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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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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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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2.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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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God bless you....!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결론적으로 그런 일 따위 없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자, 수백 명의 마을 주민이 나와 밥을 짓고, 춤을 추고, 노래하며 축제를 벌였다.

귀한 손님이 오면 의례적으로 하는 행사란다.

야성미가 물씬 풍기는 구성진 그들의 노래 속에는 삶에 대한 회한이 담겨 있는 듯했다.

마치 한민족의 한을 떠올리게 하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 데에 대한 고마움이 가락을 타고 전해지는 것 같았다.

가슴 뭉클한 현지인 마을에서의 밤이었다.

새벽 미명에 이를 때까지 꺼지지 않는 떠들썩한 축제가 벌어졌다.

밤새 춤이 그칠 줄 몰랐다.

누구도 노래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마을 사람들의 때 묻지 않고 순수함에 안도하면서 동시에 서글픔이 몰려왔다.

외진 곳이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류지호의 이름이 달린 초등학교가 만들어지고 정기적인 구호의 손길이 닿고 있다.

류지호의 이름을 단 학교가 문명세계와 이어지는 통로가 되고 있다.


“나중에 어린이 영화에 스와힐리어 더빙을 해서 산골영화제 같은 걸 해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영화제?”

“인도에서 영화를 이용해 문맹퇴치 운동을 벌이는 NGO가 있대.”

“한글도 가르치고, 태권도도 가르치고?”

“한국 선교사가 세운 학교 레퍼토리가 그럴걸?”


남아공-나미비아-보츠와나-짐바브웨-모잠비크-말라위-마다가스카르.

류지호 부부가 지나쳐 간 국가들은 수도와 몇 개 대도시를 제외하고 학교, 병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 수준이 최악이다.

JHO Foundation은 90년대 후반부터 미국 내 사회공헌사업이 안정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최빈국들이 몰려있는 아프리카 대륙이 주요 타깃이 되었다.

서아프리카 국가들에 ‘Ji Ho’라는 이름으로 초·중등학교 12곳, 병원 5곳, 도서관 2곳을 세웠다.

어쩌면 류지호가(실제로는 재단이) 하는 일들은 당장 시급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부자의 자기만족일지도 몰랐다.

실제 류지호는 1호 LA 청소년센터에 간혹 방문하는 것 외에 몇 년 간 직접 봉사활동에 나선 일이 없었다.

이번 아프리카 방문도 뭔가 의미를 두지도 않았고.


‘쓸데없는 곳에 돈이 쓰였다면 잔소리나 좀 하려고 했는데....’


흔히 아프리카 5대 구호활동으로 우물, 교육, 의료, 에너지, 식량 등을 꼽는다.

어느 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지만.

한국에만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시작으로 수많은 아프리카 지원 NGO들이 존재하고,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선교사, 대학 자원봉사 동아리, 기업 봉사단체 등 많은 자원봉사단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아프리카 대륙 구호에는 인력이 턱없이 모자랐다.

각각의 구호 단체에서 일하는 소수의 직원으로 수천 개 마을과 수십만 명의 사람을 일일이 데이터화해 시스템을 만들기가 녹록치 않다.

적잖은 시간과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현지 문화를 존중해야 할뿐더러 지형이 험하고, 언어의 장벽도 만만치가 않다.

현지인들이 거짓 자료를 만들어 부당이득을 챙기더라도 본사에서 날카롭게 분석해 판별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구호 현장은 신뢰가 뒷받침된 커뮤니케이션이 최대 덕목이다.


“많은 구호단체에서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주고 있지만 여전히 물을 필요로 하는 마을은 넘쳐납니다.”

“물 때문에 병에 걸리는 것은요?”

“속수무책입니다. 말라리아 예방 활동은 국제구호단체들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 정부와 지역에서도 사활을 걸고 있는 보건정책입니다. 가령 보건기구에 공식기관의 인증을 거쳐 서류를 제출하면 정부에서 무상으로 모기장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산모는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주는 모기장을 하나씩 후원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해마다 수십만 개의 모기장이 각 구호기관을 통해 아프리카에 후원된다.

