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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신의 마왕성 부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7.26 20:27
최근연재일 :
2021.08.27 16:3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502
추천수 :
141
글자수 :
146,227

작성
21.07.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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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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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소환(2)

DUMMY

하늘을 꿰뚫을 것만 같은 기세로 치솟은 빛의 기둥. 그 안에서 걸어나온 것은 전신을 두른 갑주와 오른팔 부분에 망토가 인상적인 한 명의 인간 남자였다.


"이, 인간?"


느닷없는 인간의 등장에 루이스가 의아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보통 소환 마법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마물들이기 마련이다. 생존과 번식 외의 다른 것에는 하등 관심이 없는 마물들이야 본인의 몸에 소환진이 그려져 있건 말건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쉽게 소환이 가능했지만, 어느 정도 지성을 가진 종족이라면 애초에 몸에 소환진을 새기기도 어려울 뿐더러 어떻게든 새겨진 소환진을 제거하려 들었기 때문에 마물이 아닌 다른 존재를 소환한다는 것은 지극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물 이외의 존재를 소환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강대한 힘을 지닌 존재가 자기 자신을 용병 같은 형태로 자신을 소환할 수 있는 소환 마법진을 판매하기도 하고, 극히 드물지만 끈끈한 신뢰로 묶인 사람들끼리 친애의 증표로써 언제 어디고 상대를 위기에서 구원해 줄 수 있도록 스스로 소환진을 새기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당연히 그런 상식을 모를 리가 없는 루이스였지만, 그가 의문을 품은 점은 소환 대상이 다른 무엇도 아닌 인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인간은 연약한 종족이다. 거의 모든 종류의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재능이 있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뭘 시켜도 어정쩡한 결과밖에는 내놓지 못하는 반푼이들. 철저한 약육강식에 의한 힘의 지배가 일반적인 마계에서는 애초에 찾아보기도 힘든 종족이지만, 어느 곳에도 써먹기 애매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종족이었던 것이다.

소환진에서 혼돈마룡이 튀어나오더라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루이스다. 전대 마왕인 파이몬의 인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인간이라니...눈가의 주름이 점점 깊어져만 가는 루이스였다.


"아, 아아..."


그리고 소녀의 경우에는, 소환되어 온 것이 무엇이건, 어떠한 종족이건 간에 신경쓰지 않았다.


"닿을 수, 있었어."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소녀와 남자는 링크에 의해 연결되었고, 그 순간 소녀는 끝을 모르고 펼쳐진 망망대해와도 같은 소환 대상의 존재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방해되는 모든 껍데기가 사라진 혼의 본질. 목도할 수 있었던 순간은 그야말로 한순간이었지만, 그 한순간만으로도 소녀는 어머니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행, 이다..."


소녀는 안도했고, 그와 동시에 몸의 긴장이 풀어지며 지금껏 애써 무시해왔던 고통과 피로, 마력고갈에 의한 반동이 한꺼번에 몰아치기 시작했고, 버티지 못한 소녀는 그대로 쓰러지며 바닥에 닿기도 전에 의식을 잃었다.


"마, 마왕님!"


남자에게 정신이 팔려 있다가 소녀의 상태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루이스가 급하게 소녀를 향해 몸을 던졌지만, 소녀가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받아낼 수는 없을 만한 거리.


"흠."


하지만 구태여 그가 움직일 필요는 없어 보였다. 언제 움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남자는 어느샌가 홀연히 소녀의 곁으로 이동해있던 상태였고, 살짝 무릎을 굽히며 왼팔로 쓰러지는 소녀를 받아들었다.


"보아하니 이 아가씨가 날 소환한 사람인가보군."

"...그렇습니다. 당신을 소환하신 것은 바로 지금 당신이 안고 계신 그분. 고귀하신 파이몬 마왕님이십니다."

"파이몬? 파이몬이라...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군."

"기껏해야 백년도 못 사는 인간이 세월을 논하다니 우습기 그지없군요."

