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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신의 마왕성 부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7.26 20:27
최근연재일 :
2021.08.27 16:3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98
추천수 :
141
글자수 :
146,227

작성
21.08.19 19:28
조회
60
추천
4
글자
12쪽

단탈리안

DUMMY

"이게 무슨! 저런 규모의 군대가 움직이는데 루이스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수는 없을 텐데요!"


그녀 자신은 마왕성을 떠나지 못하기에 외부의 정세를 살피는 것은 그녀의 유일한 측근이자 집사장인 루이스의 일. 하지만 파이몬은 외부의 상황에 관해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말밖에는 전해듣지 못한 상태였다.


"큭, 크흐흐흐...크히히, 으하하하하하하!"


그리고 망연자실한 파이몬의 모습을 보고는 세 개의 오른팔로 바닥을 치며 폭소를 터뜨리는 안드로말리우스. 파이몬은 그런 안드로말리우스를 그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거 정말 가관이군! 설마 마지막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줄이야! 이건 그녀석의 연기가 굉장한 건지 네년이 멍청한 건지 모르겠군! 아니, 둘 다겠지!"

"여, 연기...라구요? 서, 설마?"


파이몬은 어리석지 않다. 아니, 오히려 지적인 면에서는 전 마왕 중에서도 제법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었으므로 그녀는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에 내포된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키히히히. 마침 저기 녀석이 오는군. 뭐 하다가 이렇게 늦게 온 건지."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래쪽에서 이쪽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파이몬. 그곳에서 올라오고 있는 사람은, 그녀가 지금 누구보다도 보고 싶어했지만, 동시에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바로 그 자였다.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마왕성을 장악하는 데에는 실패한 것 같군요. 그러게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크흐흐흐...잔소리는 집어치우시지.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네놈이 있는 거잖나."

"그렇기는 하죠."


들려오는 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계단 아래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파이몬 마왕령의 노집사. 루이스였다.


"루, 루이...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이런이런, 우리 마왕님께서 충격이 크신 듯 하군요. 가엾게도."


그렇게 말하며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인자한 표정을 짓는 루이스.


"그러게 제가 평소에도 누누히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마왕님께서는, 주변 사람들을 너무 믿는 그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말입니다. 끌끌끌."


그렇게 말하고는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냉철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바뀌는 루이스의 표정.


"이, 이럴...수가. 대체 어째서?"

"키히히히...어째서라니.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지. 사실 이 늙은이 정도로 노련한 마인이라면 어느 마왕령으로 가더라도 환영할 만한 인재라고? 가진 힘은 보잘 것 없지만, 살아온 세월동안 쌓인 노련함이라는 것과, 파이몬 마왕령의 내부인만이 알고 있는 비밀 같은 것도 있을 것 같고 말이지. 그런 녀석이 붙어있어 봤자 이득 볼 것이 하나도 없는 파이몬 마왕령에 언제까지고 붙어 있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 아닌가?"

"그, 그런. 정말로, 정말로 그런 건가요 루이스?"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루이스를 바라보는 파이몬. 루이스는 그런 파이몬의 시선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뱉었다.


"허참. 가진 능력이 부족하던 머리라도 잘 굴리셔야죠. 경애하는 마왕님. 제가 이제와서 당신을 배신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배신할 거였으면 진작에 했겠죠."

"그, 그렇다면...어떻게."

"어떻게기는, 이렇게 된 거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루이스. 그와 함께 루이스의 몸의 형체가 흐릿해지기 시작하더니, 다음 순간에는 보랏빛 예복을 입은 젊고 잘생긴 마인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니, 이쪽은 그동안 쭉 얼굴을 마주하고 살았으니 처음은 아니군요. 하지만 그쪽은 저의 본모습을 처음 본 것일 테니 인사드리죠. 제 이름은 단탈리안. 서열 70위의 마왕이자, '속이는 자'의 이름을 가진 마왕입니다. 후후후후."

"다, 단탈리안이라구요? 그, 그렇다면...루이스는."

"뭐야 단탈리안. 왜 재미없게 벌써부터 정체를 드러내고 그래? 믿었던 집사가 배신한 줄로만 알고 절망에 빠진 파이몬의 얼굴을 더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후후후. 파이몬에 대해서는 당신보다는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바라던 광경도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은 지켜봐주시길. 분명 더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단탈리안! 대답하세요! 루이스는, 루이스를 어떻게 했죠!?"

