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27,624
추천수 :
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4.09 12:29
조회
119
추천
4
글자
11쪽

119. 복수의 길.

DUMMY

크크큭,

게다가 이름까지 칠성인걸 보면 칠원성군의 점지라도 받고 태어난 놈인 걸까?

어쨌든 귀찮은 건 사실이니까, 당분간 몸을 사리고 있어야겠어.


대사관의 인맥을 이용해 석환이 일을 하고 있다는 클럽을 알아낸 겐이치는 연판장을 받아 내기 위해 납치를 계획하고 있었다.


알아본 결과 서울이란 도시가 번잡하기로는 도쿄와 다를 것이 없어 사람을,

그것도 반항할 것이 분명한 건장한 사내를 납치하기에 용이한 도시가 아니란 것만 알 수 있었다.


"음.. 우리가 이 도시를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우리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정부가 곤란해질 테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미요코는 사형이 노리고 있던 사내가 마스터장이란 사실을 그제야 알고 깜짝 놀랐다.


’하아, 첫눈에 반한 사내였는데, 설마 했더니.. 사형이 노리던 사내가 설마 그 사람일 줄이야.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지?’


날이 갈수록 그 남자의 얼굴이 또렷하게 떠오르다 꿈에서 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사매는 뭐 좋은 생각 없어?"


"나는.. 뭐 별로 생각나는 게 없는데요."


하긴 어려서부터 자신이 시키는 일만 해온 인형 같은 여자라 별다른 생각이 있을 리 없겠지만, 그래도 답답한 마음에 혹시나 하고 물어봤을 뿐이다.


’흐흐, 애초부터 생각이라곤 쥐뿔만큼도 없는 년이었지.’


자신의 처녀를 가져간 사형을 위해서 시키는 일만 해왔을 뿐 미요코는 다른 사람들 보다 똑똑하고 집념이 강한 여자였다.

그러지 못했다면 부락 사람들이 힘겨워하는 독심술과 인형술을 일부러 선택해 수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상형이라 생각해 왔던 남자를 보는 순간 감춰져 있었던 자아가 깨어났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 전에는 안보이던 사형의 진실 된 속마음이 독심술을 펼치는 순간 손에 잡힐 듯 보였다.


호호호.

’이 새끼가 감히 날, 지가 가지고 노는 인형처럼 그렇게 생각했었단 말이지?’


화가 났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날 사랑하긴 했던 걸까?’

촌장의 딸인 날 이용해 먹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의심은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더니 한번 의심의 물꼬가 터지자 조금씩 못마땅한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눈을 감고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지.

외로운 건 싫었으니까.


미요코가 거리를 두기 시작하자 바보가 아닌 겐이치도 어딘지 모르게 변해버린 사매를 눈치 채고 의심어린 눈초리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저년이 왜 저러는 거지? 그때, 놀러 간다고 외출을 하고 돌아왔던 때부터 조금씩 이상해진 것 같긴 한데?’


"쯧, 나한테 급한 건 사매가 변한 게 아니지. 본부로부터 전통이 오길 스미요시카이도 장석환을 노리고 한국으로 출발했다고 했으니까, 그놈들이 장석환과 싸우는 틈에 기회를 봐서 나서면 되겠다."


석환은 평소와 같이 미드나이트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내려왔다.

노래를 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점점 늘어나는 여자 손님들의 테이블 초대로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차마 거절도 못하겠고 말이지.."


테이블 담당 웨이터의 수입이 달라지는 일이니 부탁을 거절 할 수가 없었다.


"남자들만 있는 테이블? 그것도 일본인들 이라고?"


"네,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꼭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일본인 남자들만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제법 큰 팁을 주면서 자신을 불러 달라고 했다는 웨이터의 말에 석환은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남자든 여자든 맥주 한잔 받아먹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만 남자들만 있는 테이블에서 가수를 초대하는 것은 처음으로 겪어보는 일이었다.

왜 이렇게 묘한 기분이 드는 거지? 일본인 이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 건가?


"알았다, 가보자."


8명의 사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이 가까워질수록 석환은 느낄 수 있었다.

’확실해, 저놈들 모두 사람을 죽여 본 놈들이야. 아예 날 노리고 있다고 얼굴에 써져 있고만.’


흐흐, 미친놈들. 얼마나 날 같잖게 봤으면 내 얼굴을 확인하러 이곳까지 왔을까, 지들 생각엔 그냥 노래나 좀 하는 가수라고 우습게 본 거겠지.


석환은 아무 내색도 않고 웃는 얼굴로 테이블에 붙어 섰다.


"하하, 날 찾으셨다고요?"


"아,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가까이에서 노래를 부른 가수의 얼굴을 보고 싶었소."


