉개고 가는 수밖에 없지. 그렇게 되면 IS가 지켜보고 있겠소?"


무슨 일로 정차 시켰는지 모르는 대원들이 차에서 내려 모여들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로버트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이들리브로 들어가려면 마을을 두 개나 지나가야 하는데 IS가 진을 치고 있다네."


"결론은... 피를 봐야할 시간이란 거네."


"그래, 하지만 피를 볼 때 보더라도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야지. 내가 갔다 올 동안 문제 생기지 않게 대원들 단속이나 잘 하고 있어."


혼자 정찰을 간다는 석환의 말에 걱정이 가득 실린 눈으로 로버트가 물었다.


"직접가게?"


"아니면? 누가 나만큼 재빠르게 움직일 사람이라도 있어?"


"그..... 그렇긴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날 걱정해주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걱정할 필요 없어. 네가 알고 있는 내가 다는 아니니까 말이지."


"그래, 알았다. 눈먼 총알 조심하고."


석환은 베레타 M92 두 자루를 옆구리에 차고 전투조끼의 주머니마다 탄창을 채워 넣은 뒤 또다시 대검을 세 자루나 허벅지와 옆구리에 찼다.

그때 박성철이 나섰다.


"이거 쓸모가 있을지 모르니 가져가시라."


내민 건 한 자루 볼펜이었다.


"이거 독침 아냐?"


"맞슴메, 이 볼펜 안에 그저 20명쯤은 너끈히 죽일 수 있는 테트로도톡신 고농도 농축액이 들어있지요. 사용법은 10m내라면 침을 발사해도 되고 찌르기만 해도 되니 알아서 쓰시라요. 침을 발사하는 방법은 단추를 연속해서 세 번 누르면 되니까 기억해 두시라요."


"세 번이라 알았어, 잘 쓰도록 하지.

아, 내가 다녀 올 동안, 로버트 넌 이들리브에 있는 반군대장인 아비부와 연락을 해서 우리가 치고 들어갈 때 내응할 수 있도록 의논을 해봐."


"어, 그래 알았어."


말을 마친 석환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또! 허-.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사라질 수 있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구나."




무인정찰기가 보내오는 영상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파이드 살만 육군사령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첫 번째 함정이야 운 좋게 빠져나갔다고 하지만, 아무리 능력이 좋다고 해도 과연 중무장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는 IS가 득실거리는 포위망을 뚫고 나갈 수 있을까요?"


석환의 능력을 모르고 있는 파이드는 잘만의 욕심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파이드, 자넨 저걸 운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아무래도 좋아, 성공하면 아비부에게 빚을 지게 만드는 거고 실패하면 내가 원하던 대로 마스터를 묶어 놓게 되는 거니까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잘만이 평온한 안색으로 대꾸했다.


"성공하고 돌아오면 정말로 풀어주실 생각이십니까?"


허허허.

"왜, 실패할 것처럼 말을 하더니 그새 마음이 바뀌었나?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파이드는 잘만의 가식이 가소롭게 느껴졌다.

언제 그렇게 약속을 잘 지켰다고.. 하긴 CIA와 엮여 있다고 들었으니 아무리 잘만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네.


사소한 시간 약속만 해도 단 한 번도 제시간을 지켜 본 적이 없는 잘만이다. 한 달 전부터 접견예약을 하고도 제시간에 맞춰온 인사들이 서너 시간씩 대기하는 건 예사였다.

그보다 더 큰 계약건만 해도 기분에 따라 사소한 트집을 잡아 변덕을 부리기 일쑤였지만 도장을 찍기 전이라면 을의 위치에 있는 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어지간한 손해는 감수했다.

게다가 도장을 찍은 뒤였다 할지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위약금을 물고 해약을 감행했기에 거래가 끝나 잔금을 받을 때까지 안심하지 못할 존재가 잘만 장관이었다.


‘그런 주제에 약속이라니...’




2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알 너라브에 스며들어온 석환은 IS의 흔적을 찾아 움직였다.

경험상 놈들이라면 가장 큰 건물에 모여 있기 십상이지.


도로를 따라 다닥다닥 붙은 집집의 벽들마다 새롭게 총탄에 패인자국이 역력하고 중간 중간 이빨이라도 빠진 것처럼 폭격에 당했는지 폭삭 무너져 내려 원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는 집들이 보였다.