"이런이런, 너무 성내지 마시길. 모처럼 어미에게 이어받은 아름다운 외모에 망가지지 않습니까."

"대답하세요!"

"어이쿠 이런. 생각보다 화가 많이 나신 것 같군요."

"그래봤자 할 수 있는 건 따위는 없겠지만. 크흐흐흐."


대답해줄 생각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자기들끼리 낄낄거리기 시작하는 두 마왕. 파이몬은 분노와 절망 그 사이를 오가는 감정을 느끼며 주먹을 세게 쥐고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였죠? 루이스가 사라지고, 당신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 것은."

"글쎄요. 어쩌면 당신이 마왕의 자리에 올라선 그 순간부터? 아니면 어제? 음~저도 잘 모르겠군요."

"..."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단탈리안은 그저 파이몬을 조롱하고 싶을 뿐, 대답해줄 생각 따위는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녀는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처음부터 루이스라는 인물이 단탈리안으로 대체되었을 가능성은 배제한다. 지금껏 그가 자신에게 보여준 따뜻한 감정과 모습들은, 감히 단탈리안 따위가 흉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지금까지는 별 것 아니게 생각했던 사소한 위화감. 부자연스러웠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들을 하나하나 되새기기 시작한 그녀는 머지않아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단탈리안 마왕군과의 마지막 전투...그날에 바뀌게 된 것이로군요."


4일 전에 있었던 단탈리안 마왕군의 습격. 마왕 단탈리안의 술수로 인해 루이스가 당분간 마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던 그날부터 단탈리안이 루이스의 행세를 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컸다.


"호오..."

"아무리 속이는 자라는 본질을 지닌 당신이라도, 개인이 가진 고유한 마력의 파장까지 완벽하게 흉내낼 수는 없었던 거겠죠. 그렇기에, 마왕 단탈리안에 무언가 알 수 없는 술수를 당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린 것일 테구요."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아는 것 또한 많은 루이스다. 정말로 뭔가 술수를 당하게 된 것이라면 최소한 짐작가는 것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 그답지 않게 대충 얼버무리려는 모습에서 이상함을 느끼기는 했으나, 그때는 루이스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눈이 가려져 있었다.


"우리 마왕님은 똑똑하군요. 일단은 정답이라고 해두죠."


그렇게 말하며 마치 어린아이를 어르듯이 박수를 쳐주는 단탈리안. 하지만 파이몬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상으로 좋은 걸 가르쳐 드리죠. 당신이 그토록 알고 싶어하는 그 노인네의 안위 말입니다."

"...!"


이렇게 순순히 입을 열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파이몬의 표정이 흔들렸고, 단탈리안은 다시금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물결과도 같은 파문이 일었고, 일렁이던 허공은 점차 형체를 갖추며 마치 수면에 비친 풍경과도 같은 모습이 되기 시작했다.


"저건..."


나타난 풍경은 어두컴컴한 지하. 흉악해 보이는 고문 도구들이 즐비한 그곳의 한복판에, 붉은색 일색의 인영 하나가 사슬로 팔이 묶인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잘 안 보이시나요? 그렇다면 자세히 보시죠."


마치 선의라도 베푸는 듯한 목소리로 단탈리안이 박수를 한번 치자 시야가 확대되며 주변 풍경은 사라지고, 한복판의 붉은 인영의 모습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세, 세상에..."


이제 확실히 모습을 드러낸 붉은 인영은 온 몸의 가죽이 벗겨진 마인이었다. 발가벗겨진 채로 온 몸의 가죽이 벗겨지고, 머릿가죽 역시 머리카락째로 뜯겨나가 있었기에 그 모습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고깃덩이에 눈동자와 뿔을 박아넣은 것만 같은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직 그 고깃덩이 같은 마인은 살아 있는 상태였다. 미약하긴 했지만 호흡으로 인해 마인의 몸은 조금씩 움직였고, 그 약간의 동작으로도 끔찍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인지 이제는 완전히 쉬어버린 목소리로 작은 신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생기를 잃은 푸른 눈동자는 초점 없이 그저 바닥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고, 그 눈동자와 뿔의 형태는 파이몬이 너무나도 잘 아는 그 사람의 것이었다.


"루, 루이...스."