말처럼 길쭉한 얼굴에 눈동자 깊은 곳에 붉은 빛이 번뜩였다.


’이놈이 두목인가 보구나.’


"잠깐 앉아서 술 한 잔 받고 가시겠소?"


두목의 말에 앞자리에 앉아있던 거한이 벌떡 일어났다.


"이리 앉으시지요."


석환이 자리에 앉으며 인사를 했다.


"하하, 이거 참. 고맙습니다. 안 그래도 갈증이 나던 참인데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빈 잔을 내밀자 술을 따라주던 놈이 석환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기세에 눌린 것처럼 술잔을 받는 손이 가볍게 떨렸다.

석환은 못이기 척하며 슬그머니 눈길을 피했다.


"내이름은 스즈키요." (바로 널 죽일 사람의 이름이지)


분명하게 살의가 담긴 눈빛의 뜻을 읽을 수 있었다.

쯧, 자신을 절제할 줄도 모르는 우스운 놈이로군. 관상을 보니 명대로 살기 힘들겠어.

석환의 입가에 살짝 비웃음이 떠오르다 사라졌지만 스즈키는 눈치 채지 못했다.


"아, 그러시군요. 전 장석환이라고 합니다."


한입에 털어 넣은 술잔을 거꾸로 뒤집어 놓으면서 말했다.


"하하, 고맙게 잘 마셨습니다. 그럼 이만 스케줄이 바빠서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지갑을 꺼낸 놈이 백 엔짜리 몇 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자신을 노리고 온 놈들이 주는 돈이지만 돈에 이름표가 붙은 것도 아니고 기분 나쁠 것은 없었다. 석환대신 재빠르게 웨이터의 손이 튀어나와 돈을 낚아채갔다.

이 돈은 팁을 받지 못하는 주방의 식구들과 조금씩 이라도 나누게 될 것이다. 석환은 웨이터 들에게 그렇게 가르쳐 왔다.


"이렇게 초대에 응해줘서 고맙소."


돈은 담당웨이터가 받아도 인사는 석환의 몫이다.

담담한 표정으로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고맙게 잘 쓰겠습니다."


비릿하게 웃는 놈의 얼굴이 역겨웠다. 저승길 노잣돈이란 뜻이겠지.

스즈키는 테이블을 떠나가는 석환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사무실로 돌아온 석환은 방장을 미안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뭐야, 표정이 왜 그래?"


"날 찾아온 놈들이 있는데.. 어쩌면 여기가 시끄러워 질수도 있을 것 같아서."


"뭐? 뭘 하는 놈들인데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운다는 거냐?"


"일본 양아치들."


방장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멀뚱이 석환을 쳐다보았다.


"야쿠자를 말하는 거냐?"


"어, 맞아요."


"그놈들이 왜?"


"그놈들 사업에 내가 방해를 좀 놨거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형은 모르는 척 하는 게 좋아, 알아서 좋을 게 없는 일이니까."


"너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이냐?"


"하하, 그거야 당연하지."


석환의 능력을 알고 있는 방장이기에 걱정은 하지 않았다.


"좋아, 혼자서 힘들겠다 싶으면 언제든 얘기하고."


"하하,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스노베 겐이치는 스미요시카이의 스즈키와 장석환의 만남을 무심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저놈들이 장석환의 정체를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답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스미요시카이는 정보관의 수족이니 결국 겐또가 알려준 것이겠지.

지금 저놈들은 간을 보는 중인 거고..


신경 쓸 것이 없어진 겐이치는 다른 쪽으로 또 다른 쪽으로 신경이 쓰였다.

어젯밤 사매의 동침거부로 심기가 불편해진 겐이치는 스믈스믈 기어 올라오는 짜증을 간신히 눌러 참고 있었다.

’감히 날 거부하다니.’

10년 전 처녀를 가진 뒤로 처음이야. 잠자리를 거부한 게, 도대체 그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배려심이라곤 눈곱 만큼도 없는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겐이치는 사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릴 줄 몰랐다.

언제나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순종적으로 응하던 사매가 어떤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아예 따로 방을 잡아 나가버린 것이다.

뒤늦게 한참동안 방문을 두드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쓸모가 많은 계집이었는데.. 아쉽긴 하지만 싫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러니 자기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에 티끌은 잘 본다는 식으로 자신을 거부한 사매에게 닫혀있는 방문 앞에서 있는 대로 성질만 부리다 나온 것이다.

핸들을 잡은 석환은 동대문에 있는 메스터스로 가기위해 강남대로를 지나 한남대교로 접어들었다.


보이지 않는 눈이 자신을 기습할 기회만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매니저 역할을 하던 직원은 휴가를 주어 보내버렸기에 이렇게 직접 운전을 하게 된 것이다.


