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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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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1.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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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4

DUMMY

“이런, 얼굴이 말이 아니로군.”

구양위의 말마따나, 장삼의 얼굴은 며칠 굶은 사람처럼 초췌했다.

“대천군님도 저처럼 하루에 한 시진만 자면서 몇 달 동안 일하시면 이렇게 될 겁니다.”

“그러기에 왜 쓸데없는 고집을 부려? 지금이라도 고집 꺾는 게 어떤가? 자네야 그렇다 쳐도 수하들은 무슨 죈가?”

이 순간, 무슨 이유에서인지 뒤에 있던 수하 두 명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적어도 천무신궁 내에서 돌아다니는 병장기들 중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을 겁니다. 제가 직접 만들었든, 살짝 손질 정도만 했든, 그러면 그 병장기는 제 자식들입니다. 그런데 억지로 누군가를 데려와 병장기 손질을 시켜보십시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병장기를 부셔버리고 싶을 정도의 안 좋은 마음가짐으로 할 겁니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것이 뻔 한 자에게 자식을 맡기겠습니까?”

“휴.”

장삼이 말이 끝나자 수하들의 입에서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한 한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장삼의 저런 고집 때문에 자신들이 이토록 고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장삼과 구양위가 서로를 대하는 것을 보건데,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장삼의 위세가 어떠할 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다.

말 한마디면 오늘이라도 적어도 수십 명의 인원을 보강할 수가 있는 장삼이었건만, 지난 다섯 달 동안 구양위나 사마우의 권유도 뿌리친 채, 오로지 원래 있던 병기전의 인원만 가지고 지금까지 일을 해왔던 것이다.

“음, 자네 생각이 그렇다는 데야··· 하지만 한 가지는 들어줘야겠어. 아니, 이건 명령이야. 구양위가 아닌 호궁령주로서 내리는 명령.”

“예? 어떤 명령이신지?”

“뒤에 있는 자들이 네 심복이지?”

“심복은 무슨? 뭐, 그나마 그런대로 봐줄만한 실력을 지닌 놈들이긴 합니다만.”

이 정도면 구양위의 말에 수긍한다는 의미였다.

“잘 됐군. 그럼 저 자들하고 너, 이렇게 세 명 모두 오늘하고 내일, 이틀간 푹 쉬어. 아니 휴가를 갔다 와.”

“대천군님? 지금 한가하게···.”

“호궁령주이신 대천군님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수하 두 명이 고함 수준의 큰 음성을 내뱉으며 장삼이 하려는 말을 중도에 막아버렸다.

“아니, 이놈들이!”

장삼이 눈을 부라리며 노려보았지만 수하들은 한 술 더 뜬다.

“전주께서는 어찌 감히 호궁령주의 명을 거역하려하시는 거요?”

“그렇고말고요. 오만방자도 유분수지. 전주로서의 자격이 의심되는구려.”

이들 세 명은 장삼이 전주에 오르기 전에는 형님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자들이다.

장삼이 전주에 올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도 없었다. 그저 호칭이 형님에서 전주님으로 바뀐 것일 뿐. 그렇기에 감히 이런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작전(?)에 잘 따라주는 자들을 보며 구양위는 흐뭇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네 심복들도 저렇게 원하지 않는가? 내 말대로 해.”

“하지만···.”

“이 친구야. 내 생각도 생각해 줘야지. 내가 호궁령주로서 내린 명을 자네가 거부하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나?”

“······.”

“그럼 잘 놀다와. 휴가 장소는 사마우가 잘 설명해 줄 거야.”

구양위가 밖으로 나가자 사마우가 장삼을 향해 다가와 웬 서류 하나를 건네며 넌지시 말했다.

“휴가 장소는 주작천부입니다.”

“······?”

“주작천부에 갔다 오십시오. 이 서류를 그들에게 전달해 주세요. 그 다음부터는 그들이 알아서 해줄 겁니다.”


* * *


“자, 한 잔 받으세요. 전주님.”

