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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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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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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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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원숭이가 골프장 페어웨이에 모여 앉아 벌레를 잡아먹고 있다.


끽끽.


그러다 골퍼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공에 맞을까 새끼를 안고 경계 자세를 취했다.

케냐 골프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케냐는 골프장이 많았다.

한국 최초의 골프장이 1921년에 만들어졌다.

케냐는 그 보다 15년 일찍 로열 나이로비라는 골프장을 개장했다.

특히 수도 나이로비는 해발 1,600m로 날씨가 연중 선선했다.

그 때문에 영국인들에 의해 수준급 골프장이 꽤 많이 만들어졌다.


딱.


골프장 곳곳에 무장한 경호원들이 철통같은 경호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원들이다.

류지호, 도널드 제이콥 그리고 키바키 케냐 대통령이 카렌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지금 류지호 일행이 골프를 즐기고 있는 골프장 터가 바로 그 영화의 원작소설의 배경인 1920년대 덴마크 여성 카렌 블릭센이 커피 농장을 운영했던 곳이다.

카렌 블릭센이 10여 년의 아프리카 생활을 청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 출간한 소설이 바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다.

케냐 오픈이 열릴 정도로 아프리카 최고의 골프장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외국에서까지 유명해졌다.


딱!


키바키 대통령이 호쾌하게 드라이브 샷을 날렸다.

상당한 재력가인 키바키 대통령은 골프광이다.


"Good shot!"

"Oh, that's a beauty!"


류지호로서는 오랜 만에 치는 골프다.


“어?”


비거리가 갑자기 몇 미터가 늘었다.


“나이로비의 골프장은 고도가 높아 보통 골프장보다 샷 거리가 10% 정도 더 나갑니다.”

“실력이 갑자기 늘었나 했습니다. 하하하.”

“건기에는 페어웨이가 딱딱해서 런이 많이 생깁니다. 간혹 뒤바람까지 불어준다면 웬만한 아마추어 골퍼도 300야드 가깝게 날려 보낼 수 있지요.”


뚱뚱하고 어딘지 두꺼비처럼 생긴 키바키 대통령이다.

웃긴 외모만큼이나 유쾌한 사람이다.

농담도 잘하고 권위적이지 않았다.

왠지 이전 삶의 부동산재벌 출신의 미국 45대 대통령을 떠올리게 된다고 할까.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던 키바키 대통령이 물었다.


“왜 케냐에서는 관광과 농업이 아닌 통신과 방송입니까?”

“케냐가 동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케냐와 탄자니아는 비교적 정치적으로 안정된 편이다.

산업 인프라나 중산층 분포도면에서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사정이 나았다.

서구 언론이 ‘아프리카의 모범국’이라고 부를 정도다.

JHO Company Group이 사파리폰에 투자하고 위성방송 사업을 진출시킨 이유다.

2015년까지 사파리폰의 20억 달러, 위성방송 매출은 7억 달러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케냐의 나이로비가 아프리카의 할리우드 즉 날리우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의 할리우드는 나이지리아다.

JHO가 작정하고 밀어주면 케냐가 ‘켈리우드‘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통치자의 입장에서 영화감독은 골칫거리입니다. 지나치게 정치적이라서.”


케냐에는 43개의 부족/민족 공동체가 존재한다.

수십 년 동안 3명의 독재자가 통치를 해왔다.

키바키 대통령은 이전의 독재들과 결이 다르긴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임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케냐는 다당제가 정착되는 동안 보수·진보 또는 이익집단에 따른 정당활동보다는 인종, 지역에 기반한 정당활동이 지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당과 정치인들이 정책적 입장이나 정치적 이념보다는 민족적 노선에 따라 정당을 창당, 해체를 반복하였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케냐 국내 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눠봐야 좋을 것이 없다.

류지호는 아프리카의 미래는 IT에 있음을 역설했다.


“케냐는 평균 5%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걸 넘어 연평균 7~8% 경제가 성장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특히 아프리카가 동질성과 아이덴티티가 확립된다면 문제가 완전 달라집니다. 당장 EAC를 넘어 EU이상의 아프리카 국가연합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것을 케냐가 주도한다면....!”


