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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신의 마왕성 부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7.26 20:27
최근연재일 :
2021.08.27 16:3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94
추천수 :
141
글자수 :
146,227

작성
21.08.10 17:18
조회
72
추천
4
글자
11쪽

도적떼(8)

DUMMY

차게 식어버린 표정으로 멈췄던 발을 앞으로 내딛는 칼로스. 카라보스는 인질극이 효과가 없자 표정을 엉망으로 구기며 핀의 목에 겨눴던 마상창을 그대로 그어


"어?"


챙그랑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카라보스의 마상창. 멍한 표정으로 그 창을 내려본 카라보스는, 본디 보여서는 안 될 것을 발견했다.


"저건, 내, 팔인...데."


여전히 마상창을 쥔 채로 바닥에 함께 떨어져 있던 것은 깔끔하게 절단된 카라보스의 오른팔이었다.


"으, 으어...으아아아아아악!"


팔이 절단된 고통에 피를 뿜어내는 어깨를 부여쥐고 바닥을 뒹구는 카라보스. 언제 검을 휘둘렀는지 도적단 중의 누구도 볼 수 없었지만, 칼로스의 검은 어느 새인가 붉게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수준 차이가 난다고는 해도, 전투는 신성한 것. 개인과 개인이 서로의 목숨을 걸고 벌이는 고귀한 의식의 장이지."

"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래서 나는 인질극이라는 게 싫어. 전투에 있어 걸어야 될 것은 서로간의 목숨 뿐. 전투와 관계 없는 제삼자의 목숨을 말려들게 하는 천박한 행위 따위를 용납할 순 없단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얼어붙은 핀의 앞까지 걸어간 칼로스는 무릎을 굽혀 핀과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보기 흉한 장면을 보여 줘서 미안하군. 그래, 숨바꼭질은 어떻게 됐지?"

"...이, 이겼어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나마 칼로스의 질문에 답하는 핀. 칼로스는 핀의 말에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게 승부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던 간에 승리를 쟁취해 내야지. 남자라면 말이야."

"...전 여잔데요."

"아."


핀의 말에 잠깐 뻘쭘한 표정이 된 칼로스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검을 바닥에 꽂고 판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말했다.


"크흠.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떻냐. 아무튼 잘했어."


그렇게 말하고는 핀의 머리를 한 번 툭하고 쳐 주고는 그녀를 뒤로 하고 도적들에게로 향한다.


"이쪽 돌아보지 말고, 저~기 안까지 가서 숨어 있어. 그렇다고 너무 깊게는 들어가지 말고."


앞으로 펼쳐질 광경은 어린아이의 정서에 있어서 하등 좋을 것이 없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이봐 카라보스. 너한테 선택지를 두 가지 주도록 하지."

"서, 선택지라니 그게 무슨...!"

"선택은 간단해. 내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고 편하게 죽던가, 끝까지 입을 다문 채로 끔찍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죽던가."


결국은 죽는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 극단적인 선택지. 당연히 카라보스는 둘 중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악을 쓰며 외쳤다.


"개소리 하지 마! 내가 대체 왜..."

"질문에만 대답해."


카라보스의 말에 그를 벌레를 쳐다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또 한 번의 참격을 날리는 칼로스.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참격은 깔끔하게 카라보스의 남아있던 왼팔을 절단했고, 카라보스는 고통에 겨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말 한 마디에 하나씩 썰어주지. 토르소 같은 꼴이 되기 싫으면 할 말을 똑바로 고르는 게 좋을 거야."

"끄, 끄어어어어..."


막대한 양의 출혈 때문인지 점차 창백해져 가는 카라보스. 그 몸부림 또한 점점 약해지고 있었기에, 이러다가는 뭔가를 말하기도 전에 과다출혈로 숨이 끊어질 판이었다.


"쯧. 샐러맨더가 있었으면 불로 지져서 해결했을 텐데 쓸데없이 마력을 낭비하게 됐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검을 내려놓고 허공에 손가락으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하는 칼로스. 마력이 깃든 손가락은 허공에 푸른 궤적을 그리며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도화지라도 되는 것 마냥 선명한 마법진을 그려내고 있었다.


