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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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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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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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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아프리카 사람들은 국영 방송사에서 무료로 내보내는 방송만을 시청하고 있다.

1인당 연평균 국민소득이 80달러인 모잠비크에서부터 3,000달러인 남아공까지 모두 53개 국가로 구성된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료TV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매우 좁다.

아프리카의 많은 가구는 TV가 없거나, 있어도 여러 집이 함께 본다.

채널도 2~3개뿐이다.

디지털 TV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떤 국가는 기업 하나가 TV서비스를 완전 독점하면서 1인당 국민총생산(GDP) 700달러의 국민들에게 월 70달러라는 거금을 부과하고 있다.

유료TV를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싼! 가격이어야 한다.

쉽지 않다.

JHO/DirecTV UK는 아프리카 북부의 모로코, 알제리 일부 지역에서 위성수신기를 이용해 방송을 시청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를 통해 아프리카 서비스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료 TV서비스 방식에는 디지털 DTH와 MMDS, 일부 해적 케이블 채널이 있습니다.”


DTH(Direct-To-Home)는 케이블회사를 거치지 않고 개인주택에서 소규모 파라볼라 위성 수신 안테나를 이용하여 직접 위성을 통하여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MMDS는 2.5~2.7GHz의 고주파대역 채널을 이용해 전파도달거리 40km 내외 지역을 커버하는 무선 고속 영상 및 데이터 서비스를 말한다.

산간벽지나 도서 지역 또는 동축케이블 매설이 어려운 환경에서 유선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전송방식이다.


“국가마다 사업허가 절차가 다 다르고, 심지어 아예 허가 절차가 없는 나라도 있습니다. 남아공이 그나마 투명한 절차를 갖추고 있는 반면에 카메룬은 허가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카메룬에서는 많은 해적 케이블 업체들이 대놓고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짐바브웨에서는 수년 간 유료 TV 사업허가 과정에서 발생한 뇌물공여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저희 역시 케냐에서 디지털TV 면허를 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영국 출신의 게리 펜튼이 한참동안 고생담을 늘어놨다.

아프리카의 다채널 위성방송시대는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렸다.

아프리카 대륙의 다채널 방송시장의 선두주자이자 경쟁관계에 있는 두 방송사는 남아공의 MCTV(MultiChoice TV)와 프랑스계 Le Canal Sat이다.

중소 방송사들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전체 경쟁 구도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MCTV는 영어방송 11개 채널을 서비스하고 있고 경쟁업체인 Le Canal Sat의 Hori-zons는 세네갈, 아이보리코스트, 튀니지, 모로코 등 친프랑스계 국가의 유료TV 운영업체들과 지상파 재방송 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7개의 TV채널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두 그룹은 서로의 사업영역을 가급적 침범하지 않으려 합니다.”


MCTV는 가입자들이 15달러 추가비용만 지불하면 경쟁업체인 Hori-zons 채널도 볼 수 있고, 프랑스어권 국가까지 서비스를 확대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두 위성방송이 양분하고 있는 아프리카 시장에 미국계 위성방송 JHO.DirecTV가 탄자니아와 케냐를 시작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핵심전략이 뭡니까?”

“남아공에 본사를 둔 MCTV그룹은 주로 남아프리카에서 Le Canal Sat는 프랑스어 문화권인 서부아프리카에서 저희는 중부 일부와 동부 아프리카를 차지해 삼분하는 것입니다.”

“호주머니 사정이 최악인 아프리카 시청자들에게 과연 유료TV가 먹힐 수 있겠어요?”

"MCTV는 한 달 시청료로 47달러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지만, 6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 기세를 몰아서 짐바브웨 북부, 나미비아 북부, 잠비아, 말라위 지역까지 전파 도달범위를 확장했습니다.“


게리 펜튼이야 자신만만할 수밖에 없겠지만.

류지호로서는 성급한 접근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사실은 르완다에서 디지털TV 면허를 취득한 중국계 위성방송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JHO/DirecTV의 본격적인 아프리카 진출은 중국계 위성방송인 스타-채널스(Star-Channels)의 진출과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중국정부의 충실한 소프트파워 전파자가 될 스타-채널스가 최근 르완다에서 디지털TV 면허를 따냈다.


“중국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그렇습니까?”

“저희는 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위해 3년 이상을 공들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중국정부의 전방위적인 차관공여와 외교력으로 손쉽게 르완다의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들리는 소문으로 팡 사장은 르완다 정부에 아무런 로비조차 벌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JHO/DirecTV도 미대사관과 상공회의소 도움을 많이 받았지 않습니까?”