키바키 대통령이 기분좋은 웃음을 흘렸다.


“허허.”


케냐가 주도하는 아프리카의 IT산업.

솔깃하긴 했다.

키바키 대통령은 영국 유학파다.

그저 권력만 탐하는 무식하고 탐욕스럽기만 한 독재자가 아니다.

그는 케냐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장 유산을 케냐에 선물하게 된다.

재임기간에 국가 근간이 되는 주요 인프라 개발을 시작했다.

보건과 교육 분야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고.

하지만 만연한 정부 부패와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막대한 지출로 국가 부채를 악화시킨 주범이기도 하다.


"Good shot!"


류지호와 키바키 대통령은 골프를 치는 내내 다양한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

서로 불편한 정치 분야는 배제했다.

키바키 정권 하에서 케냐는 연평균 5~6%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다.

반면에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케냐 국민의 55%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간다는 조사는 ‘아프리카의 모범국’이라는 찬사와 달리 부끄러운 경제 성적표다.

미국은 에티오피아와 함께 케냐를 아프리카 대테러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키바키 정권이 출범한 1년쯤 뒤에 반부패 정책을 총괄하던 이가 영국으로 망명해 부패 실상을 폭로했다.

영국은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케냐의 원조를 확대했다.

결과적으로는 주요 강대국이 독재자 키바키의 입지를 넓혀준 셈이다.

키바키 대통령은 인권탄압 같은 독재자로서의 결점에도 불구하고 해외투자 유치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초등학교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회 안정과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류지호는 중국의 음흉한 속내에 대해 돌려서 경고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호의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특히 국가 간의 호의에는 반드시 숨겨진 이해득실이 있게 마련이다.


“케냐가 오늘은 성장하지만 그 대가로 내일 후손들이 빚쟁이가 된다면 두고두고 후회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전 삶에서 케냐는 중국 자본으로 고속철을 건설하다 빚더미에 앉았다.

탄자니아에는 중국공산당의 일당지배체제의 우월성을 아프리카 정치인들에게 교육하는 정치학교를 설립해서 정치적, 이념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를 끌어들이려는 행보를 펼쳤다.

아직은 중국의 야욕이 동아프리카로 오진 않았다.

이 시기는 나이지리아와 콩고를 중심으로 서아프리카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60조 이상을 퍼붓고 겨우 호감을 끌어 올리지만, 대한민국은 K-POP으로 돈을 벌면서 호감까지도 얻지.’


그것이 바로 소프트파워다.

여담으로 류지호는 키바키 대통령부터 다음 케냐 대통령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올해 안에 가온그룹 전략기획 테스크포스를 나이로비로 출장 보내야겠어.”


케냐 정부와 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키바키 대통령으로부터 각종 특혜에 관한 언질을 받았다.

특혜 중에 하나가 나이로비 인근의 200만 평 규모의 토지를 구입해 카렌 골프 리조트처럼 고급 골프장을 건설하고 중산층을 위한 주택 단지와 대구 이월드 수준의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지열발전소 건설 같은 인프라 건설 사업에도 참여하고, 관광레저 및 여행업 분야에서도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것들이 모두 실현되는 것은 10여년이 훨씬 흐른 후다.


다음 날.


류지호 일행이 나이로비 증권거래소(NSE)를 방문했다.

키바키 대통령이 이날 NSE 개장을 알리는 종을 울렸다.


“사파리폰의 IPO가 국내외 투자자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고 있습니다. 민영화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GMG Technologies가 지분을 보유 중인 케냐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사파리폰이 나이로비 증권거래소에 공개되었다.

최대 주주인 케냐 정부는 전체 주식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00억 주를 매각했다.

대략 86만 명이 사파리폰의 주식을 매입했다.

케냐는 이동통신사 주식 30% 이상을 케냐인이 소유토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상장을 통해 사파리폰의 지분 구조는 케냐 정부 35%, BoTafone 25%, GMG 21%, 일반 투자자 19%가 되었다.

이날 동부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사파리폰의 자산 가치가 45억 달러로 상승했다.

나이로비 증권거래소(NSE)에서 사파리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40%가 되었다.

