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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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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작성
22.11.2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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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0

DUMMY

“대천군, 거기···.”

위무량이 멍한 표정으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구양위의 팔뚝을 가리켰지만, 정작 당사자는 전혀 관심 없다는 투다.

“가서 맹위를 불러와. 내가 일전에 조사하라고 한 명단이 있어. 그걸 가지고 오라고 해.”

맹위는 사밀전(使密殿)의 좌부전주(左副殿主)다.

전주 당가충이 물러난 후, 호궁령 하에서 사실상 당가충의 위를 이어 전주로서의 업무를 맡고 있는 자였다.

사마우가 임시로 전주의 직을 맡고 있긴 했지만 그는 사밀전의 일에 별다른 개입 없이 맹위에게 모든 업무를 맡겼다.

위무량이 맹위를 부르기 위해 황급히 나간 후, 구양위의 시선은 멀뚱멀뚱 서 있는 초류향에게 향했다.

“나갈··· 까요?”

눈치나 살피는 초류향을 향해 구양위는 턱짓만으로 자기 옆에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온 초류향을 향해 구양위는 피에 흠뻑 젖은 팔뚝을 쑥 내밀었다.

이때쯤 흘러내리던 피가 어느 정도 멈춘 상태였다.

“찢어라.”

“예? 아, 예.”

부욱.

구양위의 맨살이 드러나자 그 상처가 확연히 보였다.

반 뼘 정도 길게 베인 듯 한 상처였는데 별로 깊어보이지는 않았다.

‘대체 무엇에 베인 걸까?’

초류향이 보기에, 노인에겐 아무런 무기도 없었다. 그렇다면 표창 따위의 암기에 당한 것일까?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초류향은 감히 물어볼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구양위는 난데없이 자신의 상처부위에 검을 갖다 대고 있었다. 그러고는 서서히 내공을 끌어올려 검에 진기를 불어넣는가 싶었는데.

‘헉.’

더 이상 놀랄 일이 없어보이던 초류향이었지만 놀라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상처 부위에 검 끝을 갖다 대자 흐르던 피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증발이라도 한 것인가, 유심히 살펴보니 그건 아니고 천무신검 때문이었다. 내공을 이용해 검을 뜨겁게 달궈 증발시킨 것이 아니라, 검이 피를 흡수해버린 것이었다.

탁.

천무신검이 검집에 들어가는 소리에 초류향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구양위는 초류향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노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천무십관을 돌파한 후, 일대일 대결에서 나에게 이런 상처를 입힐 고수를 만나리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본 궁 외부의 인물에게 내가 이런 꼴을 당하리란 것은 꿈에서조차 상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계급장 놀이(?)가 끝났는지 구양위의 말투는 다시 공손해졌다. 아니, 처음 노인을 대할 때보다도 오히려 더욱 공손해졌다.

노인을 향한 말투나 대하는 태도만 본다면 상전이나 존경하는 무림의 대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노인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네 놈이 나를 능멸하는구나! 그 정도면 감지덕지니 영광인 줄 알라는 뜻이냐?”

하지만 분노에 찬 말의 내용과는 달리 말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일 정도로 노인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 있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면 뭐냐? 여기보다 조금만 공간이 넓었다면 나는 네 터럭 하나 건들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십시오. 공간이 조금만 좁았다면 내 팔이 온전치 못했을 겁니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이냐? 나는 단 한 점의 내공조차 아끼지 않고 너를 죽이려 했다. 하지만 너는 아니야. 너는 나를 봐주면서 상대했어. 무인에게 그런 모욕을 주고 이제 와서 그 정도면 대단한 것이니 감지덕지하라는 것이냐?”

“제가 당신을 봐줬다는 생각일랑 하지 마십시오. 그저 당신 목에서 약간 비껴나가게 공격을 했을 뿐, 저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상대했습니다.”

‘목에서 약간?’

