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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신의 마왕성 부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7.26 20:27
최근연재일 :
2021.08.27 16:3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504
추천수 :
141
글자수 :
146,227

작성
21.07.27 17:43
조회
150
추천
8
글자
12쪽

소환

DUMMY

그곳의 하늘엔 태양이 없었다.

태양 대신에 대지를 비추고 있는 것은 세 개의 각기 다른 빛깔을 지닌 불길한 달.

마침 오늘은 만월이었다. 세 개의 불길한 달이 머리 꼭대기를 비추는 자정의 시간, 어떤 오래된 성의 정원 한복판에서 한 소녀가 고통에 겨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으..."


불타오르는 화염과도 같은 선홍색의 웨이브진 머리칼에 연한 보랏빛의 눈동자. 아직은 앳되지만 크면 분명히 미인이 될 것이라고 말할 것이고, 지금도 충분히 미소녀라고 불리울 만한 아름다운 소녀였지만, 그녀의 머리에 난 산양의 것과도 비슷한 뿔이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한 소녀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 착용하고 있는 의복은 멀쩡했건만, 상처를 입은 것은 오조리 소녀의 육체뿐. 소녀의 온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그녀의 옷과 주변을 그녀의 머리칼처럼 선명한 선홍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마왕님. 이제, 이제 그만두십시오. 이만하면 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마왕님의 몸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


비틀거리는 소녀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소녀와 마찬가지로 머리에 일자로 곧게 뻗은 한 쌍의 뿔이 나 있는 늙은 남자였다.

깔끔하기는 하지만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집사복을 차려입은 노집사는 소녀를 부축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마왕이라 불린 소녀가 손을 들어 그런 노집사를 제지했다.


"아닙니다. 루이스. 아직, 아직 더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마왕님. 이번이 벌써 아홉번째 실패입니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아직 아홉번밖에 실패하지 않은 거랍니다 루이스."


하는 말에는 패기가 넘치는 소녀였지만, 몸은 그에 따라주지 않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한 소녀였지만, 쓰러지기 직전에 간신이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틸 수 있었다.


"이 정도는 그날 이후로 겪어왔던 수난과 역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게다가 이 소환이 실패하면 그 뒤는..."


그 뒤는, 차마 말로 표현하기에도 끔찍한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 소녀와 노집사였기에, 구태여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마왕님.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합니다. 분명히 주문의 형태는 소환 마법의 양식을 따르고는 있지만...반동이 지나칠 정도로 강하지 않습니까? 뭔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어쩌면 이 소환 마법 자체가 단탈리안의 함정일지도..."

"그만. 거기까지. 루이스? 제가 몇 번이고 설명하지 않았었나요. 이 소환 마법이 적혀 있던 두루마리는 예전에 제가 어머님께 받은 뒤부터 한순간도 몸에서 떼지 않았던 로켓 속에 들어있던 겁니다. 이 소환 마법의 출저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을 텐데요."

"하, 하지만."

"아니면 뭔가요? 설마 제 어머님께서, 저를 함정에 밀어넣었다고 말하실 셈인가요?"


평소의 소녀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날카로운 말. 평소의 그녀라면 말실수로라도 하지 않을 말이었건만, 오랜 기간의 핍박과, 거듭되는 소환 마법의 실패로 인한 반동이 그녀를 몰아세우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모르지 않는 노집사였기에, 그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실례했습니다. 마왕님. 제가 크나큰 결례를."

"...아니에요. 루이스. 저를 걱정해주셔서 해준 말이었을 텐데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네요. 미안해요."

"그, 그런. 사과하지 마십시오 마왕님. 애초에 제가 조금만 더 유능했더라면 마왕님께서 이러한 수단에까지 손을 대실 일은 없었을 터였는데."


원통하다는 표정으로 스스로를 책망하는 루이스였지만, 소녀는 옅은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저으며 루이스의 말을 부정했다.


"으으응. 아니에요 루이스. 루이스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루이스가 없었더라면, 저희 파이몬 마왕령은 진작에 단탈리안과 안드로말리우스의 손아귀에 넘어갔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저희가 이런 상황까지 몰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다, 제가 부족한 탓이죠."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표정은 숨길 수 없는 무력감에 의한 절망에 잠겨 있었다.


"아, 아닙니다 마왕님! 마왕님이 부족하다니...그 무슨 불경한."

"괜히 포장해주실 필요 없어요 루이스. 요즘은...저희 마왕령의 마인들조차 절 욕하는 소리가 마왕성까지 들려오는걸요."


그렇게 말한 소녀가 더더욱 우울해진 표정으로 읊기 시작했다.


"'최약의 마왕', '마력 없는 허수아비', '평화에 젖은 이상주의자'...후후. 하나같이 너무 잘 들어맞는 별명들이라 부정할 생각조차 안 들더군요."

"이...불경한! 대체 누굽니까 그런 무례한 언사를 지껄이는 쓰레기들은! 제게 알려주십시오! 제가 한달음에...!"

"그만두세요 루이스. 애초에 명확하게 책임이 있는 사람은 찾을 수도 없을 뿐더러...절 욕한다 하더라도 예외 없이 제가 품고 가야만 할 제 소중한 마인들인걸요."

"마, 마왕님..."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 법한 지금의 상황에서도, 소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왕령 주민들의 안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명확했기에 이러한 소녀의 마음을 알건 모르건 이미 반절 이상의 주민들이 각자의 살길을 찾아 파이몬 마왕령을 떠났다는 것이 냉혹한 작금의 상황이었다.


"그런 부족한 저이기 때문에 더더욱. 제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해야겠죠."


