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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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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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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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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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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느냐.

그것이 영향력의 크기를 판가름 한다는 것이 권력의 일반적인 속성이다.

기업 내부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대기업 비서실의 힘은 확고부동하다.

대체로 재벌들은 각 계열사의 경영 일반에 관한 정보를 해당 계열사가 아니라 비서실에 묻는 경우가 많다.

보통 비서실 과장이 한두 계열사씩 담당하는데, 회장이 궁금해 하는 모든 정보를 직접 보고하곤 한다.

그러니 계열사 임원들이 비서실 간부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비서실의 힘과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기업 비서실 과장급이면 계열사 부사장급 임원과 자유롭게 통한다.

무소불위의 힘을 누리는 비서실 일부 팀은 각 계열사에서 공포의 대상이다.

그 중에서도 그룹 내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만 모아 놓았다는 감사팀의 위력은 대단하다.

특히 오성그룹 비서실 감사팀은 비리를 발견하면 가차 없이 해고 통지를 내리는 엄격한 감사로 숱한 일화를 남겼다.

오죽하면 오성그룹 비서실을 ‘오성의 안기부’라고 불렸을까.

이 시기에는 재벌 비서실 힘이 많이 빠진 시기다.

그럼에도 명칭만 바꿔서 그룹 내에서 큰 권한을 누리며 주요 임원들의 인사에까지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여전했다.

류지호가 소유한 한국과 미국 양쪽 그룹의 비서실은 전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싱크탱크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있고, 10년 넘게 류지호를 보좌하고 있는 비서실상 제니퍼 허드슨이 있으며, 가온그룹 역시 김우영 비서실장이 류지호의 손발 노릇을 하고 있다.

그들은 류지호의 심복으로도 알려져 있다.

따라서 권한이 막강할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석참모 정도를 빼고는 비서실이 그룹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순 없다.

류지호가 직접 경영진들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사회 의장실 비서들은 그럴 여력도 없다.

오너 업무와 자산관리가 워낙 많고 복잡했기에.

류지호의 개인 자산으로 운용되는 투자회사, 영화사 업무는 물론이고, 매년 5억 달러 이상의 저작권 수입이 발생하는 레코드 레이블 관리, 현금자산 및 부동산자산 관리, 세금 문제,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각종 면담 및 초청 요청, 훈장 수훈 논의, 자선 사업, 스케줄 관리 등.

비서실 인원이 250여 명에 이르지만, 업무 강도가 센 편이다.

의전비서만 6명임에도 각자 할 일이 많다.

류지호의 출장길에 동행하는 수행원은 대략 10여 명 수준이다.

한동안 LA에서 머물고 있던 류지호가 출장길에 올랐다.

류지호가 이동하기 전에 주요 비서들이 워싱턴DC로 먼저 넘어갔다.

핵심 측근만 대동한 류지호가 전용기를 타고 LA를 떠났다.


며칠 전이었다.

오성의 2인자, 오성그룹 회장의 오른팔, 오성 최고의 참모, 오성그룹 내 최대 실권자, 심지어 회장을 대리해 주요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오성그룹 부회장이 센추리시티 JHO 이사회의장 집무실을 방문했었다.

전화를 걸면 한국의 래리 킴 회장 선에서, 미국에선 제니퍼 허드슨 선에서 커트되기 때문에 본인이 친히 센추리시티까지 찾아왔다.

류지호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려고.

오성그룹 2인자로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접이었다.

1971년 입사 이후 오성모직 경리과를 거쳐 회장 비서실 재무팀장으로서 이사, 상무, 전무를 지내 재무통으로 불리다가 1996년 그룹 회장 비서실 차장에 올랐다.

마침내 1997년부터 지금까지 회장 비서실장, 그룹 구조본부장,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그는 오성의 선대회장 시절부터 비서실 팀장으로 발탁된 후, 20년 넘게 오성 회장 일가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으며, 회장과 함께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재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이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명실상부 오성그룹 2인자였다.

