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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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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34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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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작성
22.11.2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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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3

DUMMY

“무림맹이 정보분석 작업에 돌입한 것 같습니다.”

사마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구양위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무림맹과 개방의 인물 72명이 척살된 지 석 달 남짓 흐른 후였다.

정보분석이라 함은 무수히 많은 단편적인 정보들을 꿰어 맞춰서 하나의 사실을 유추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익힌 자들 중 상당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평범한 자라면 열 개 이상의 정보들을 모아야 간신히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을 그들은 한 두 개의 정보만으로 유추해 내는데, 그 결과는 놀랍도록 정확했다.

“정보분석? 추밀전이 그렇게 된 마당에 그럴 만한 인원이 남아 있었나?”

“제갈세가가 있지 않습니까?”

제갈세가는 무력은 대단치 않았지만 대대로 정보력 하나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아마도 워낙 천재들을 많이 배출하는 가문이라서 그런지, 정보분석 능력이 뛰어난 자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제갈세였다.

제갈세가의 현 가주가 바로 무림맹의 총군사 제갈손이다.

잠시나마 아차 했던 구양위였지만 이내 비웃음에 가까운 표정을 짓는다.

“그거 참, 그렇게 혼이 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

“이번에는 나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어떻게?”

“이미 그 동안 모아진 정보들이 모두 제갈세가로 보내진 것 같습니다. 며칠 전부터 제갈세가 내의 인물들이 외부출입을 삼가고 있고 이틀 전, 철혈단 중 두 개 대(隊)가 제갈세가로 급파되었습니다. 게다가 단주인 등호풍도 함께 갔습니다.”

“철혈단의 절반이라? 거기에 등호풍까지? 으음.”

구양위의 검미가 찌푸려졌다.

호궁령이 선포된 지 다섯 달 가까이 흐른 시점이었다.

지금까지 새어나간 정보야 사밀전의 책임이라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야 어쨌든 지금부터 무림맹에서 알아내는 새로운 정보들은 그 책임이 호궁령주인 구양위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만치가 않아. 세가 내에 틀어박혀서 철혈단의 호위를 받고 있는 놈들을 척살을 해야 되니, 살수들 가지고는 답이 안 나오고.”

무공 실력을 제외한다면 살수들에게 가장 골치 아픈 청부대상은 크게 두 부류다.

전혀 돌아다니지를 않고 안전하다고 할 만한 곳에 콕 처박혀 있는 자들과, 혹시 모를 누군가의 공격에 미리 대비를 하고 있는 자들이다.

이번 경우는 두 가지가 모두 해당된다.

“결국 그 방법밖에는 없는 건가?”

“그렇습니다. 화밀영(花密影), 그들 외에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화밀영(花密影)!

사방천부 자체가 네 개의 거대한 무력부대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사방천부 내에는 숱한 무력부대들이 존재한다.

화밀영도 그중 하나로서 주작천부 소속의 무력부대다.

다른 무력부대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아주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력부대란 점이다.

“하지만 주작천군이 쉽게 내어줄 리가 만무한데, 내가 고개를 숙이는 척이라도 해야 할까? 게다가 그 일을 가지고 내게 대단한 은혜라도 베푼 양 거들먹거릴 테고 말이야.”

“그럴 수야 없지요.”

“좋은 방도라도 있나?”

“병기전(兵器殿)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

“현재 주작천부에서만 유일하게 단 한 점의 병장기도 병기전에 반납하지 않았습니다.”

주작천부는 다른 사방천부들과 명확히 구분되는 점이 두 가지 있다. 구성원이 모두 여인이란 점과 주요 무공이 병장기를 사용하지 않는 장공(掌功)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반납할 병장기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검이나 도 등, 눈에 바로 띠는 병장기는 없지만, 지니고 다녀도 몸을 뒤지지 않는 한 발견하기 어려운 작은 병장기들은 소유하고 있었다.

단검, 단도, 표창 등, 암기로 쓰일 만한 무기를 대량 보유한 곳이 주작천부였다.

그런 무기들을 주작천부에서는 단 한 개도 반납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묵인한 것은 주작천부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다. 사실상 그런 무기들에 대한 반납은 전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호궁령 하에서 병장기 소지를 금하는 것은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였다. 실제로 내란 등을 우려해서라기보다는 병장기를 소지한 채 당당히 활보하게 할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표창이나 단검은 몸을 수색하기 전에는 병장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굳이 주작천부와 마찰을 빚어가면서까지 반납 받으려 할 이유가 없었다.


* * *


호궁령이 선포 된 후, 자고나면 동료들이 한두 명씩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였고 그중에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자들도 속출했다.

최근에는 좀 주춤하는 추세긴 했지만, 벌써 각주급 이상 간부들만 백 명이 넘게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하루하루 그렇게 두려움에 떨며 천궁은 활기를 완전히 잃었고, 모든 부서는 반드시 필요한 업무들을 제외한 다른 부가적인 업무는 사실상 모두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단 한 군데만은 예외였다.

“창고를 또 신축해야 된다고?”

“그렇습니다. 전주님.”

병기전의 전주 장삼.

그는 호궁령 선포 이후 하루에 한 시진 이상 자본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하루에도 수백 점 이상 쏟아지듯 병기전 안으로 유입되는 병장기들 때문이었고, 지금은 그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때문이었다.

대충 한다고 해서 뭐랄 사람도 없겠건만, 장삼은 하루도 빠짐없이 보관중인 병장기의 상태를 점검했고, 그 와중에 아주 미세한 흠집이라도 있는 것이 눈에 띠면 바로 손질을 하곤 했다.

게다가 밀려드는 병장기를 보관할 창고가 턱없이 부족하니 새로 지어야 했다.

