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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신의 마왕성 부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7.26 20:27
최근연재일 :
2021.08.27 16:3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512
추천수 :
141
글자수 :
146,227

작성
21.08.07 08:00
조회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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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도적떼(6)

DUMMY

"바깥이 소란스럽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아무리 파이몬 마왕령이 좁다지만 그래도 마왕성과 마을 사이의 거리는 꽤 되었고, 늘상 마력 부족 상태인 마왕성 인근의 땅은 마물 한 마리 살지 않는 메마른 광야였기에 파이몬은 고개를 갸웃하며 늘 열려 있는 성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응? 저건...세, 세상에!"


성문 밖으로 보이는 광경에 파이몬은 기함을 토하며 그쪽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마왕성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은 피투성이의 제임스를 업은 해롤드와 루이스였고, 그 뒤로는 제임스의 등에서 흘러내린 피로 이루어진 혈로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제임스가...!"

"카라보스 도적단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미친 카라보스 놈이 핀을 죽이려는 걸 막으려다가 그만..."

"이, 이러다 우리 제임스가 죽어버리겠어요! 어, 어떻게든 해 줘요 마왕님!"

"우선은 안으로! 빨리 의무실로 가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서 일행을 마왕성 안으로 안내하는 파이몬. 의무실이라고 해 봐야 제대로 된 의사 한 명 없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흙먼지가 날아다니는 바깥보다는 상황이 나을 것이었다.


잠시 후 의무실에 도착한 해롤드는 울상을 지으며 제임스를 조심스럽게 축 늘어진 제임스의 몸을 의무실의 침대 위에 눕혔고, 엎드린 제임스의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는 기세가 조금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출혈은 계속되었고, 그 등에서 흘러나온 피가 흰 이불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약초 정도로 해결될 출혈량이 아니야. 어쩌면 좋지?'


의학에 관련한 서적을 몇 권 정도 읽은 경험이 있는 파이몬이지만, 이러한 응급상황에서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파이몬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파이몬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우선 상처 부위를 닦아내고 소독한 뒤에 선반에서 지혈 효과가 있는 약초를 으깨어 조심스럽게 상처 부위에 바르기 시작했다.


약초를 바르고 상처 부위에 붕대를 감고 나서 시간이 조금 지나자 출혈량이 확연히 줄기는 했지만 파이몬으로써는 이것이 약초의 효과인지, 아니면 더 이상 흘릴 피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어떻게든 모자란 피를 보충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마왕성에 수혈용 혈액 같은 건 없었고, 마을도 상황은 똑같았다. 결국 수혈이 불가능하니 남은 것은 비효율적이지만 마족의 생명력 그 자체인 마력을 주입하는 것.


'그렇지만...'


혈액형이 다르면 할 수 없는 수혈과는 다르게 어떠한 부작용도 없는 방법이 마력 주입이지만, 이 방법은 연비가 극도로 나빴다.


이 방법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마인의 평균 수준인 해롤드의 마력 정도로는 있는 대로 끌어다 쓴다고 해도 택도 없었고, 루이스의 마력은 지난번 단탈리안 마왕군과의 전투에서 걸리게 된 단탈리안의 술수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상태.


"이런...해롤드! 우선 마을로 가서 마력을 주입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을 있는 대로 불러와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본디 이 자리에서는 가장 많은 마력을 지녔어야 할 파이몬 본인조차도 현재는 몸 안에 상반되는 두 가지 속성의 마력이 돌고 있는 탓에 마력을 끌어올릴 수가 없는 까닭이었다.


그렇게 해롤드가 도움을 줄 사람을 찾으러 다시 달려나갔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파이몬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그저 엎드린 제임스의 손을 잡아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제발 힘내세요. 제임스."


파이몬의 진심어린 걱정이 닿은 것일까, 뜻밖에도 의식을 잃고 있었던 제임스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고, 파이몬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제, 제임스! 정신이 들어요?"

"윽...마, 마왕님? 여긴, 대체?"

"마왕성의 의무실이에요. 기절한 당신을 해롤드가 업고 왔답니다."

