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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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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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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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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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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하지 말라!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민중의 적 : 할렐루야>를 보고 어떤 교회를 암시하는지 단박에 알아차리진 못한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일반인들은 더더욱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류지호가 모티브를 얻은 두 대형 교회 신도들은 영화 전반부만 보고도 자신이 다니는 교회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두 교회 내부에서 누가 영화사에 협조했는지 배신자를 색출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배신자 색출 작업은 쓸데없는 갈등만 유발했다.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으니까.

<민중의 적 : 할렐루야>는 류지호가 이전 삶에서 썼던 미스터리 스릴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다.

그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매주 두 교회예배에 위장 출석하며 취재를 했다.

오다가다 주워듣게 되는 이야기와 언론에서 취재해 보도된 내용들을 토대로 썼지만, 끝내 영화화 되지 못한 불운의 시나리오였다.

<도가니> 풍의 내부고발 영화였는데, 비슷한 시나리오가 충무로 바닥에 발에 치일정도로 많아서 관심을 끌지 못했다.

사실 <도가니> 흥행 성공을 보고 자극을 받아 쓴 시나리오라서 짝퉁 느낌도 강했고.

어쨌든 기독교단체와 함께 두 교회까지 나서서 시위를 해대니 몰랐던 국민들도 알게 됐다.

연일 이어진 시위는 목사와 신도들 스스로가 영화 속 배경이 자신들의 교회라는 것을 실토한 꼴이다.

작년에 이미 <다빈치 코드>로 큰 홍역을 치룬 WaW 엔터테인먼트다.

<다빈치 코드> 개봉 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안에 다빈치코드특별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서 극심하게 반발했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영화상영금지가처분신청은 기각됐다.

기독교 단체들은 이에 불복해 <다빈치 코드> 안 보기 운동을 펼쳤다.

<다빈치 코드>는 국내에서 3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참고로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의 제휴영화사 작품인 <다빈치 코드>는 1.2억 달러 예산으로 만들어져 글로벌 박스오피스 7.6억 달러를 거뒀다.

보수당도 영화에 크게 반응했다.

영화 속 유력 대권후보가 이선택을 떠올리게 했기에.

재벌그룹 사장 출신의 정균택(최종원 역) 배역은 공적인 자리에서 종교편향 발언을 수차례 해 큰 물의를 빚을 정도로 나름 신앙심이 깊은 인물로 묘사되었다.

영화 속 대형교회 안에는 금융인 모임, 건설인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이 존재한다.

정균택 후보가 그들에게 입각을 약속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전 삶의 일명 ‘고소영’ 내각을 암시한 것이다.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이선택 후보의 여러 의혹들과 맞물려서....

그가 청년학생 연합기도회에 참석해 봉헌사를 낭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나라는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나라이며, 국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이 나라의 교회와 기독인들은 우리의 나라를 지키는 영적 파수꾼임을 선포합니다. 이 나라의 회복과 부흥을 꿈꾸고 기도하는 기독 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우리의 나라를 하나님께 봉헌합니다.]


자유국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몇 년 전 이선택은 기독교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 한국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다.

이 내용은 주가조작 사건과 함께 경선과정에서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온 사방에서 <민중의 적 : 할렐루야>를 비판하고 억지를 부리는 가운데 영화를 연출한 조세민 감독은 비교적 차분하게 처신했다.


“저도 기독교인이에요. 그런 제가 그리스도의 신성과 성경에 대한 어떠한 훼손이나 모욕을 할 수 있겠어요? 제 영화가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 심각하게 침해했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이번 영화는 종교를 다룬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종교를 떠나서 신의 행사를 빙자해 인간의 욕심을 차리려는 것은 문제잖아요. 우리 모두는 인간으로서 욕망과 약점을 갖고 있어요. 누구나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상황을 두고 누군가 제게 그래요. 이렇게 심하게 반대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에요. 신앙의 자유가 있듯 표현의 자유 또한 있는 겁니다.”


영화 속에서 강철중이 말했다.


