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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신의 마왕성 부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7.26 20:27
최근연재일 :
2021.08.27 16:3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95
추천수 :
141
글자수 :
146,227

작성
21.08.18 16:26
조회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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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안드로말리우스(3)

DUMMY

그 후로도 파이몬과 안드로말리우스는 한참 동안을 여유롭게 성 안을 돌아다녔고, 정오가 지날 무렵에는 칼로스가 잠들어 있는 방을 제외한 모든 방을 돌아볼 수 있었다.


"후후후...괜찮은 성이로군. 조금 심심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실로 파이몬 너를 닮은 성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성이었어."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파이몬. 안드로말리우스와 사전에 약속했던 일정은 이것으로 끝이었기에, 그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서 말인데, 역시 내것이 될 생각은 없나? 나와 혼인한다면, 네가 끔찍이도 아끼는 마왕령의 서민 놈들의 숨통도 트일 터인데 말이야."

"..."


성 안내 도중에는 가급적이면 피하고 있던 주제였지만, 오늘도 역시나 안드로말리우스는 파이몬을 향한 구애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고, 파이몬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를 향해 보내주시는 마음은 고맙지만, 아직 저는 혼인 같은 것을 생각하기는 너무 어린 걸요."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성년식도 치르지 못한 마족은 혼인을 올릴 수 없다는 규칙 때문인가? 아니면 결혼은 충분히 성장한 뒤에 한다는 통념 때문인가."

"그건..."

"크흐흐흐. 하등 쓸데 없는 소리들 뿐이야. 우리는 마왕이다. 규칙이나 통념 따위는 우리를 속박할 수 없어."

"..."

"우리는 마의 정점! 규율 따위는 그런 것에라도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약자놈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강자인 이몸이, 약자들의 규칙 따위를 존중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지?"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 실제로도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처럼 사소한 규칙 같은 것들은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마왕이라는 존재였다. 단 한 명, 파이몬이라는 예외를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강자들 역시 규칙을 준수하고, 또 존중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약자들은 규칙이라는 것에 기대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해가 되지를 않네. 강자인 내가, 어째서 약자들 따위를 신경 써야만 하지? 약자 녀석들은 그저 강자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그들에게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주워먹는 버러지들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야."

"그들에게도 마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통에 아파하며, 행복에 기뻐할 마음이 존재하는 이상, 사람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권리라! 웃기지도 않는 말이로군. 당연한 권리에는 당연한 책임이 따른다. 행복해질 권리라는 것은 없어, 존재하는 것은 그저 원하는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는 의무 뿐! 약자 놈들은 그 의무를 내팽겨친 겁쟁이 놈들에 지나지 않아."

"...당신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강자일 수는 없었을 텐데요. 그런데도, 약자의 마음 같은 것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건가요?"

"키히히히히. 알다마다. 오히려 파이몬. 너보다는 내가 훨씬 더 잘 알고 있지.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안드로말리우스 마왕령의 뒷골목에서 나고 자란, 밑바닥 중의 밑바닥에 위치한 최약의 약자였거든."


빼앗는 자라는 이름을 지닌 안드로말리우스 마왕의 주민들은 뺏고, 빼앗기는 삶이 일상이었다. 그 중에서도 일체의 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뒷골목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피튀기는 다툼이 벌어지며, 약자들은 무한히 빼앗기는 삶을 이어가고 강자들은 끝을 모르는 탐욕에 매달리며 살을 찌워가는 일이 계속되었고, 당연히 그러한 장소는 아이가 성장하기에는 좋은 환경일 수가 없었다.