그런 대단한 인사도 류지호를 만날 수 없었다.

안 만나준 것은 아니었다.

하필 류지호가 LA지역에서 촬영되고 있는 JHO계열 영화촬영지를 순회하고 있었기에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내가 참 살다살다 이런 대접을 다 받아 보는구만.....”


오성그룹 부회장은 소득 없이 센추리시티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오성그룹 인맥을 총동원해 류지호의 개인 전화번호를 얻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그룹 1인자인 회장이 직접 통화를 하고 나서야 겨우 미팅을 잡을 수 있었다.


“젊은 친구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말이야. 더럽게 비싸게 구네....!”


오성 비서실장 겸 부회장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미국의 대선 경선 주자들조차 미팅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 미스터 할리우드란 사실을.

류지호의 전용기가 댈러스 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의 석유·천연가스·셰일오일 관련 에너지기업들이 모여 있는 텍사스는 미국 석유 생산량의 약 40%를 책임지는 미국의 최대 산유지역이다.

세계 정유업계 슈퍼메이저 중 하나인 에코모빌(Exco Mobil) 본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해 유가가 폭등하면서 GTE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누구나 미국 석유산업의 주식을 사들일 순 있다.

거기까지다.

주주가 되었다고 해서 석유카르텔 이너서클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류지호조차도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석유 카르텔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암튼 류지호 부부는 에코모빌 회장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댈러스에서 하루를 묵었다.

90년대부터 류지호는 에코모빌의 주요 주주였다.

의결권은 의형이 매튜 그레이엄이 대리하고 있다.

류지호와 에코모빌 회장의 만찬은 지역을 넘어 미국 경제계 빅뉴스가 된다.

에코모빌 회장은 주로 중동과 석유산업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반면에 류지호는 중국을 주요 화제로 삼았다.


“더 이상 중국은 서부개척시대 철로 받침목을 나르던 더럽고 게으른 칭챙총이 아닙니다. 13억 인구 중에는 미국의 엘리트 교육은 받은 이들도 수두룩하고, 미국식 자본주의를 체득한 관리도 많습니다. 그들은 과거의 플라자합의를 연구했고, 동남아시아와 한국을 휩쓸었던 외환위기를 공부했으며, 러시아의 금융위기를 복기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절대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지 못합니다.”


미국의 대다수 엘리트와 마찬가지로 세븐 시스터즈의 맏형격인 에코모빌의 회장도 똑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에코모빌은 중국 최대 석유기업과 호주 서부 고르곤 유전의 500억 달러규모 가스계약을 추진 중에 있다.

협력을 꾀하고 있는 중국 최대 석유기업은 추후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그렇다고 중국 석유기업이 큰 봉변을 당하는 일은 없다.

10년이 경과하면 미국은 중국을 홀로 감당하지 못한다.

류지호는 굳이 그 부분까지 경고하진 않았다.

미국에서는 국가안보보다도 민간기업의 이익이 우선이다.

특히 석유산업은 이념과 정당을 초월해 도와주는 나라가 미국이다.


“49ers는 Boyz와 슈퍼볼 4회 우승을 누가 먼저 하느냐 경쟁 중이죠.”

“언제 풋볼 경기 함께 관람하시죠.”


류지호는 NFL팀과 MLB팀을 소유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미국에서 비즈니스 하는데 꽤나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유익한 만남이었습니다.”


이 만남을 통해 에코모빌과 대유가온건설이 석유탐사 및 자원개발을 함께 할 수 있을지 타진했다.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말로 하는 약속이야 언제든지 없던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석유 관련 인사들을 만날 때 대유가온건설 미주지사를 꼭 데리고 다녀야겠어.’


물꼬를 트기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물꼬를 트면 이후로는 일사천리다.

류지호는 알링턴의 Se7ven Flags Theme Parks 본사에 들러 임직원을 격려했다.