"뭐, 뭐야 저건...마, 마법인가?"

"저렇게 발동하는 마법은 듣도보도 못했는데."


인간계에 비해서 고도로 마법 기술이 발달한 마계였지만 칼로스가 사용하는 마법은 마인인 도적들에게도 생소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칼로스가 사용하는 마법은 이미 천 년도 전에 유실된 고대 마법. 이제는 하늘 아래 오로지 칼로스만이 사용할 수 있고, 마법의 근원을 연구하는 극소수의 연구자들만이 그 형태만을 알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칼로스가 허공에 그려낸 마법진은 형태가 완전해지는 순간 푸르게 한번 빛나고는 빛의 입자가 되어 흩어져버렸고, 그와 동시에 쓰러진 카라보스의 몸 역시 빛나기 시작하며 양 어깨에서 흘러나오는 출혈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상처가, 아프지 않아?"

"일개 도적 따위한테 쓰기에는 아까운 마법이기는 하지만, 뭔가 얘기하기도 전에 죽어버리면 곤란하지."

"다, 당신은...대체 누구, 십니까?"


여전히 떨리고 있기는 했지만 조금 전까지의 카라보스가 순전히 공포에 지배당해 있었다면 지금의 카라보스가 느끼는 감정은 경외와 공포가 뒤섞인 것이었다.


"어차피 뒈질 놈이 알아서 뭐하게? 그리고 쓸데없는 말 한 마디에 하나씩이랬지? 이번엔 어딜 썰어주면 좋겠냐?"

"으, 으허억!? 마, 말하겠습니다! 뭐, 뭐든지 물어 보십시오!"


기겁을 하며 외치는 카라보스의 말에 씨익 웃으며 그의 앞에 쭈그려 앉는 칼로스.


"진작에 그렇게 나왔어야지. 너, 평소에 교류가 있는 다른 도적단들 정도는 있지?"


이 넓은 마계에 도적단이 카라보스 도적단 하나만 있을 리는 없다. 인간계와는 다르게 마왕이라는 절대자가 지배하는 마왕령을 털어먹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악은 어디에서나 피어나는 법. 오랜 경험으로 칼로스가 체득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 있기야 합니다만...그놈들에게는 무슨 일로?"

"글쎄. 용건이야 이것저것 있지만, 네가 알 필요는 없어. 그러니까 잠자코 아는 놈들의 위치와 이름, 규모까지 모조리 털어놔."

"아, 알겠습니다."


카라보스는 팔이 절단되었는데도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피도 흘러나오지 않는 자신의 몸 상태에 인지 부조화를 느끼며 자신과 인맥이 닿아 있는 도적단 수장들의 이름을 열거했고, 칼로스의 강요에 의해 그 도적단들의 근거지가 위치한 장소까지 모조리 털어놓았다.


"생각보다 알고 지내는 놈들이 많군. 그렇게 안 생겼는데 말이지."

"저희 카라보스 도적단은 기동성 하나만큼은 마계 제일이라고 자부하니까요. 활동 범위가 넓다보니 작업할 마을을 정할 때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가급적이면 연락이 닿아야 하니까 말입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그런데 말하는 걸 듣자하니 언제든지 연락할 수단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털 마을을 정하고 나서 전령 같은 걸 보내는 건가?"

"전령이요? 그런 걸 왜 보냅니까? 언제든지 마력만 주입하면 상호 연락이 가능한 수정구가 있는데 말입니다."

"...수정구?"


수정구라면 칼로스의 기억 속에서는 점 치는 데나 사용하던 도구였기에 그는 또다시 자신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듣도 보도 못한 물건이 등장한 것에 눈살을 찌푸렸고, 카라보스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보아하니 인간계에서 올라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신 것 같군요. 하긴, 마왕 모락스가 그 도구가 개발한 건 마계에서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니 무리도 아닙니다."

"왜 네가 잘난 듯이 얘기하는 건데?"