지금의 안드로말리우스는 그런 뒷골목에서 이름도 모른 채 버려진 아이였다. 그는 말을 깨우치기도 전에 홀로 살아남는 법을 익혀야만 했고, 따뜻한 빵을 먹는 날보다는 뒷골목 구석에 굴러다니는 짱돌에 묻은 피를 핥는 날이 더 많았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안드로말리우스는 그런 악조건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그는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뒷골목을 주름잡는 불량배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도 얻게 된 키메라 제작의 비술. 그는 대담하게도 키메라 제작의 비술을 얻게 된 직후에 자신의 몸 그 자체를 키메라로 만들어버렸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몸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전대의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도전해 승리했고, 지금 이렇게 대등한 마왕의 입장으로써 파이몬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크흐흐흐. 아이러니하지 않나? 태어날 때에는 약자 중의 약자였던 나는 지금 이렇게 강자의 위치에 서 있고, 최강이라고 불렸던 전대 파이몬의 딸인 너는 이런 약자의 위치에 서 있게 되었다니...아. 이거 미안하군. 아무리 힘이 약하다 한들, 우리는 대.등.한 마왕이었지. 크흐흐흐."


아무리 온건한 파이몬이라고 하더라도 대놓고 무례한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에는 웃어줄 수 없었고, 파이몬은 표정을 살짝 찌푸림으로써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동안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막나가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무슨 생각인 걸까요?'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이 오만한 태도는 숨기지 못했지만, 최소한의 예를 가지고 파이몬을 대하며 구애 행각을 보인 안드로말리우스였건만 오늘은 태도가 조금 이상했다. 파이몬은 은근한 거절의 의사를 보인 것이 오늘이 처음도 아닌데도 말이다.


"표정을 보니 기분이 나쁜가보군. 키히히히...그래도 어쩌겠나? 자기 것을 지킬 힘이 없는 약자는, 결국에는 빼앗길 뿐이야."

"네? 그게 무슨 말이죠?"

"크흐흐흐흐흐. 무슨 말이기는, 바로 이런 말이지!"


당황하며 되묻는 파이몬의 말에 실소를 흘리고는 느닷없이 거대한 왼팔의 주먹을 바닥에다 내리꽂는 안드로말리우스.


단단한 돌로 덮인 바닥이 흙으로 만든 토기처럼 박살나며 안드로말리우스의 흉악한 주먹이 바닥으로 반쯤 틀어박혔고, 파이몬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아, 안드로말리우스 마왕! 이게 무슨 짓이죠!?"

"키히히히. 내가 언제까지고 약해빠진 네년의 건방진 언사를 참아줄 거라고 생각했나? 가진 힘이 없으면 순순히 이몸의 것이 되어서 안주하면 될 것을, 쓸데없이 앙탈을 부리니 결국에는 이렇게 되는 거다."

"그게 무슨, 설마 빼앗는 자의 권능을...!"

"개대가리는 냄새를 잘 맡거든. 이 마왕성의 마력의 흐름은 돌아다니는 동안에 파악을 끝냈지."

"컹! 컹!"


별다른 전투 능력은 없지만 마력의 흐름에 예민한 특수한 후각을 지닌 개의 머리. 안드로말리우스는 이미 그것은 파이몬 마왕성에 흐르는 마력의 흐름을 파악한 뒤였고, 그렇게 된다면 그의 '빼앗는 자'의 권능을 발휘할 조건이 충족된다.


"하하하하하! 이 성은, 이제 내 거다!"


그렇게 외치며 몸에서 시커먼 아우라를 폭발적으로 뿜어내는 안드로말리우스. 파이몬은 약간의 물리력마저 가진 채로 방출되는 폭발적인 마력의 파도에 온몸이 저릿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수를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수작을 부릴 줄은 몰랐는데요!'


아무리 파이몬의 힘이 약하다고는 하나 이 마왕성은 완벽하게 파이몬의 장악 하에 있는 공간. 빼앗는 자의 권능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흘러들어오는 이질적인 마력을 뿌리쳐낼 자신은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이, 이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녀의 마력이 평소 상태와 같았다면 아무리 파이몬이라도 안드로말리우스의 마력을 뿌리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냈겠으나, 지금 그녀는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가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새, 샐러맨더! 나이아스! 들리나요!?"