“아이고, 뭘 이렇게 직접 따라주시기까지.”

화려한 방안, 탁자 위에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방안에는 사내 세 명과 한 명의 눈부신 미녀가 있었다.

사내 세 명은 장삼과 그의 수하 두 명이고, 눈부신 미녀는 주작천군 황서연의 애제자 초류향이다.

초류향이 직접 장삼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고, 수하 두 명이 그 모습을 아니, 초류향의 자태를 입을 반쯤 벌린 채 감상하고 있었다.

소문으로 대충 듣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보니 거의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두 분도 받으세요.”

“예? 아이고, 영광입니다. 초소저.”

수하 둘은 자리에서 일어서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초류향이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전주님. 병장기 반납 건은 좀 우리 사정을 봐주세요.”

딱히 교태를 부리는 것도 아니었건만 초류향의 말 한 마디에 장삼은 눈이 반쯤 풀린 모습이다.

“예? 사정이라면?”

“단도나 단검은 언제나 몸속에 깊숙이 지녀야 되는 무기잖아요. 다른 검이나 도와는 달리 애착이 남다르답니다.”

“아, 그야 그렇죠.”

“우리로서는 마치 자식 같은 무기인데 그것을 어찌 다른 사람들 손에 맡기겠어요? 그러니 전주님이 대천군께 잘 말씀드려서 주세요. 대천군께서 전주님을 그렇게 중히 여기신다면서요.”

약 한 시진 전, 장삼이 주작천부에 찾아와 한 장의 서류를 건넸다.

대천군의 직인이 대문짝하게 찍힌 문서였는데, 주작천부에 있는 모든 병장기를 사흘 안으로 자진 반납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암, 그렇고말고요. 나만 믿으시오. 내 말이라면 대천군님도 어쩔 수 없을 거요.”

“정말이신가요? 그럼 저희는 전주님만 믿고 있겠어요.”

“물론이오. 초류향 소저는 그저 나만 믿으시면 됩니다. 하하하.”

미인 앞에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사내들 특유의 허세가 장삼에게서도 보이고 있었다.

초류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문밖을 향해 외친다.

“들어오너라.”

‘허걱!’

세 명의 여인이 들어오는 순간, 수하들은 물론 장삼의 입이 딱 벌어졌다.

물론 초류향보다는 조금 떨어진 미모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충분히 사내들을 홀릴만한 미모인 것만은 너무나 확실한 여인들이었다.

구성원 전원이 여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주작천부에서는 정통 무공만 익히는 것이 아니었다.

소위 색공(色功)이나 미혹술 등, 무림인들에게 천시 받는 무공이지만, 오로지 여인들만이 익힐 수 있고 잘만 사용하면 아주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무공들을 상당수 익히는 곳이 주작천부다.

그렇기에 주작천부 내에는 미녀들로 넘쳐났고, 색공이나 미혼술을 좀 더 효과적으로 터득하기 위해 정식으로 기녀수업까지 받는 여인들도 있었다.

지금 들어온 여인 세 명이 바로 그런 여인들이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 아이들이 오늘 밤 세분 귀빈을 잘 모실 터이니 푹 쉬다 가십시오.”

초류향이 방을 나서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에게 시선을 주는 이는 없었다. 그들의 시선은 오로지 자신의 옆자리에 앉고 있는 여인들에게 온통 쏠려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웬 사내 세 명이 허리를 부여잡은 채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 주작천부를 나섰다고 한다.


* * *


“아직 병장기 반납이 한 건도 없었더군요.”

“······.”

“그래서 그에 대한 후속조치를 통보해드리기 위해 이렇게 오시라 했습니다.”

‘장삼, 이놈을 믿은 내가 바보였지.’

장삼이 주작천부를 방문하고 사흘이 지났다.

저녁 무렵 사마우가 자신의 집무실로 초류향을 불러 뭔가 은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후속조치라니요? 내일 중으로 반납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이렇게 암기 따위의 수거에 목을 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구나. 그것도 우리와 이렇게 마찰을 빚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초류향이 나름 머리를 굴리고 있었지만 사마우의 대답은 단호했다.

