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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신의 마왕성 부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7.26 20:27
최근연재일 :
2021.08.27 16:3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96
추천수 :
141
글자수 :
146,227

작성
21.08.04 18:00
조회
97
추천
6
글자
11쪽

도적떼(3)

DUMMY

'이게, 이게 최선일 거야...'


만에 하나라도 그가 카라보스를 죽였더라면, 남은 도적단들은 미쳐 날뛰며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학살했을 것이다. 지금 선택할 최선의 수는, 가급적 인명을 중요시하며 이놈들이 날뛸 만큼 날뛰고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 뿐.


"응? 뭐야? 제임스 네가 왜 갑자기 튀어나와? 설마 이 애새끼 네가 싸지른 애새끼기라도 하냐? 으하하하!"


과거의 친우를 베었건만, 동요 따위는 없다. 오히려 유쾌하다는 듯이 웃어제끼기 시작하는 카라보스.


"이 멍청한 친구야. 네가 그러건 말건 이 애새끼가 뒤지는 건 정해진 사실이야. 감히 이 카라보스님을 건드리고도 무사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지. 크크큭."


그렇게 말하고는 늑대에서 내리고는 피로 물든 마상창을 들고 쓰러진 제임스와 핀에게 접근하는 카라보스.


"흐흐흐흐. 어디 죽여버리기 전에 얼굴이라도...응?"


방해되는 제임스를 치워버리고 다시금 핀을 해하려던 카라보스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물든다.


"으, 으하하하하! 이 애새끼! 자세히 보니 계집애였구만! 워낙에 꼬질꼬질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도 힘들구만!"


뭐가 그리고 웃긴지 크게도 웃는 카라보스.


"크흐흐흐.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죽여버리고 싶지만, 네년 운 좋은 줄 알라고."


그렇게 말하며 치켜올린 마상창을 니리고 대신 핀의 멱살을 잡아 올리는 카라보스.


"뭐, 솔직히 이해는 안되지만 파이몬 년에게 질리지도 않고 구혼을 해대는 걸 보면 안드로말리우스 마왕님께선 네년들 같은 애새끼 쪽이 취향이신 것 같더군. 살짝 더럽긴 하지만 뭐...어떻게든 씻고 다듬으면 제법 봐 줄 만은 하겠어."

"그, 그만...둬. 마을 사람들은...건드리지..."

"뭐야? 너 아직 살아 있었냐? 질기기도 해라."


등에서 피를 뿜어내면서도 어떻게든 카라보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제임스였지만, 카라보스는 그런 제임스의 손을 밟아 뭉개며 그런 그를 비웃을 뿐이었다.


"끄, 아아악!"


카라보스의 발에 짓밣힌 손뼈가 바스라지며 제임스가 비명을 질렀지만, 카라보스는 여전히 감흥이 없는지 그저 핀을 집어든 채로 늑대에 탑승하며 외쳤다.


"얘들아! 이만 돌아가자! 이거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올렸군! 안드로말리우스 마왕님을 향한 뜻밖의 선물이라니! 크하하하!

"우우~우린 아직 몸도 덜 풀렸는데 이걸로 끝냅니까?"

"닥쳐 이 새끼들아! 이 꼬질꼬질한 애새끼를 씻기고 치장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겠단 말이다! 군말하지 말고 당장 따라와!"

"예이예이. 두목님 분부대로 합죠."


도적단은 불만스러워 보이는 눈치였지만 일단은 카라보스의 말에 따라 마을을 약탈하는 것을 멈추고 늑대의 머리를 돌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머, 멈...춰."


그리고 제임스는,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카라보스 도적단을 향해 부서진 손을 뻗어 보았지만, 그의 손은 닿지 않았고 그를 향해 달려오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


루이스와 제임스의 시야를 벗어난 후 가볍게 조금 뜀박질을 한 결과, 칼로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파이몬 마왕령과 안드로말리우스 마왕령의 경계선 부분에 위치한 카라보스 도적단의 근거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인간계나 마계나 도적놈들 소굴은 거기서 거기로군."


산 어귀에 위치한 카라보스 도적단의 근거지는 동굴 안에 위치해 있었다. 외적의 침입을 쉬이 방어해 낼 수 있으면서도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고른 적절한 위치였지만, 칼로스 앞에서는 지형적 이점 따위는 무의미했다.