“중국인들의 비즈니스는 어딘지 경쟁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공정한 경쟁은 무리지 싶은데......”


무조건 인맥과 뇌물이다.

사실 스타-채널스의 아프리카 진출 타이밍이 절묘했다.

UN협약을 통해 아날로그TV 대신 2015년까지 아프리카의 TV네트워크를 디지털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이 협약의 시한을 지킬 가능성이 없다.

그 틈을 스타-채널스가 파고들었다.

중국정부가 스타-채널스를 통해 디지털TV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해 주겠다는 보증을 하면서 르완다에서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


“스타-채널스가 르완다에서 면허를 취득했으니, JHO와 동아프리카에서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겠군요?”

“그렇습니다. EAC 회원국 내에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그들을 상대할 계획이 마련되어 있습니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스타-채널스는 대략 30개 채널을 3~5달러로 볼 수 있게 할 것 같습니다.”

“역시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군요?”

“저희는 39개 채널 기본 패키지를 16달러에 서비스할 계획입니다. 최종적으로는 100개까지 채널이 늘어날 것입니다. 물론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최대 25달러 프리미엄 패키지도 준비될 예정입니다.”


아프리카 양대 위성방송인 MCTV와 Canal Sat Hori-zons의 절반 정도 가격이지만, 중국의 스타-채널스보다는 비쌌다.


“미국 서비스는 130개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국은 어떻습니까?”

“126개가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150개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콘텐츠야 아프리카 어떤 TV보다 월등할 것이라 자신하지만, 결국 가격이 문제군요?”

“다소 신경 쓰이는 부분이 스타-채널스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1만 마을 TV공급 프로젝트의 주계약자로 선정되었다는 겁니다.”

“아프리카 마을마다 무료로 TV를 공급하겠다는 겁니까?”

“예.”

“역시... 돈지랄의 중국이네!”


솔직히 돈으로 싸우면 JHO가 밀릴 이유가 없다.

‘레만사태‘를 대비해 준비해 둔 현금이 당장 140억 달러에 달한다.

더 늘어날 수 있다.

그 자금이 어떤 방식으로 운용되어 몇 배의 수익을 거둘지 류지호는 짐작조차 못했다.

몇 개 기업을 인수·합병한다면 금방 소진되겠지만.

암튼 스타-채널스가 중국정부와 국영은행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10억 달러 이상을 끌어다 쓸 순 없을 터.

JHO/direcTV 역시 그 몇 배를 마련하는 건 일도 아니다.

어쨌든 아프리카에서 위성방송 사업의 승부는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디지털TV 사업은 정부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TV로의 전환은 각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면허도 취득해야 하고.

스타-채널스 사장은 그냥 일반인이다.

JHO/DirecTV 오너는 세계적인 인지도가 있는 유명인이다.

어떤 기업이 아프리카 방송 인프라 개선과 발전에 도움이 될까.


“중국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외교전을 벌일 텐데, 대책이 있습니까?”

“미국 대사관이 나서 줄 겁니다. 또 미국 본사가 아니라 영국 법인이 아프리카 대륙에 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국 정부가 손 놓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프리카는 한때 영국의 영향력 아래 있었으니까요.”

“물밑에서 꽤나 복잡한 로비전이 벌어지겠군요.”

“투명하지 않은 아프리카 정치와 행정 현실 상 도리가 없습니다.”


앞으로 중국 정부와 정부 소유의 수출입은행(EXIM)에서까지 수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는 스타-채널스와 다국적 복합미디어그룹 JHO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디지털TV 분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이전 삶에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국이 급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 가운데는 막대한 차관공여도 있지만, 위성방송 스타-채널스의 힘도 컸다.

지구촌 이슈에 대한 중국의 견해를 전파하는 한편, 중국의 위상을 스타-채널스를 통해 강화해 나갔다.

서비스하는 채널에 중국 관영채널 4개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프리카에서 중국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확산하는데 일조했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였다.

중국 국영뉴스는 계속해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의사의 20%가 중국인임을 강조해서 방송했다.

그것이 고스란히 아프리카 위성방송에서 전달됐다.

중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시골에서 살고 있다.

일부 대도시만 휘황찬란하다.

그런데 스타-채널스를 통해 보이는 중국의 풍경은 부유하고 현대화된 선진국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아프리카 각 국가에 도로, 터널, 철도를 중국이 투자하고 있으며 중국 기술로 만들었음을 세뇌에 가깝게 강조했다.

