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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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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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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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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3.30 12:21
조회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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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110. 복수의 길.

DUMMY

‘이놈,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회장 까지 알고 있다.’


짙어진 살기가 칼 끝으로 푹푹 쑤셔 대는 것처럼 아프게 까지 느껴졌다.

부하들에게 보내던 살기까지 개백정에게 몰아버린 탓이라는 걸 알 리가 없었다.


짓누르던 살기가 사라지자 정신을 차린 부하 중 한 놈이 주춤주춤 쇠몽둥이를 들고 석환의 뒤로 다가왔다.


그런 부하의 행동을 목격한 개장수에게 일말의 기대감이 생겨났다.


핑.

흐그극.

어느새 목을 파고든 10원짜리 동전에 숨통이 뚫려버린 개장수의 부하가 기묘한 소리를 내고 쓰러져 발버둥 치다 마지막 경련을 일으켰다.


석환은 돌아보지도 않고 개백정의 눈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광일은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피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용기가 있는 놈이었던 모양인데, 그 용기가 명을 재촉하는 놈이었군그래."


"너.. 넌 도대체 정체가 뭐냐?"


흐흐흐.

"아! 내 정체가 궁금했구나? 못 알려줄 것도 없지. 바로 네가 죽인 분들의 아들."


경악한 놈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거, 거짓말 하지마라‼ 거, 거기서 살아남은 인간들은 없었다. 불까지 싸질렀는데 어떻게 살아났단 말이냐!"


스산한 석환의 목소리가 마치 저승사자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어떻게 살아났던 네놈이 알바 아니다."


"흐.. 좋아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알려주지. 하지만 네놈이 얼마나 강하든 너도 그놈들에게 죽을 수밖에 없을 거다."


구룡마을...

서울은 우후죽순처럼 올라가는 아파트들로 어느새 개발할 지역이 모자랄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엔 지어 놓기도 전에 팔려나가는 게 아파트였다.

새벽부터 돈에 환장한 복부인들이 늘어선 청약 줄이 몇 백 미터씩이나 늘어설 지경이었으니까.


그 시절엔 돈만 있으면 한사람이 서너 채씩 청약하는 건 보통이었다.

그러니 아파트를 세울 부지를 선점하는 건 건설회사 들의 중요한 과제였다.

그 당시 강남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가 바로 구룡마을 이었기에 건설사들은 기를 쓰고 달려들었다.


그렇게 건설사들이 앞 다퉈 알아본 결과 한가구가 거의 이 만평에 가까운 땅을 깔고 앉아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젊은 주인 부부는 자비를 들여 자신들의 땅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위해 피난처를 만들어주었다. 쉽게 말해 사람이 살 수 있게 비닐하우스를 지어 놓고 자립할 수 있는 동안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자신들의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기의 앞날을 축복하기 위한 보시행이라 했었다.


그 즈음의 건설사들은 조폭들을 용역처럼 부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철거를 하자면 반대하는 원주민들의 반발을 무력으로 진압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구룡마을의 주인 집을 건설회사의 중역들이 땅을 팔라며 찾아 들기 시작했다.

시세보다 비싼 값을 줄 테니 팔라는 말이었지만 주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나중엔 찾아와도 문도 열어주지 않기에 이르렀다.


건설사들이 주인의 고집에 포기하고 물러났지만 대정건설 만큼은 끝까지 붙잡고 늘어졌다.

정관계 인사들에게 부지만 확보하면 사업시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약속을 이미 받아냈던 때문이다.

회장의 직접 지시를 받은 대정건설의 중역은 자신들의 용역을 맡아 처리하던 칠성파라는 폭력조직에게 은밀하게 거액을 건넸다.


거액을 주고 일반인을 담가 달라는 재벌기업의 부탁을 거절하진 못한 칠성파의 두목 안칠성은 조직원들의 심부름이나 하던 동네의 양아치에 지나지 않았던 나종수에게 일을 떠맡겼다.

그 작업의 성공은 나종수가 커나가게 된 배경이 됐다.

그리고 머리가 나쁘지 않았던 나종수는 돈으로 조직원들을 끌어 모아 독자적인 조직을 만들었고 일수놀이를 시작했다.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던 시절이었다.


"범인이 칠성파와 대정건설이었다고?"


키키킥.