다음날, 휴스턴으로 이동했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휴스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존슨우주센터가 위치해 있다.

류지호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트라이-스텔라 테마파크가 시더포트 지역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또 휴스턴에는 세계 최대의 메디컬 센터인 텍사스 메디컬 센터가 소재하고 있다.

그곳 휴스턴 MD앤더슨 병원 암센터에서 지난 2000년 오성그룹의 이동희 회장이 폐암수술을 받은 바 있다.

레오나가 휴스턴의 한 자선재단 행사에 참석한 사이 류지호는 경호원들만 대동하고 휴스턴 외곽의 한적한 동네 카페테리아에 나타났다.


“검찰 출두를 준비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류지호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상대에게 물었다.

상대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채 차만 홀짝거렸다.


호로록.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재벌회장과 류지호가 차를 마시고 있다.

상대는 오성그룹 이동희 회장이다.

한국 재벌의 성장사가 정·경·언 유착으로 이루어졌기에 그룹 총수들은 툭하면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성X파일‘에 이어 오성그룹 법률 자문가 한 명이 오성이 수십 년 간 검사 등 법조계와 정치인들에게 돈을 돌렸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오성그룹 회장 지시사항이 적혀있는 정치·법조계 로비 문건을 공개해 그 파장이 여전히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동희 회장이 미국에 와 있다.

MD앤더스 암센터에서 신병 치료 명분으로 출국한 모양이다.


“휴스턴 총영사관도 통원치료를 받는다는 것만 알지 내가 어디서 머물고 있는지 모르네. 자네도 함구해 주었으면 좋겠군.”


MD앤더슨 암센터 측도 이 회장이 무슨 치료를 받고 있는지,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또 얼마 동안 치료를 받을 예정인지 밝힐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별 일 없으신 거죠?”


건강악화인지 아니면 검찰 출두 피하기인지.

떠보기 질문이었다.

만에 하나 건강악화 때문이라면 그가 한국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예삿일이 아니다.

오성그룹 순환출자 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문제로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자네가 보기에는 어때 보이나?”

“핑계로 보이기는 하는데....”

“시간을 좀 벌어야 해서.”


즉 검찰 출석 시간을 벌기 위한 도피성 외유란 소리다.


“갑자기 전화를 주셔서 놀랐습니다.”

“자네 직통전화 번호를 알아내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하더군.”

“제 사적인 번호는 쉽게 알 수 없거든요. 오성 비서실, 확실히 유능합니다.”

“자네 부하들만 하겠나....?”

“가온은 아직 멀었습니다. 오성처럼 한국 사회 곳곳에 장학생 심어두려면 20년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오성과 겹치는 사람들도 꽤나 많은 것으로 알아요.”


한국의 상위 0.5%에 속하는 엘리트들은 친인척, 동향, 학교선후배, 혼맥, 대기업 장학생으로 엮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오성 장학생과 가온 후원자도 일부 겹친다.


“오성 장학생 같은 거 다 허구야. 그런 거 없네.”


이미 언론을 통해 다 드러난 사실이다.

나래안전 정보팀은 오성그룹과 그 일가를 위해 충성하는 사회지도층 인사 상당부분을 파악하고 있다.

반대로 오성 구조본 역시 친가온 성향 엘리트 상당수를 파악하고 있고.

재벌 모두가 한국 사회 곳곳에 장학생을 심어놨을까.

그렇진 않다.

대략 오성, 경일, 대유(IMF이전)그룹 정도가 60년대부터 인재확보 차원에서 꾸준히 싹수가 있는 청소년들에게 투자해오고 있다.

반면에 5대 기업에 들어가는 광성그룹은 장학사업에 매우 인색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 현재의 권력자들과 그 주변을 직접 공략해 막대한 현금을 뿌리면서 로비를 펼친다.


“유독 교육사업에 관심이 많더군.”

“모두 오성과 경일 창업자들께 배운 겁니다.”


