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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신의 마왕성 부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7.26 20:27
최근연재일 :
2021.08.27 16:3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99
추천수 :
141
글자수 :
146,227

작성
21.08.11 17:02
조회
89
추천
4
글자
12쪽

정령사

DUMMY

그렇게 으름장을 놓은 칼로스는 아직도 피가 흐르는 검을 카라보스에게 투척했고, 놀라울 정도의 정확성으로 카라보스의 가랑이와 종이 한 장 차이의 거리를 두고 틀어박힌 검을 본 카라보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삼켰다.


"3일 준다. 그 안에 내가 만족할 만한 답을 준비해 놓는 게 좋을 거야. 편하게 죽고 싶다면 말이지."


그렇게 말한 칼로스는 도적단원들 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고, 단원들은 기겁을 하며 갈라서며 벽 쪽으로 바짝 붙었다.


칼로스가 단원들 사이를 걸어 닫혀버린 동굴의 입구에 도달하자 놀랍게도 동굴의 입구를 막고 있던 돌벽은 알아서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경악 섞인 단원들의 시선을 뒤로 하며 칼로스는 망설임없이 카라보스 도적단의 근거지를 뒤로했다.


"후, 후아아아...지, 진짜로 뒈지는 줄 알았네."

"으어...수명이 백 년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대체 뭡니까 저 괴물은?"

"낸들 아냐?"


칼로스가 떠나고 한참 후, 저벅저벅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서야 카라보스와 도적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라면 다 뒤질 거 같은데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일단은 저 괴물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야지."

"...그런데 그래도 뒤지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럴 바에야 엿이나 한번 제대로 먹어 보라는 식으로..."

"개소리 하지 마. 저 새끼가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방법으로 죽이겠다고 할 때 표정 못 봤냐? 저놈은 한다면 하는 놈이야...내 오랜 경험의 감이 말해주고 있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번 몸을 부르르 떤 카라보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도 아예 생각이 없는 건 아니야. 니들, 내가 얼마 전에 누굴 만나고 왔는지는 아냐?"

"얼마 전에 혼자서 장기 출장 다녀오신 건 말입니까? 엘리고스 마왕령 쪽으로 갔다는 건 알겠는데 누굴 만났는지는 아무도 모르는데요."

"후후후. 듣고 놀라지나 말라고. 내가 그날 만나고 온 건 무려 셀라님이라고!"

"세, 셀라! 그, 그게 누굽니까?"

"이런 빡대가리 새끼. 넌 이런 일 하면서도 이 마계의 뒷세계를 지배하는 도적왕의 이름도 모르냐?"

"도, 도적왕! 그건 들어본 적이 있어! 뒷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싸우면 마왕과도 버금가는 무력을 지녔다고 하는 그 전설의 도적왕!"

"후후후. 잘 아는군. 아무튼 제아무리 저 괴물이라도 도적왕과 그 수하들의 앞에서까지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도적왕님을 끌어들이는 과정이 문제겠지만, 일단 그분과 저 괴물놈을 대면시키면, 죽어 나자빠지는 건 저 괴물자식이 될 거란 말이지! 그렇게 되면 당연히 우리도 자유! 만사 해결이라 이 말이야!"

"우오오오! 역시 두목! 두목은 다 생각이 있었군요!"

"으하하하하! 하늘은 아직 이 카라보스를 버리지 않았어!"

"두목! 두목! 두목!"


-----


"저기, 던브레이커. 한가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응? 뭔데 실프. 말해봐."


지금 칼로스는 도적단의 근거지로 쳐들어 갈 때와는 다르게 느긋하게 걸어서 파이몬 마왕성으로 돌아가는 길이었고, 칼로스가 먼저 부르지 않는 이상 먼저 말을 거는 일은 드문 실프가 웬일로 칼로스에게 말을 걸었다.


"왜 그 마족들에게 그렇게 애매모호한 지시만을 남기신 건가요?"


실프의 의문은 귀찮은 걸 싫어하는 칼로스가 왜 굳이 적당히 이쪽이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으라는 애매모호만 지시만을 남겨 놓았느냐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칼로스는 결코 일을 허투루 처리하는 일이 없었건만, 방금 전의 지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 그게 궁금했던거야? 난 또 뭐라고."


