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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의 세상 뒤집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keju0422
작품등록일 :
2022.06.14 04:52
최근연재일 :
2023.01.30 19:55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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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7
추천수 :
373
글자수 :
836,773

작성
22.06.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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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DUMMY

39화

그러니까 내가 샤프펜슬로 쥰페이 손을 찍으면 동사에 쥰페이는 바지

뒷주머니에 든 칼로 내 머리를 찍겠다는 협박이었다.

조금 전까지 왁자지껄 떠들던 교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모두의 눈이 일제히 우리 둘에게 향했다.

쥰페이도 185센티의 큰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고 나도 180이 넘는 키에

코피 흘린 무술 훈련으로 어깨가 벌어진 몸매라 급우들 보기엔 막상막하처럼 보였다.

그래서 흥미진진한 눈으로 쳐다봤다. 짱이 바뀌느냐? 아니냐? 는 급우들에겐 엄청난

관심사였다. 반의 권력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데... 누구에게 줄을 서느냐부터 복잡한

일들이 많았다. 뭐, 그렇다고 그들에겐 일종의 흥미일 뿐 고민할 일은 아니었다.

그들의 배경이 막강했기에...


- 뜨자?

- 좋지.

- 자신 있는 거 말해라...

- 다.

- 후회하지 않지?

- 니가?

- 활.

- 좋다.

- 방과 후에 보자.

- 어디서?

- 정문.

- 바로 가자.

- 좋은 데 있냐?

- 따라와라.

- 좋다.


나와 쥰페이는 건달처럼 단답형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목소리를 깔면서 말이다.

둘의 말이 끝나자 무섭게 교실이 웅성웅성 대며 관심 있어 했다. 요상한 게임을 만들어 시합하기를 좋아하는 민족은 달랐다. 지루했던 일상에 단비를 내린 것같이 반 친구들은 들떴다. 나는 자신이 있었다. 일본에 와서 숙모에게 국궁(일본)과 검도를 배웠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들의 전통 국궁을 배웠을 거라 상상도 못 했을 그들에게 한 방 먹인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킥 킥...

내 계략은 이방인인 내가 너희들 전통 활(국궁)로 승리해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는 거였다. 나한테 지면 얼마나 쪽팔릴까, 그런 거 중시하는 민족 아닌가, 자결이라도 하면 어쩌지 괜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방과 후에 쥰페이를 따라갔다. 반 친구들도 따라왔다. 여자 고등과 여학생 몇몇도 그곳까지 소문이 났는지 뒤따라왔다. 근데 따라간 곳은 양궁장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내가 뒤통수를 때린 게 아니라 내가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

쥰페이는 가쿠슈인 양궁 대표였다.

물어보나 마나 일방적으로 내가 졌다.


- 내기해야 재밌지...


이 자슥 봐라, 아까는 가만히 있더니 지가 유리하니까 내기 타령이네.

사나이 자존심이 있지.


- 좋다, 뭐로?

- 편지.

- 편지?

- 응.

- 누구한테?

- 이긴 자가 지목한 사람...

- 여자?

- 그건 이기고 나서 말하기.

- 왜 그래, 징그럽게? 난 남자를 좋아하지 않아, 다른 걸로 하자.

- 없어? 병원 다니는 건 아니겠지?

- 아냐, 있어, 내가 로봇이냐?

- 콜?


그때서야 어느 정도 감이 왔다. 그러나 가쿠슈인 여자고등과 여학생 다 이뻤고 귀티

가 났지만, 꼭 집어 얘야, 얘에게 편지를 전해 달라고 말할 여학생은 없었다. 왜? 그

땐 눈을 깔고 걸었으니까... 그렇다고 나도 마촌데 좋아하는 여학생이 없다고 할 수

없잖아, 그래서 당당하게 말했다. 근데 이기면 누구를 지목하지... 등교할 때 처음 보는 여학생을 지목할까?


- 콜.

- 목검, 검도복 없이...