사파리폰의 약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작년 한 해 시범 운영 기간을 거친 모바일 폰뱅킹 서비스 M-PESA가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케냐의 일반인들은 은행을 이용하지 못해 돈을 집 안에 보관했다.

다른 지역으로 송금할 때는 시외버스 운전사에게 부탁하곤 했다.

E-Cash의 특허를 소유한 GMG Technologies는 기본적인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케냐 국민들의 사정을 꿰뚫어보고, 그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쉽고 간편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케냐의 은행들은 시골과 도시 외곽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금융 소비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돈이 안 되는 잉여로만 봤다.

인터넷 뱅킹이든 모바일 뱅킹이든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GMG의 암호화폐 개념의 은행에선 아니다.

GMG는 개인 지갑 개념을 휴대폰의 스마트카드(SIM카드)에 대입시켰다.

그러자 새로운 모바일뱅킹 개념이 만들어졌다.

M-PESA의 거래는 기본적으로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빠르고 간편하게 이루어진다.

송금하고자 하는 이용자는 본인의 휴대전화를 통해 M-PESA에 접속한 후 송금액과 수령자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수령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일종의 코드를 받게 되고, 그 코드를 대리점이나 M-PESA 가맹점 어떤 곳에서든 현금으로 교환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케냐의 교육수준을 고려해 서비스가입은 매우 간단하고 쉽게 설계되었다.

이용자들은 단지 휴대전화 번호와 National ID카드 정도만 있으면 M-PESA를 이용할 수가 있게 했다.

M-PESA를 이용하는 누구에게나 원하는 시간에 송금이 가능했다.

물론, 거래마다 수수료가 부과된다.

결코 부담되는 액수가 아니다.

시범서비스부터 M-PESA는 케냐 서민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일으켰다.

이 서비스는 번거롭고 복잡한 은행계좌개설이 필요 없고, 이용자들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휴대전화의 M-PESA 계좌(SIM카드)에 얼마든지 돈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휴대폰 번호를 잘못 입력한 경우 또 휴대폰 분실(SIM카드)로 인한 M-PESA 비밀정보 누출의 경우 등 보안상 취약점이 아예 없진 않았다.

어쨌든 도로 인프라가 빈약하고,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국민이 대다수며, 믿을 만한 우편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모바일을 이용한 금융서비스는 매우 훌륭한 대안이 되었다.

M-PESA의 시범서비스는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 대출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에서 시작했다.

대출을 받고 이를 갚는 것을 휴대폰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아프리카 지역에는 은행 지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서민들이 휴대폰으로 거래를 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이체를 할 수가 있다는 점을 착안했다.

헌데 시범서비스가 시작되자, 소액 대출과 관계없이 휴대폰 뱅킹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M-PESA를 활용하면 예금과 출금이 가능하고, 계좌이체도 할 수 있다.

또 상품 구입비를 결제할 수도 있다.

당연히 통신비도 낼 수 있다.

돈을 넣고 찾는 것을 은행창구나 ATM기기가 아니라, 사파리폰 매장이나 대리점 혹은 전문 딜러를 이용하면 되었기에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했다.

은행지점은 주로 대도시에만 존재했다.

반면에 사파리폰 대리점이나 가맹점은 케냐 방방곡곡 시골마을까지 진출해 있다.


“몇 년 간은 메시지로 상대에게 송금하면서 점포 등에서 현금으로 수령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게 되겠지만, 결국 현금화하지 않고 전자화폐로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M-PESA의 전자화폐를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도 속속 생겨날 겁니다.”


사파리폰 CEO 마이클 조셉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현재 사파리폰의 직원은 1,600여 명에 이른다.

나이로비 본부와 몸바사, 키수무, 니쿠루, 엘도렉 등 대도시에 지사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케냐 최대 이동통신 기업이다.


“A/S 강화에 역점을 두면서 전국 어디서나 손쉽게 가입하여 원활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적 송수신 망 확장은 물론 신호증폭 기지국, 제어 기지를 늘려 이용서비스 품질을 높일 예정입니다.”

“올 하반기부터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개시한다고요?”

“네!”


사파리폰은 중국 통신사들과 기술제휴를 통해 3G 서비스를 시작한다.