한 해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는 말라리아를 예방에 역부족이다.


“진료비도 문제입니다.”

“저희들에게 한 번 진료에 5달러가 드는 비용은 적은 편이지만 이들에겐 며칠치 생활비입니다.”

“치료경비를 감당할 수 없거나 교통편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은 아예 병원에 오는 것을 포기하는 실정입니다.”

“더 심각한 건 말라리아 감염 의심조차 못하고 아무런 방책도 세우지 못하는 깊은 오지 마을입니다.”

“말라리아 의심 환자의 경우, 진료를 받고, 양성 반응을 보이면 치료를 받는 시스템인데. 한 해에만도 Ji Ho Hospital에서 다섯 시간 떨어진 마을에서조차 수백 명의 아이가 말라리아나 합병증으로 허무하게 죽어갑니다. 가장 심각한 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들이 말라리아까지 중복 감염되는 겁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선 대책이 없습니다.”


탄자니아 수도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에 모인 남아프리카 Ji Ho Hospital의 병원장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늘어놓았다.

현지인도 있고, 미국인도 있었으며 유럽에서 온 의사도 있다.

여담으로 국경없는 의사회 파견 의사의 연봉이 대략 3만 달러 수준이다.

아프리카의 Ji Ho Hospital의 의사 월급은 5만 달러다.

그 정도를 주지 않으면, 의사를 데려올 수 없다.

이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재단이 고용한 계약직 직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불러 온 의사들은 통상 3년 계약을 하고 아프리카에서 근무하고 있다.

몇 개 국가의 협력 병원으로부터 의료자원봉사자들이 정기적으로 아프리카에 방문해 의료봉사를 하고 돌아가고 있다.

모잠비크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의대를 나와 다시 고향의 Ji Ho Hospital 병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타볼로호 레조와가 말했다.


“아프리카 구호 물품 블랙마켓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입니다. 일부 상인들이 외국으로부터 무상으로 지급받은 정부 부처와 블랙 커넥션을 이뤄 매우 저렴한 가격에 모기장을 사들인 다음 다시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황을 잘 모르는 또 다른 구호단체나 자선 사업가들에게 팔아넘기고 있습니다.”


타볼로호 레조와의 말은 꽤나 신랄했다.


“구호 단체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유야무야 넘어갑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전달했다는 사실만 후원자들에게 공표할 뿐 제대로 분배,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료도 허술하고 확인할 방법 역시 없습니다. 다른 구호 활동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현지인이니 정확하게 아프리카를 진단할 수 있는 법이다.

서방세계에서 어려운 나라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배가 불렀다거나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명의 현지인 출신 병원장 나메조 세첼레가 덧붙였다.


“아프리카에서 비즈니스는 남수단 또는 소밀리아 같이 위험한 나라가 돈이 잘 벌린다고 합니다. 주로 정부를 대상으로 물건을 팔기 때문이라서 그렇답니다.”

“정부는 항상 돈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를 대상으로 팔면 돈이 잘 벌립니다.”


그런 거다.

가난한 국민은 있어도 가난한 정부는 없다.

만날 외국에 원조 요청하는 아프리카 정부들, 거기서 일하는 관료들은 엄청나게 비싼 고급 외제차에 고급 주택에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잘만 산다.

갑자기 병원장 간의 ‘아프리카의 원조병‘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원조 규모는 몇 십 년 전보다 더 커졌음에도 여전히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과는 딴 이야기에요.”

“원조를 해주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지요.”


만약 류지호가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모기장을 아프리카로 보내자고 목소리를 냈다고 치자.

그러면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모기장을 엄청나게 보내고 모기장 구입비용으로 수많은 기부금이 구호단체에 기탁될 것이다.

기부한 사람들은 자긍심과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반면에 아프리카 대륙 입장에서는 두 가지 딜레마가 있다.