목검이라는 말에 잠깐 했던 행복한 고민은 눈 녹듯 사라졌다.

검도 시합이 아니고 왜 목검만 가지고 하자는 거지? 검도로 하면 검도복 입고 사생결단(死生決斷) 겨뤄도 덜 아플 텐데... 이 자슥 이거 무식하게 마구잡이로 때리는 거 아냐? 아무리 내가 맞는 건 이골이 났다고는 하지만 조록나무로 만든 목검 스누케(スヌケ)로 때리면 엄청 아플 텐데, 숙모한테 목검으로 배우면서 맞아봐서 아는데... 이 지슥 이거 목검만 가지고 많이 뛰어봤다는 거잖아, 졌네... 아 씨, 이왕이면 비싼 비파나무로 만든 목검(木劍)으로 하자고 할 걸, 비싼 거라 부러질까 봐 살살 때릴지 모르는데...


- 콜.


그렇다고 사나이 자존심이 있지 다른 걸로 하자고 할 수도 없고, 눈치 안 채게 저음으로 묵직하게 말했지만 자신 없어 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구경꾼들은 이미 승패가 났다고 짐작했을 것이다.

쥰페이는 학교에 있는 검도장으로 나를 데리고 가지 않고 자기 집안에서만 쓰는 전용 검도장으로 데리고 갔다. 검도장은 잘 조경(造景)된 일본식 정원 속에 자리 잡았다. 검도장 분위기가 써늘했다. 경건하고 웅장해 주위를 압도했다. 그때는 쥰페이 집이 잘사는지 몰라 자슥이 나 기죽이려고 여길 데리고 왔구나, 생각했다.

소문 듣고 더 많이 학생들이 참관하러 왔다. 아 쪽팔리면 어쩌지... 나중에 알았지만 유리나하고 미나미도 있었다. 당연히 아야코는 없었다. 쥰페이 집안의 형인 가쿠슈인

고등과 출신에 가쿠슈인 대학 다니는 검도 4단 선배가 심판을 봐주기로 했다. 쥰페이가 목검을 하나 내게 던져줬다. 스누케(スヌケ)였다. 묵직한 것이 맞으면 엄청 아플 것 같았다. 쥰페이가 먼저 검도를 제대로 배운 폼을 잡더니 악, 악, 소리까지 질러가며 멋지게 휘둘렀다. 나도 숙모에게서 배운 대로 여러 동작을 선보였다. 보는 구경꾼들이 흥미진진해 침을 삼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군중심린 줄 몰라도 어깨가 올라갔다. 해보는 거다. 아니 여기서 장렬하게 전사하자...

쥰페이와 마주 보고 섰다. 선배가 먼저 검도의 정신과 검도의 예의범절을 읊고 패했을 때는 정정당당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상대를 향해 인사를 시켰다.

인사를 하자마자 내가 쥰페이를 불렀다.


- 야, 쥰페이!


쥰페이가 어리둥절했다.


- 아니 목검을 이런 걸 주냐?! 니꺼랑 바꾸자!

- 뭐가 어때서?

- 와서 봐, 목검이 엉망이잖아, 불공평하게... 너만 좋은 거 가지면 안 되지?

- 아닌데...


쥰페이가 투덜투덜 대며 걸어오고 나도 목검을 봐라는 듯이 쥰페이에게 다가갔다.

목검을 찌를 만큼 거리가 가까이 되자 나는 전광석화(電光石火)같이 쥰페이 명치를

향해 목검을 찔렀다. 쥰페이는 윽 했다. 무방비 상태로 찔린 거였다. 배를 안고 힘들

어했다. 그만큼 쥰페이는 순진했던 거였다. 천성이 그랬다. 악성종양 같은 학폭 가해

자하고 차원이 달랐다. 어느 나라에 있는 악랄한 학폭 가해자처럼 쥰페이는 악의적이

고 잔인하지 않았다. 그런 인간이었다면 그러든 말든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목검을 내게 휘둘렀을 것이다. 쥰페이는 다만 엄포가 조금 과할 뿐이었다. 나는 칼을 던지며

외쳤다.