중국보다 몇 년이나 앞 선 기술력을 가진 한국의 통신회사들은 국내에서 아등바등 하거나 엉뚱하게 북미에 진출했다가 철수하고, 먹지도 못할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중이다.

류지호와 의논했다면 합작을 통한 케냐 진출도 영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을 텐데.

암튼 향후 M-PESA를 활용한 다양한 파생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2011년 시작하게 될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지역에 전기를 판매하는 '엠코파(M-Kopa)'다.

운영회사는 각 가정에 소형 태양광 패널과 전등이 연결된 장치를 설치해 주고, 하루 500원 정도의 이용요금을 M-PESA 전자화폐로 받는다.

M-PESA 시스템을 통해 결재와 자동이체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회사 측에서도 각 가정을 돌면서 요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

요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원격조작으로 설비가동을 중단하면 된다.

하루하루 소액밖에 낼 수 없는 빈곤층을 중심으로 보급이 확대된다.

훗날 동아프리카 국가들로 서비스가 퍼져나간다.

또한 농민들은 M-PESA를 통해 물건가격과 상품정보, 시장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M-PESA로 모이는 빅테이터 기반 서비스 중에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재해 관련 소식을 다루는 플랫폼인 '우샤히디(Ushahidi)'다.

사파리폰과 연계한 수천 만 명의 시골 사람들이 미소금용(Micro Finacing)에서 자금을 빌려 모바일 충전사업을 벌이게 되고, 오지의 가족들과 사람들에게 송금도 하고 교육까지도 겸하게 된다.

M-PESA를 통해 전화카드 판매, 각종 휴대폰 액세서리, 수리, 중고품과 관련된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


“내년부터 모바일 방송 서비스도 시행한다고 얼핏 들은 것 같은데...”

“JHO/DireTV와 합작해 케냐 최초의 휴대전화 TV서비스를 개시하게 됩니다. 36개 채널을 매월 1,000실링(약 17달러)을 지불하고 시청할 수 있게 됩니다.”


여담으로 M-PESA는 케냐를 시작으로 탄자니아를 포함한 EAC 5개국과 가나,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심지어 인도와 루마니아까지 진출하게 된다.

미국의 IT기술연구소 GMG Lab은 모바일 기기가 은행이나 ATM까지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M-PESA를 통해 증명하게 된다.


“최첨단의 실리콘밸리도 아니고 척박한 아프리카에서 블록체인 기초기술이 테스트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군요.”

“아주 좋은 테스트베드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케냐가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덕에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입출금, 송금, 심지어 소액대출까지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알아서 잘하리라 믿습니다.”


M-PESA의 실험이 성공하고 나서, JHO Venture Capital도 나이로비에 진출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하는 것이 케냐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센터 ‘아이허브(iHub)’다.

2010년대 나이로비는 아프리카에서 디지털 혁명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젊은 창업가의 도시, ‘실리콘 사바나(Silicon Savannah)’라고 불리게 된다.

그 토대를 마련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것이 바로 류지호가 소유한 벤처 캐피탈들이다.

미국의 주요 대형IT기업과 제휴를 맺게 될 iHub는 매년 스타트업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여담으로 레오나가 빈민촌 키베라에서 만났던 소년이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그 인연으로 10만 달러를 투자받아 창업을 하게 된다.

기적은 열망하는 것을 넘어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 나는 미스터 할리우드가 영화를 찍고 있지 않을 때, 그를 스토킹 해서라도 그가 전개하는 비즈니스의 비밀을 엿보고 싶다.


월가의 어떤 애널리스트가 The Wall Street Journal에 기고한 칼럼의 한 내용이었다.


- 아프리카가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곳에서 최근 미스터 할리우드의 투자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우리는 아프리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198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시골에 사는 한 흑인여인의 자립투쟁을 그린 영화 <컬러 퍼플>과 영국 식민지(케냐)에서 펼쳐진 낭만적 사랑과 모험을 그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두 편이 수상후보작으로 지명됐었다.

<컬러퍼플>은 단 하나의 상도 수상하지 못했고,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지만 정작 아프리카인들은 엑스트라만도 못하게 묘사된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7개 부문을 휩쓸었다.

류지호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여주인공이 가진 아프리카에 대한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따라서 영화를 썩 좋아하진 않는다.