하나는 수십 년 동안 그런 식으로 도움을 받다보니 원조를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런 원조로 인해 아프리카의 산업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에도 모기장을 제조하는 업체가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외국에서 화물선에 몇 십 개의 컨테이너에 모기장을 가득 싣고 아프리카로 들어오죠. 자원봉사자들이 그 모기장을 무료로 아프리카 각지를 돌며 나눠줍니다.”

“맞습니다. 말라리아 백신이나 치료약은 비싸지만, 모기장은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구호단체가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나눠주거나 자원봉사자들이 설치해 주죠.”

“모기장 만드는데 무슨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겠습니까? 기본적인 기술을 활용해 모기장을 만들던 현지 업체가 돈을 계속 벌게 된다면 나중에는 좀 더 복잡한 직물을 만드는 회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쌀을 나눠주지 말고 농사짓는 법을 전수하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원조를 오래 받다보니 아프리카 많은 사람들이 자국에서 만든 것을 돈을 주고 사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 무상 원조 형식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많이 들어온다.

대기오염도 문제지만, 공짜로 중고차를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선의로 시작된 현물 원조가 아프리카의 기초 산업발전 기회를 빼앗고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소위 ‘원조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원조만 탓해서 되겠습니까?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는 독재자들이 지배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강대국들이 경제제재를 하면서 물자부족을 겪고 있는데 산업발전이라니요.”

“외국은 아프리카에서 천연자원만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아프리카에 기술을 전수할 생각 따윈 안 합니다. 왜 누구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까요?”


류지호는 병원장들 사이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우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자유민주주의를 미친 듯이 강조하면서 실상 그들에게 사회주주의적인 원조를 하는 것은 아닐까?’


원조를 해주는 사람들의 선의와 다르게 받는 이들은 사실상 배급제와 다를 게 없으니까.

공산주의 사회에서 배급제가 당연한 것처럼, 원조 역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느껴지질 수도 있다.

약을 주고, 우물을 파주고, 옷을 주고, 모기장을 주고, 중고자동차를 당장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뭔가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진 않을까.


‘김종민 지부장이 제안한 농업혁명이 대안이 될 수도....’


그렇다고 중국처럼 하면 안 된다.

중국은 합작사업이나 원조사업을 벌일 때 자국민을 대규모로 아프리카로 이주시킨다.

수십만 명의 중국인이 거주하는 집단농장을 만든다.

현지인들에게 돌아갈 일자리를 빼앗는 것도 모자라 생산한 식량을 해외로 빼돌린다.


“거치적거리네....”


온갖 곳에서 거치적거리더니 아프리카에서까지 걸린다.

중국 입장에서는 류지호가 눈엣 가시일 테지만.


“여러분들의 토론은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운영하는 병원들은 언젠가 해당 국가 사람들에게 돌아갈 겁니다.”


미국 출신의 웹 브라운 병원장이 웃으며 말했다.


“보스는 아프리카에서 루이 헨리 세브란스가 되고 싶으신가 보군요?”


조선 최초의 근대식 종합병원이었던 세브란스 병원의 후원자인 루이 세브란스는 미국의 석유재벌 록커펠러의 친구이자 스탠드오일의 공동 설립자로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세브란스는 인생 후반기에 자선가로 많은 기부를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조선에서 근대식 종합병원을 만드는데 돈을 댄 것이다.


“세브란스씨보다 더 욕심이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의 병원들을 보츠와나의 앙가베 병원 수준으로 키울 생각이십니까?”

“내가 계속해서 돈을 벌게 된다면 아마도.....”

“500병상이면 의료진을 구성하는 것도 문제일 겁니다.”

“의과대학이 필요할 수도 있겠군요.”

“아프리카와 사랑에 빠지셨나 봅니다?”

“만나는 아이들마다 내게 그러더라고요.”

“.....?”

“God bless you....! 어찌 감동하지 않겠습니까?”


병원장들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작 신의 가호를 받아야 할 것은 본인들이거늘.