[하나님을 상대로 한 사기죄는 죗값을 따따따블로 받을 거다...! 현세에는 괜찮겠지 목사는 죄를 지어도 속세 사람들에게 타치를 잘 안 받으니깐! 근데 죽어서 하나님 앞에 딱 가봐. 그 양반 보기 떳떳하겠냐? 명색이 목사였다는 새끼가 말이야, 쪽 팔려서 어뜩하냐.....]


사이비 종교계에만 맹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정통 교단의 맹신이 더 위험한 법이다.

일반적인 사람은 양심에 가책을 느끼기 때문에 삶의 희망이 있다.

그런데 죄를 지어도 회개하면 사함 받을 수 있다는 맹신자들에겐 양심이란 것이 없다.


“진리는 주님의 말씀에 있어요. 말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인간의 세치 혀에 있지 않고. 교회 공동체는 전 지구적으로 보면 아주 사소한 공동체일 뿐입니다. 제 생각에는 가정보다 소중하지 않습니다.”


조세민 감독이 배우들과 한 이야기였다.

기독교계와 두 대형교회의 갖은 압력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적 : 할렐루야>는 전국 38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다.

비록 전편들의 흥행성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적이다.

보수 기독교단체의 시위와 각종 언론의 비판기사가 노이즈마케팅 노릇을 톡톡히 했다.


“다음 영화가 또 만들어진다면 출연 안 해. 아주 내가... 시달린 걸 생각하면.”


설형기 배우는 4편 출연 고사선언을 했다.

두고 볼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영화 역사상 4편까지 만들어진 프랜차이즈 시리즈는 없다.

류지호는 이미 4편의 초고를 김윤희 창작팀에 보내 놓았다.

한창 작업 중이다.

4편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소유한 초대형 사학재단과 맞서는 강철중의 좌충우돌을 그리게 된다.

인천의 제물포에 존재했던 모 사학재단의 부패와 비리사건들을 모티브로 했다.

이 재단의 이사장은 대한민국 국군 창설 원로이자 보수진영에서 한국전쟁 영웅이라 추앙하는 예비역 대장의 동생이다.

영화에서는 형의 이력과 혼합할 예정이다.

즉 만주국 군인 장교로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던 이력과 항일세력을 무력으로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점, 이후 유신정권과의 인연 등을 영화에 교묘하게 녹여내게 된다.

또한 우리 현대사에 어두운 부분 중에 하나인 친일파들의 사학재단 침투를 슬쩍 건드릴 예정이다.

구한말 많은 사립학교들이 세워졌다.

제국 열강의 침략 앞에 근대화와 독립이라는 구국의 차원에서 인재를 기르기 위한 방편으로 학교가 많이 만들어졌다.

과장 좀 보태서 동네마다 하나씩 만들어졌을 정도다.

그러나 일제로 인해 사학이 탄압을 받고, 그 결과 5천여 개에 이르던 사학이 거의 문을 닫게 되었다.

‘민족 사학’의 싹은 이 때 다 잘렸다.

식민 지배와 분단, 전쟁을 치른 대한민국은 헐벗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라 국민을 모두 교육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꿨다.

교육에 대한 욕구는 열화같이 일었으나, 정부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육영사업에 투자하는 토지는 토지개혁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다.

일제 치하에서 수많은 백성들이 굶주려 죽는 상황에서 일제와의 짬짜미 속에 토지를 늘려온 지주들은 너도나도 토지 몰수를 피해 사학을 설립했다.

그리고 마치 봉건 영주가 작위를 후손에게 물려주듯이 대를 이어오고 있다.

나쁜 경찰이었던 강철중은 더 나쁜 악당들을 혼내주면서 철이 들 수 있을까.


‘강철중이 은퇴할 때까지도 절대 철이 들 수 없을 거야.’


결코 이 사회에서 ‘민중의 적‘이 사라질 리가 없으니까.

암튼 <민중의 적>의 새로운 시리즈는 2009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연출은 <이니셜 D>를 작업했던 박상우 감독이 내정되어 있다.