야만의 아프리카 사람들을 문명인 백인이 가르쳐야 할 교화 대상으로 보기에.


[우린 소유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스쳐갈 뿐이지....]


남자 주인공이 영화에서 한 말이다.

영화의 메시지를 담은 대사이리라.

영화 내내 온통 백인의 우월한 시선으로 아프리카를 묘사한 주제에 남자주인공 캐릭터를 통해 서방의 식민지 정책을 비판하고, 카렌이 덴마크로 떠나기 전 ‘마님이라고 하지 말고 카렌이라고 말해주렴’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평등의 메시지를 전하며 착한 영화인 척하는... 너무나 백인 중심적이고, 백인만을 위한, 백인의 의한, 백인 만세! 그런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포함 7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었다.

류지호의 삐딱한 시선으로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결코 낭만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


알게 모르게 아프리카를 무시하거나 때론 경멸하는 눈으로 보고 있지는 않는지.

단지 경제적으로 아프리카가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태도를 바꿔야 하는 것은 위선은 아닐지.

아프리카 사람들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대지 위에서 우리와 똑같은 가족애와 윤리를 바탕으로 살아온 똑같은 인간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의 가난을 동정하기 이전에 그들을 동등한 이웃으로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케냐를 떠나는 부부는 생각했다.


❉ ❉ ❉


아프리카 봉사활동이라 쓰고 순방이라고 읽는 일정의 마지막 종착지 에티오피아.

아프리카의 허브공항을 꿈꾸며 2003년 야심차게 개장한 Bole공항에 류지호 일행이 도착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과 사증(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았다.

때문에 비자를 주한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발급 받아야 한다.

2002년 에티오피아 대사관이 한국 공관을 폐쇄하고 일본 도쿄 공관에서 한국 업무를 겸임토록 한 적이 있었다.

아네모네 프랜차이즈에서 이태원의 한 건물을 구입해 에티오피아 대사관에게 무상 임대했다.

당시에 대사관 직원 월급도 줄 수 없는 처지였다.

아네모네 프랜차이즈가 대사관 직원 월급의 절반을 지원했다.

창업자 채연지 부부와의 인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아디스아바바 방문을 환영합니다!”


공항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채연지 부부를 비롯해, 아디스아바바 주재 가온그룹 직원들, 가온 및 다울재단 봉사단원들, 현지 직원들, 한국 대사관 수뇌부, 교민 대표, 한국전 참전용사회, 코리아 빌리지 대표, 에티오피아 외교부 관계자들... 또 국영 Ethiopia TV는 물론이고 서방언론 BBC, CNN 등의 취재팀 100여 명의 환영인파가 로비를 가득 채웠다.

한적하고 조용한 공항이 환영 인파로 인해 일순 시끄러워졌다.

현지 어린이 둘이 류지호와 레오나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으아메세끼날로(고마워요).”


부부가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었다.


찰칵찰칵!


그리고 공항까지 마중 나와 준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아줌마!”


레오나가 채연지에게 쪼르르 달려가 서로 포옹을 했다.


“어서와. 레오나.”


류지호가 채연지의 남편 함민수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어요?”


함민수가 껄껄 웃으며 인수를 받았다.


“하하. 누구 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있다네.”


두 사람 다 적당히 그을린 피부색 때문에 건강해 보였다.

아디스아바바는 해발 2,300m에 위치했다.

고산병이 있는 관광객은 처음 도착하면 조금 힘들어 한다.

그럼에도 날씨가 일 년 내내 좋기 때문에 사람이 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공항에서 떠들썩한 환영인사를 받은 류지호 부부는 채연지 부부와 같은 차량을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차량 번호판의 넘버 색깔이 무지개에요?”


차량마다 차량 넘버 색깔이 제각각이다.


“해외 기업가나 투자자가 타는 차량은 녹색, NGO 등록된 차량은 오렌지색, 외교관 차량은 푸른색이야.”

“번호판이 다르면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지 않나요?”

“그 반대를 노리고 시행하나봐.”


간판은 영어와 에티오피아 고유 문자인 암하릭어가 병기되어 있다.