웹 브라운 원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말을 제게 해주어 매우 보람을 느낍니다. 작은 일에도 크게 감사해 하는 이곳 사람들의 마음이 참 순수하고 아름다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닥터 브라운이 3년 계약을 계속해서 연장하는 이유가 되겠죠?”

“미국으로 돌아가서 할 일보다 이곳에서 할 일이 많으니까요.”

“앞으로 남아프리카의 병원들, 잘 부탁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우리가 키운 의사들이 아프리카 의학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겁니다.”

“꼭 그렇게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았다.

적어도 아프리카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척박한 곳에서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그들을 백업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류지호다.


‘왜 부자 노인네들이 기를 쓰고 봉사에 돈을 써대는 지 알 것 같네.’


자선사업과 봉사라는 것이 피드백이 확실한 사업 같았다.

오지에 우물 하나 파준 것만으로 마을 주민의 생활여건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니까.


❉ ❉ ❉


1946년~2007년 현재까지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119개의 내전이 발생했다.

평균적으로 1년에 2개의 내전이 발발한 셈이다.

대부분의 내전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에리트레아가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치른 내전은 1964년~1991년까지 25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낼 정도로 격렬했다.

수단의 경우 2011년 남수단이 독립에 성공하게 되는데, 이 시기는 한창 내전 중인 국가다.

류지호는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을 만나보고 싶었다.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교육, 예술, 의료봉사를 행했던 한국의 신부의 삶을 다룬 영화로 주인공 이태영 신부는 2001년 수단의 톤즈로 와 초가집으로 된 병원을 세워 진료를 시작했다.

이어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과정까지 개설했다.

피리 같은 악기를 가르쳤는데, 인기가 높아져 브라스 밴드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톤즈의 브라스 밴드가 수단 남부에서 유명세를 얻자 수단 정부의 초청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이태영 신부는 현재 톤즈를 떠났다고 합니다.”

“건강이 좋지 못해서?”

“예.”


류지호는 이태영 신부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강요하지 않고도 저절로 사람들이 종교를 믿게 만든 선교.

수만 명의 교회 신도들의 헌금으로 만들어진 병원을 예수께서 선사한 것이라 말하는 목사.

아프리카에 세운 병원을 두고 교회 신도들보다 교회의 이름과 목사의 이름을 앞세워 자랑하는 어떤 한국 대형교회.

아프리카인은 문명의 혜택을 못 받을 뿐 바보들이 아니다.

외국의 선교사들이 자신들을 이용해 교인들의 선교비를 가져와서 자녀들을 고급학교에서 공부시키고 좋은 차는 가족들이 헌차는 손님이 오면 타고 큰 저택에서 생활하는 것을 알고 있다.


- 우리 친구들이 내가 선교사인 당신의 친구가 되면서 무엇이 달라졌냐고 한다. 하나님의 사자인 당신과 내가 친구가 되었는데, 내가 당신처럼은 아니지만 나의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다면 내 친구들이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당신을 위해서 당신의 하나님을 위해서 나의 생활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아프리카인들이 어떤 선교사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 아프리카 어느 나라는 한국 사람이 오면 제일 먼저 한국 사람이 나와서 환영을 하고, 도와준답시고 뜯어 먹고, 무일푼을 만들면, 그들과 같이 다음에 올 한국사람 기다린다.


아프리카 교민들 사이에 떠도는 말이었다.

전 세계 한국인이 있는 곳이라면 다 해당되는 말이지만.

이태영 신부를 떠올리며 류지호는 <울지마 톤즈>를 떠올려봤다.


[예수님이라면 남수단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 사랑을 가르치는 거룩한 학교, 내 집처럼 정이 넘지는 그런 학교 말이다.]


❉ ❉ ❉


류지호 부부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바쁘게 옮겨 다니며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 영화 한 편으로 시끄러웠다.

작년 <다빈치 코드> 개봉을 두고 기독교 단체들의 극렬한 반발을 겪은 것과 똑같은 일이 다시 재현됐다.