"기절...제가 기절했었나요? 의식이 몽롱해서, 기억이 잘..."


어떻게 의식을 되찾기는 했지만 제임스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그래. 분명 나는, 카라보스 도적단을 상대하다가...그, 그래! 핀! 핀은 어떻게 되었, 윽!"

"움직이지 마세요 제임스! 상처가 심해요!"

"크윽. 핀이 놈들에게 납치됐습니다. 당장, 당장 구하러 가야...!"

"납치, 됐다고요? 그게 무슨..."


말을 흐리며 루이스 쪽을 바라보는 파이몬. 그런 시선에 루이스는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카라보스 놈이 안드로말리우스를 위한 선물이라면서 데려갔습니다. 당장 핀이 다치는 일은 없겠지만, 그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넘어가게 된다면..."


뒤에 일어날 일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루이스.


"그런..."

"칼로스 던브레이커씨가 혼자서 도적단의 소굴로 향하기는 했습니다만, 일이 잘 풀리게 될지는 모르겠군요."

"호, 혼자서 카라보스 도적단의 근거지로 갔다구요!?"


제임스의 부상이라는 문제만 해도 감당하기 힘든 것이 현실일진대, 자신의 선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어딘가에서 자꾸만 터지는 불행의 연쇄 작용. 파이몬은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머리를 누르며 다시금 제임스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괘, 괜찮을 거에요 제임스. 칼로스씨는 굉장하신 분이니까요. 분명 무사히 핀을 구해서 돌아오실 거랍니다."

"그렇, 습니까. 그건...다행이군요."


본인이 직접 보고 판단한 칼로스라는 인간은 그만한 그릇이 되어 보이지 않아 보였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존경해 마지않는 마왕의 말이다. 아마 자신은 발견하지 못한 비범한 점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안도감과 함께, 제임스는 다시금 까무룩 정신을 잃고 고개를 떨구었다.


"잠들었군요. 깨어 있는 채로 고통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편이 낫겠죠."


인간이었다면 진즉에 죽었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출혈량이었지만 제임스는 이래뵈도 마을의 대표를 맡을 정도로 강인한 편에 속하는 마인. 조금 전에 봤던 모습으로는 당장은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었다.


"칼로스씨...부디 무사하시길."


이제 남은 문제는 핀과 칼로스의 일. 칼로스가 잘만 해준다면 핀의 일도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겠지만, 만약에 핀과 칼로스 둘 다 사로잡히게 되는 결과가 된다면 그야말로 최악. 지금은 그저 칼로스라는 인간을 믿고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무력...하군요. 저는."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짓씹는 파이몬. 자신은 마왕. 무릇 마왕이라면 마왕령 사람들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존재일진대, 도적이 습격해오고, 백성들이 피를 흘리고 있는데 마왕성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운 파이몬이었다.


-----


이곳은 지옥인가?


조금 전부터 줄곧 혈랑 질리엇의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었다.


터져나오는 비명소리, 코를 찌르는 혈향, 새빨갛게 물든 풍경, 부러진 온몸이 호소하는 끔찍한 고통까지.


"오, 오지 마! 이 괴물 같은...!"


퍼석.


"으, 으아아아아! 사, 살려 줘! 사람 살...!"


으지직.


어느 순간부터 칼로스에게 대항하는 도적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이어지는 것은 일방적인 살육. 평소에는 포식자이자 약탈자의 위치에 있던 도적단이었건만, 지금의 그들은 그저 양떼, 그리고 칼로스는 피에 미친 한 마리의 늑대였다.


주르륵. 푸확.


천장에 거꾸로 자라난 종유석에 꿰뚫린 도적 한 명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피가 사방으로 튄다.


"사, 살려 줘!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정수리부터 반으로 갈라지며 피와 내장을 흩뿌리며 두동강이 나는 도적. 마치 문이 열리듯 반으로 갈라진 시체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칼로스의 몸은, 뜻밖에도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깨끗한 상태였다.


"쯧. 냄새 나는군. 튀는 피야 투기로 튕겨내면 된다지만, 냄새는 어쩔 도리가 없군."