사방으로 혼 스피커가 달려 있어 기도시간이면 무아딘이 소리 높여 아잔을 외쳤을 모스크의 미나렛마저 폭탄에 맞아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헤매고 다니다 철판을 덕지덕지 붙인 무장장갑트럭을 민가 사이의 좁은 골목길에서 발견했고 트럭 주변에 흩어져 쉬고 있는 놈들이 보였다.


‘그나마 한군데 다 모여 있지 않은 게 다행이로군.’


모두 열 넷 뿐인가? 더 이상 감에 잡히는 놈들은 없는 것 같은데?

이젠 남의 목숨을 뺏는데 주저함이 없어진 자신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쯧,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됐는지.. 이게 다 그놈들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면 내가 너무 초라해지는 것 같고...

쓸데없는 감상은 집어치우고, 최대한 소리 없이 치워버리자.

공령空靈에 진동을 일으킨 몸이 주변의 사물과 동화 돼 허깨비처럼 사라졌다.


탁.

목덜미에 따끔한 감각을 느낀 IS는 벌레를 잡으려 자신의 목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어, 이거 웬 모기가..?"


짝.


"뭐야, 나도 물렸는데 자네도..?"


말도 끝맺지 못한 IS가 모로 쓰러졌다.

앞으로 벌어질 전투의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던 IS들은 사신이 자신들의 옆에 왔다는 것도 모르고 신경독이 발린 날카로운 독침에 찔려 사지가 마비돼 하나 둘씩 쓰러져 가늘게 경련을 일으키다 숨이 끊어졌다.


모습을 드러낸 석환은 자신이 만들어낸 참사를 힐긋 쳐다보곤 또 다른 목표를 찾아 자리를 떠났다.


장비가 가득 실린 트럭을 쳐다보는 로버트는 걱정이 앞섰다.

석환의 도움 없이 무사히 작전을 마칠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힘들겠지?"


그러니 적들이 우글거리는 속으로 홀로 들어간 석환의 생사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거야 정말.. 군인인 내가 어쩌다 석환 한 사람의 힘에 의지하게 된 거야?"


토리노가 그런 로버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입을 열었다.


"석환은 걱정할 것 없어. 걱정이라면 우리가 걱정이지."


박성철은 그들의 대화를 다 알아 듣고 있으면서도 못들은 척 내색도 하지 않았다.


덩치만 큰 얼라 같은 새끼들. 겁들은 많아서리.. 나 혼자서도 저런 곳쯤 들락거리는 건 누워서 떠먹기 아니겠음?

그런 내가 꼼짝도 못하고 당했다는 걸 모르는 미련퉁이들. 걱정할 사람은 따로 있지, 걱정을 해야 한다면 바로 내가 조련한 IS동무들이 아이겠슴?



그동안 지원을 받지 못해 탄약부족으로 이들리브 안에서 농성에 가까운 수비를 하고 있던 아비부 반군사령관은 지원물자가 알 너라브 마을까지 와있다는 연락을 받고 걱정이 앞섰다.

IS가 가장 많이 집결돼 있는 곳이 쿠메나스 마을이었던 까닭이다.


"호송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과연 그들의 힘 만으로 쿠메나스를 돌파해올 수 있을까?

무사히 돌파하자면 우리 쪽에서도 협공을 감행해야 한다는 말인데... 마지막 탄약을 끌어 모아 반격하다 실패하면 모조리 죽는단 말이지."


아비부는 가장 중요한 박격포탄이 채 100발도 남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야 말로 정말 목숨을 걸어야 되겠군."


아비부는 오랜 투쟁 끝에 삼백 남짓 살아남은 부하들을 떠올렸다.

학교 교사서부터 농부며 공무원 출신도 있었다. 당연히 아사드 정권에 의해 강제로 퇴직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 이거나 또는 독재정권아래 바퀴벌레처럼 기생하며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상관에게 질려 자발적으로 퇴역해버린 군인 출신도 있었다.


어떤 사연을 가졌든 이들 모두 IS의 만행에 질려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자신이 시리아 정규군 장교 출신 이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사령관직을 맡게 되었고, 결국엔 이들리브 안의 수많은 목숨까지 책임지게 되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우리 중에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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