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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신의 마왕성 부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7.26 20:27
최근연재일 :
2021.08.27 16:3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500
추천수 :
141
글자수 :
146,227

작성
21.08.20 17:16
조회
66
추천
5
글자
11쪽

단탈리안(2)

DUMMY

"본론, 이라니. 제게서 더 이상...빼앗아 갈 것이 남았다는 건가요?"


루이스가 저렇게 된 것을 본 것만으로도 무너질 것만 같은 파이몬이다. 그런데도 본론이 남았다는 사실에, 파이몬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만 같았다.


"당연하죠. 뭐...솔직히 말해서 당신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마왕령의 쥐꼬리만한 크기의 영지와, 안이하기 그지없는 태평주의의 결정체 같은 모습의 마왕성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몬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무게만큼은 어마어마한 것이거든요."

"이름의, 무게?"

"그렇습니다. 무게. 저와, 안드로말리우스는 가지지 못한 그것 말입니다."


이어지는 단탈리안의 말은 파이몬으로써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당신의 어머니. 그러니까 전대의 파이몬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었습니다. 그녀의 행보에 온 마계가 전율했고, 난다 긴다 하는 상위의 마왕들조차 언제 그녀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갈지 두려움에 떨었었죠."

"그게 어쨌다는 건가요?"

"후후후. 사람이 얘기를 하면 끝까지 좀 들으시죠? 아무튼, 그렇게 온 마계를 들썩이게 하던 파이몬은 마왕 치고는 이례적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한 전대 파이몬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녀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여전히 남아 있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

"이런. 이해가 어려우셨나요? 그럼 알기 쉬운 예를 들어 드리죠. 자. 이렇게 가진 것 하나 없고, 전대와는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약해빠졌다는 평을 듣는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서열 1위의 마왕 바알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칩시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비웃지 않을까요."

"반쯤은 그러겠죠.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고개를 주억거릴 겁니다. 역시 마왕 파이몬에게는, 뭔가 숨겨둔 게 있었다고 말입니다."

"그건 또 무슨 허무맹랑한...!"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리나요? 정말로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려고 했던 파이몬이었지만, 그렇게 대답하기에는 단탈리안의 표정은 지나칠 정도로 진지했다.


"당신이 이곳에 틀어박혀 있기에 바깥의 정세를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만, 저는 다릅니다. 당신을 주목하고 있는 마왕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

"...모릅니다."

"후후후후후후...정말이지, 절로 자신이 한심해지는 것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누구는, 누구는 아무리 잘 짜낸 계획을 가지고 찾아가서, 그 어떤 열변을 토해도, 이 단탈리안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들은 뒷전으로도 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저의 영지와 인접해있다던 당신의 소식만을 궁금해 하더군요. 네. 정말로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당신의 소식을 말입니다."


만년 서열 71위. 마왕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안드로말리우스를 제외하면 실상 꼴찌나 다름없는 최하위의 서열. 그 이름을 계승했다는 이유만으로로 좌절되었던 계획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책략 하나만으로 올라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아마 전대, 그리고 전전대의 단탈리안 역시, 저와 같은 기분을 느꼈었겠죠. 하지만, 저는 그들과는 다를 겁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단탈리안의 눈동자에는 이글거리는 열정, 분노, 그리고 약간의 광기마저도 담겨 있었다.


"하아...제가 잠깐 흥분했군요. 미안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이마에 손을 짚고 잠깐 고개를 저은 단탈리안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결론은 이겁니다. 그런 영향력 있는 이름을 가지고도, 무언가를 이룰 의지도, 능력도 없는 당신보다는 제가 더 그 이름을 가치 있게 쓸 수 있다. 그러니 저는 당신의 이름을 빼앗도록 하겠습니다."

"이름을...빼앗는다구요?"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마왕의 이름이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본인에게 귀속되는 것. 당장 단탈리안의 수하 중에 파이몬의 이름을 계승할 만한 마인도 없을진대 어떻게 이름을 빼앗는다는 것인가.


"물론 이름 그 자체를 빼앗는 것은 아닙니다. 빼앗는 것은 당신의 거죽. 즉 형상 뿐이지만, 저는 그것만으로도 온 마계를 속여넘길 자신이 있거든요."

