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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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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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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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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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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10

DUMMY

“죽여주십시오. 궁주님.”

단 위의 태사의에 앉아 있는 단우군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인물.

사밀전의 전주 당가충.

그 옆에는 너무도 침통한 표정으로 대총사 공야평이 시립해 있었다.

당가충은 평소 단우군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자였다. 아니,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 오를 수 없는 자리가 사밀전의 전주란 자리다.

하지만 지금,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당가충은 납작 엎드린 채 고개조차 못 들고 있었다.

“어디까지 알아갔느냐?”

단우군의 음성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소천무삼천검에 대한 정보가···.”

“뭐라고? 본 궁의 최고 무공 중 하나인 소천무삼천검에 대한 정보가 무림맹으로 흘러갔다는 것이냐? 지금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야!”

“죽여주십시오.”

작은 잘못에는 꾸지람을 내려도 너무 큰 잘못에는 꾸지람도 내리지 못하게 되는 법이다.

단우군은 참담한 표정으로 더 이상 말이 없다.

대총사 공야평 역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그저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다.

그때 무사 하나가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대천군이 이리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단우군은 길게 한 숨을 내쉬더니 당가충을 향해 힘없는 음성을 내뱉는다.

“저승사자가 오고 있다는구나. 너의 목숨을 결정할.”

잠시 후, 구양위가 사마우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구양위는 단우군이 있는 곳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공야평을 향해 입을 열었다.

“뭔가 안 좋을 일이 생긴 것 같소이다.”

공야평이 퉁명스럽게 답한다.

“이미 다 알고 오신 듯한데, 새삼스럽게 그런 것은 왜 물으십니까?”

“그래요?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겠구려.”

구양위는 아직도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당가충을 향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일어나시오. 사밀전주. 뭐 그리 죽을죄를 지었다고 그러시오? 이게 어디 사밀전주 혼자만의 잘못이겠소?”

당가충을 변호해 주는 듯한 발언이지만 잘 들어보면 그것이 아니다.

모두의 잘못이란 소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구양위가 단우군을 향해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본 궁의 존재가 만천하에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겁니다. 하긴, 오백 년 동안 이런 일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겠지요. 어쨌든, 지금이라도 본 궁 내부의 기강을 확립한다면 향후 오백 년도 끄떡없을 겁니다.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궁주님.”

대체 무슨 결단을 어떻게 내리라는 말일까?

하지만 다 알아듣고 있는 듯, 별다른 반문 없이 단우군은 그저 침통한 표정만 지을 뿐이다.

“대천군의 권한으로서 제가 선포할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궁주님이 하시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겠습니까?”

“휴!”

긴 한숨만 내쉴 뿐 단우군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구양위 역시 더 이상의 재촉 없이 그저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단우군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수십 번의 재촉보다 더 큰 압박이었다.

결국, 단우군의 입이 열렸다.

구양위가 아닌 대총사 공야평을 향해서다.

“사대천군 포함, 부전주(副殿主)급 이상 간부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내일 아침 천무전으로 들라 하시오.”


다음 날 아침, 천무전 주변은 그야말로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평상시 십여 명의 호위무사들만이 지키고 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수백의 무사들이 천무전 주위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

혈천단(血天團)!

그저 말만으로도 천무신궁에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바로 그 혈천단의 무사들이 천무전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다.

천무전 안은 오십 여 명이 한꺼번에 모여 있어 그 넓은 대전이 좁아 보였다.

그들을 향해 단우군이 침울하지만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여러분들을 모이라고 한 것은.”

하지만 단우군은 중도에 말을 멈추고 만다.

어차피 다들 알고 왔을 터,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단우군은 바로 서류 뭉치 하나를 펼쳐들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 천무신궁의 제 13대 궁주 단우군은 이 시간부로 천무신궁 전역에 호궁령(護宮令)을 선포하는 바이다.”


호궁령(護宮令)!

위궁령(危宮令)과 함께 비상사태 시 궁주가 내릴 수 있는 긴급 명령권 중의 하나로 구양위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궁주만의 고유권한이었다.

위궁령과 호궁령의 차이점은 명확하다.

위궁령은 외적(外敵)에 의해서 문파가 위급할 시에 내려지는 것이고 호궁령은 내란 등,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려진다.

이번 경우는 내란(內亂)은 아니다. 하지만 천무신궁 만이 가진 특수성 때문에 내란에 준하는 사태로 파악할 수밖에 없는 경우다.


외부내통제!

황조의 역사에서 가장 큰 죄는 살인이 아니라 역모다.