장학생을 통해 정치, 행정, 사법의 미래권력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사소한 부분이다.


“오성과 경일의 씽크탱크는 한국 정부나 양당 정책연구소보다 월등히 뛰어난 수준의 인재들로 득실거리잖습니까? 장학사업은 무조건 남은 장사 아니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류지호는 여유가 있었다.

제 아무리 한국 재계 거물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은 본인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곳.


“요즘 오성 쪽 직원들하고 저희 직원들이 좋게 지내는 모양입니다.”

“사안에 따라 협력을 한다고 하더군.”

“미국이 나름 제 앞마당 같은 곳이라.... 15년 넘게 살아서 그런지 동포 도울 일이 자주 생깁니다.”


JHO Company Group은 오성전자와 오성중공업 해외사업에서 종종 도움을 주고 있다.

그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정보를 전달한다든가 영화 PPL쪽에서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공짜 호의가 아니다.

오성의 사업이 잘되어야,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니까.


“빙빙 말 돌리지 않겠네.”

“허심탄회하게 말씀하세요. 우리 사이에.....”

“전경련과 뜻을 달리하나?”

“뭐.... 그렇죠.”

“여당 후보를 밀어줄 생각인가?”

“무슨 말씀이신지....?”

“정치권 밖에서 사업하면 대기업도 못 버텨.”


그런데 그걸 해낸 이가 류지호다.

물론 미국에서 사업을 크게 일궈서 한국의 사업까지 덩달아 키운 케이스이긴 하지만.


“누군가? 염두에 둔 인물이.”

“상관없습니다.”

“누가 되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인가?”

“누가 되면 신경이 많이 쓰이긴 할 것 같습니다.”

“단도직입. 빙빙 돌려서 말하는 타입이 아닌 걸로 아는데?”


레스토랑 실내를 눈으로 훑으며 류지호가 조금 뜸을 들였다.


“가온의 회장과 JHO 아시아 총괄이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지는 아실 겁니다.”

“주한미국대사나 참사관과 자주 오찬을 한다고 보고 받았네. 대선 후보들도 불러줘야 겨우 만날 수 있다는 저 콧대 높은 광화문총독부를 수시로 출입한다더군.”


명백히 비아냥대는 말이다.

주한미국대사를 비꼬는 것이 아니라, 가온그룹의 친미적인 성향을 비꼰 것이다.

이 시기까지 오성그룹은 친일적인 성격이 강했다.

국가관, 가치관, 역사관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오성그룹은 창업자 시절부터 일본 기업들과 이해관계가 긴밀하게 얽혀있다.

멀리 있는 미국보다 가까이 있는 일본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에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일본 기업들의 기술 부스러기를 얻기 바빴던 오성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위치가 됐다.

심지어 반도체와 백색가전 일부 제품에서 일본을 추월하기까지 했다.

핵심 기술은 일본 기업들이 여전히 꽉 쥐고 있기 때문에 오성전자는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 신세라고들 하지만, 얼마 안가 그것마저 완전히 탈피하게 된다.


“주한미대사가 각 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을 작년 가을부터 만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참사관도 그렇고..... 미국은 한국의 보수당 후보를 미는 것 같습니다. 아, 사실 당연한 것이었군요. 그들 입장에서 진보진영 인사가 세 번 연달아 해먹는 걸 달가워할 리가 없겠죠. 아마도....”

“L인가? P?”

"글쎄요.“

“자넨 그 두 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군.”

“솔직히 그 양반들 정치 그만 두고 폼 나게 여생을 보내셨으면 좋겠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시겠다고.”

“그게 가능할 것이라 보나?”

“또 모르죠. 사람 앞날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혹시 가온은 총리출신 K나... 경기도지사 S를 밀어줄 셈인가?”


류지호의 사람들이 서울시장을 밀고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는 이동희 회장이다.

류지호의 입에서 ‘정의국‘이 나오길 바라는 것인지.