상황의 타파를 위해 샐러맨더와 나이아스를 부르는 파이몬이었지만, 여전히 삐져 있는 것도 아닐진대 대답이 없는 두 정령. 그렇기에 파이몬은 그저 절망적인 기분을 느끼며 안드로말리우스의 만행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폭발적으로 마력을 뿜어대던 안드로말리우스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미간을 찌푸리며 마력의 출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역시...안 되는군. 계승의 의식이라는 건 상상 이상으로 복잡한 마법인 모양이야."


아무래도 안드로말리우스는 빼앗는 자의 권능으로 마왕성을 장악하는 데 실패한 모양. 그 말에 파이몬의 안색이 확연히 밝아진다.


"흥. 이몸이 실패한 것이 그렇게도 기쁘나?"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요? 이 일에 대한 책임, 가볍게 넘어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기를!"

"키히히히히. 책임을 묻겠다고? 네가 말인가? 대체 어떻게?"

"그, 그건..."


실제로 이렇게 으름장을 놓기는 했지만, 파이몬이 안드로말리우스 쪽에게 뭔가 압박을 넣을 수단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황이었기에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안드로말리우스의 행위에도 파이몬은 할 게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었다.


"표정 한 번 볼 만하네. 저딴 것도 마왕이라고 나와 같은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다 나."

"..."

"그리고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거,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겠군. 네년이 뒤지면 이 마왕성과 마왕령은 봉인되어 한동안 죽음의 대지가 되겠지만...뭐, 내 알 바는 아니니까."

"그, 그게 무슨...!"


섬뜩하기 그지없는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에 표정을 굳히며 뒤로 주춤거리는 파이몬. 그 모습을 본 안드로말리우스의 모든 머리가 동시에 웃어제끼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으하하하하! 겁먹은 표정이 아주 볼만하군! 네년도 죽는 건 무서운 모양이지?"

"...죽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사라지면, 이 마왕령의 사람들이..."


마왕과 마왕성, 마왕령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다. 그것은 마왕령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마인들 또한 마찬가지인데, 마왕이 죽은 상태에서 후계자, 또는 그의 이름을 이어받을만한 격이 있는 상대가 나타나지 않을 때, 마왕성은 무너져내리며 동시에 마왕령은 어떠한 생명도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대지가 된다.


실제로도 대전쟁 이후 두 곳의 마왕령이 반란으로 인해 마왕이 죽게 되면서 무너져내렸고, 이런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마계는 마왕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행위만큼은 가급적이면 자제하게 되었던 것이다.


"키히히히. 쫄기는. 네년이 뒤지는 건 이쪽에도 하등 도움 될 일이 없는 일이니 안심하라고."

"..."

"어이쿠. 죽을 일 없다는 걸 알게 되니 또 그 건방진 표정인가. 그 표정이 또 언제 울상으로 바뀔지 기대가 되는걸?"

"또 준비해둔 수가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아무렴. 내가 이 계획을 얼마나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는데. 네년은 결국, 네년의 손으로 이 마왕성을 이몸에게 가져다 바칠 수밖에는 없을거야. 키히히히히."


기분 나쁜 목소리의 웃음소리와 함께 어렴풋이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파이몬은 그 의미심장한 말에 표정을 찌푸리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바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창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저, 저건!"


창밖을 내다본 파이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저만치에서 모래먼지와 함께 마을 쪽으로 돌격하는 대군. 그리고 그 선두에서 높게 들어올린 깃발에 그려진 것은 검은 늑대의 머리. 마왕 안드로말리우스를 상징하는 심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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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안드로말리우스(2) 21.08.17 59 4 12쪽
19 안드로말리우스 21.08.16 78 4 11쪽
18 정령사(4) 21.08.14 69 4 11쪽
17 정령사(3) 21.08.13 71 5 11쪽
16 정령사(2) 21.08.12 75 7 12쪽
15 정령사 21.08.11 89 4 12쪽
14 도적떼(8) 21.08.10 73 4 11쪽
13 도적떼(7) 21.08.09 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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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도적떼(5) 21.08.06 78 4 11쪽
10 도적떼(4) 21.08.05 86 6 11쪽
9 도적떼(3) 21.08.04 97 6 11쪽
8 도적떼(3) 21.08.03 9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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