그놈들이겠지. 얼마 전 미드나이트에 왔던 8명의 양아치들. 그리고 따로 떨어져 있던 또 한 놈은 누구였을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적개심을 품고 있었는데.


빠아앙!

빵! 빠앙!

경적이 요란스럽게 울리고.


쾅.

우지직.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교통사고라도 난건가?

다리를 절반쯤 지났을 때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들이 기겁을 하고 25t덤프를 피하려다 접촉사고를 일으키고 뒹구는 것이 백미러로 보였다.


뭐야? 저건 또 왜 그런 거야?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광기에 가까운 살기를 느낀 석환은 속도를 높였다.


"이 미친 새끼들이? 감히 날, 트럭으로 밀어버리려는 속셈이란 말이지."


이런 곳에서 대형 추돌 사고가 나면 여럿이 죽고 다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기에 아무리 화가 나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강으로 밀어버릴 속셈이었겠지만, 다른 차량들이 피해를 안볼 수는 없는 일이다.

막가파도 아니고 생명을 우습게 본다면 나도 원하는 대로 상대해 줄 수밖에.

석환은 20m거리를 두고 따라 오라는 듯 앞서나갔다.

덤프는 이 자리에서 끝을 보겠다는 듯 한계를 넘는 속도를 내며 쫓아오고 있었다.


갑작스런 덤프의 폭주에 놀란 차량들이 요란스럽게 경적을 울려 댔다.

남산으로 유인해갈 생각이었지만 더 이상 다른 차량에 피해를 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석환은 덤프가 쫒아오지 못할 정도로 힘껏 가속페달을 밟자 엔진이 깨질 것 같은 소릴 내며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몸이 뒤로 쏠렸다.


더러운 일본 양아치 새끼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거지?

점잖게 상태하기엔 질이 좋지 않은 놈들이다.


덤프를 운전하던 조직원 고타로는 멀어지는 석환의 차를 바라보며 솟구치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핸들을 내리쳤다.


"저 새낀 뭐야? 도대체 어떻게 눈치를 챈 거지?"


눈치를 채고도 약 올리듯 눈앞에서 알짱거리던 놈이 속도를 높이더니 사라져 버렸다.


"하, 시발."


"간단하게 생각해. 한국인은 우리 일본인을 절대로 구속 시키지 못해. 그러니 넌 아무 걱정 말고 덤프트럭으로 밀어버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문제가 생기면 대사관의 힘이라도 빌릴 테니까."


스즈키의 명령대로 쉽게 끝내려고 했던 일이 시작부터 꼬여버리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짐승들의 정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7 129. 복수의 길. 22.04.22 118 3 11쪽
136 128. 복수의 길. 22.04.21 93 2 11쪽
135 127. 복수의 길. 22.04.20 100 3 11쪽
134 126. 복수의 길. 22.04.19 98 3 11쪽
133 125. 복수의 길. 22.04.18 95 3 11쪽
132 124. 복수의 길. 22.04.15 111 4 11쪽
131 123. 복수의 길. 22.04.14 114 4 11쪽
130 122. 복수의 길. 22.04.13 120 3 11쪽
129 121. 복수의 길. 22.04.12 122 3 11쪽
128 120. 복수의 길. 22.04.11 124 3 11쪽
» 119. 복수의 길. 22.04.09 120 4 11쪽
126 118. 복수의 길. 22.04.08 128 4 11쪽
125 117. 복수의 길. 22.04.07 125 5 11쪽
124 116. 복수의 길. 22.04.06 136 4 12쪽
123 115. 복수의 길. 22.04.05 133 5 11쪽
122 114. 복수의 길. 22.04.04 131 4 12쪽
121 113. 복수의 길. 22.04.02 140 4 12쪽
120 112. 복수의 길. 22.04.01 146 5 11쪽
119 111. 복수의 길. 22.03.31 151 5 11쪽
118 110. 복수의 길. 22.03.30 132 5 12쪽
117 109. 복수의 길. 22.03.29 140 5 11쪽
116 108. 복수의 길. 22.03.28 136 5 11쪽
115 107. 복수의 길. 22.03.26 153 5 12쪽
114 106. 복수의 길. 22.03.25 158 5 11쪽
113 105. 복수의 길. 22.03.24 150 5 11쪽
112 104. 복수의 길. 22.03.23 141 5 11쪽
111 103. 복수의 길. 22.03.22 151 5 11쪽
110 102. 이들리브로 가는 길. 22.03.21 145 5 12쪽
109 101. 이들리브로 가는 길. 22.03.19 156 4 11쪽
108 100. 이들리브로 가는 길. 22.03.18 150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