제법 잘 포장된 편도 3차선 아스팔트 도로와 저 멀리 보이는 고층빌딩을 확인하고 류지호가 물었다.


“여기가 에티오피아 수도가 맞아요?”

“아프리카의 UN이라고 할 수 있는 AU 본부가 있는 곳이야. 외교공관만 100개가 넘어. 최근 몇 년 간 중국이 도로며 빌딩을 얼마나 많이 지어줬는데.”


채연지가 마치 제 나라를 자랑하기라도 하듯 의기양양하게 설명했다.

류지호는 에티오피아를 해외 원조가 없으면 당장 망할 정도의 최빈국이라고 알고 있었다.

헌데 아디스아바바는 제법 규모 있는 메트로폴리탄처럼 보였다.

예상했던 것과 딴 판에 조금 놀랐다.

함민수가 다소 씁쓸한 어조로 설명했다.


“집사람과 이곳에서 지낸지 햇수로 6년째가 되어 가는데, 정치상황이 마치 구한말 조선 같이 느껴진다네. 강대국의 정치적 입김이 많이 작용하고 있지. 북부에서는 중국이 유전을 개발하고 있고, 유럽 기업들도 천연가스, 다이아몬드, 우라늄, 구리 등을 캐가고 있지. 절망의 땅에서 지구상 마지막 성장엔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이곳에서 어찌나 자랑이 심한지.”


자원이 있어도 개발을 못하던 에티오피아였다.

자원빈국으로 알려졌던 에티오피아에서 광물자원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강대국들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중국의 경우 구호활동으로 이미지를 쇄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알짜배기 사업에 진출을 꾀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내부 사정은 부정선거 및 폭탄 테러, 작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점령 등 상당히 복잡했지만.


“그러면 뭐해요. 하루 1달러로 겨우 연명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겉으로는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곤 있다.

여전히 에티오피아는 최빈국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항에서 호텔로 향하는 도로 저 멀리로 아시아 사람들이 한창 도로를 깔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에티오피아에서 도로를 깔 거나 빌딩을 건설하는 일은 거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하고 있다고 보면 돼.”

“그래서 대도시든 시골이든, 현지인들은 아시아인을 보면 무조건 ‘차이나’라고 부르지.”

“여기서 나름 지식인에 중산층이라는 사람들은 중국인들이 도로를 깔면 금방 갈라지고 움푹 파이는 통에 신뢰할 수 없다는 애기를 하면서도 중국의 가격 경쟁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

“한국기업 중에 경남엔지니어링이 지방에서 도로를 공사 중이지 않아요?”


경남엔지니어링의 대주주가 대유가온건설이다.

대유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며 채권은행이 대주주가 될 뻔했지만, 가온그룹이 대유건설을 인수합병하며 지분을 그대로 보전하게 됐다.


“한국 기업이 공사한 도로는 여기서는 명품 도로로 인정받고 있다네.”


함민수가 툴툴거렸다.


“내가 아프리카 나라를 많이 돌아보진 못했지만, 유독 에티오피아에 중국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아. 공식적으로 7,000명이라는데 내가 볼 때는 그 배는 될 것 같아. 중국사람들이 일하러 오면서 바리바리 싸들고 있는 메이드인차이나 제품들이 아주 아디스아바바를 점령한지 오래야.


에티오피아는 공산품을 거의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채연지가 끼어들었다.


“질이 좋지 않은 중국산 덕분에 한국에서 온 물건들은 이름 없는 중소기업 제품도 명품 취급을 받잖아요.”


에티오피아와 한국은 수교를 맺은 지 수십 년이 흘렀다.

한국전쟁 참전국으로써 예우도 해주고 있다.

헌데 경제 분야의 교역량은 그리 많지 않다.

아네모네 프랜차이즈가 커피를 수입한 이래로 매해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곤 하지만.


부우웅!


차량 행렬이 4성급 호텔인 Ghion으로 들어갔다.


채연지가 몹시 미안한 투로 레오나에게 물었다.


“Springfield Hotel로 가지 않아도 돼?”


작가의말

내일부터 주말까지 두 편씩 올라옵니다.

지금까지 페이스 대로 무사히 연참대전 마무리하겠습니다.

따뜻하고 훈훈한 크리스마스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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