전대 마왕인 어머니의 유품인 로켓 안에 들어있던 소환 마법진이 새겨진 두루마리. 소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로켓을 자신의 손에 쥐어주며 해주었던 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말정말 힘들고, 지치고, 자신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만한 문제가 닥쳐왔을 때, 이걸 열어보렴. 그럼 세상에서 제일 멋진 왕자님이 나타나서, 우리 릴리를 구해줄 거란다.'


아직 자신의 이름이 파이몬이 아니던 어린 시절의 그리운 기억.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괴로운 일들만이 가득했지만, 소녀가 어머니와 함께 웃으며 살아갔던 시절은 그녀의 일생 중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자. 충분히 쉰 것 같군요. 마력도 어느 정도는 돌아왔고, 체력도 회복되었어요. 다시 한 번, 해보죠."


언뜻 생각하면, 그저 어린아이를 달래기 위해 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한때 마계의 10대 마왕의 위에도 이름을 올렸던 어머니다. 그런 어머니가 굳이 위기 상황에 열어보라고 말했던 물건이 단지 소녀에게 고통만을 안겨줄 물건일 리는 없다고 소녀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몸 안에서 검으로 된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을 아직도 기억하는 그녀였지만, 그녀는 망설임없이 자신이 얼마 되지 않는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와줘요.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겠지만, 제발...!'


어머니에게 전해들은 키워드라고는 왕자라는 것뿐. 설마 진짜 왕자가 튀어나올 거라는 생각은, 아무리 어머니의 말이라고는 하지만 들지 않는 소녀였다.


"으, 아아아아아악!"


마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두루마리에 새겨진 마법진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끔찍한 고통을 동반한 반동의 영향이 소녀의 온몸을 헤집기 시작했다.


비록 전투에 특화된 육체도 아니고, 다른 고위 마족들에게 비하면 가진 마력이 턱없이 적었기에 그녀의 회복 능력은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그녀도 일단은 최고위 마족인 마왕의 피를 이은 마왕의 혈통. 마왕령의 일반적인 마인들보다는 나은 수준의 회복력에 의해 어느 정도는 치유되어 있던 지난 아홉 번의 소환 실패에 의해 생긴 상처들에서 다시금 피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검들이 소녀의 작디작은 육체를 무자비하게 헤집는 것 같은 끔찍한 광경. 하지만 두루마리에 그려진 마법진에 마력을 주입하는 것만 그만두면 언제든지 사라질 고통이었건만, 소녀는 오히려 자신의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마법진에 마력을 주입하는 양을 더더욱 늘리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아아악!"


고통. 고통. 고통. 소녀의 작은 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통증의 그녀의 머릿속을 하얗게 백화시키며,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된 소녀였지만, 마력을 주입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의지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그녀의 몸을 제멋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마법진에 변화는 없다. 소환 대상의 저항은 뚫을 수 없는 철벽이 되어 소녀의 앞을 가로막았고, 이러한 고통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이라는 절망이 소녀의 마음을 좀먹기 시작하던 그 순간, 처음으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항이, 약해졌어!'


지금까지의 과정이 소환 대상의 저항이라는 철벽 앞에서 소녀의 마력이라는 미약한 파도가 그저 무의미하게 부서지기만 할 뿐이었다면 조금 전에 느꼈던 그 감각은 마치 막혀 있던 철벽의 문이 열리기라도 한 것처럼 소녀의 마력이 뭔가 의미 있는 현상을 일으키려 하고 있는 상황.

예고도 없이 느닷없이 일어난 갑작스러운 변화. 견디기 힘든 고통 앞에서 희미해지던 의식을 느끼던 그녀는 사력을 다해 의식을 바로잡고는 간신히 열린 틈새를 통해 그녀는 이미 텅 비어 있는 마나 하트의 바닥까지 긁어모아 모든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세, 세상에! 마왕님! 멈추십시오! 마력 고갈이!"


이미 소녀의 마나 하트는 완전히 비어버렸건만, 소녀는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마력이 완전히 바닥난 순간 마법이 실패하며 끝날 일이었겠지만, 이미 그녀는 소환 대상의 저항을 뚫고 소환 대상과의 링크까지 연결이 된 상태. 그렇기에 그녀 쪽에서 먼저 마력을 끊어버리지 않는 한, 이 소환 마법이 중도에 멈출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주입할 마력은 바닥이 난 상태, 그렇기에 소환 마법은 그녀의 생명력 그 자체를 마력으로 변환시키며 마력을 탐하기 시작했다.


"빠, 빨리 마력의 주입을 멈추세요!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죽을지도 모릅니다!"


생명력 그 자체를 마력으로 변환한다는 기적의 공식이건만, 그 변환 비율은 극히 좋지 못했고, 소녀의 생명력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던 선홍색 머리칼은 점차 푸석해지며 흰머리가 늘어갔고, 촉촉하던 피부에는 주름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으며,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소녀는 본능적으로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 따위는 없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이유는 모른다. 근거 따윈 없다. 다만, 마치 몸 안에 새겨진 다른 누군가의 기억이기라도 한 것처럼 소녀는 그저 알 뿐이었다.

이제는 정말 다 왔다.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눈에 눈부신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마도, 저것이, 감히 눈을 뜨고 바라보기조차 힘든 저 눈부신 광휘가, 지금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그 무언가일 것이라고 소녀는 알게 되었다.


"아, 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기에, 소녀는 손을 뻗었다. 자신은 그저 바다에 떨어진 한 방울의 물방울이며, 상대는 드넓은 대양과도 같지만, 그녀는 갈망한다.


너에게, 닿고 싶다.


그리고 그 순간. 소녀의 안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것과 동시에 눈부신 섬광이 소녀가 서 있던 정원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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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안드로말리우스(2) 21.08.17 5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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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정령사(3) 21.08.13 71 5 11쪽
16 정령사(2) 21.08.12 75 7 12쪽
15 정령사 21.08.11 9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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