문제의 영화는 <민중의 적 : 할렐루야>다.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이어받은 감독은 류지호의 UCLA 후배 조세민이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교회를 풍자했다.

대강의 영화 스토리는 이렇다.

대도시(서울)의 부촌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교회.

7만여 명의 신도수를 자랑하는 대형교회답게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걸쳐 한국의 내로라하는 각계 인사들이 주일마다 출석하고 있다.

심지어 유력한 대선후보(이선택을 암시하는)는 성가대 단장과 장로까지 역임했다.

그런 대형교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진다.

이에 강철중이 사건을 접수(?)하고 성폭력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대형교회 내부의 각종 비리와 불법이 드러난다.

기자 캐릭터로 외도했던 강철중은 다시 형사 캐릭터로 복귀했다.

교회라고는 어린 시절 성탄절과 부활절에 딱 두 번 가본 경험밖에 없는 강철중이다.

이번에도 외로운 싸움을 벌인다.

경찰과 검찰은 종교와 연루된 사건을 수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검경 내부에 대형교회 기독교인이 상당했기에 드러난 사건조차 덮으려고 한다.

영화가 묘사하는 대형교회는 막장 중에 막장이다.

원로목사 부모가 장남에게 중견기업 수준의 교회를 대물림하려고 하고, 이에 반대하는 부목사 측과 폭력배를 동원한 암투까지 벌인다.

강철중은 그 사이에 휘말려 갖은 고초를 겪는다.

교회를 물려받기로 한 아들 목사는 십대 신도 다수에게 그루밍 성폭행을 저지르는 파렴치범이다.

아들 목사는 자신을 지지하는 장로들과 함께 반대파 집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을 벌여 갈비뼈 4개를 부러뜨린 혐의로 강철중에 의해 체포된다.

조규환이 또 김현수가 그랬던 것처럼 목사 역시 강철중을 비웃으며 유유히 풀려난다.

언제나 그렇듯 강철중은 대책 없이 홀로 사건 안으로 뛰어든다.


[적당히 좀 합시다. 교회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래요?]

[모릅니다. 검사님은 교회 건드려 봤습니까?]

[.....]

[안 건드려봤으면서 왜 쫄고 그럽니까? 혹시 같은 기독교라서.....?]

[난 불교입니다. 잘 못하면 종교탄압으로 비춰집니다. 불교 믿는 검사가 기독교 교회를 수사하고 기소까지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밥값 한다고 하겠지....]


아들 목사의 성폭행 혐의를 추적하던 강철중은 교회의 각종 비리까지 포착한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건이 커지는 걸 특유의 뚝심으로 뚫고 나간다.

영화의 주요 골자는 교회를 세습 받을 예정이고 그루밍 성폭력을 일삼는 대형교회 아들 목사를 강철중이 혼내주는 것이다.

한편으로 영화 곳곳에 한국 대형교회의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수만 명의 신도들을 거느림으로 해서 교회조직이 기업화와 관료화 된 것이나, 교회 헤게모니를 놓고 파벌싸움을 벌이는 것이나, 교회에서 종사하거나 교회 사업에 계약하는 외부업체 등의 임금 등을 주님의 이름으로 버젓이 횡령·배임하는 것이나, 장로 이상이 교회로부터 제공 받는 엄청난 판공비, 생활보조비 및 각종 유·무형 혜택 등을 은근슬쩍 고발하고 있다.

신도들이 교회를 위해 헌금한 돈들이 교회 관계자들의 사적인 용도로 마구 남용되는 것 또한 암시된다.

사실 교회 세습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류지호가 각본을 쓰기 위해 다시 한 번 자료조사를 해본 바로는 이미 전국적으로 교회 세습이 만연해 있었다.

이번에도 파렴치한 아들 목사가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았는지 보여주진 않는다.

여전히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다.

다이얼로그를 통해 성경구절을 인용한 후 맛깔나게 표현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각색와 윤색은 김윤희 창작팀에서 했다.

영화 속에서 중요한 시기마다 10계명이 인용된다.


