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27,622
추천수 :
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4.01 13:07
조회
145
추천
5
글자
11쪽

112. 복수의 길.

DUMMY

새벽1시.


두 대의 차량이 평창동을 떠났다.

나종수는 현금으로 받아온 대출금을 엔화로 바꾸고 동화에서 보유하고 있던 엔화까지 긁어모아 간신히 금액을 맞춰놓고 일본으로 보내기위해 거제도로 향한 것이다.

10억 엔이란 외한을 들고 공항검색대를 통과할 방법은 없었기에 전과같이 거제 대포항에서 배를 탈 생각으로 움직인 것이다.


나종수의 차에 포지션 트래커를 달아놓았던 석환은 느긋한 마음으로 뒤를 따랐다.


"흐흐, 나종수 네게 듣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 미칠 지경이야."


대포항이라.. 그렇다면 거제대교로 넘어가겠지? 그곳이라면 학산에서 술역리로 너머가는 길에 작업할 공간이 많지.

그전에라도 기회가 오면 좋고.

뻥 뚫린 고속도로를 쉼 없이 달렸다.


띠리링.

웬 전화?

어.. 새뮤얼? 카파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여보세요?"


-석환, 이제 은퇴할 거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왜, 노래를 안 하는 건데?


"아, 미안. 당분간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왜? 무슨 일인데?


"...나중에, 나중에 모든 게 끝나고 나면 얘기해 줄게."


-..미안, 안 좋은 일이구나.


"아, 아냐, 미안하다는 말은 내가 해야 할 말이지. 다만 지금은 정말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서 그런 것 뿐이야."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또 위험한 일이겠구나.


"흐흐흐, 내가 위험한 건 아니지."


-그래, 몸조심하고 궁금해 죽지 않도록 간간이 시간나면 잊어버리지 말고 전화나 좀 해줘.


"알았어요. 몸조심하시고,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전화 줘요."


-오케이.


전화를 끊은 석환이 테블릿을 주시했다.

금산휴게소에서 쉬었다 갈 생각인가?

점이 금산휴게소에서 정지한 채 깜빡거렸다.

자신의 차에도 기름을 보충할 때가 됐다는 걸 알았다.


주차장은 새벽 늦은 시간임에도 제법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돼있었다.

생각했던 대로 휴게소에서 작업하기엔 꺼려지는 게 많아. 이래선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학산리 까지 가는 수밖에 없겠다.

휴게소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보충하고 주차공간에 차를 세운석환은 미리 준비해두었던 차가운 샌드위치를 깨물어 먹으며 청승맞다기보다 어딘지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긴 어디고 나는 왜 이렇게 새벽길을 헤매고 다녀야 하는지.. 그런 마음에 부채질하듯 캄캄한 하늘에선 굵은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흐흐, 꼬락서니하곤.. 어쨌든 이 고생에 대한 보답은 곧 받을 수 있겠지.

테블릿의 점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던 석환이 천천히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누가 쫓아오는 기미는 없지?"


나종수가 광수에게 물었다.


"네, 혹시나 싶어서 휴게소에서도 유심히 살펴봤지만 우리를 지켜보는 눈은 없었습니다."


"이번일이 잘못되면 큰일 난다는 걸 다들 알고 있을 테니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겠다.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돼."


"알고 있습니다."


"하, 광일이란 놈이 죽어버리는 바람에... 일이 계속 꼬여가는구나."


광수의 눈에 살광이 일어나다 힘없이 스러졌다.


"잘 될 겁니다."


광수는 개같이 충성을 받쳐왔던 나회장에게서 받은 수모를 잊지 못했다.


하마터면 죽을뻔 했지.

넌 어차피 대포항에서 내손에 죽는다.

광수는 대포항에서 나종수를 제거하고 털보의 배로 미항 할 것을 결심하고 있었다.

저 돈만 있으면 이 지랄 안 하고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흐흐, 조금만 더 참자. 이 짓도 오늘로 마지막이니까.’




구지케 오하라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껴졌다.

다이쇼건설은 스미요시카이의 막대한 금맥이 된지 오래다.

건설을 발판으로 한국의 금융업에 끼어들기 위해 나종수란 놈을 앞장세워 동화캐피탈을 만들고 투자했다.

그런데 이제 조금 자리를 잡는가 싶었더니 어디선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놈이 능력이 없는 건가? 아니면 조센징을 믿었던 게 잘못된 건가?"


어떻게 된 일이든 정확한 사정을 알아보려면 사람을 보내 확인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오하라가 장지문을 향해 소리쳤다.


"구로다를 들라 해라."


가냘픈 대답이 들려왔다.


"하이."


문이 열리고 스모를 했던 덕에 장대한 체구를 자랑하는 구로다가 들어섰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한국의 상황이 어쩐지 께름칙해서 안 되겠다."