고통이 느껴지지를 않으니 본인이 처한 사태의 심각성조차 망각해버린 것 같은 카라보스의 모습에 칼로스가 순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시 표정을 원래대로 되돌리고는 물었다.


"아무튼 그런 편리한 물건이 있으면 일이 빨라지겠군. 어이, 그 통신구인지 뭔지를 이용해서 연락이 닿는 놈들은 싹 다 한 자리에 모아."

"제, 제가 말입니까?"

"그럼 너 말고 누가 하는데? 내가 하리?"

"무, 무립니다. 제 도적단은 활동 범위가 넓다 뿐이지 세력이 큰 건 아니라서 그만큼 발언권도 적단 말입니다...이런 제가 다른 도적단의 우두머리들에게 모이라고 해 봤자 다들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게 뻔하단 말입니다."

"방법을 생각하는 건 내 할 일이 아니지. 그 정도는 알아서 해."

"그, 그런...!"

"못 한다면 네 목숨은 여기까지인 거지. 그럼 이번엔 어디를 잘라줄..."

"으, 으억! 하, 하겠습니다! 어떻게든 해 볼 테니 제발 목숨만은!"

"거참 제 목숨 하나는 끔찍이도 소중이 여기는 놈이군. 미안하지만 이미 네 모가지가 날아가는 건 결정 사항이야. 네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부분은 얼마나 편하게 죽느냐, 그리고 얼마나 더 그 생을 연장하느냐 뿐이지. 그리 길지는 않겠지만."

"그,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기회를 주십시오!"

"뭐 좋아. 나는 관대하니까."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만 봐서는 관용이나 자비와는 백만 광년쯤 떨어져 있는 칼로스였지만, 카라보스는 살고 싶었으므로 굳이 그러한 사실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우선은 시간을 버는 거야. 저 괴물도 언제까지고 여기에 쳐박혀 있을 수는 없을 테고, 연락을 넣는다는 빌미로 시간을 번 사이에 저놈이 없는 틈을 타 날라버리면...'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 건데 도망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네 마력 파장은 이미 기억했거든. 그러니 이제 네놈이 이 차원 안에 존재하기만 한다면 어디에 있던간에 찾아낼 수 있으니까 말이야."

"아, 하하하하...제가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불경한 생각을 했겠습니까? 예.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생각입죠."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말하는 카라보스를 마지막으로 한번 흘깃 보고는 저만치 뒤쪽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도적단의 똘마니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칼로스.


"뭐, 어쨌든 그렇게 됐으니 이제 네놈들도 보내주지."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죽고 싶은 방식이 있으면 말하라고. 가급적이면 바라는 방식대로 보내 줄테니 말이야."


보내 준다는 칼로스의 말에 화색이 돌며 기뻐하던 도적단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칼로스가 그들을 보내 줄 곳은 지옥의 구렁텅이였기에 도적단은 바로 울상이 되어서는 카라보스를 향해 원망의 시선을 보내는 도적들. 어차피 돈 때문에 모인 관계라고는 하지만 그간에 든 정이 있는 카라보스였기에 그는 모자란 머리를 굴려 도적단원들을 살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수정구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대량의 마력이 필요한 겁니다! 저 혼자의 마력으로는 제가 아는 우두머리들에게 다 연락을 돌리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저 모자란 녀석들이라도 필요합니다!"

"두, 두모옥!"

"...뭐, 좋아. 어차피 죽을 놈들이 안 죽게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잠깐의 유예 정도는 줄 수 있지."


남아 있는 정령들 중의 한 명을 이곳에 남겨 둔다면 카라보스가 말하는 마력 문제도 해결이 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정령들에게 미안한 일이었기에 칼로스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신 한 놈이라도 도망친다면 네놈들 두목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죽을 거다. 물론 도망친 놈도 같이 말이야. 내가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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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안드로말리우스(2) 21.08.17 59 4 12쪽
19 안드로말리우스 21.08.16 78 4 11쪽
18 정령사(4) 21.08.14 69 4 11쪽
17 정령사(3) 21.08.13 71 5 11쪽
16 정령사(2) 21.08.12 75 7 12쪽
15 정령사 21.08.11 8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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