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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27,628
추천수 :
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3.2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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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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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2. 이들리브로 가는 길.

DUMMY

돈 안 되는 벽화나 조각 같은 유물 따위는 얼마든지 부셔도 상관없지만 외국에 비싼 값으로 팔아먹을 수 있는 보물들은 다르지. 그걸 팔면 얼마든지 군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깊은 생각으로 가능한 포격을 자제하고 있었던 것인데 패착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포탄도 얼마 안 남았을 놈들이 갑자기 포격이라니?

생각은 나중에 지금은 닥치고 쏘기부터 해야 할 때란 생각에 명령을 내렸다.


"전포 발사!"


알할부시는 누가됐든 다른 쪽 입구를 막고 있는 동료들이 총소리를 듣고 지원하러 달려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씨발, 이러다 다 뒈지기 전에 누구라도 와라!"


퐁. 퐁. 퐁.

그나마 정신을 차린 부하들이 이들리브 안으로 포탄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투투퉁.

투퉁.

토리노는 박격 포탄이 올라가는 궤적을 모니터로 확인하고 그 자리에 유탄을 발사했다.


포탄이 날아간 자리에서 풀썩 연기가 피어오르고 발사가 끊어진 것을 확인한 스트라이커가 또 다른 먹이를 찾아 움직였다.

단 한 번의 발사를 끝으로 다에시들의 박격포가 침묵을 지켰다.


석환은 박성철에게 들었던 정보와 다른 상황에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걸.. 포위병력이 2천명이라더니 장비도 그렇고 고작해야 몇 백 명 정도밖에 되질 않을 것 같은데?

감에 잡히는 건 없는 게 확실한데.. 설마 우회해서 뒤를 치는 건 아니겠지?


놈들에게도 중기관총이 있었던지 결국 아군 위치를 확인한 다에시들의 총알이 능선까지 산발적으로 날아들었다.


핑. 핑.

총알 날아오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렸다.


투투투퉁. 투투퉁. 투투퉁.

험비에 장착된 캘리버50과 M240이 거센 반동을 일으키며 총알이 날아온 곳을 노리고 일제히 불을 뿜었다.

고막이 터져나갈 것 같은 총격음이 끊임없이 계속 이어졌다.

어둠이 찾아들고 있는 사막 위를 붉은 빛줄기가 누군가의 목숨을 뺐기 위해 사신의 채찍처럼 날아갔다.


팅.

탱.


"억! 아, 씨발! 놀래라."


악에 받친 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토리노의 목소리가 뒤따라 들려왔다.


-3호차! 맞았나?


-어, 맞긴 맞았는데 다행히 두발 다 방탄판에 맞고 튀었어.


-조심해! 최대한 대가릴 감추고 사격하라고. 이번엔 재수가 좋았지만....


-안 들어도 알고 있다. 두 번의 행운은 없다는 걸.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마워.


알할부시는 정신없이 협공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걱정이 앞섰다.

다른 통로를 맡고 있는 새끼들은 전투가 벌어졌다는 걸 알면서도 도와주러 올 생각조차 안하고, 아니 어쩌면 내 부대가 몰살 당하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러면 조직 내에서 그만큼 자신들의 위상이 올라갈 테니까.

이러다 내가 살아남는다 해도 애꿎은 부하들을 다 잃고 나면 다른 조직들에게 내 위치가 흔들릴 거고. 아비부가 보관하고 있을 보물이 욕심나긴 하지만 도와주러 오는 놈도 없고 아무래도 이만 후퇴해야 할라나...보물도 살아있어야 쓸 수 있는 거지.


생각보다 행동이 빨랐다.

알할부시가 소리쳤다.


"모두 후퇴‼ 후퇴하라‼"


기다렸다는 듯 조직원들이 트럭에 올라타고 쏟아지는 총알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깨질 것 같은 트럭들의 엔진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은 대원들의 눈에 안도의 빛이 흘렀다.