초류향이 안력을 돋우어 살펴보니 노인의 왼쪽 목 부위에 가느다란 혈선이 보였다. 안력을 돋우어 살피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흔적이었다.

“어쨌든, 설령 이것보다 좁은 공간에서 했어도 실전이라면 나는 죽을 것이다.”

“저는 외팔이가 되었겠죠.”

초류향은 몰랐지만, 구양위의 팔에 생긴 상처는 노인의 목에 생긴 상처보다 먼저 생긴 것이었다.

물론 그 시간 차이는 찰나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짧았다.

“그게 그리도 대단한 것이더냐?”

“대단합니다. 대단하고말고요. 만약 당신과 나의 태생이 뒤바뀌었다면 나는 당신의 발뒤꿈치에도 못 미쳤을 테니까요. 제가 볼 때, 당신은 너무나도 위대한 무인입니다.”

“위대한 무인이라? 하하하. 일개 살수(殺手) 나부랭이에게 너무나 과한 극찬을 하는구나.”

‘맙소사! 고작 살수였다니?’

초류향의 놀라움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천무신궁 사상 최강의 고수라는 구양위의 몸에 상처를 입혔을까 궁금증이 극에 달해 있었건만, 고작 살수였다니.

살수가 두려운 것은 무공이 강해서가 아니다. 상상을 초월한 극한의 인내력 등이 동반된 암습이나 기습, 혹은 변칙적인 살인 기술이 두려운 것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 자부하는 고수들 중 밝은 곳에서 정면으로 펼치는 살수와의 대결을 두려워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저 노인은 구양위와 정면 대결을 펼쳤던 것이다.

초류향이 단언컨대, 지금 외부에서 천하제일 고수라고 추앙받고 있는 철혈마제나 철혈검제라도 구양위의 몸에서 절대 피를 흘리게 할 수는 없다.

“당신이 살수문(殺手門)에서 태어나서 길러지지만 않았다면, 마교나 무림맹까지 갈 것도 없이, 그런대로 대충 행세 좀 하는 번듯한 문파와 어릴 때 인연을 맺었더라면, 이미 일 갑자 전쯤에 무림은 당신의 손에 의해 완전히 일통(一統)되었을 테고 당신은 전무후무한 절대무림지존이 되었을 겁니다. 그리되면 천무신궁이라고 온전했겠습니까?”

“하하하. 네 놈은 무공이 천하제일이 아니라 아부가 천하제일··· 우엑.”

말을 하는 도중 노인의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노인을 향해 황급히 달려가려는 초류향의 팔을 덥석 잡으며 구양위가 전음성을 날렸다.

[뭐하는 짓이냐? 감히 너 따위가 저분을 모욕주려는 것이냐?]

“예?”

멍한 표정의 초류향을 향해 구양위가 다시 전음을 보냈다.

[그냥 가만있어. 정말로 병약한 노인네 부축하듯 하려하지 말고.]

“죄송합니다.”

그제야 초류향은 모기만한 소리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있었다.

“운기조식을 하십시오. 제가 호법을 서 드리겠습니다.”

피를 토한 후 노인의 얼굴은 오히려 화색이 돌았다. 이미 작지 않은 내상을 입었던 노인이었지만 지금까지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말년에 내가 호강을 하는구나. 천하제일 고수를 아니, 어쩌면 고금제일로 기록될 지도 모를 고수를 호법으로 세우고 운기조식이라.”

노인은 더 이상 구양위에 맞서지 않고 가부좌를 틀며 조용히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구양위는 초류향에게 전음성을 남기고 노인에게로 다가가 말없이 그 옆을 지켰다.

[밖에 있다가, 운기조식이 끝나기 전에 누가 오거든 들어오지 못하게 해라.]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운기조식이 끝났건만 아직도 맹위는 오지 않았다.

“나를 그토록 무기력하게 만든 그 무공의 이름이 무엇인가?”