그리고 실프의 의문에 칼로스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답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쉽게 말하자면 미끼를 던진거지."

"미끼, 요?"

"그래. 미끼. 솔직히 말하자면 저 떨거지들의 수준으로는 쓸만한 미끼조차 못 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기는 하지."


그의 말대로 지금 마계에서 카라보스 도적단을 구하겠답시고 목숨을 걸고 달려올 만한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들을 몰래 후원한다는 안드로말리우스조차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지 꼬리를 잘라낼 수 있는 상황.


"그런데 말이야. 그 미끼가, 스스로 펄떡거리며 잡을 만한 물고기들을 유혹한다면 어떨 것 같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말하자면 이런 거지. 저 떨거지 놈들이 연락이 닿는 수준이라고 해 봤자 제깟 놈들의 수준이 어디까지 올라가겠어? 기껏해야 평범한 도적단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 하지만, 궁지에 몰린 사람의 생에 대한 집착이라는 건 무시할 게 못 된단 말이지."

"생에 대한, 집착인가요. 저희들에게는, 알기 힘든 이야기네요."

"아. 확실히 그렇기는 하네. 너희는 애초에 죽을 일이 드물기도 하지만 죽거나 매개체가 사라져도 가이아의 품에서 다시 태어나니까."


애초에 정령이 생명체인지 아닌지조차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기에 단 한 번의 인생을 사는 생물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는 어렵겠지.


"아무튼 우리는 너희들처럼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지. 죽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다 보면, 본디 닿을 수 없는 곳에 닿게 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야."

"이제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네요. 그러니까 던브레이커는, 그저 강자와 싸우고 싶을 뿐이군요?"


실프의 말에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칼로스.


그는 카라보스라는 미끼를 끼운 낚싯대를 마계라는 호수에 드리운 채 가급적이면 커다랗고, 사납게 날뛰는 물고기가 낚이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


"크흡, 쿨럭!"

"이, 이런...정신 차리십시오 제임스!"

"뭐, 뭔가요!? 제임스씨가 갑자기 왜 저러죠? 왜 다시 상처에서 피가...!"


한편 마왕성에서는, 줄곧 제임스의 상처를 돌보던 파이몬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제임스의 상태가 또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독...인 것 같습니다. 카라보스 놈, 이렇게까지 잔혹한 술수를 부려놓았을 줄은...!"


아무래도 제임스의 등을 베어낸 카라보스의 마상창에 독이 묻어 있었던 모양. 파이몬은 간신히 넘겼던 고비가 또다시 코앞까지 찾아온 것에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급하게 제임스에게 다가갔다.


"제임스? 제임스! 괜찮아요? 정신 차려요!"

"으, 쿨럭! 마, 마왕님..."


격하게 피를 토해내며 자꾸만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제임스.


"전, 저는...죽는 겁니까?"

"주, 죽다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제임스! 지금 해롤드가 도움을 줄 사람들을 부르러 갔으니 조만간에 도착할 거에요!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라고 말하고는 있었지만, 파이몬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떨림이 섞여 있었다. 사실 조금 전에도 확인을 하러 성의 높은 곳까지 올라갔지만, 어째서인지 해롤드가 돌아올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굳이 숨기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 하하하...예전부터, 마왕님께서는 거짓말이 서투르셨죠."

"거,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임스가 죽는다니, 그런 일은...!"


말은 그렇게 하지만, 파이몬도 지금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 해롤드가 마을에서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늦을 것이 자명한 상황. 지금의 이 출혈량에 독의 효과까지 생각한다면 앞으로 남은 제임스의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상황. 5분을 버티는 것이 한계일 것이었다.


결국, 파이몬의 구슬 같은 눈동자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린다. 마왕이면서도 백성 한 명 조차 지키지 못한다는 설움, 이러한 상황에 도와줄 사람 한 명 없다는 절망. 그 모든 감정이 집약된 서러운 눈물이 파이몬의 고운 턱선을 타고 떨어진다.