"네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 가지 더 알려줄까?"


석환의 눈을 본 개백정이 입을 열었다.


"대정은 바로 다이쇼야. 나도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바로 일본 놈이 세운 회사지.


야쿠자들과 손을 잡았던 일본 정부가 등을 돌리면서 수많은 조직원들이 교도소로 직행했다고 들었다.

돈 많은 조직들이 살아남을 길은 양지로 나와 사업을 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대가리 속에 똥만 찬 조직원들이 할 수 있는 사업이란 그리 많질 않았지. 기껏해야 술집이나 캐피탈이란 이름을 뒤집어 씌운 사채업자 등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지.

가뜩이나 도쿄가 주 무대였던 스미요시카이는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들었다. 나이초의 하청을 받아먹고 살던 스미요시카의 특성상 공권력에 기생충처럼 기대 살던 특성 때문에 다른 조직보다 시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한국으로의 진출이었다.

돈이 필요했던 한국정치인들로선 조폭이든 야쿠자든 돈 보따릴 싸 들고 오겠다면 환영을 할지언정 막을 이유가 없었지.

그렇게 해서 세워진 회사가 다이쇼 건설이자 바로 대정건설이다.

회장인 구지케 오하라는 막대한 돈을 뿌려 환심을 산 한국의 정치인들을 등에 업고 엄청난 돈을 벌어 들여 지금도 일본으로 보내고 있는 중이지."


스미요시카이, 어디서 들었나 했더니 이제 기억났다.

팜에서 교육받을 때 각국의 정보기관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지.


일본의 내조실 휘하에 몇 개의 극우단체가 소속돼 있고 내조실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을 그 극우단체로 포장한 야쿠자들이 지원하고 있다고 했었지. 그중에 가장 적극적인 게 바로 스미요시카이라고 했던가? 죽여야 할 놈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구나.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 잡아 죽여야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환이 중얼거렸다.

"어차피 대정건설이 스미요시카이 거라면 일본까지 건너가야 한다는 거네."


개백정은 석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주절거리고 있었다.


"지금은 대정건설 사장에 사스케라는 부하를 앉혀 놓고 자신은 일본으로 돌아갔고."


‘수첩에 있던 이름 중의 하나가 구지케 오하라라고 였지? 그럼 그 서류에 서명이 들어가 있던 인물들의 명단이 바로 정치인들이란 말인가?’


동화캐피탈의 금고에 보관하던 수첩을 도난 당했으니 나종수 본인도 미처 다 기억을 못 할 거다.


‘그럼, 역시 그 수첩과 서류는 별개라는 말인데..‘

짐작했던 대로 수첩은 뇌물 장부가 맞는 것 같고 서명이 들어간 서류는 정치인들이 어떤 동맹 의식 같은 개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일까?


체념한 개백정의 눈에 궁금한 빛이 떠올랐다.


"그런데, 정말 네가 그 부부의 아들이 맞나?"


"그렇다, 네놈 때문에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유일한 자식이지."


"...네 아버지는 어떻게 됐는지 나도 모른다."


"그게 무슨 말이지?"


"흐흐, 땅이란 게 사람이 없다고 해서 주인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지, 오하라는 등기이전을 받을 목적으로 네 아버지를 일본으로 끌고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웃기는 건 배를 타고 가던 중에 일본근해에서 갑작스런 풍랑을 만난 선부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네 아버지가 탈출을 했다는 사실이다. 바다에서 실종이 됐으니 죽었을 게 분명하겠지만 단 일 퍼센트라도 살아있다는 희망이 없는 건 아니겠지."


분노로 가슴이 끓어올랐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물어보도록 하지."


"네가 저 사람을 잡아온 이유."


"도난 당한 물건을 찾기 위해서였다."


"어떤 물건을 말하는 거지?"


"다이아몬드."


"그게 사람을 납치할 정도로 중요한 거였나?"


"그 물건은 나회장게 아냐. 스미요시카이로 보내야 할 물건이지. 물건을 도난당했으니 제때 해결을 하지 못한다면 나회장의 목숨까지 위험해질 거야. 아마 지금도 나회장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려고 정신이 없을 거다. 100억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니까."


흐흐흐, 그건 마음에 드는군.

분노로 달궈진 몸속을 내력이 미친 것처럼 쉴 새 없이 돌다 손끝에 방울처럼 맺혔다.

