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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의 세상 뒤집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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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ju0422
작품등록일 :
2022.06.14 04:52
최근연재일 :
2023.01.30 19:55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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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6,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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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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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DUMMY

32화

아버지는 결혼하자마자 조직에서 손을 씻고 서면시장에서 얼음을 배달했다. 엄마는

전문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입덧을 했고 열 달 끝에 비명을 지르며 나를 낳았다. 4.2kg이었다. 애가 워낙 커서 비명 지를 만했다. 그러나 비명은 환희(歡喜)에 찬 비명이었다. 할머니 두 분과 아버지는 듣도 보도 못한 광경에 질겁을 했다. 아버지는 두 분 할머니 보기에 민망해 죽을 뻔했다고 했다. 연세 많은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가끔 아주 가끔 오르가즘(Orgazm)을 느끼며 분만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러니 엄마의 아들 사랑이 유별나지...

아버지는 얼음 배달이 잘되자 수박 장사를 했는데 망했다. 그때 아버지 일을 도와주던 작은 아버지는 틈틈이 야당 정치인 연설 현장에 보디가드 알바를 뛰었다. 공교롭게도 여당 출신 국무총리가 야당 정치인이 연설하는 부근 대학에 나타났다. 학원 안정화를 위해 학생들 생각을 살핀다며 나타났는데 그만 작은아버지가 밀가루 포대를 뜯어 밀가루를 국무총리 머리에 뿌리고 달걀 세례를 퍼부었던 것이었다. 학생들이 뿌리려고 하는 것을 자기가 멋지게 뿌려보겠다고 얼떨결에 나선 거였다. 예쁘게 생긴 여학생이 낑낑대며 밀가루 포대를 들고 가길래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들어 준 것인데 옆에서 와와 박수치고 환호성을 질러서 영웅심리에 뿌린 거였다고 나중에 작은아버지가 계면쩍어하며 말한 적이 기억났다.

예쁜 여학생이 공안기관에 잡혀가서 곤욕을 치를 바에야 거친 세상 거칠게 자란 자

기가 아무래도 잡혀가서 맞아도 덜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고 했다.

왜냐하면 현역 조폭이니까 경찰들도 함부로 손찌검을 못 할 거라는 묘한 맞짱

뜨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했다. 작은아버지가 밀가루를 뿌리고 달걀을 던지자 동시에

여당 정치 깡패와 국무총리 경호원들이 한패가 되고 학생들과 작은아버지 일당들과

한패가 되어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고 거기서 작은아버지는 발군의 격투 실력을 보여

야쿠자 보스 귀에 들어갔고 서면파 왕초와 호형호제하던 야쿠자 보스가 스카웃 제의

를 해 서면파 왕초가 그러라 해서 작은아버지는 일본 야쿠자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었다. 물론 아버지도 대찬성했다. 엔화든 딸라든 외화를 벌어오는 것은 애국이

고 해외 진출해서 자기 주먹의 한계를 시험해 보는 것도 주먹밖에 없다면 한번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국무총리 머리에

밀가루 뿌린 자를 경찰에서 검거령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여담이지만 작은아버지의

와이프 일본인 숙모는 말을 해도 조곤조곤 조용하게 천천히 했다. 늘 차분했으며 깍

듯하지만 카리스마가 있어 행동이 신중했다. 가냘프게 보였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양 미인이었다. 결혼하고 인사차 우리 집에 온 적이 있었다. 이상한 건 작은아버지는 숙모 대하기를 상관 모시듯 했지만, 숙모는 작은아버지를 남편 대하듯 다정다감하면서도 예의를 갖췄고 남편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랐다. 아버지도 숙모를 어려워했다. 그러나 엄마는 그런 게 없었다. 우리나라 남자한테 시집왔으면 우리 전통에 따라야 한다고 나름 확고한 위아래 질서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보다 나이도 많고 작은아버지보다도 나이가 세 살 위지만 엄마는 손아래 동서라

해라 마라 명령조로 시켰다. 둘 사이를 보는 작은아버지와 아버지만 아슬아슬했고 조

마조마했다. 다행히 숙모도 형님 모시듯 엄마 말을 잘 따랐고 토를 달지 않았으며 모

르는 게 있으면 공손히 물었다. 한번은 엄마가 숙모가 보는 앞에서 늘 하듯이 아버지

를 불쑥 안고 아버지 입에 쪽쪽 뽀뽀를 해댔다. 미국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기겁을 한 숙모가 방에 뛰어들어가 부끄러워 나오지 못했다. 엄마는 숙모에게 우리 집은 그런 식으로 산다고 했고 숙모는 나와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거기에다 숙모 엉덩이를 물컹 만지며 아따 푸짐하네, 작은 아빠 좋겠네, 저 방에 가서 화끈하게 한번 하세요, 동서와 하긴 해요? 왜 신음 소리가 안 들려요? 작은아버지 통역에 숙모는 문화적 충격을 받고 서둘러 작은아버지와 일본에 돌아갔을 정도였다. 그 뒤 우리 집에 숙모가오면서 차차 적응했지만, 얼굴 붉히는 건 여전했다. 그런데 작은아버지와 숙모가 올 때마다 검은 벤츠와 검은 BMW 서너 대씩 집 주위에 머물다 가곤 했다.