"누, 누,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오. 마중인가? 만나서 반가워."


그리고 동굴 밖에서 보초를 서던 카라보스 도적단의 일원은 당연히 칼로스의 '가벼운' 뜀박질을 목격할 수 있었고, 격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꼬나쥔 창을 칼로스에게 들이밀며 외쳤다.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는 말라고. 그건 그렇고, 여기가 카라보스라는 놈의 소굴은 맞는거지?"

"그, 그렇다! 지금 두목님은 자리를 비웠지만 그분이 돌아오신다면 무사히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굴려본 도적단의 문지기였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비단 카라보스 뿐만이 아니라 도적단 전체가 합심해서 덤벼들어도 고작 뜀박질 하나만으로 저 참상을 만들어놓은 눈앞의 괴물을 이길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여, 여기에는 무슨 볼일이...이십니까?"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쓰레기 청소도 좀 할 겸. 이라는 말은 속으로만 삼키는 칼로스였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나중에 다시 오시기 바랍니다! 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지금 두목님은 자리에 없습니다!"

"그럼 안에서 기다리지 뭐. 어차피 카라보스라는 놈도 결국에는 이곳으로 돌아올 거 아니야?"


태연하게 말하는 칼로스의 말에 문지기는 할 말이 없어졌다. 정말 느닷없이 나타난 이 괴물같은 인간을 어떻게든 쫓아버리고는 싶은데 도저히 그럴 명분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두, 두목님께서는 장기 출장을 나가셔서 몇 달 뒤에나 돌아오십니다! 아,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너네 두목 파이몬 마왕령 털러 갔잖아? 여기서 거기까지의 거리가 그렇게 멀어 보이지는 않던데. 딱히 오래 걸릴 것 같지도 않고."

"..."


그걸 알고 있으면 파이몬 마왕령에나 가지 이쪽으로 왜 왔냐고 반문하고 싶은 문지기였지만 그는 감히 눈앞에 서있는 괴물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하지 못했고, 그는 눈말 데굴거리며 할 말을 찾기 위해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방금 나한테 거짓말한거야? 이거 기분이 조금 안 좋아지려고 하는걸?"

"으, 으허어억! 죄, 죄송합니다! 저, 절대로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뭐, 한 번 정도는 용서해주지. 나는 관대하니까 말이야. 대신 그쪽의 근거지 안내 정도는 해 주셔야겠어."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칼로스의 제안. 이것까지 거절했다가는 칼로스가 무슨 반응을 보일지는 뻔했기에 문지기는 울상이 되어서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으. 알겠습니다. 안으로 들여보내 드리겠습니다."

"하하. 진작에 그럴 것이지.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며 잘생긴 얼굴에 미소를 띠며 문지기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는 칼로스의 모습은 문지기에게는 마치 사신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문지기를 앞세워 카라보스 도적단의 근거지 안으로 무혈 입성한 칼로스는 어두컴컴한 동굴의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어둡구만. 아무리 도적 소굴이라지만 횃불 정도는 만들어서 걸어둘 수 있지 않았어?"

"할 수야 있었겠지만 여긴 말씀하신대로 도적의 근거지입니다. 쳐들어오는 적들을 막으려면 가급적이면 어두운 편이 좋다고 부두목이 횃불을 전부 없앴어요."


여전히 침울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설명하는 문지기. 칼로스는 그런 문지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짜식이. 표정 좀 펴. 누가 보면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 거 아냐."

"노, 노력하겠습니다."


딱히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칼로스의 말은 문지기에게는 표정 안 펴면 잡아먹어버리겠다는 말처럼 다가왔기에 문지기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어색하기 그지없는 웃는 표정을 만들어보였다. 어둠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됐다 그냥. 웃으니까 가뜩이나 흉악한 얼굴이 더 흉악해지네."

"..."


그러는 그쪽은 얼마나 잘생겼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그럴 용기도 없을 뿐더러, 칼로스는 실제로도 잘생긴 게 맞았으니 할 말이 없는 그였다.


'세상은 불공평해.'