모든 것을 확실하게 알고 나자 머릿속이 투명하게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크크큭, 그랬단 말이지? 그래서 불에 태워 죽였단 말이지!"


단 한 놈도 곱게 죽이지 않겠다.

손끝으로 튀어나와 무엇이든 잘라버릴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는 내력으로 이루어진 뻣뻣한 실이 눈에 보였다.

석환의 손이 움직이는 걸 미처 보지도 못한 사이에 개백정은 자신의 팔에 허전한 감각을 느꼈다.


툭.

어, 어...


바닥에 떨어진 팔이 가늘게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어.. 저거.. 내.. 팔?"


툭.

싸늘한 감각을 느끼고 또 한 짝의 팔이 떨어져 나가자 그제야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남의 고통은 잘도 즐기는 놈이, 제 놈 몸의 아픔을 참지는 못하는구나."


살얼음 같은 석환의 목소리가 고막을 후벼 팠다.


"제... 제발!"


더 이상 고통을 주지 말고 죽여 달라는 눈빛이란 걸 알았다.

개백정의 부하들은 칼도 없이 두목의 팔을 잘라내는 석환을 보곤 눈을 감고 말았다.


‘씨발.. 미친 개백정새끼! 어쩌다 저런 괴물을 건드려서..’


몸에서 떨어져 나온 머리통이 피를 뿌리면서 호박처럼 굴러 발치까지 굴러오자 화를 참지 못한 부하가 발길로 걷어찼다.


"흐-으. 에이, 씨발‼ 개백정 개새끼! 너 땜에 우리까지 다 죽는다!"


"네놈들은 지금부터 밖으로 나가 구덩이를 판다. 알았나?"


"하, 한번만.. 살려주시면 안 될..."


말도 다 끝내지 못한 놈의 머리가 저절로 떨어져 굴러갔다.


"그냥 다 잘라 버리고 갈까? 아니면 그나마 묻히기라도 할래?"


석환의 말에 오줌을 지려 젖어버린 바지가 살에 달라붙은 것도 모르고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려던 개백정의 부하 두 놈은 다리가 풀려 도로 주저앉았다.


"쯧, 어차피 네놈들은 살아있어 봐야 사회의 해악이다."


결국 두 놈의 목도 거침없이 잘라버린 석환이 사라졌다.


황금동은 자신이 본 것을 꿈이라 생각했다.


"그거 참.. 꿈 치곤 리얼하네. 이거 아무래도 가위눌렸나 본데? 몸을 꼼짝도 못하겠네."


"으아악!"


황금동은 빨리 꿈속에서 깨어났으면 싶어 힘껏 악을 썼다.


날이 밝자 폐차장 마당은 경찰차로 넘쳐 났다.

출근하자마자 꿈에 나올까 무서운 광경을 목격한 직원들이 겁에 질려 신고를 한 것이다.

현장을 목격한 경험 없는 순경들은 한쪽 구석에서 토악질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형사하나가 그런 순경들을 못마땅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고.

곧이어 구급차량이 도착해 시체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혼미해진 상태에서 남양주경찰서로 정신없이 끌려온 황금동은 참 리얼한 꿈도 다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황금동씨라고 했지?"


"아, 똑같은 말을 몇번씩이나 물어보는 이유가 뭐요?"


이놈의 꿈은 언제나 깨게 되는 걸까?


"의자에 묶여있었던 걸 보면 납치됐단 말은 맞는 것 같은데.. 왜 잡혀갔었습니까?


어? 그러고 보니 나 잡혀갔던 것도 같은데? 아, 그런데 왜 이렇게 온몸이 아픈 거지?

아무래도 하룻밤을 꼬박 의자에 묶여있었으니 정상일 수가 없겠지.


폭주하는 업무에 지쳐버린 형사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반장의 책상 앞으로 왔다.


"횡설수설 하는 게 제대로 진술 받기엔 오늘은 아무래도 틀린 것 같은데요?"


반장도 지쳤다는 듯 물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낸 건 뭐가 있지?"


황금동, 바로 저 인간 말입니다. 종로3가에서 전당포 영업을 하고 있는 중이고 2번의 장물취급전과가 있습니다.


"그럼, 저 인간 장물아비야?"


"현재까지 전과 외엔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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