아버지는 시장에서 또 얼음 배달했다. 얼음 배달은 주로 주먹들이 한다는 걸 뒤에 알았다. 또 얼음 배달이 잘되자 양파 장사를 했다. 창녕에서 양파를 받아서 소매상

에 넘기는 중간 도매상을 했는데 처음엔 잘되었는데 간이 커져 밭떼기로 넘기고 하다

가 그해 여름 한 달 내내 쏟아붓는 비로 양파가 허물더니 녹아내려 빚만 잔뜩 지고

망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오뚝이처럼 일어났다는 말에 걸맞게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고 지금은 중고차 도매상을 목구멍에 풀칠할 정도의 규모로 키웠고, 성제 아버

지 지역구의 청년부장이 되었다.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성제 아버지를 열심히 도왔

다. 그 결과로 이번뿐만 아니라 성제 아버지 장제갈을 국회의원에 내리 세 번 당선시

켰다. 아버지는 당신이 당선된 것처럼 기뻐했다. 나와 성제와의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32표 차로 신승한 그들에게 어떤 재료로 맛깔난 음식을 만들어 줘야 승리의 도취감을

배가시킬까? 엄마가 짧은 시간에 푸짐한 밥상을 꾸밀 요리 문제로 고심할 때, 그때, 엄마 핸드폰에, 앞에서 서술한 민교가 보낸 문제의 카톡이 날아들었던 거였다.

마지막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해주면 자식에게 씌우진 학폭 가해자라는 멍에가 조금이나마 벗겨지지 않을까 하는 애절한 엄마의 심정은 한 통의 카톡으로 무너졌던 거였다. 청천벽력이었다. 허망하고 허무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견뎠던 아들 몽대를 생각하면, 엄마는 무심했던 자신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고 성제와 그 족속들에 대한 적개심에 피눈물이 났다.

엄마는 이를 갈며 복수를 꿈꿨다. 아주 소박한 꿈이라고 했다. 수진 누나가 박장대소

하며 넘어간 한 끼 4억 원짜리 조촐한 식사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거였다.


-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 여보세요...

- 왜 안 와? 이렇게 성대한 만찬을 차려 놓고...

- 새우 알레르기가 있어서...

- 조부장은 뭐해? 빨리 보내.

- 엽총 닦고 있어요...

- 엽총? 왜 사냥 가?

- 그럴 거예요...

- 고마워, 몽대 아빠, 엄마 덕분에 당선됐어, 공이 커... 빨리 와 큰절이라도 하게...

- 사모님 집에 있는 걸 총동원해서 만들었는데, 맛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 최고야, 너무 맛있어, 생선회랑 새우튀김, 매운탕... 미슐랭 쉐프급이야...


엄마는 금용(金龍)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마리에 1억 원을 호가하는 아로와나 관상어

세 마리와 한 마리에 4~5백만 원 하는 크리스털 새우 30마리를 최후의 만찬 식자재

로 썼다고 했다. 한 끼 식사비는 총 4억 원이 넘었다. 그 식자재들, 금용(金龍)은 성

제 집 연못에서, 크리스털 새우 30마리는 성제 집 수족관에서 공수한 것이었다. 엄마

는 마지막으로 아로와나 금용 대가리 세 개와 30마리 크리스털 새우 껍질로 정성스럽

게 꽃꽂이했다. 그리고는 장제갈 부부 침실 북유럽풍 협탁 위에 그 꽃꽂이를 올려 놓

았다고 했다. 비명을 지르게...

그 뒤, 장제갈 부부는 1억 원을 호가하는 아로와나 관상어가 없어 쓸모없는 연못을

방치하다가 메꾸고 금잔디를 깔았다고 했다. 공사비가 아로와나 관상어 한 마리 값도

안 들어갔다고 했다.


- 뭐가 그렇게 재밌어? 내가 가까이 가도 모를 정도로?...


베아트리체의 목소리에 시간 여행에서 깨어났다.

베아트리체 손에는 커피포트와 커피잔이 들려 있었다.


- 일어났어요?

- 엄마, 이렇게 걸어도 돼요, 괜찮아요?


수진 누나가 다가가 엄마 품에 안겼다.


- 커피가 너무 땅기더라.


수진 누나가 베아트리체의 커피포트와 커피잔을 받아 탁자에 놓고 커피를 따랐다.

베아트리체가 내 옆에 앉으며 내 손을 따뜻하게 잡은 뒤 고등학교 입학할 때 했듯이

내 귓불을 부드럽게 만졌다. 아무 말 없었지만 나를 쳐다보는 눈은 그윽했다.


- 그렇게 좋아요?


커피가 든 잔을 베아트리체에게 건네며 누나가 말했다.


- 응, 아들 덕으로 살아났는데, 너무 좋아, 몽대 고마워 날 살려줘서...

- 아이 쑥스럽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요, 뭐...


베아트리체는 나에게 고마워하며 진한 커피 향을 코끝으로 느끼며 말했다.


- 그렇지 않아, 니가 한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냐...

- 우리 몽대, 내 동생, 잘했어, 자랑스러워.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귀여워...


내가 입술을 내밀었다. 누나가 다가왔다. 내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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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30 28 3 9쪽
49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9 28 3 9쪽
48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8 27 3 9쪽
47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7 32 3 9쪽
46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6 32 2 9쪽
45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5 31 3 9쪽
44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4 32 3 9쪽
43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4 33 3 9쪽
42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3 31 3 9쪽
41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3 34 3 9쪽
40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2 33 3 9쪽
39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1 33 3 9쪽
38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1 35 3 9쪽
37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0 36 3 9쪽
36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20 32 3 9쪽
35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9 32 3 9쪽
34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8 33 3 9쪽
33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8 34 4 9쪽
»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8 37 4 9쪽
31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7 40 6 9쪽
30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5 5 9쪽
29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7 5 9쪽
28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8 5 9쪽
27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5 5 9쪽
26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5 3 9쪽
25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8 5 9쪽
24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6 36 4 9쪽
23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5 40 4 9쪽
22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5 36 5 9쪽
21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5 45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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