"울지, 마십시오. 마왕님께서는 저처럼 하찮은 마인의 죽음에 일일히 슬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제임스! 당신들 모두 제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해야만 하는 사람들! 마왕이란 모름지기 백성들의 희생 위에 서 있는 자가 아닌, 백성들을 위해 스스로의 몸을 불사르는 존재라고, 저는 어머니께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도 저는...!"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마왕령의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파이몬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사람일진대, 작금의 상황은 마왕이면서도 마력만 있으면 살릴 수 있는 환자조차 살리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


"슬퍼 눈물 흘리지, 마십시오. 제 죽음이...마왕님의 슬픔으로 남는 것은 원치 않는 바입니다."

"하, 하지만!"

"언젠가...마왕님의 그 전대 마왕님을 쏙 빼닮으신 아름다운 얼굴에, 환한 미소가 깃들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가 그것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마왕님께서는, 부디 저 따위의 죽음에 개의치 마시고 앞으로 나아가시길..."


그렇게 말하고는 이제 힘이 다했다는 듯이 고개를 떨구며 눈을 감는 제임스. 파이몬은 기겁을 하며 제임스의 이름을 연달아 불렀지만, 제임스는 반응이 없었다.


아직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생명력이 고갈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위급한 상황. 이제는 단 한 순간이라도 지체했다가는, 제임스의 목숨은 없는 것이었다.


"...해야만 해."


제임스는 파이몬에게 슬퍼하지 말라 했지만, 사실 파이몬은 이미 심적으로 한계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 자신의 주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 더 이상은 한 사람도 죽게 두지 않는다. 설령, 이 몸을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며, 파이몬은 사용할 수 없을 터인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크흡!"


그와 동시에 파이몬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각혈. 본디 마인에게 있어서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의 파이몬은 상황이 달랐다.


마나 하트에 의한 자연스러운 순환이 아닌, 상반되는 두 가지 속성의 반작용으로 인해 몸 안에서 제멋대로 마력이 돌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평소라면 마나 로드를 따라 자연스럽게 밖으로 방출되어야 할 마력은, 마치 수도꼭지의 밸브가 망가진 것 마냥 닫혀 있는 마나 로드를 여는 순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당연히 억제되지 않는 난폭한 마력은 마나 로드를 따라 나 있는 신체의 다른 장기들을 망가뜨리고, 터져 나오던 마력에 의해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마나 로드는 닫히게 된다. 인간의 의지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무조건 반사와도 같은 현상. 그렇기에 칼로스는 지금 상황에서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던 것이었다.


심지어 기본적으로는 무속성인 일반적인 마인의 마력과는 다르게, 현재 파이몬의 몸 안에는 불과 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마력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러한 마력이 몸 안을 날뛴다는 것은 신체의 내부부터 불타오르며, 동시에 얼어붙는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을 준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지옥의 고통을 느끼며 파이몬은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루이스는 그런 파이몬의 모습을 보며 기겁하며 그녀를 향해 달려왔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은 파이몬이 그런 루이스를 제지했다.


"괘, 괜찮아요. 루이스. 아직, 아직 할 수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갑자기 이게 무슨...!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당연히 파이몬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리 없는 루이스에게는 뜬금없이 루이스가 각혈을 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기에 그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실상을 알았다면 더 놀랐으면 놀랐지 침착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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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단탈리안 21.08.19 61 4 12쪽
21 안드로말리우스(3) 21.08.18 61 5 12쪽
20 안드로말리우스(2) 21.08.17 59 4 12쪽
19 안드로말리우스 21.08.16 78 4 11쪽
18 정령사(4) 21.08.14 69 4 11쪽
17 정령사(3) 21.08.13 71 5 11쪽
16 정령사(2) 21.08.12 75 7 12쪽
» 정령사 21.08.11 90 4 12쪽
14 도적떼(8) 21.08.10 73 4 11쪽
13 도적떼(7) 21.08.09 75 5 12쪽
12 도적떼(6) +1 21.08.07 78 4 11쪽
11 도적떼(5) 21.08.06 78 4 11쪽
10 도적떼(4) 21.08.05 86 6 11쪽
9 도적떼(3) 21.08.04 9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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