호궁령 기간 동안 신축한 창고만 일곱 개였다. 그냥 수하들에게 맡기고 푹 쉬어도 되겠건만, 그의 투철한 장인정신은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더 이상 들어올 병장기도 없을 텐데, 창고는 왜?”

장삼은 자신의 집무실에 보고를 하러 들어온 수하 두 명을 향해 짜증 섞인 음성을 내뱉고 있었다.

“오늘 아침, 7창고를 둘러보시고 노발대발하시며 병장기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습기가 조금 찬 것을 가지고요.”

왠지 수하의 음성이 조금은 불손하다.

“그랬지.”

“다른 곳도 꽉 찼으니까요.”

“······.”

“설마 그 정도도 예상 못하고 그 ‘따위’ 지시를 내리실 리는 만무하고. 어흠.”

불손하기 짝이 없는 수하들의 말이었건만 장삼은 수하들을 나무라는 대신 엄한 곳에 화풀이를 해댄다.

“아, 정말이지 사람 환장하게 하는군! 그놈의 호궁령인지 뭔지 하는 놈은 왜 선포해 가지고, 이렇게 사람 이렇게 짜증나게 하는 거야?”

그 순간, 수하 두 명의 눈이 부릅떠진다.

“전주님?”

“왜 임마!”

대체 무슨 일일까?

수하 두 명 모두 겁에 잔뜩 질린 눈을 해가지고는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갖다 대면서 제발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누가 온 건가?’

그제야 장삼도 뭔가 느껴졌다.

이곳은 다른 전주들의 집무실과는 확연히 달랐다.

작업장인지 집무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난잡한 실내는 물론이고 출입문도 그냥 개방돼 있다.

다른 곳의 전주들처럼 출입을 하기 위해 시비나 경비무사들을 통해 알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도록 활짝 열려 있는 것이다.

당연히 경비무사나 시비들도 없다.

그 활짝 열린 문이 바로 장삼의 뒤편이다. 그리고 수하들의 입장에서는 정면이었다.

장삼이 막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미안하게 됐구나. 호궁령인지 뭔지 하는 놈을 선포하는데 내가 지대한 공헌을 했으니 말이야.”

구양위가 사마우와 혈천단 무사 몇 명을 대동하고 장삼의 집무실을 방문한 것이다.

“대천군을 뵈옵니다.”

수하 두 명은 바로 납작 엎드려 고개를 조아렸다.

평상시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지은 죄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정작 죄를 지은 죄인(?)은 그다지 당황해 하지 않는 것 같다.

“들으··· 셨습니까?”

평범한 상전이라도 이런 상황이면 송구스러워 죽을 표정을 지어야겠건만 장삼은 그저 약간 쑥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무려 대천군 구양위를 상대로 말이다.

그런데 구양위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들었지. 나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더냐? 얼마나 우렁차든지 대천부까지 쩌렁쩌렁 울리더구나.”

“뭐, 들으셨으면 하는 수 없는 일이고.”

실력은 천하제일이라 할 정도로 신묘했지만, 장삼은 원래 병기전에서 일하는 일개 대장장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연찮게 구양위의 눈에 띠게 된 장삼은 그 이후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병기전 내에서조차 간신히 중간 서열 수준의 간부였건만, 몇 단계를 뛰어넘어 하루아침에 전주(殿主) 자리를 꿰찬 것이었다.

3년 전의 일이다.

그때라면 다른 간부들이 단지 구양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런 파격적인 인사를 모른 척 할 시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파격적인 인사는 소리 소문 없이 그냥 유야무야(有耶無耶)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장삼이 전주 자리에 오른 것에 대한 반대의 이유 혹은 명분은 장삼의 능력이 아니라 ‘천한 신분’ 때문이다.

장삼이 전주에 오르는 것을 막으려면 구양위 앞에서 ‘천한 신분’ 운운하면서 반대 의견을 내야했지만 그 누구도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구양위의 어미는 비천한 기녀였다. 게다가 말년엔 창기(娼妓)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었다.

이런 사실은 천무신궁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 녀석아, 정리 좀 하고 살아라. 명색이 전주의 집무실이 꼴이 이게 뭐냐?”

수십 개의 병장기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는 것이 아무리 봐도 실내는 집무실이 아니라 작업장에 가까웠다.

“그럴 시간을 줘야 말이죠.”

듣기에 따라 비꼬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었지만, 구양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아무 자리에나 털썩 앉을 뿐이었다.

“차라도 한 잔 올릴까요?”

“됐다. 좀 반반한 시비가 타주는 거라면 몰라도 사내들이 기름 잔뜩 낀 손으로 타주는 차를 무슨 맛으로 먹겠냐?”

“그러면 하는 수 없고요.”

장삼은 구양위를 상대로 오만하게 보일 정도로 당당했다. 마치 집에 놀러온 친한 동네 형을 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언젠가 장삼의 이런 태도를 우려해 사마우가 구양위에게 슬쩍 한 마디 한 적이 있었지만, 구양위의 반응은 단호했다.


- 대천군께서 그 자를 아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단 둘만 있는 자리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도 있는 자리에서조차 대천군을 너무 편하게 대합니다. 보는 눈도 있고 하니 주의를 좀 시켜야지 않겠습니까?

- 오만해 보인다는 소리군. 하지만 장삼은 천하제일의 능력을 지닌 자야. 어느 분야에서건 천하제일의 능력을 지닌 자라면 오만해도 돼. 천하제일의 능력을 지닌 자가 겸손하면 그건 겸손이 아니고 가식이야. 그리고 나는 장삼을 수하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나의 친구다. 장삼 역시 나를 주군은커녕, 상전으로도 여기지 않을 거야. 그저,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천하제일의 능력을 지닌 자들끼리 교감하며 교류하는 것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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