"어휴, 바퀴벌레 같은 다에시 놈들 이제야 도망가는 모양이네."


조금만 더 다에시들이 버텼더라면 셀수없을 정도로 총알을 쏟아낸 총신이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을 대원들은 알고 있었다.


재빠르게 핸들을 잡은 석환이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지금이다. 출발!"


그동안 사막을 달려오느라 혹사 당해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트럭들이 쫓겨 가는 다에시들을 추격하기라도 하듯 이들리브를 향해 달렸다.


"포탄이 떨어졌습니다!"


부하의 고함에 놀란 것도 잠시


"놈들이 도망갑니다!"


기쁨을 참지 못하는 음성에 가슴이 떨려왔다.

살았구나.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다른 도로를 막고 있던 놈들은 왜 도와주지 않은 걸까? 이유가 뭐지?

아비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중해의 키프로스앞 바다에 한가롭게 떠있는 요트는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디자인하고 아지무트에서 제작한 초호화요트 아무르호 였다.

넓은 갑판의 선베드에서 잘만은 UAV가 보내오는 영상을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잘만의 옆으로 하마드가 술과 안주를 실은 트레이를 끌어와 테이블에 옮겨 놓았다.


"자네가 잘 처리했어."


"전 그저 왕자님의 말씀을 전달해 드렸을 뿐입니다."


"미련한 놈들이 그래도 알아들을 귓구멍들은 뚫려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야."


감히 왕자님의 명령을 어길 간 큰 인사들은 없지요.


"하하하, 명령이라.. 명령이라기보다는 내가 가진 돈의 힘을 두려워하는 거란 걸 내가 모를 줄 아나? 다들 내가 지원을 끊는다는 협박에 찔끔한 거겠지."


"이번 전투로 알할부시의 조직은 30%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말귀를 못 알아 처먹는 욕심만 많은 돼지 새끼 같은 놈이니 상관없어. 감히 가당치도 않게 보물에 헛된 욕심을 내다니, 차라리 폭발 때 죽어버렸으면 내 속이 조금은 편해졌을 것을,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걸 보면 어지간히 운도 좋은 놈이야."


"죽이려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만?"


"하하, 농담이야, 농담. 우리가 손댔다는 걸 알면 배신자라며 여러 놈들이 들고 일어날걸? 아무리 죽일 놈이라지만 우리가 손을 대선 안 돼."


"그럼, 왕자님께서도 시위대를 보냈던 놈이 알할부시라는 걸 알고 계셨던 겁니까?"


"당연하지.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나? 어디 시위대 뿐인가, 파티마를 납치하려 했다는 놈이 바로 그놈이란 것도 알고 있네. 알면서도 내버려둔건 분파들 간의 균형을 깨기 싫어서였네."


"어차피 이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깨지지 않겠습니까?"


"알할부시의 힘이 약해졌으니 누구에게든 흡수되겠지. 하지만 영악한 놈이니 다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다른 방법이라니요?"


"분파끼리의 분쟁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은가."


"아, 자신이 당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지원해줄 다른 후원자를 끌어들인다는 말씀이로군요."


흐흐흐.

"그렇지, 그놈에게 그런 머리가 있을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나름대로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거야."


"왕자님의 의중을 알고 있는 자들 중엔 그런 자가 없을 것이라 믿지만.. 만약 내막을 모르는 후원자가 멋모르고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요?"


잘만의 눈에 잔인한 빛이 떠올랐다.


"흐흥, 그 쓸모없는 놈을 후원할 정도의 힘을 가진 놈이라면 그놈이 내게 한 짓을 모를리 없을 텐데? 그렇지 않나?"


"...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그게 어떤 놈이 됐든, 내가 하는 행사에 방해를 한다면 두 번 다시 그런 마음조차 가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망가트려야겠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문제는 알아서 하도록 하게."


"예. 왕자님."


모니터에는 험비의 경호를 받으며 이들리브 시내로 들어가는 트럭행렬이 보였다.