온 사방에 가득한 피와 내장과 죽음의 냄새 때문에 코라도 막고 싶은 심정의 칼로스였지만, 왼손은 검을 쥐고 있었기에 별 도리가 없는 그였다.


"코를 막겠답시고 그걸 꺼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아야지 뭐."


그렇게 말하며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살피는 칼로스.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자빠져 있는 질리엇 주변에 유독 즐비한 시체 더미. 어떻게든 살아 보겠답시고 출구 쪽으로 도망친 놈들부터 죽어 자빠졌기에, 어느 순간부터 출구로 나가려는 놈들은 사라졌고, 학살은 숨바꼭질과도 같은 양상으로 흘러갔다.


어두컴컴한 데다가 도적들에게는 제 집처럼 익숙한 공간인 곳에서의 숨바꼭질이었지만, 아무리 꽁꽁 숨어 봤자 칼로스에게는 조율자의 눈이라는 술래로써는 반칙이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질리엇을 제외한 모든 도적의 잔당들이 전멸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디 보자, 보아하니 네가 마지막인 것 같군. 이거 상이라도 줘야 하나?"

"으, 흐흐흐흐흐. 으흐흐흐흐흐흐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도적이 숨어 있던 곳은 눈으로만 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이 교묘하게 숨겨진 바위틈의 공간 안이었고, 웬만한 성인은 들어갈 수도 없어 보이는 좁은 틈에 유난히 작은 체구를 이용해 틀어박혀 있던 그는 다가오는 칼로스를 보고도 쉴새없이 광기어린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맛탱이가 갔구만. 이만 편해지라고."


과도한 공포에 정신을 놓아버린 그를 보며 칼로스는 고개를 한번 젓고는 숨어있던 바위 째로 도적의 목을 깔끔하게 절단했고, 목을 잃은 몸은 피분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


피를 뿜어내며 칼로스의 발치까지 굴러온 마지막 도적의 목. 그 표정은, 여전히 섬뜩한 웃는 표정이었다.


"자. 그럼 이제 좀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자고. 방해할 만한 사람도 없으니까 말이야."


꿈에 나온다면 분명 악몽일 것이 분명한 그 끔찍한 모습에도 칼로스는 태연해 보였고, 굴러오는 머리통을 발로 툭 차서 치워버린 칼로스는 망설임 없이 질리엇에게 향했다.


"하하. 이거 내가 너무 기다리게 만들었나? 딱히 미안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질리엇의 앞에 쭈그려 앉는 칼로스. 칼로스가 한발짝씩 다가올 때마다 심장이 옥죄어지는 듯한 공포를 느끼던 질리엇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헤에, 헤에에우우..."

"쯧. 뭐라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군. 역시 폐가 제대로 아작났나 본데. 어디 보자. 실프?"


칼로스의 말에 갑자기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불어오더니 불러온 바람은 허공에서 녹빛의 형체를 갖추기 시작하며 뭉치기 시작했고, 잠시 후 바람은 녹빛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소녀의 형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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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단탈리안(2) 21.08.20 67 5 11쪽
22 단탈리안 21.08.19 61 4 12쪽
21 안드로말리우스(3) 21.08.18 62 5 12쪽
20 안드로말리우스(2) 21.08.17 59 4 12쪽
19 안드로말리우스 21.08.16 78 4 11쪽
18 정령사(4) 21.08.14 69 4 11쪽
17 정령사(3) 21.08.13 71 5 11쪽
16 정령사(2) 21.08.12 75 7 12쪽
15 정령사 21.08.11 90 4 12쪽
14 도적떼(8) 21.08.10 74 4 11쪽
13 도적떼(7) 21.08.09 75 5 12쪽
» 도적떼(6) +1 21.08.07 79 4 11쪽
11 도적떼(5) 21.08.06 78 4 11쪽
10 도적떼(4) 21.08.05 88 6 11쪽
9 도적떼(3) 21.08.04 99 6 11쪽
8 도적떼(3) 21.08.03 94 5 12쪽
7 도적떼(2) 21.08.02 10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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