“어떤 양반만은 정계에서 퇴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미국 측에 그 뜻을 알렸나?”


미국 내에서 한국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곳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다.

실무책임은 국무부 동북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맡고 있다.

한국 정치에 개입하는 실질적인 기관은 주한미대사관이고.

주한미대사관 인사들은 일상적으로 한국 정치인들을 만나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정기 및 비정기적으로 본국에 통보한다.

그에 기반 해서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작년 가을부터 주한미국대사와 부대사가 한국의 17대 대선 예비 후보들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만난 것이나, 최근 후보들의 정책자문이나 선거대책본부 실무진, 여론조사 기관과 지상파방송의 보도본부장 등과 연쇄적으로 미팅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이전 삶에서 위키리스크가 주한미대사관이 본국으로 발송한 비밀문건을 폭로했었다.

잠시 떠들썩했다가 잊혔다.

의미심장한 문구가 상당 부분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어물쩍 넘어갔다.

한국인들은 친일논란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뜨겁게 반응한다.

한국의 국익보다 노골적으로 미국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친미주의자들에게는 관대하다.

미국이 내정간섭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도 마치 상국 모시듯 어물쩍 넘어간다.

해외유학파 출신들은 해당 국가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유학한 나라의 친구가 많은 걸 탓할 수도 없고.

미국의 '외국 로비 대리인 등록법(Foreign Agent Registration Act)' 같이 외국 정부나 기업 등을 위해 한국 내에서 로비 활동을 할 경우 이를 법무부에 신고하고 공개라도 한다면, 속이라도 시원하건만.

철저히 자신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숨기는 것이 문제다.


“혹시 CNN 창업자를 북한으로 보낸 것도 자네 작품인가?”

“설마요. 터너씨는 제 지시를 받을 양반도 또 부탁을 들어줄 양반도 아닙니다. 그분은 진심으로 DMZ 생태 보존에 관심이 많으시죠. 저는 미국에서 세금을 줄일 겸 터너재단에 공익적 기부금을 보낼 뿐입니다.”

“대통령이 대선용으로 북한과 회담을 할 수도 있겠군.”

“성사된다고 해도 선거에 별 영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진보진영에서 연달아 두 번 해먹었잖습니까. 국민들은... 아니 중도적 성향의 국민들은 다음은 보수진영에서 정권을 이끌길 바랄지도 모릅니다. 일부 국민들이 지난 10년 동안 꽤나 정치적 피로감이 쌓였을 수도 있으니까요. 각종 개혁이다 민주주의다 뭐다... 대부분의 국민은 이념 잘 안 따집니다. 민주주의나 권력기관 개편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보수·진보언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전경련, 기독교계, 이단 종교계 기타 등등... 한국의 대통령 선거판에서 장난질을 쳐댈 것이 뻔하니까, 뭐... 복잡하긴 하겠습니다마는.”


이선택은 당내 경선에서도 통과를 하지 못할 것이다.

살기 위해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을 뿐.

류지호의 사람들이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대로 흘러가면 전임대통령의 딸이 17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국에 중도란 포지션은 없네.”


일반적으로 평범한 사람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다만 사안에 따라 진보적 판단을 내린다.

그런 면에서 일반인들은 거의 모두가 중도라고도 볼 수 있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보수적 입장과 진보적 입장을 오가니까.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나 이념에 그리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선거 시즌을 제외하고.

그럼에도 일상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 착시현상을 불러온다.

1년 6개월 마다 각종 선거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제가 백악관 깊숙한 곳까지 로비력이 닿지는 않지만, 적어도 한국과 관련된 정책과 외교적 노선을 연구하는 미국 측 싱크탱크에게 의견을 표할 순 있습니다.”

“그래서 L이 탈락하게 되는 건가?”


본래 미국은 이선택을 낙점했었다.