"무슨 일 때문이신지?"


"동화캐피탈에서 보관하던 다이아몬드를 도난당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게 사실인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사실이라 하더라도 재 구입을 해서 보내든 아니면 돈으로라도 보내야 하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게 이상하다. 네가 부하들을 데리고 가서 정확한 사실을 알아보기 바란다. 만약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나종수를 죽이고 그 일을 네가 대신 맡아 해라. 그 정도쯤은 할 수 있겠지?"


"하이! 맡겨만 주십시오."


"좋다, 날이 밝는 대로 네 부하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출발해라."


"하이!"




거세게 내리는 비를 뚫고 거제대교를 건넌 차량이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 학산리로 향했다.


"그것 참, 한 치도 틀리지 않고 예측했던 대로 움직이는구나."


테블릿엔 앞차와의 거리가 찍혀져 있었다.

지금부터 10분정도만 달리면 학산이 나오겠지. 3Km정도 떨어져 있으니 슬슬 속도를 내볼까.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발이 거셌지만 개의치 않고 석환은 주저 없이 속도를 높여 달려갔다.


‘응? 무슨 일이지 차가 섰다?’


나종수는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의 옆구리에 깊숙이 파고든 칼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으흐흑.

"너, 너.. 이 새끼! 이, 이건 아니지.. 배신이냐‼"


"흐흐흐, 너무 원망하지 마십쇼. 개처럼 오랫동안 충성을 바쳤던 대가를 받아가려는 것 뿐이니까 말입니다."


잔인한 웃음을 뱉어낸 광수가 차갑게 소리쳤다.


"그저 선심 쓰듯 던져주는 푼돈을 받아먹으며 충성을 바쳐왔는데 도난 당한 걸 내 책임으로 몰아 날 죽이려고 한건 바로 당신 이었어‼ 그러니 날! 원망하지 말란 말이다‼"


"다, 다른 놈들도 다 배신한 거냐?"


앞 차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된 석환의 차가 빗물을 뚫고 미친 듯 달려 나갔다.


"이건 또 뭐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멀리 차가 서있고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서있는 것이 보였다.


‘다섯인가? 문제가 생긴 게 확실하네.’


끼이익!

브레이크를 밟자 빗길에 미끄러진 차가 드리프트라도 하듯 가로 서서 미끄러져 갔다.


갑자기 나타난 차에 놀라 당황한 괴한들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연장을 움켜잡고 노려보았다.


천천히 차에서 내린 석환이 괴한들에게 다가갔다.


"나종수는 왜 보이지 않는 거지?"


"회장의 이름을 아는 넌 뭐냐?"


응? 님 자를 빼 먹고 불러?


"하하하, 이거 어째 그림이 이상한데? 배신인 거야? 나종수가 부하들한테 뒤통수를 맞았다고? 설마하니.. 벌써 죽인 건 아니겠지? 그럼 좀 섭섭해지는데?"


쉭.

빠르게 다가오는 석환에게 나종수를 파묻으려던 곡괭이가 날아왔다.


쾅!

어?


눈앞에 있던 석환이 사라져 아스팔트를 찍은 곡괭이가 튕겨나가자 당황한 괴한이 두리번거렸다.


뜨끔.

목덜미에 모기가 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목에 생겨난 실금으로 핏물이 새어 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린 괴한이 빗물 위에 털썩 주저앉는 서슬에 머리가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머리는 눈을 깜빡이다 빛이 사라졌다.


빗속에 동료의 목이 잘려나가 도로 위를 굴러가는 것을 본 괴한들은 겁에 질려 막무가내로 칼을 휘둘렀다.


"귀, 귀신..."


자신이라고 이들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것들은 타인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흡혈귀 같은 것들이다.


"기생충 같은 것들!"


살려둬 봐야 사람노릇 하긴 그른 것들이다.

판단만큼 손놀림도 빨랐다.

제자리에 무너진 괴한들의 목엔 하나같이 실금이 생겨나 있었고 핏물이 새어 나왔다.

빗물에 피가 물감처럼 번져나갔다.


앞차에 있던 광수는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손쉽게 일이 끝나자 욕심이 생겨난 광수는 나종수가 감춰 놓은 비자금의 행방을 알아내려 정신을 쏟고 있었기 때문이다.


흐흐흐, 많을수록 좋은 게 바로 돈 아니겠어?


"회장님,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고통 없이 바로 보내드릴 라니까, 돈 감춰둔 곳이나 얼른 얘기해주고 가쇼."


"허억... 헉. 이 미, 미친..놈의 똥개새끼. 욕심만 덕지덕지 많은.. 네놈에게 줄 돈은.. 없다."