스타-채널스가 TV를 보급한 아프리카 마을 곳곳에는 중국 오성홍기와 해당 아프리카 국기가 나란히 그려진 벽화를 쉽게 볼 수가 있었다.

결정적으로 월 4달러만 내면 볼 수 있는 세계 최저가 패키지다.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로서는 저렴한데다가 공짜로 TV를 설치해 주는 스타-채널스와 중국을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긍정적으로 봅시다. 쿵푸영화와 중국 도시만 구경하는 것도 언젠가 질릴 겁니다. 그러면 돈을 좀 더 내고 JHO/DirecTV로 옮겨올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월 시청료를 감당할 수 있는 도시 중산층부터 공략할 계획입니다.”

“다솜방송이나 CA미디어에서 탄자니아 방송국과 합작을 할 수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스와힐리어로 제작되는 영화에도 조금 투자해 볼까 합니다.”

“따로 채널을 만드실 계획이십니까?”

“나이로비에 거주 중인 한국인 중에 소규모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들에게 투자해서 독립 방송국으로 키워볼까 생각 중이에요.”

“DirecTV에도 KBC, 아리랑TV 등 한국 방송 채널만 9개가 있습니다. 보스.”

“한국의 DCN과 협력관계에 있는 케냐 현지 독립 방송국이 될 겁니다. 자리 잡을 때까지 게리가 조금 신경을 써주길 바랍니다.”

“걱정 마십시오.”


NKTV(Nairobi Korean TeleVision).

케냐 교민이 설립하게 될 한국계 케냐 방송이다.

한국의 다솜방송이 70%의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내년부터 한국방송 전문채널 1개와 라디오 방송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와힐리어 번역가와 현지 더빙산업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도 있다.


“내년에 스와힐리어 더빙 대회를 열게 되면 스폰서가 되는 것도 고려해 보세요.”

“홍보마케팅에 반영하겠습니다.”


류지호는 콘텐츠를 좀 더 확실하게 아프리카에 전파하기 위해 더빙 인프라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계획보다 7~8년 정도 앞 서 진출하게 되는 건가....?’


2010년대 중반 쯤 한류가 아프리카에 상륙하면 진출하려고 했다.

NeTube와 StreamFlicks의 위력은 아프리카 대륙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터.

기존 플랫폼 전략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미디어는 특정 국가나 인물의 우호도를 높이는데 아주 좋은 도구다.

아프리카에서 미국 콘텐츠는 이런 저런 루트로 즐길 수가 있다.

하지만 한국 관련 콘텐츠를 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방사룡 영화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영화에도 완성도 있는 액션영화들이 꽤나 많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돈 벌겠다고 달려들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나이로비의 한국계 방송 NKTV를 통해 한류를 전파한다.

JHO와 가온그룹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꾸준히 선전한다.

중국처럼 너무 노골적이면 안 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물들여야 한다.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를 콘텐츠로 승화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 ❉ ❉


나이로비 중심가에 위치한 사파리폰(Safarifone) 매장.

매장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진열대에는 오성, 금성, 노키아, 중웨이 등 다양한 브랜드의 휴대폰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구매력을 갖춘 아프리카 중산층을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부른다.

치타 세대라는 말도 있는데 휴대폰 같은 최신 디바이스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가리킨다.

그들이 사파리폰의 주고객이다.

케냐에서만 70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케냐의 이동통신시장은 사파리폰과 셀텔레콤 양대 회사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국영통신사인 케냐텔콤이 제3의 이동통신사업자로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최근 정부쪽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의하면 중국의 투자를 받는 기업 한 곳이 케냐통신위원회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고 합니다.”


BoTafone 케냐 지부장이 류지호를 매장 안으로 안내하며 설명했다.


“차이나 모바일이겠죠?”

“그것까진 알지 못합니다.”

“허가가 날 것 같습니까?”

“키바키 대통령 마음에 달렸습니다.”


케냐 통신사업 관련한 정책입안 및 승인은 대통령 직속기관인 케냐통신위원회가 주관했는데, 사실상 모든 사안이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BoTafone 케냐 지부장이 직접 류지호를 수행하는 이유가 있다.

사파리폰은 90년대까지만 해도 국영통신사인 케냐텔콤의 자회사였다.

1998년 아프리카에 진출한 영국의 통신사업자 BoTafone이 사파리폰의 지분 50%를 요구하며 케냐 진출을 타진했다.

케냐 대통령 직속 기관인 통신위원회는 이를 거절했다.

통신사업은 국가기간산업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기 JHO 계열의 GMG Lab에서는 암호화폐 벤처회사 DigiCash를 헐값에 인수하던 때였다.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이캐시(e-cash) 특허를 보유한 상황에서 이를 적용해 볼만한 테스트베드가 필요했다.