잘만의 후덕한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도움을 좀 주긴 했다지만 믿었던 대로 실망시키지 않는군."


하마드의 얼굴도 덩달아 환하게 펴졌다.


"정말이지 실력 만큼은 확실한 사람입니다."


"어떻게든 잡아 놓고 싶은데.. 뾰족한 방법이 없단 말이지."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비부의 집무실로 들어선 석환과 로버트는 창가에 서서 트럭에 실린 화물을 하차하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아비부를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무기는 마음에 드십니까?"


"고맙단 말밖엔 더 이상 할 말이 없군요."


"전 심부름만 했을 뿐, 고맙단 말은 왕자님께 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하하,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맞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포탄 발사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포기하고 철수했을 겁니다."


석환의 질책 어린 말에 아비부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변명 같지만 난 나 자신보다 부하들의 생명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지키고 만 있으면 IS들이 순순히 물러 날 거라 생각한 겁니까? 만약 이곳이 점령 당했다면 그때도 당신들이 무사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 겁니까?"


"...살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저 버티는데 까진 버텨볼 요량이었습니다."


"쯧, 우리 대원들이 그만큼 못 미더우셨단 말인가 본데.. 다음부턴 다른 팀이 당신을 지원 하러 오게 될 겁니다."


....


이런 자가 어떻게 지휘자가 됐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유약한 심성을 알고 나니 더 이상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아무리 봐도 지휘관으론 실격이야.

내 임무는 완료했으니 아무런들 상관없겠지,


"우린 내일 새벽 돌아갑니다. 부탁하실 일이 있으면 미리 얘기하시지요."


아비부의 얼굴에 갈등이 어리는 것이 보였다.


"후, 남아 달라고 부탁해봐야 소용없겠지요."


상황을 봤으니 대원들의 전투력이 욕심났을 것이다.

석환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힘드시겠지만 돌아가는 길에 왕자님께 상자를 전달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상자라니요?"


아비부의 눈에 의아한 빛이 떠오르다 사라졌다.


"왕자님께선 아무 말씀도 없으셨나요?"


"전혀 들은 게 없습니다."


"... 그냥 상자 몇 개만 전달해 드리면 됩니다."


"내용물이 뭔지 말해주실 수 없는 겁니까?"


"시리아의...유물입니다."


"유물이라니? 그걸 왜...?"


"지원의 대가로 보내드리기로 약속했던 겁니다. 앞으로 받아야 할 지원의 대가가 포함돼있기도 하고..."


시리아의 유물이라면 고대의 보물이 아닌가? 왕자가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닌데?


"아,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립니다 만, 이 유물들은 알 사우드 박물관으로 들어갈 겁니다. 어차피 다에시들에게 뺏기든 아니면 현 정부에 몰수 돼 이리저리 외국으로 우리의 유물이 팔려나가는 꼴을 보느니, 어쨌든 같은 형제국가인 사우디에 있는 게 그놈들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 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


안타까워하는 눈빛을 보니 괜히 물어본 것 같다.


"좋습니다. 전달해드리지요."


새벽 동도 트기 전 화물을 실은 한 대의 트럭을 호위해 석환과 대원들은 또 다시 길을 나섰다.

알할부시의 궤멸로 더 이상 앞을 가로막는 IS들은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돌고 돌아 돌아온 곳은 한국이었다.

자신이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들은 대원들은 어쩔 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막막한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갈 곳도 의지할 곳도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소속감이 있어 뭉쳐있으면 강하지만 전역을 하고 소속을 잃으면 한없이 약해지는 게 젊은 시절 전쟁터를 전전하며 보내는 바람에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특수군 출신 퇴역군인들이다.

물론 제대군인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에서 사회 적응교육을 시키고 취업 알선까지 한다지만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거라곤 총질 뿐이다 보니 아차 하는 순간 잘못된 길로 빠지기 일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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