갑자기 차문이 열리고 비가 몰아쳐 들어오자 광수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이 미친 새끼들이⁉ 기다리라고 했잖아‼"


나종수의 상태를 본 석환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피를 너무 많이 쏟았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


"흐흐, 그 새끼 성깔하고는, 기다리긴 뭘 기다려 이 미친놈아."


목덜미를 잡아 채 밖으로 끄집어내는 순간 광수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허억, 헉..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나종수는 미친듯 웃고 있었다.


"큭큭큭, 똥개새끼.. 결국 이렇게 가는구나.."


혈맥을 막아놨으니 조금은 시간을 연장할 수 있겠지.


"나종수 내가 누군지 알고 있나?"


나종수는 뜬금없는 석환의 말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네, 네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석환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구룡마을의 생존자라고 하면 알아들을까?"


쿨럭, 컥‼

충격을 받은 나종수가 정신없이 피를 토해냈다.


"흐흐흐, 그게 그 정도로 놀라운 말인가?"


"미, 미친 놈.. 거, 거짓말.. 하지 마라."


"뒈져가는 네놈에게 내가 뭐 한다고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살..아 있는 자는.. 하나도 없다고.. 들었는데..?


"네놈이 믿든 안 믿든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래도 누구 손에 죽는지 정도는 알고 가야지. 네가 잃어버린 수첩은 내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름을 전부다 초성으로 적어 놨더군. 속죄도 할 겸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좋은 일 하나 하고 가는 건 어떨까? 아무리 머리가 좋다고 해도 헷갈릴 수가 있어서 만약을 위해 정확한 명단을 따로 보관해두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란 말이지.

그렇지 않나, 나종수?"


잠시 석환의 얼굴을 쳐다보던 나종수의 눈이 힘없이 자신의 단장으로 향했다.


"크크큭... 이렇게 죽게 될 지도 모르고.. 이왕 이리 된 것.. 돈 달라고 지겹게 따라다니는 명단 속의 개새끼들.. 다 없애버려.."


석환이 손때로 반질거리는 자신의 단장을 집어 들자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남아있던 나종수의 눈빛이 꺼졌다.


이 단장 속 어디에 비밀을 숨겨 놓았단 말이지.

트렁크 속에 담겨있던 돈 가방과 나종수의 단장을 들고 자신의 차로 돌아온 석환은 한참을 운전석에 앉아서 조등처럼 노란 불빛을 토해내고 있는 비상깜빡이가 반짝일 때마다 도로를 비치는 불빛 사이로 자신이 만들어 놓은 흔적을 쳐다보았다.


모든 걸 씻어내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을 타고 빗발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거세져 갔다.


석환의 차는 붉은 후미등 불빛만 남겨 놓고 현장을 멀어져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짐승들의 정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7 129. 복수의 길. 22.04.22 118 3 11쪽
136 128. 복수의 길. 22.04.21 93 2 11쪽
135 127. 복수의 길. 22.04.20 100 3 11쪽
134 126. 복수의 길. 22.04.19 98 3 11쪽
133 125. 복수의 길. 22.04.18 95 3 11쪽
132 124. 복수의 길. 22.04.15 111 4 11쪽
131 123. 복수의 길. 22.04.14 114 4 11쪽
130 122. 복수의 길. 22.04.13 120 3 11쪽
129 121. 복수의 길. 22.04.12 122 3 11쪽
128 120. 복수의 길. 22.04.11 124 3 11쪽
127 119. 복수의 길. 22.04.09 119 4 11쪽
126 118. 복수의 길. 22.04.08 128 4 11쪽
125 117. 복수의 길. 22.04.07 125 5 11쪽
124 116. 복수의 길. 22.04.06 135 4 12쪽
123 115. 복수의 길. 22.04.05 133 5 11쪽
122 114. 복수의 길. 22.04.04 131 4 12쪽
121 113. 복수의 길. 22.04.02 140 4 12쪽
» 112. 복수의 길. 22.04.01 146 5 11쪽
119 111. 복수의 길. 22.03.31 151 5 11쪽
118 110. 복수의 길. 22.03.30 132 5 12쪽
117 109. 복수의 길. 22.03.29 140 5 11쪽
116 108. 복수의 길. 22.03.28 136 5 11쪽
115 107. 복수의 길. 22.03.26 153 5 12쪽
114 106. 복수의 길. 22.03.25 158 5 11쪽
113 105. 복수의 길. 22.03.24 150 5 11쪽
112 104. 복수의 길. 22.03.23 141 5 11쪽
111 103. 복수의 길. 22.03.22 151 5 11쪽
110 102. 이들리브로 가는 길. 22.03.21 145 5 12쪽
109 101. 이들리브로 가는 길. 22.03.19 156 4 11쪽
108 100. 이들리브로 가는 길. 22.03.18 150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