“이미 늦었습니다.”

“늦다니요?”

“내일 아침 강제집행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그나마 주작천부의 체면을 고려해 이렇게나마 미리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강제집행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죠?”

“대천군께서 직접 혈천단을 이끌고 주작천부로 출동할 것입니다. 주작천부 내의 모든 곳과 모든 사람들을 철저히 수색해 병장기를 압수할 예정입니다. 물론, 주작천군님과 그 분의 처소는 예외입니다.”

“그 무슨 가당치도 않은 말인가요?”

초류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분노를 터뜨렸지만, 사마우는 태연히 대답했다.

“왜 가당치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든 곳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수색? 설마 여인들의 몸을 수색하겠다는 건가요?”

“당연하지요. 검이나 도는 몸 안에 숨겨둘 재간이 없지만, 우리가 수거하려는 병장기들은 그것이 가능합니다. 아니, 애초에 몸 안에 숨겨두면서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것들 아닙니까?”

“······.”

“아, 대천군께서 한 가지 당부를 하셨습니다. 시간을 절약해야 할 테니, 내일 아침 주작천군을 제외한 주작천부 내의 모든 여인들은 미리 속옷차림으로 대기하고 있으라 하시더군요.”

“······.”

“저는 할 말을 다 했으니, 하실 말씀이···.”

“호호호.”

난데없어 터진 초류향의 웃음.

그것은 누가 봐도 비웃음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사마우는 반긴다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야 알아들은 모양이로군.’

웃음을 멈추고 초류향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자, 이제 쓸데없는 말장난은 집어치우고 본론을 말해 주시지요. 사마총사님.”

방금 전 사마우가 한 말은 무리수다. 아무리 호궁령 하에 대천군의 위세가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너무나 큰 무리수.

하지만 율법상으로는 전혀 하자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구양위가 무리수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밀어붙인다면 당장은 막을 도리가 없다. 나중 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면 주작천부에서는 죽음과도 같은 치욕을 일단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초류향이 생각으로는,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구양위나 사마우가 진짜 원하는 것은 따로 있을 테고, 그것을 들어준다면 말이다.

“초소저께서 그리 나오시니 저도 말하기기 편하군요.”

사마우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이러 저리 걸음을 옮기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두 분이 직접 만나서 결정해야 될 문제겠지만, 그분들 체면이 있는데 이런 식의 이야기를···.”

“알았으니, 그냥 하고 싶은 말만 하시지요. 여기 오래 있으면 왠지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아서요.”

초류향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거래다. 그것도 아주 추악한 거래.

함정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뭔가 요구를 한 다음, 그것을 들어주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알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지금 제갈세가에서 본 궁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아놓고 분석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조만간 본궁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사도명의 귀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그것을 막아야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분석작업을 하고 있는 제갈세가 놈들을 없애 버려야 할 텐데, 지난번과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제갈세가 안에 콕 숨은 채, 등호풍이 이끄는 철혈단의 철통같은 경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을 제거하려면 본 궁의 무력부대가 직접 출동을 해야 하겠지만, 그것은 율법상 불가능입니다.”

이때쯤 뭔가를 알아차렸는지 초류향의 안색이 상당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안 되는 인원이 가서 은밀하게 처리한다면, 이를 테면, 서른세 명 정도의 인원이 가서 은밀하게 그들을 척살하고 오는 것이야 율법 상으로도 별 하자가 없는 일이지요.”

“그러니까 지금 총사의 말씀은 화밀영(花密影)을 출동시키라는 말입니까? 철혈단과 광폭검왕이 있는 그곳으로?”

“물론, 운이 나빠서 등호풍에게 걸리게 되면 희생자가 몇 명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본궁의 안위를 위한 일입니다. 본궁을 떠받치는 네 개의 기둥 중 한 분이신 주작천군께서는 기꺼이 이번 일에 동참하실 것이라고, 대천군께서는 철석같이 믿고 계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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