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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신의 마왕성 부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7.26 20:27
최근연재일 :
2021.08.27 16:3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503
추천수 :
141
글자수 :
146,227

작성
21.08.05 16:58
조회
86
추천
6
글자
11쪽

도적떼(4)

DUMMY

"노움. 지형 파악은 끝났지?"

"물론이다. 주인. 곳곳에 물과 공기가 통하는 작은 틈새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칼로스의 말과 함께 칼로스의 발밑에서 흙덩이가 뭉치기 시작하더니 땅바닥에 상반신이 박혀있는 돌멩이 인간 같은 형상이 나타났다.


나타난 것은 노움. 칼로스를 따르는 정령들 가운데 대지의 속성을 지닌 정령으로써, 칼로스가 이 동굴 내부로 들어옴과 동시에 지형을 파악하도록 지시해 놓은 상태였다.


"좋아. 방금 들어온 통로 말고는 탈출구가 없다 이거지? 수고했어."

"수고라고 말할 것도 없다. 그건 그렇고 이곳의 대지는 마나의 농도가 짙다. 여긴 인간계가 아닌것인가?"

"어. 여긴 마계야.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해줄테니 지금은 일단 들어가 있어. 지금부터는 조금 소란스러워질 것 같거든."

"알겠다. 주인. 혹시라도 너무 날뛰어서 동굴이 무너지면 불러달라."


노움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닥 속으로 잠겨들며 사라져버렸고, 하나둘씩 각자의 무기를 꼬나쥐고 모여들기 시작하는 도적떼들을 뒤로하고 칼로스가 마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할래?"

"저, 저 말인가요?"


갑자기 지목당한 마크는 당황하며 침을 꿀꺽 삼켰고, 칼로스는 왼손으로 검지와 중지를 펴 보이며 말했다.


"선택지는 두가지야. 첫 번째는 의리 있게 마지막까지 이 도적단에 붙어서 나랑 한 판 붙는 거고, 두 번째는..."

"두 번째로 하겠습니다!"


칼로스의 말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건만, 마크는 다급한 목소리로 알지도 못하는 두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두 번째 선택지가 뭐가 되었건 간에 칼로스와 대적하는 것보다는 목숨을 부지할 확률이 높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크를 잠깐 동안 놀랐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칼로스는 씨익 웃더니 말했다.


"도적치고는 똑똑해서 좋네. 말 끊은 건 조금 거슬리지만."

"죄, 죄송합니다!"

"뭐 됐어.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 넌 지금 바로 파이몬 마왕령에 있는 마을 쪽으로 가면 돼. 위치는 알지?"


칼로스의 말에 마크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마을의 위치는 알았지만, 몰랐더라도 알아서 찾아갈 것이었다.


"거기 가서 제임스라는 놈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어. 가뜩이나 힘 쓸 놈들이 부족해 보이는 마을이었으니 너 정도만 되어도 마을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

"아, 알겠습니다! 그, 그럼 이만!"


거기까지 들은 마크는 급하게 허리를 90도로 숙여 칼로스에게 인사를 하고는 허겁지겁 조금 전에 지나온 통로를 통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예정에는 없던 일이었지만, 뭐 괜찮겠지.'


본디 카라보스 도적단의 일원들은 한 명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던 칼로스였지만,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파이몬이나 마을 사람들 정도는 아니어도 여기 있는 놈들 중에서는 영혼이 가장 깨끗해 보이는 놈이기도 하고 말이야.'


무슨 사정이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흉악해 보이는 얼굴과 건장한 체격과는 다르게 그의 영혼은 악에 물들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일단은 약탈을 일삼는 도적단에 속해 있던 몸이었으니 아주 깨끗하지만은 않은 영혼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기준으로는 아슬아슬하게 합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이었다.


'그에 비하면 저놈들은, 구역질이 나는군.'


마치 시궁창의 것과도 같은 썩은내가 나는 검게 물든 영혼들. 저마다 쌓아온 죄의 무게는 천차만별이었지만, 그 농도의 차이만이 있을 뿐 조율자의 눈에 비친 카라보스 도적단의 영혼의 색은 마치 먹물을 들이부은 것만 같은 흑색이었다.