[도둑질 하지 말라.}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나 딸이나 재물을 탐내지 말라.]


특히 10계명을 주절거릴 때, 강철중의 특유의 이죽거림이 압권.


[교회에서 빵과 우유를 얻어먹어 본 입장에서.... 난 십계명을 열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그러니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기도나 해. 특히 목사인 너는, 신도보다 더 많이 기도해,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김윤희 시나리오팀은 거침이 없었다.

대형교회를 풍자하는 영화라고 해서 겁을 먹거나 꺼리는 것 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모두 표현했다.

마치 영화 속에서 강철중은 당연히 그래도 된다는 것처럼.

류지호가 보호해 줄 것이란 믿음도 있었고.


- 그리스도의 신성과 한국 교회에 대한 명예 훼손과 모욕, 이로 인해 초래될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대한 심각한 침해 및 교회의 선교와 전도를 방해하는 부정적 환경 조성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허구를 실제로 착각하게 하여 일반인은 물론 기독교인들에게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 영화가 기독교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갖게 할 것임이 자명한 바 상영금지를 촉구하는 바이다.


기독교단체가 <민중의 적 : 할렐루야>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제작사인 WaW 엔터테인먼트를 연일 비난했다.

기독교계 신문과 라디오에서도 강력하게 <민중의 적 : 할렐루야>를 비난했다.

일부 기독교단체 신도들이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의 WaW 본사로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G.O.M 강남점 앞에서도 집회시위를 벌였다.

기독교와 관련해 조금의 부정적 요소가 들어가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허구적 상상력에 기초한 왜곡을 진실인양 호도하고 날조한 <민중의 적>은 즉각 상영을 중지하라!”

“중지하라!”


교인들은 차마 ‘할렐루야’는 외칠 수 없었다.

<민중의 적> 이번 시리즈의 부제가 바로 ‘할레루야’였으니까.


“한국 기독교를 모욕한 바우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보수 기독교협회장이 기자들 앞에서 성명서를 읽고, 일부 교인이 삭발식까지 했다.

시위는 항거의 몸짓이다.

부당한 것에 저항하고 바꾸기 위해 시위를 하는 것이다.

삭발은 단식과 함께 시위 효과를 높이는 상징이다.

스스로는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면서 바깥으로 결사항전의 투지를 드러낸다.

보통 삭발 시위를 하면 대장부터 깎게 마련이다.

헌데 기독교협회장이니 대형교회 목사니 하는 이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교인이 삭발하는 과정을 지켜만 보고 있다.

자신들은 터럭 한 올 깎는 일 없었다.

오랜만에 언론이 신이 났다.

많은 언론에서 <민중의 적 : 할렐루야> 상영금지 가처분신청과 기독계의 반발을 크게 다뤘다.

단순한 영화계 이슈를 넘어 가온그룹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이어졌다.

진보·보수 진영 가리지 않고 언론사들이 가온그룹(류지호)에게 쌓인 것이 많은 모양이다.

결국 부패방지법 대상에 언론인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 5만 한국 교회의 뜻을 모아 <민중의 적>의 허구성과 기만성을 밝히고 영화 상영 반대운동에 우리는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가온그룹의 총수인 류지호가 직접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며, 또한 천 만 기독교인들에게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


영화가 암시하는 서울 강북과 강남의 두 대형교회 측에서 강력한 유감을 WaW에 전달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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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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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2) +9 24.01.24 1,916 90 26쪽
752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1) +7 24.01.23 1,920 104 26쪽
75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4 24.01.22 1,953 94 25쪽
750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성이 더 중요한 법이다. +6 24.01.20 2,002 95 22쪽
749 사랑의 열매. (5) +7 24.01.19 1,976 87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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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 World Promotion. (3) +3 24.01.06 1,975 99 27쪽
737 World Promotion. (2) +8 24.01.05 1,957 9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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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 The Wall Street Journal. +13 24.01.01 2,032 105 27쪽
732 몰락한 동양의 할리우드, 그런데.... +16 23.12.30 2,088 9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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