내부적으로 많은 토론과 논쟁을 거친 끝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완전히 새롭게 시스템을 구축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IT와 모바일의 불모지인 아프리카에서 폰뱅킹을 시작으로 차츰 전자화폐 개념으로 나아갔다가 최종적으로 블록체인 암호화폐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실험이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투자 리스크가 적은 점이 채택의 이유였다.

때마침 케냐에서 이동통신국영기업을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GMG 측에서 사파리폰 투자의향을 전달했다.

몇 년 동안 밀고 당기는 협상을 거쳐 마침내 2003년 사파리폰의 지분 19%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분 31%는 BoTafone이 사들이면서 민간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3대 주주는 모바일 뱅킹에 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류지호가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


스와힐리어와 영어, 프랑스어, 알 수 없는 언어까지.

온갖 목소리로 매장 안은 정신이 없었다.


“이거야 원, 너무 소란스러워서.....”

“가까운 카페테리어로 가시죠.”


돛대기 시작 같은 매장을 빠져나와 근처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영국의 BoTafone이 아프리카에 진출한 것이 지난 1998년이었다.


“당시에는 아프리카에 휴대폰을 파는 것이 모피코트를 파는 것 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비웃음 샀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파리폰 가입자가 700만 명에 달하고 매년 5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점유율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55~60%를 오가고 있습니다. 셀텔이 대략 25% 정도 되고, 국영기업이 15% 정도 됩니다.”


2000년 케냐의 이동전화 가입자가 약 11만 명 수준이었다.

7년 만에 가입자가 1,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인구대비 휴대폰 가입률도 35%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아프리카의 낙후된 아날로그 통신인프라를 감안할 때, 앞으로 유선보다는 무선통신의 성장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선인터넷과 통신은 인프라 구축비용 등의 면에서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고, 요금 또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실 BoTafone 케냐 지부장이 류지호에게 부하 직원처럼 굴 필요까진 없었다.

헌데 그는 마치 본사 회장을 마주한 것처럼 깍듯하게 굴었다.

월가의 JHO Invest가 BoTafone의 10번째로 큰 주주이기 때문이다.

사실 90년대까지 유럽 최대 통신사업자 BoTafone은 JHO 투자포트폴리오에 없었다.

JHO 애널리스트들은 BoTafone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다고 분석하고 곧 거품이 꺼질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 2000년 3월 383.75펜스로 주가가 최고의 정점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떨어졌다.

2005년이었다.

일본에서의 투자비용이 증대하고 실적까지 감소하면서 BoTafone의 주가가가 129펜스까지 폭락했다.

그 시기 JHO Invest가 BoTafone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현재 5,7% 지분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10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BoTafone은 주식 배당을 꾸준히 하는 기업으로 배당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다.


“케냐 통신기지국 상황은 어때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600여 개에 불과했었지만, 올해 말에 2,000개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동통신 기지국의 인구대비 이용률 역시 77%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나이로비 같은 대도시에 편중되겠지요?”

“저희가 투자를 늘려가곤 있지만... 케냐를 넘어 동아프리카를 감당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BoTafone과 JHO는 이 시기까지 각각 2억 달러, 1.3억 달러를 사파리폰의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그 영향 덕분인지 케냐 이동통신 연간 수입이 2002년 2억 달러 수준에서 작년에 6.7억 달러까지 올랐다.


“보고받기로 인프라 업그레이드 상황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죠?”

“지난 2004년 3,400만 달러 규모의 업그레이드 입찰을 중국의 중웨이가 따낸 이후 내년 말까지 모든 작업을 끝낼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 있으면 중국이 전혀 안 보였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와서야 중국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국과 한국의 재계에서 수출기업 일부를 제외하고 중국기업들의 글로벌화에 대해 위기감이 없었다.


“올해 말부터 3G 서비스를 하게 될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류지호 개인은 물론이고 소유 기업과 금융사들은 한국의 주요 통신사의 대주주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아프리카 진출에 전혀 관심이 없다.

바로 곁의 중국 시장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온통 시선이 가 있다.

아프리카가 최빈국들이 모여 있다고 해서 지식인이나 똑똑한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케냐의 독재자와 부역자들은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키로서 현대적 통신인프라와 정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고 통신서비스의 확대를 위해 새로운 통신정책들은 속속 내놓고 있다.