- 내가 이겼다, 맞죠, 선배?!

- 야, 비겁하게!

- 일 대 일이다.

- 나쁜 새끼... 잡히면 죽는다!


잡아먹을 듯이 나를 노려봤다. 그러나 나는 안다, 성제 일당들에게 여러 번 명치 끝

을 맞아 봤기에, 숨이 턱 막히고 힘이 빠지면서 진땀이 난다. 잡힌들 회복되기 전까지 머리칼을 잘린 삼손 꼴이 돼 아무런 힘을 못 쓴다는 것이다.

나는 낄낄대며 검도장 안을 달아났고 쥰페이는 아픈 명치 끝을 잡고 나를 잡으러 왔다. 긴장해서 오금이 저릴 것같이 쳐다보던 구경꾼들이 깔깔대며 웃었다. 검도장 안을 몇 바퀴 쫓고 달아나고 하는 동안 두 사람의 살벌한 시합은 코믹으로 변했다. 선배도 내가 이겼다고 선언했다. 매사에 조심하지 않은 것이 쥰페이의 패인이라고 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 지고 도장 안의 기운이 부드러워졌다. 마지막으로 누가 햄버거를 많이 먹냐 시합을 했다. 지켜보던 유리나(友梨奈)의 제안이었다. 근처 롯데리아로 가서 햄버거 먹기 시합했다. 똑같이 20개씩 먹고 두 사람 급체(急滯)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리고 나와 쥰페이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사실 가쿠슈인 학생들은 잔인하거나 악하지 않았다. 부모 세대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뺏으려고 하지만 자식들은 부족한 거 없이, 약육강식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는 고민 없이, 성장했기에 대체적(大體的)으로 온순했다. 가쿠슈인 짱이라는 쥰페이가 이 정도였으니까 알만하지 않는가, 또 모르지 극한 상황에 처하면 늑대의 발톱을 드러낼지... 아무튼 내 경험상 한국하고는 달랐다. 낭만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아직 신용카드나 QR 코드가 일반적으로 퍼져 있지 않고 현금 사용이 많은 거만 보더라도 그렇다. 최첨단 국가이긴 하나 학교 사회는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다. 특히 전통 깊고 특수인(特殊人)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가 그랬다. 오래전 선배 짱이 만만한 급우에게 빵 셔틀을 시키자 그 만만한 학생이 집에 전화해서 빵 가지고 오라고 했다. 빵을 20톤 대형트럭으로 가득 싣고 왔다고 했다. 만만한 학생은 유명한 빵집 아들이었다. 한 번은 학폭(學暴) 당한 황족이, 그것도 황위(皇位) 서열 5위 안에 드는 황족이 천황의 재가를 받아 황궁의 궁녀와 시종 그리고 요리 도구를 갖춘 요리사를 앞세우고 등교한 적이 있었다. 황족을 괴롭히던 학교의 주먹이 황제가 먹는 우동이 먹고 싶으니 구해 오라고 황당무계한 주문을 하니까 시중에 팔지 않아서 고민 끝에 황궁의 요리사를 대동해 학교에 가서 황실의 요리를 해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가쿠슈인 정문을 통과하는 황실의 행렬을 본 주먹은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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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4 32 3 9쪽
43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4 33 3 9쪽
42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3 31 3 9쪽
41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3 34 3 9쪽
40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2 33 3 9쪽
»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1 33 3 9쪽
38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1 35 3 9쪽
37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0 36 3 9쪽
36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0 32 3 9쪽
35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9 32 3 9쪽
34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8 33 3 9쪽
33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8 34 4 9쪽
32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8 36 4 9쪽
31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7 40 6 9쪽
30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5 5 9쪽
29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7 5 9쪽
28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8 5 9쪽
27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5 5 9쪽
26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5 3 9쪽
25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8 5 9쪽
24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6 4 9쪽
23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5 40 4 9쪽
22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5 36 5 9쪽
21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5 45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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