내상이 얼마나 치유됐는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얼굴만 봐서는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노인의 질문에 답은 하지 않고, 구양위는 어느 새 안으로 들어와 대화를 엿듣고(?) 있는 초류향을 힐끗 쳐다보았다.

나가 있으라는 의미로 알아들은 초류향이 막 발걸음을 떼려는 찰나, 구양위의 입이 열렸다.

초류향의 귀에 들어간다는 것은 사대천군의 귀에 들어간다는 뜻이었건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태황천무삼천검(太皇天武三天劍) 중 하나입니다.”

“태황천무삼천검이라, 그런데 그중 하나란 소리는 뭔가?”

“무공을 창안하신 분도 무공 이름을 짓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아직 그럴듯한 명칭이 떠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천무대제께서 골치 아픈 숙제를 후인이게 떠넘기신 게로군.”

사실은 천무대제가 아니라 그의 사부인 광천이란 인물이 창안한 무공이었지만 구양위는 굳이 그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어쨌든, 자네가 하기에 따라 무림사상 가장 위대한 무공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농후하겠군 그래.”

“과찬이십니다.”

노인의 태도는 한결 여유로워졌고, 구양위는 그답지 않게 겸양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싸우면서 친해진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한 번의 결투 이후 둘의 모습은 친숙해보이기까지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맹위가 위무량과 함께 헐레벌떡 모습을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대천군. 좀 늦었습니다. 여기, 말씀하신 명단입니다.”

맹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책자 하나를 공손히 내밀었다.

“아직 준비가 덜 됐었나 보군.”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숫자가 많아서.”

“확실하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시간을 좀 더 줄 테니.”

“아닙니다. 확실하게 조사한 것입니다.”

“그래? 알았으니 그만 가봐.”

“예? 아, 알겠습니다.”

“너희들도.”

맹위뿐 아니라 초류향과 위무량도 내쫓다시피 밖으로 내보낸 후, 구양위는 맹위가 가지고 온 책자를 노인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

“뭔가, 이게?”

“제가 회주께 대천군으로써 내리는 처음이자 마지막 명령입니다.”

“마지막이라? 그런데 명령이라고 했나?”

“물론, 명에 따르고 안 따르고는 전적으로 회주님의 자유입니다. 어쨌든, 회주께서는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선택하셔야 합니다.”

“무슨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만약 따르지 않는다면 어찌 되는 것인가?”

“저와 적이 되는 겁니다.”

“그리 되면?”

“제가 가진 힘을 총동원해서 회주님을 죽여야겠죠. 회주님이 거느린 세력들 역시.”

“그러면, 명에 따르면 어찌 되는 것인가?”

“저와 친구가 되는 겁니다.”

“그리되면?”

“인생의 대선배로서, 그리고 한 분야에서 천하제일을 넘어 고금제일의 능력을 갖춘 인물로서, 저에게 평생 공경을 받게 되시는 겁니다.”



‘천무십관에 처음 들어설 때만큼이나 떨리는군.’

벌써 반 시진 가까이 흘렀다.

노인은 구양위와 등진 채 벽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반 시진 가까이 저 모습 그대로.

구양위는 집무용 책상에 앉아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노인의 답변 여부에 따라 구양위의 미래가 뒤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결과는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천무회 전체를 적으로 삼을 수도, 천무회 절반을 장악할 수도 있다. 현존하는 모든 살수문을 적으로 삼을 수도, 수족처럼 부릴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노인의 답변 하나에 달린 것이었다.

“휴.”

드디어 들리는 노인의 깊은 한숨.

결단을 내렸는지 노인은 몸을 돌려 구양위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노인이 구양위 앞에 당도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두 호흡 정도 할 시간.

하지만 구양위에게는 노인이 결단을 내리는 것을 기다렸던 반 시진 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노인의 입이 열렸다.

“천무회 제 4회주 왕무린, 대천군께 정식으로 인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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