동아프리카 지역 허브 국가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에 갇혀서 청팀·홍팀 논리에 좌우되고 있는 한국 정관재계는 자신들보다 한 수 아래라고 보는 중국과 인도가 이 시기 아프리카 시장을 두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놓치고 있다.


‘한국도 분명 통신산업에서 경쟁력이 있었는데....’


이 시기까지만 해도 한국의 양대 통신사는 분명 글로벌 경쟁력이 있었다.

유럽을 대표하는 이동통신사 BoTafone은 포화상태의 유럽시장을 벗어나 아프리카와 인도까지 확장전략을 펴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도 진출했다.

2001년에는 재팬텔레콤을 매입한 제이 콤(J-com)을 산하에 두어, 2003년 BoTafone이라는 명칭으로 변경시켰으나, 작년 소프트인프라 모바일에 매각했다.

현재는 소프트인프라와 업무제휴 정도로만 관계를 맺고 있다.

2005년에 소프트인프라가 BoTafone 재팬을 인수·합병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미쳤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2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으니까.

소프트인프라 역시 2005년 3월 결산 당시 598억 엔의 당기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고.

무리수로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인수 발표 이후 사흘 동안 주가가 30% 이상 폭락했으니 얼마나 우려가 컸는지 알 수 있다.


“손 회장을 믿는다.”


대주주인 류지호가 언론에 한 말이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MacIntosh의 아이폰 출시였다.

이미 손 회장은 MacIntosh가 새로운 형태의 휴대전화를 개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즉시 스테픈 잡스를 찾아가 거래를 제안했다.

스테픈 잡스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소프트인프라가 이동통신사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본에서 독점적인 위치가 될 수도 있는데 왜 걷어찼어요!”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류지호가 간만에 스테픈 잡스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금방 반전이 일어났다.

소프트인프라가 BoTafone 재팬을 사들인 것이다.

결국 소프트인프라는 아이폰이 출시되기도 전에 일본 내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힘겨운 상황을 뚫어낼 돌파구 마련에 성공했다.

여담으로 소프트인프라의 인수 당시 15%대였던 BoTafone 재팬의 일본 통신시장점유율은 아이폰의 인기를 등에 업고 2010년대 중반엔 20%대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류지호가 확인한 BoTafone은 5대륙에 걸쳐 31개 시장에서 약 3억 3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업자로 자리 잡고 있다.

금융위기나 글로벌 재난상황이 아닌 이상 주가 등락폭도 크지 않을 터.

특히 영국의 웬만한 투자자라면 모두가 주식을 보유할 정도의 국민주 BoTafone은 주식배당을 꾸준히 해오고 있고 배당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장기보유해도 손해 볼 일은 크게 없다.

어차피 2000년대 최저점에서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고.


‘한국의 통신사들이 그 동안 손 안대고 코 잘 풀긴 했지.’


이 시기 한국의 제1의 통신사 선경텔레콤은 가입자 수 2,30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10년 전 한국의 양대 통신사는 글로벌 10위 안에 드는 사업자였다.

이 시기에는 전 세계 3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정치권에서 통신산업 자체를 금이야 옥이야 과잉보호했다.

언론과 정부가 온몸으로 외국 이동통신사업자와 휴대폰 제조사를 막아주었다.

국민들은 한국의 이동통신환경이 최고라고 굳게 믿으며 마치 세금 내듯이 통화료를 지불했다.

서비스요금을 세금처럼 여겼다.

10여 년 전 세계 정상급 이동통신 회사가 될 수도 있었던 한국의 양대 통신사는 이제는 5,000만 내수시장에서 절반 갈라먹기 비즈니스를 하는 그저 그런 기업으로 전락해 버렸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SDMA를 표준으로 만들고,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 뭐 할까.

국가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방송, 통신 시장의 경우, 정부의 규제로 진입을 어렵게 하는 것이 일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통신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부끄러워 할 수준이다.

나름 IT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지 못한 일면이기도 하고.


‘가만 보면 한국의 재벌들은 나를 갈굴 생각만 하지 써먹을 생각을 도통 못하네.‘


류지호는 직·간접적으로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BoTafone의 주요 주주다.

그것을 한국의 양대 통신사 회장들이 모를 리가 없다.

본인이었다면 찾아와서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구했을 텐데.

같은 아시아권 경영자들 가령 소프라인프라의 손 회장이나 중국의 Jake Ma를 비롯해 리자싱 회장이 직접 류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비즈니스와 관련해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 것과 다른 모습들이다.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인데.

한국의 기업가들 태도가 아쉽게 느껴지는 류지호다.


작가의말

미리 크리스마스.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 보내십시오.

마지막 주도 연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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