이렇게나 잘생긴 놈이 괴물 같은 힘까지 가졌다는 사실에 문지기는 하늘을 원망하며 계속해서 칼로스를 근거지 안으로 안내했고, 잠시 후 좁은 통로를 벗어나자 본격적인 도적의 소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제법 그럴 듯 한걸? 요 근방에서는 제법 잘나가는 도적단이라고 들었었는데 헛소문은 아니었나보군."

"가, 감사합니다."


칼로스의 말대로 제법 넓찍한 동굴의 공동 내부에서는 초소 같은 것들도 여러 개가 설치되어 있었고, 목재를 가공해 건축한 주거 공간 같은 것들도 적지 않은 수가 자리해 있었기에 일개 도적의 근거지라기에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이정도면 내가 조금 전에 보고 온 마을보다 낫다야. 굳이 새로 건물들을 짓기보다는 차라리 마을 사람들을 이곳으로 옮겨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예, 예?"


그럼 우리는 어디서 사냐는 말을 하려던 문지기였지만, 그의 질문은 조금 전부터 초소 위에서 칼로스와 문지기를 예의주시하던 도적의 외침에 가로막혔다.


"야 마크! 너 아직 근무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는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 소, 손님이 오셔서...말이야."

"손님? 그게 무슨 개소리야? 너 우리 직업이 뭔지 까먹었냐? 도적 소굴에 찾아오는 손님 같은 게 세상에 어딨냐?"


그딴 건 나도 안다고 되받아치고 싶은 문지기, 마크였지만 그 사실을 인정해버리면 자신의 등 뒤에 서있는 괴물은 침입자가 되는 거고, 문지기인 마크의 일은 침입자를 막는 것이다. 하지만 때려죽여도 이런 괴물과는 싸우기 싫은 마크였기에, 그는 필사적으로 칼로스가 침입자가 아닌 손님이라고 우길 수밖에 없었다.


"거 도적단 소굴에 손님이 좀 찾아 올 수도 있지! 잔말 말고 부두목이나 빨리 모셔와!"

"...너 돌았냐? 그 말도 안되는 개소리는 둘째 치고 왜 재수 없게 이쪽에 윙크질인데?"


자신들로는 칼로스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제스쳐를 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마크의 의도는 전달되지 못하고, 그저 경비를 불쾌한 기분에 빠져들게 할 뿐이었다.


"아, 아무튼 잔말 말고 부두목이나 불러와 쫌!"

"어디 가서 독버섯이라도 잘못 주워먹었나 갑자기 왜 저래? 어이! 다들! 침입자다!"


마크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칼로스를 침입자라고 판단한 경비는 초소에 달린 종을 울리기 시작했고, 그 요란한 소리에 아직까지 칼로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던 소굴 내부의 시선이 칼로스와 마크 쪽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마, 망했다..."

"망하기는 무슨, 딱 이쪽이 원하는 대로 됐는걸."

"예, 예?"

"설마 내가 진짜로 한가하게 대화나 나누자고 여기 온 걸로 보여?"


듣자하니 부두목이라는 작자는 그나마 이성적인 대화 정도는 가능할 정도로 머리가 굴러가는 놈인듯 싶지만, 애초에 이런 도적 놈들 따위와는 그닥 말을 섞고 싶지도 않던 칼로스였다.


"노움. 지형 파악은 끝났지?"

"물론이다. 주인. 곳곳에 물과 공기가 통하는 작은 틈새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칼로스의 말과 함께 칼로스의 발밑에서 흙덩이가 뭉치기 시작하더니 땅바닥에 상반신이 박혀있는 돌멩이 인간 같은 형상이 나타났다.


나타난 것은 노움. 칼로스를 따르는 정령들 가운데 대지의 속성을 지닌 정령으로써, 칼로스가 이 동굴 내부로 들어옴과 동시에 지형을 파악하도록 지시해 놓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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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안드로말리우스(2) 21.08.17 59 4 12쪽
19 안드로말리우스 21.08.16 78 4 11쪽
18 정령사(4) 21.08.14 69 4 11쪽
17 정령사(3) 21.08.13 71 5 11쪽
16 정령사(2) 21.08.12 75 7 12쪽
15 정령사 21.08.11 8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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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도적떼(4) 21.08.05 8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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