비슷한 이치로, 천무신궁에서 살인 보다 더 크게 다루는 죄가 바로 외부와 내통해서 천무신궁의 정보 등을 알려주는 행위다.

천무신궁의 율법에서는 이를 ‘외부내통죄’라 칭했는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 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은 오로지 죽음뿐이다.

외부내통죄에 대한 조사와 처벌은 원래는 천궁 내에 있는 추형전(追刑殿)에서 이루어지지만, 구양위가 등장하게 되면서부터 그 권한이 넘어갔다.

천무신궁의 율법 상, 천무십관을 돌파한 자가 등장하게 되면 그 모든 권한이 그 자에게 위임되는 것이다.

이미 7년 전, 외부내통죄에 관한 모든 조사 및 처벌 권한이 구양위와 대천부에 위임이 된 것이다.

무림맹에 천무신궁의 정보가 흘러 들어갔으니, 외부내통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는 명확한 증거였다.


“이에 호궁령주(護宮令主)로서 대천군 구양위를 임명하노니, 차후 호궁령주의 주도 하에 문파의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 엄청난 내용과는 달리 서류에 적힌 분량은 너무나 적었다. 어차피 이번 호궁령의 실질적인 주체가 누구인지 다 아는 마당에 구구절절 많은 말들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단우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양위가 일어서서 또 다른 서류뭉치를 펼쳐 낭독하기 시작했다.


- 이 시간부로 대천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그 누구라도 병장기의 휴대 및 보관을 금한다.

- 이 시간부로 본 궁 내로 유입되는 모든 물품 및 인적 자원은 하나도 빠짐없이 대천부의 통제를 받는다.


같은 위기상황이라도 위궁령과 호궁령의 양상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위궁령이 떨어지면 부엌의 찬모도 검을 들어야 하지만, 호궁령이 떨어지면 쥐고 있던 검도 내려놓아야 한다.

천무신궁 내의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긴급명령 상황이라도 위궁령에 비해 호궁령이 더욱 고달플 수밖에 없었다.

위궁령이 힘을 합쳐 앞으로 들이닥칠지 모르는 도둑을 막자는 취지라면, 호궁령은 도둑들과 내통한 자들을 색출해낸다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 현 사밀전주 당가춘을 해임시키고 새로운 사밀전주에 좌총사 사마우를 겸직 시킨다.

- 혈천단을 호궁수호대(護宮守護隊)에 임명하며 외부내통죄에 대한 조사 및 처벌을 일임한다. 그 과정에서 부전주급 이상의 간부들을 제외한 모든 자들에 대한 즉결 처분권을 부여한다.


이 부분에서 장내가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막말로, 중간 간부급부터는 혈천단 마음대로 죽일 수도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지만 소란하건 말건 아랑곳 않고 구양위는 계속 읽어 내려갔다.


- 이 시간부로 천궁과 사방천부의 모든 인원은 대천부의 허락 없이 자신의 처소를 벗어날 수 없다.

- 이 시간부로······.


내용은 많았다. 당연히 시간도 많이 걸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숨소리조차 아끼면서 듣고 있을 뿐이다.

어느 덧, 마지막 두 문장만 남는다.

“위에 열거한 사항들을 지키지 않는 자는 외부내통죄로 간주, 그에 준하는 처벌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에 열거한 모든 사항들은 지금 이 시간부로 효력을 발휘한다. 이상.”

탁.

서류 뭉치를 내려놓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렸다.

구양위가 모두를 향해 묻는다.

“혹시 질문할 것 있으면 하시오.”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다. 하긴, 사대천군들조차 침묵을 지키고 있는 마당에 누가 나서서 질문을 하겠는가.

“그러면 앞으로 여러분들의 협조를 부탁하겠소.”

그 말을 끝으로 구양위가 천무전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사마우 포함 몇몇 간부들의 그 뒤를 따랐고, 단우군과 그의 심복 몇 명 역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휴.”

구양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리도 갑시다.”

더는 볼일이 없다는 듯 사대천군들 역시 천무전 밖으로 빠져 나왔다.

“구양위가 설마 우리까지 건들지는 않겠지요?”

누군가의 말에 청룡천군이 대답한다.

“최대한 협조를 하는 척은 해야 할 거요. 그러면 우리를 건드릴 일은 없을 거요. 같이 죽자는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협조하는 척을 하라? 에잉. 차라리 잘 됐군. 이참에 한 일 년 정도 폐관수련이나 해야겠군.”

“그런데 몇 명이나 죽어나갈 것 같습니까?”

주작천군의 말에 청룡천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게 문제가 아니겠지.”

“예?”

“몇 명이 죽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몇 명이나 살아남을 지가 문제란 뜻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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