"뭐, 보통은 그렇긴 하지."


난 아니지만. 이라는 말은 속으로 삼키는 남자였다.


"그보다 한시라도 빨리 마왕님을 치료해야만 하니 그분을 이리로 넘겨주시겠습니까? 어디 사는 누구인지로 모를 당신을 소환하느라 크게 무리를 하셨습니다."

"그래 보이네. 피도 적지 않게 흘린 것 같고, 마력도 바닥이고, 바닥난 마력을 억지로 끌어올리다 보니 노화까지 왔군."

"그, 그렇습니다."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지만 한 눈에 보고 바로 알아낼 수 있을 법한 사실들은 아니었다. 하물며 종족조차 다른 둘이건만,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소녀의 증상을 정확히 짚어내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루이스였다.


"아무튼 그렇게 잘 아시니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도 아시겠네요. 서둘러서 마왕님을 이쪽으로 넘겨주시길 바랍니다."

"흠. 뭐, 이쪽은 소환당해 왔다고는 하지만 생판 처음보는 사이기도 하고, 그쪽이 걱정하는 마음이야 알겠는데. 이 아가씨. 일반적인 처치로는 금방 죽을걸."

"...그건, 무슨."

"마나 하트가 깨졌어. 인간이야 마나 하트 같은 거 없어도 먹고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만, 뿔이 있는 걸 보니 너희는 마족이잖아? 마나 하트가 깨지면 몸도 같이 붕괴되는 걸로 아는데."

"네, 네!? 그게 대체 무슨!"


남자의 말에 기겁을 하면서 소녀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하는 루이스.

남자의 말대로 소녀의 신체는 손끝부터 바스라지고 있는 상태였다.


마족은 그 이름 그대로 마력의 의해 살고죽는 종족. 그렇기에 마력을 각성한 마법사가 드물지도 않지만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인간과는 다르게 종족 전체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마력을 각성한 마법사라고 볼 수 있는 종족이었다. 하지만 그런 면이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태어나면서부터 마력을 지닌 그들이었기에, 그들의 육체 또한 마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지닌 마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육체적 활동에 의한 단련 없이도 강인해지는 마족의 육체지만, 반대급부로 마력이 없어지게 된다면 그들은 육체를 유지할 수조차 없다.

그렇기에 온 몸으로 마력을 순환시키며, 대기중의 마나를 마력으로 변환시키는 마나 하트의 손상은 필연적인 죽음을 뜻했고, 소녀에게는 유감스럽게도 현재 마계의 기술로써는 부서진 마나 하트를 회복시키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이럴 수가. 모처럼 소환을 성공시키셨는데, 마왕님 본인이 죽어버리시면 주객전도이지 않습니까! 마왕님! 정신을 차려주십시오!"


창백해진 표정으로 소녀의 어깨를 잡고 흔드는 루이스였지만, 소녀는 눈을 뜨지 않았고 소녀의 육체는 점차 바스라져갈 뿐이었다.


"진짜 어지간히도 무리를 했나보네. 마나 하트가 부서질 정도로 마력을 끌어올릴 정도라면 느껴지는 고통의 강도 역시 보통이 아니었을 텐데."

"전부 당신 때문이 아닙니까!"

"나 때문이라고?"

"그렇습니다! 대체 마왕님께서 왜 무리를 하신 거겠습니까? 결국에는 이렇게 소환되어 올 거면서, 당신이 쓸데없이 저항 같은 걸 하는 바람에 마왕님이...!"

"저항한 적 없는데."

"뭐, 뭐라구요?"

"저항한 적 없다고. 오히려 이쪽은 저항을 줄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안 했어. 문제가 있었다면 딱히 저항할 생각도 없는 이쪽의 저항력도 뚫지 못한 이 아가씨의 약해빠진 마력이 문제였겠지."

"이런 상황에 마왕님을 모욕하시는 겁니까? 만약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참고만 있지는 않을..."