"거죽...저도, 루이스와 같은 모습으로 만들겠다는 것이군요."


긴장된 목소리로 말하는 파이몬. 그 말에 단탈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순순히 당해줄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요?"

"그러면 어쩔 겁니까? 당장 막아낼 능력이 없는데 말입니다."

"..."


단탈리안의 말에 말문이 막혀 버리는 파이몬. 실제로 지금의 그녀는 안드로말리우스 뿐만이 아니라 단탈리안 한 명 조차도 막아낼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저희가 무엇 때문에 각자의 마왕군을 이끌고 이곳까지 왔겠습니까? 당신 하나를 제압하는 것뿐이라면 저 혼자서도 충분한데."

"마왕군...역시 당신도 이끌고 왔던 거군요."


그녀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안드로말리우스 마왕군의 깃발 뿐이었지만, 역시 단탈리안 마왕군도 마을 근처를 에워싸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제가 아주 간단한 신호 하나만 보낸다면 바로 안드로말리우스와 제 마왕군이 마을을 짓밟을 겁니다. 뭐, 털어 봤자 나올 것도 없는 마을이지만, 그래도 당신은 그런 광경을 보고 싶지는 않으시겠죠?"

"...그러니까 협조, 하라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당신만 순순히 협조해 준다면, 당신이 끔찍이도 아끼는 노인네의 목숨을 물론이고 저 변변찮은 마을 사람들의 안전 또한 보장하도록 하죠. 하하. 장차 제 마왕령의 일원이 될 자들 아닙니까. 가급적이면 소중히 여겨야겠죠."


미소를 띠며 그렇게 말하는 단탈리안. 파이몬은 그런 단탈리안의 모습에 치를 떨었지만, 그녀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없는 거다 다름이 없었다.


'그들을 잃을 수는 없어.'


모자란 자신을 믿고 의지해준 가엾은 사람들. 못난 마왕을 만나게 되어 늘 고생만 하던 그들을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


'어머니...죄송해요. 저는,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은 그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을 또르르 흘러내렸고, 그녀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걸 본 단탈리안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좋아요. 좋습니다. 이걸로, 드디어 나에게도 원하는 것을 이룰 기회가..."


그렇게 파이몬을 향해 천천히 뻗어가던 단탈리안의 손이었지만, 누군가의 제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건 무슨 의미죠?"

"크흐흐흐. 그건 이쪽이 하고 싶은 말이라고. 이건 약속이 조금 틀리지 않나?"

"약속이 틀리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계약 조건은 분명히 전했을 텐데요."


단탈리안의 팔을 붙잡은 것은 안드로말리우스. 그는 특유의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어느샌가 단탈리안의 바로 옆까지 이동해 있었다.


그리고 단탈리안은 그런 안드로말리우스의 팔을 강하게 뿌리치며 그를 노려보기 시작했고, 노려보는 시선을 빙글거리는 낯으로 받아내며 안드로말리우스가 말했다.


"우리의 약속은 이랬지. 협조의 대가로 너는 파이몬의 거죽을 이용해 저년의 형상을 취하고, 나는 저년의 성과 몸뚱이를 마음대로 할 권리를 갖는다고."

"뭣. 당신...! 그 말을 여기서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게 말하며 혹여나 파이몬의 마음이 바뀌지는 않을까 그녀의 안색을 살피는 단탈리안. 하지만 의외로 파이몬은 안색이 조금 더 어두워졌을 뿐,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나 하나의 희생으로 모두를 살리는 거야...이건, 내 무력함의 대가인 것이겠지.'


이미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조건이 하나둘쯤 추가되어 봤자 크게 다를 건 없다는 체념이었다. 비록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라는 존재의 존엄성이 나락까지 떨어진다 하더라도.


"아무렴 어떤가? 이미 저년은 자포자기 상태인데 말이야. 크흐흐흐."

"...뭐, 눈치를 보아하니 그렇기는 하겠군요. 그래서, 바라는 게 뭡니까? 형상을 빼앗는 데 끝나기만 하면, 볼 일 없어진 몸뚱이를 가지면 그만 아닙니까?"