그런데 한미FTA 협상타결을 고유현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담화문 형식으로 발표한 후,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고위공무원비리수사처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이 이선택 후보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대검 수뇌부들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시점이다.

또한 증권가 찌라시에서는 이선택 후보의 형제들과 관련된 비리 및 부패혐의도 검찰에서 제대로 들여다 볼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그들을 대체할 보수진영의 강력한 인물이 없네.”

“왜 없습니까? 미국 정계에 나름 네트워크가 조금 있고 전경련이 암암리에 후원하고 있으며 경남출신이면서 서울특별시를 맡아 성과를 낸 J가 있지 않나요?”


본래 이선택을 밀었던 전경련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의국 쪽으로 기운다는 나래안전 정보팀의 보고가 있었다.


“....모르는 것이 없군.”

“영리한 토끼는 굴을 3개 판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실 모르는 것이 이상한 거다.


“상도동계 적자에다가 YS에게 발탁된 이후로 꽃길만 걸어서 이미지가 깨끗한 편입니다. 서울시정에서도 인상적인 성과를 몇 개 내놨고.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최연소 요직 기록도 다수 가지고 있고, 심지어 YS가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참가할 수 있는 IVLP까지 보냈습니다. 회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IVLP가 세계 각국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만 초청된다는 걸요.”

“너무 젊지 않나? 40대는....”

“그 양반도 내년에 오십입니다. 인생의 소명, 목적을 알게 된다는 그 지천명이 되는 거죠.”

“당내에 세력이 없어. 상도동계 뒷방 늙은이들 몇 빼고.”

“그 뒷방 늙은이라는 사람들이 일반 대중들에게는 정통보수라는 인식이 있습니다만.”


보수정당 자유국민당 안에는 저 옛날 자유당을 계승한 이들, 군부독재에 부역했던 이들, 반독재투쟁을 했던 개혁보수들, 철저한 이익 카르텔의 일원, 좌파에서 전향한 신흥우파 등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다.

정의국 서울시장은 반유신투쟁을 했던 중도개혁보수 파벌의 적자라고 볼 수 있다.


“세상에 약점 없는 사람이란 없네. 정권이 바뀌는 순간 자네와 가온그룹에게도 사정의 칼날이 휘몰아칠 거야. 정치하는 사람들의 복수는 우리 같은 기업인들과 달라. 그들은 사법권과 행정권을 쥐고 있으니까.”


류지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해보라고 해보죠.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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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3.12.13 10:07
    No. 1

    크... 플렉스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dropper
    작성일
    23.12.13 10:30
    No. 2

    YS가 똥을 치우지않고 가려쓴다고 숙성시켜버리고 퍼뜨렸고 그거 개량하겠다고 386 투입했는데 결국 그것도 다 오염시켰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링월드
    작성일
    23.12.13 11:09
    No. 3

    내시놈들 치우면 빨갱이가 득세하고 빨갱이 치우면 검새 수꼴이 득세하고 주인공에게는 자기영역 함부로 침범하는 기생충 버러지 해로운 놈들이죠
    저같으면 미국 시민권 딴 다음에 YTN 인터넷포탈 친미파 목사 미국유학파 죄다 동원해서 전방위적으로 공격할거 같습니다
    솔직히 그러면 상대는 허공에만 칼질하면서 나를 못때리는데 나는 건맨 여러명 동원해서 마구 저격하는걸 뒷짐지고 바라보고만 있으면 되거든요 ㅋㅋㅋㅋ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41 링월드
    작성일
    23.12.13 11:13
    No. 4

    주인공이 너무 점잖고 신사적으로 행동하니까 다들 우습게 보는거네요 서로 끝까지 털면 국민세금 처먹는 놈들이 지는 싸움 입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2.13 13:14
    No. 5

    잘 봤습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2.13 18:46
    No. 6

    한국 에는 진보도 보수도 없습니다.
    자기 이익만 찾는 수구 만 있습니다.

    찬성: 4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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