"너무 열내지 말라고. 모욕할 생각 따위는 없었고, 난 어디까지는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한 것 뿐이거든? 게다가 이쪽도 모처럼의 소환자가 죽어버리면 뒷맛이 찜찜하니 이대로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고 말이지."

"가만히 있을 생각은 아니라니, 이제와서 뭘 어쩌실 작정이십니까?"

"뭐, 일단은 지켜보고 있으라고. 나도 부서진 마나 하트를 수복해본 적은 없지만, 이거랑 비슷한 상황은 겪어본 적 있거든. 그때가 더 곤란했으면 곤란했지 이거보다 상황이 좋지는 않았으니까 이 방법이면 대충 먹힐 거라고 봐."


소녀가 죽어가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의 남자는 그 후 소녀를 조심스럽게 바닥으로 눕혔고, 그 뒤에는 소녀의 가슴 부분을 가리고 있던 옷을 왼팔로 잡아 뜯어냈다.


"무, 무, 무, 다, 당신! 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체 뭘!"

"아 진짜. 거 더럽게 쫑알거리네.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건지는 대충 알겠는데 이런 꼬마 아가씨 몸 정도는 봐도 아무런 감흥도 없거든? 그러니 자꾸 의료 행위에 트집 잡으면 수술실 밖으로 쫓아보내는 수가 있어."


이미 이곳은 야외인데 어디로 어떻게 쫓아버린다는 것인지가 의문이었지만 루이스는 그대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지금 이대로라면 소녀의 죽음은 피할 수 없었고, 최소한 남자는 뭔가 소녀를 구할 수단이 있어 보이는 눈치였으니 루이스로써는 실날같은 희망에라도 일단 매달려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귀찮게 다시 건틀릿을 벗을 필요는 없어서 좋군."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어째선지 이미 건틀릿이 벗겨져 있던 왼손을 소녀의 마나 하트가 위치하는 오른쪽 가슴에 가져다댔고, 아직 덜 무르익었지만, 그래도 앳되어 보이는 얼굴 치고는 적당한 감촉이 그의 한 손 안에 들어왔다.


"어이쿠 실례. 그럼, 시작해 보자고."


본인 입으로 의료 행위라고 못을 박아두기는 했고, 또 소녀의 의식이 없다고는 하지만 남자는 어쩔 수 없는 약간의 찜찜함을 느끼며 소녀에게 속으로 사과했고, 그와 동시에 전신에서 마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


자신만만하게 나서기는 했지만 그로서도 쉽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작업. 제아무리 마력 친화적인 마족의 육체라고는 해도 생판 남의 마력을 함부로 받아들였다가는 거부 반응으로 인해 몸이 터져버릴 수도 있는 노릇.

그렇기에 남자는 극도로 세밀한 작업을 통해 자신의 마력과 소녀의 마력을 천천히 일체화시키는 작업과 함께 소녀의 텅 비어버린 몸 속으로 자신의 마력을 흘려넣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거부 반응이 없는걸? 운이 좋았군.'


남자가 조심한 덕분도 있겠지만 신기하게도 소녀의 육체는 남자의 마력을 거의 아무런 저항도 없이 무난하게 받아들였고, 완전히 고갈되었던 마력이 점차 회복됨에 따라서 소녀에게 급격히 찾아왔던 노화 현상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으..."


자글자글한 주름은 펴지며 탄력 있는 피부로 돌아왔고, 희게 탈색되었던 머리카락은 선홍빛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나 하트는 부서진 그대로였기에 지금은 일시적으로 신체가 붕괴되는 것이 멈추었을 뿐,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빈 마력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됩니다. 오히려 마나 하트에 의한 마력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온몸이 괴사할 겁..."

"알고 있으니까 좀 다물지? 지금 집중하는 중이거든."


루이스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대꾸하는 남자의 말에 루이스는 다시 한 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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