그리고 죄의 시궁창 속에서 걸어나오는 유독 검은 영혼이 하나.


"이런이런, 대체 누가 감히 겁도 없이 저희 카라보스 도적단의 근거지까지 기어들어와 난동을 피우는가 싶었는데, 마인도 아닌 고작 인간이 아닙니까? 이거 놀랍군요."

"그러는 그쪽은 부두목 맞지?"

"오호? 마크 녀석에게 들은 겁니까?"

"아니. 딱 봐도 그래 보여서 말이야."


도적단의 부두목 자리를 꿰찰 정도라면 가진 능력 뿐만이 아니라 카라보스 밑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착실히 죄를 쌓아왔을 것이었다. 그러니 저렇게나 영혼이 더러운 것이겠지.


"그래 보인다라,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 아닌데."

"하하하.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아무튼 당신 말대로 카라보스 도적단의 2인자. 혈랑 질리엇이 바로 접니다만, 듣자하니 저에게 뭔가 용건이 있으시다고?"

"그래.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야."

"하하하. 좋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시죠."

"생각보다는 순순하게 나오시는군."

"하하...그도 그럴 게, 곧 죽을 사람의 질문인데 궁금증 정도는 해소하고 가야 죽어서도 억울하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이쪽을 죽이겠다는 말을 표정 하나 안 바꾸고 태연히 말하는 질리엇. 그의 말과 함께 이쪽을 에워싼 도적떼 역시도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으음~그런데 자세히 보니 인간 치고는 제법 곱상하게 생기셨군요. 신체에 하자가 조금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돈 많으신 분들 중에서는 특이한 취향을 가지신 분들이 많으니까요. 인간에다가 외팔이라지만 저 정도 외모라면 제법 비싸게 팔아치울 수도 있겠군요?"

"뭐? 팔겠다고? 나를?"

"후후후. 겁이 나십니까?"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너네 단순한 도적단 아니었냐? 인신매매 쪽에서 연줄이 닿아 있을 줄은 몰랐는데."

"확실히 예전 같았으면 위험부담이 큰 일이기는 합니다만, 요즘은 난세니까요. 이런 전쟁통에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사라져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 적답니다? 그게 당신같은 인간들이라면 더더욱. 후후후."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러는 당신은 이상할 정도로 침착하군요. 뭔가 믿는 뒷배라도 있습니까?"

"뒷배? 뭐...일단은 파이몬 밑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이기는 한데."


파이몬에게 소환당한 게 파이몬을 위해 일한다고 말해도 될만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파, 파이몬? 푸, 푸흐흡."


파이몬이란 이름을 들은 질리엇은 그 말에 고개를 돌리고는 폭소를 참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말했다.


"하하. 이거 실례, 설마 다른 마왕도 아니고 하필이면 파이몬의 이름을 믿고 나대는 인간이라니 너무 웃겨서 그만."

"..."

"알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파이몬 마왕령은 쫄딱 망했습니다. 마왕인 파이몬이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웠다가는 성이 무너져 내릴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앞마당에서 백성들이 납치되는 모습을 뻔히 보고도 꼼짝을 못할 정도로 말이죠."

"말하는 뽄새를 보아하니 제법 여러번 저지른 짓인 것 같다?"

"후후후후후. 그렇습니다. 무능한 파이몬은 그게 저희가 저지른 짓인지도 모르고 있겠지만요. 가진 마력만 믿고 나대는 멍청한 누구씨랑은 다르게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처리한 일인지라, 흔적 같은 건 남아 있을 리가 없죠."


가뜩이나 사람이 부족한 파이몬 마왕령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놈들까지 사람들을 납치해갔으니 파이몬 마왕령의 상태가 이 꼴이 된 것에는 이 카라보스 도적단 놈들의 지분도 적지 않은 셈.