"키히히히. 그런 고깃덩이 같은 형상에는 관심 없어. 내가 원하는 건 젊고 아름다운 지금의 파이몬의 몸뚱아리야. 뭐, 네놈이 형상을 빼앗고 나서 이몸을 상대해 준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 말에 단탈리안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안드로말리우스에게서 한발짝 물러났며 말했다.


"끔찍한 소리는 집어 치우시죠. 당신의 상대라니...어우.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요."

"크흐흐흐. 이거 상처받는걸? 나 이래뵈도 섬세한 마왕이라고."

"제게는 남자의 것을 받아들이는 취미 따위는 없습니다. 하아...난감하군요. 당신도 제가 원하던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나오시면 곤란하죠. 아주, 곤란합니다."

"너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말라고. 아예 가죽을 벗기지 말라는 건 아니라, 조금의 시간을 달라는 것 뿐이니까 말이지."

"흠...유예를 달라는 겁니까? 당신이 만족할 때까지?"

"일주일이면 충분해. 죽지는 않을 정도로 다루다가 돌려주지."

"하아...망가뜨리지는 마십시오. 제가 입어야 할 소중한 형상이니 말입니다."


한 명의 마왕을 마치 평범한 물건처럼 이야기하는 안드로말리우스와 단탈리안. 하지만 파이몬에게는 이미 그런 그들에게 화를 낼 기력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크흐흐흐. 마음 같아서는 이몸의 성에 데려다 놓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싶은 참이지만, 이년이 이곳을 떠나면 성이 무너질 테니 별 수가 없군. 이곳에서 해결하는 수밖에."


그렇게 중얼거리며 파이몬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오는 안드로말리우스. 단탈리안은 그 광경을 보면서 그저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팔짱을 낄 뿐이었고, 파이몬은 체념하며 그저 눈을 감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때.


"으하아아아암. 어떤 새끼가 사람이 자는데 이렇게 시끄럽게 구나 얼굴이나 한번 보러 올라온 건데 말이야."


계단 밑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안드로말리우스와 단탈리안, 그리고 파이몬은 거의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온 그곳을 돌아보았다.


"아래층 천장은 박살이 나 있지, 성 안의 마력은 우울한 기운으로 끈적거리지, 대체 이게 뭔 일이야?"


계단 아래에서 나타난 것은 칼로스였다.


"뭐냐 저 놈은? 인간?"

"...제가 말했던 변수입니다."

"고작 인간 한 놈이 변수라고? 이거 웃기는군. 언제부터 그렇게 겁이 많아졌나 단탈리안."


고작 인간 한 명에게 그렇게 신중할 필요가 있었냐고 묻는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단탈리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단신으로 카라보스 도적단의 근거지에 쳐들어가고도 살아나온 인간입니다. 방심하지 마시길."

"카라...보스? 어디서 들은 것 같은 이름이기는 한데. 아! 기억나느군. 이 근방에서 늑대를 타고 다니는 떨거지들. 고작 그런 놈들을 꺾었다고 그렇게 신중해질 필요가 있나?"


코웃음을 치며 저벅저벅 걸어와 칼로스 앞에 서는 안드로말리우스. 칼로스의 키도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신장이 3m에 가까운 거한인 안드로말리우스의 앞에 서자 그라도 상대를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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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안드로말리우스(2) 21.08.17 59 4 12쪽
19 안드로말리우스 21.08.16 78 4 11쪽
18 정령사(4) 21.08.14 69 4 11쪽
17 정령사(3) 21.08.13 71 5 11쪽
16 정령사(2) 21.08.12 75 7 12쪽
15 정령사 21.08.11 90 4 12쪽
14 도적떼(8) 21.08.10 73 4 11쪽
13 도적떼(7) 21.08.09 75 5 12쪽
12 도적떼(6) +1 21.08.07 78 4 11쪽
11 도적떼(5) 21.08.06 78 4 11쪽
10 도적떼(4) 21.08.05 86 6 11쪽
9 도적떼(3) 21.08.04 9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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