너무나도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된 루이스의 모습에 파이몬은 경악하며 바닥으로 허물어졌고, 그와 동시에 여태까지는 옅고도 비릿한 미소만을 짓고 있던 단탈리안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이 올라갔고, 안드로말리우스의 모든 머리에서 동시에 폭소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하! 이건 좋군! 마치 예술의 영역에 가까워! 크흐흐흐...이건 내가 부족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단탈리안."

"후후후후. 알아주시니 고맙군요. 아아...정말이지. 저 가련한 영혼이 절망에 잠기는 순간이란...언제 보아도, 가슴이 짜릿해지는 순간입니다."


자신을 따라주는 사람들을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파이몬이다. 그 중에도 자신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순간부터 자신과 쭉 함께해 왔던 루이스에 대한 감정은 각별했는데, 그런 루이스가 저렇게 끔찍한 모습이 되었다는 것은 그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 같은 것보다도 파이몬에게는 월등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파이몬의 모습에 몸을 부르르 떨며 양팔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는 단탈리안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어 마치 절정의 순간을 겪는 것처럼도 보였다.


"어이쿠, 그래도 아직 정신을 놓아버리지는 말아 주셨으면 하는군요. 아직 저희 사이에는 할 얘기가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그건...무슨..."

"절망에 빠진 당신을 지켜보는 건 더없이 만족스러운 순간이기는 하지만...그래도 저희가 들인 공에 비하면 조금 못 미치는 보상이라고나 할까요."

"크흐흐흐. 그렇지. 그거 알고 있나?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의 이 순간을 준비해 왔다는 것을."

"약해 빠진 노인네가 생각보다 빈틈이 없어서 기회를 잡는 데 참으로 오래 걸렸지 뭡니까. 그래도 결국에는 이렇게 거죽을 빼앗았고, 덕분에 이곳으로 무사히 잠입하는 데 성공했죠."

"거죽을 빼앗았다구요? 그렇다면 루이스에게 저런 짓을 한 이유가...!"

"뭐, 당신 같은 소녀나 미인의 비명소리라면 모를까, 언제 죽어 나자빠져도 이상할 게 없는 추레한 노인의 비명을 듣는 취미는 없습니다. 저 노인네의 가죽을 벗긴 것은, 당연히 제 속이는 자의 권능 발현을 위해서죠."


속이는 자의 권능. 그것은 타인의 가죽을 벗겨 입음으로써 외형을 투영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몸에 새겨진 기억마저도 복제하는 것. 혼에 새겨진 기억까지는 복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파이몬 하나를 속여넘기는 데에는 단탈리안 특유의 연기력과 루이스의 몸에 새겨져 있던 기억만으로도 충분했다.


"잡담은 이쯤 하도록 하고, 이제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할까요?"

"뭐? 난 좀 더 이년을 괴롭히고 싶은데."

"하하...마음은 이해하지만 전 조금 서두르고 싶거든요. 아직까지 잠잠한 걸 보면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제가 말했던 변수라는 것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칼로스 던브레이커. 안드로말리우스는 그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이 마왕성에 루이스의 모습으로 잠입해 있었기에 그가 소환되는 과정까지 지켜봤던 단탈리안으로써는 가급적 일을 빨리 마무리짓고 싶은 것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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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단탈리안(3) 21.08.21 61 3 12쪽
23 단탈리안(2) 21.08.20 66 5 11쪽
» 단탈리안 21.08.19 61 4 12쪽
21 안드로말리우스(3) 21.08.18 61 5 12쪽
20 안드로말리우스(2) 21.08.17 59 4 12쪽
19 안드로말리우스 21.08.16 78 4 11쪽
18 정령사(4) 21.08.14 69 4 11쪽
17 정령사(3) 21.08.13 71 5 11쪽
16 정령사(2) 21.08.12 75 7 12쪽
15 정령사 21.08.11 89 4 12쪽
14 도적떼(8) 21.08.10 73 4 11쪽
13 도적떼(7) 21.08.09 75 5 12쪽
12 도적떼(6) +1 21.08.07 78 4 11쪽
11 도적떼(5) 21.08.06 78 4 11쪽
10 도적떼(4) 21.08.05 86 6 11쪽
9 도적떼(3) 21.08.04 98 6 11쪽
8 도적떼(3) 21.08.03 9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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