"게다가 저희 쪽 세력만으로는 사람 장사를 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지만...얼마 전부터 이쪽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생겼거든요. 게다가 파이몬 마왕령의 세력이 약해지는 건 그분께서 바라는 일이시기도 하고...이쪽은 돈을 벌어서 좋고.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기죠. 크흐흐흐흐."

"흠. 파이몬의 세력이 약해지기를 바라는 후원자라."

"아차. 이거 말하다보니 흥이 올라서 그만 혼자서 너무 떠들어 버렸군요. 그래서, 그쪽이 묻고 싶으시다는 게 뭡니까?"

"묻고 싶은 거라, 대부분의 궁금증은 조금 전에 네놈이 혼자 떠드는 걸로 해결됐고, 남은 질문은 두 가지야."

"두 가지라, 얼마든지 물어보시죠."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은 네놈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거든. 하나는 카라보스 놈을 족쳐야 해결될 일이고, 나머지 하나에 관해서는 아무리 네놈이라도 함부로 떠들어도 될 법한 일이 아니니까."

"흠...그렇게까지 말하니 오히려 이쪽이 궁금해지는군요? 대체 뭐가 궁금하신 겁니까?"

"후원자의 정체."

"..."

"그 활발하던 주둥아리가 닥치는 꼴을 보니 내 생각이 맞는가보군. 아무리 살인멸구를 할 생각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사실을 나불나불 떠들어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위협이 될 테니까 말이지."

"후, 후후후후. 이거이거, 너무 오냐오냐 해줬더니 인간 주제에 너무 나대는군요. 이 세상에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죽이는 방법이 아주 많답니다?"

"하. 웃기는군. 난 네놈이 평생동안 보아온 죽음들의 수십만배나 되는 죽음을 손수 집행했어. 그런 네놈이, 감히 내 앞에서 고통을 논해?"

"수십만...? 하하하하하! 보통 미친놈이 아니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망상증 환자일 줄은 몰랐습니다. 하긴, 언제까지고 평화로운 마계라는 망상에 매달리는 파이몬과 어울리기는 하는군요."

"그래. 다른 건 몰라도 그 말 하나만큼은 동의하는 바야. 평화라...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고, 아무리 많은 악을 베어내고 또 베어내도 평화로운 세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를 않더군."

"하! 미친놈의 망상 놀이에 어울려주는 것도 슬슬 질리는군요. 다들, 준비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질리엇이 팔을 들어올리자 그의 뒤에 도열해있던 도적단의 궁수들이 일제히 활시위에 화살을 매기며 칼로스를 겨눈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 뿐이야. 이런 것 뿐이지만...이런 일 만큼은, 확실하게 해낼 자신이 있지."


눈앞의 악을 베어낸다. 그 단순 명쾌한 행동 원리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칼로스 던브레이커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삐걱이는 몸뚱아리를 움직이게 할 것이다. 마치 멈추지 않는 톱니바퀴와도 같이.


"당신 같은 미치광이 인간 하나 상대하는데 굳이 제 손을 더럽힐 것까지는 없겠죠. 다들, 저 정신나간 인간을 고슴도치로 만들어 버리세요."


질리엇의 말과 함께 내려지는 질리엇의 팔. 팔이 아래로 내려감과 동시에 도적들은 팽팽히 당겨져 있던 활시위를 놓았고, 수십발의 화살들이 일제히 칼로스를 꿰뚫기 위해 하늘을 날았다.


아무리 갑옷의 방어력이 있고, 일개 도적단의 조잡한 화살이라고는 하지만 거리가 가깝다보니 제대로 적중한다면 꽤나 위협적일 터인 화살들이 수십발씩 날아들었으니 제법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보통은 피하는 게 맞는 상황이건만, 칼로스는 피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들을 피해 돌아가 본 적 따위는 없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 따위는 그 무엇이 되었건 간에 전력으로 깨부수고 그저 전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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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안드로말리우스(2) 21.08.17 5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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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정령사(3) 21.08.13 71 5 11쪽
16 정령사(2) 21.08.12 75 7 12쪽
15 정령사 21.08.11 9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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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도적떼(5) 21.08.06 7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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