✻ ✻ ✻


‘아프리카가 중국화 되고 있다고 하더니....’


류지호 일행이 중앙아프리카로 이동하며 가장 많이 본 외국 관련 표시는 중국의 오성홍기다.

중국은 수십 년 전부터 아프리카에 수백 억 달러를 퍼붓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차관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기반시설 및 대형 인프라를 건설해주고, 그 대가로 자원개발권을 획득하거나 원유 같은 원자재를 직접 받는 자원담보차관 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아프리카 자원공략에 뒤늦게 뛰어든 중국은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짐바브웨 같이 정치상황이 불안하거나 자원경쟁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틈새 신흥자원부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사회주의 1당 독.... 국가와 아프리카의 정부들이 궁합이 잘 맞나 봅니다...?”


탄자니아 경제수도 다르에스살람에 세워진 JHO Hotel 사장이 대답했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제재의 틈을 잘 파고든 면이 컸습니다.”


오너인 류지호의 허락을 받은 JHO Security Service는 자금세탁이나 비자금 조성을 위해 해외 호텔 및 리조트 사업에 진출했다.

아프리카에 출장 온 사람들이 묵을 만한 호텔이 너무 적다는 것을 간파했다.

따라서 대도시 위주로 안전하고 쾌적한 호텔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한 곳이 다르에스살람의 호텔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자원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인프라, 농업, 제조업, 금융에서부터 식당, 양품점, 약국, 슈퍼마켓, 기타 영세사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 등 서방국가와 일본이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날로 커져만 갔다.


“자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측면에서 지원해 주고 있는데 여기에는 정책은행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수출입은행(EXIM)이 전체 차관의 40%를 아프리카에 할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국가개발은행(CDB)은 무려 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아프리카 개발펀드를 조성하여 자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지원해 주고 있다.


“중국공상은행(ICBC), 중국건설은행(CCB), 중국농업은행(CAB) 등 국영상업은행들도 아프리카 지원사업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고 싶은가 봅니다?”


비꼴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나름 자원만 빼앗아가는 침략자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이미지메이킹에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공자학당을 열심히 진출시키고 있거든요.”


공자학당(Conficius Institute)은 중국의 문화와 담론을 전파하는 소프트파워의 거점이다.


“얼마나 진출해 있습니까?”

“재작년 케냐 나이비로 대학에 첫 공자학당이 설립된 이후, 최근까지 다섯 개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참고로 보스의 모국인 한국과 관련한 학과는 아프리카 대륙에 단 두 곳에 있습니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 대학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대학 두 곳에 개설되어 있습니다.”

“오호. 한국 정부나 KOICA가 아프리카에서 일 좀 하는 모양이네...!”

“아닙니다. 보스께서 지원했습니다.”


뭐만 했다하면 다 류지호가 했단다.

정작 본인은 아프리카에 와서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었고.


“중국은 공자학당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형 시장경제발전 모델’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이나 유럽 혹은 국제기구의 개혁요구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독재 정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류지호가 전개하는 자선사업은 국가가 행하는 것처럼 대규모 원조 등을 통한 ‘하드 파워’를 아프리카에서 확산할 이유가 없다.

소프트 파워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아프리카에서 JHO와 가온의 협력을 잘됩니까?”

“호텔리조트, 영상미디어, IT 분야에서 긴밀하게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미국과 관련한 학과는 수도 없이 많을 테고, 가온그룹과 함께 한국문화와 관련한 수업을 많이 만들어 봅시다. 남아프리카에서 불고 있는 한국 드라마 열풍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군요. 가능하면 공자학당보다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가온그룹의 아프리카 담당자와 논의해보겠습니다.”


류지호가 얼어 죽을 시점 기준으로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18개국, 23개의 공자학당을 운영했다.


“일부 중국의 아프리카 원조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봅니다만. 중국의 대규모 원조 및 차관, 인프라 건설, 교역 확대를 통해 아프리카가 성장 기회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에서도 반중국 정서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냉정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구권 국가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원조피로를 겪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때, 중국의 대규모 투자는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커다란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연간 200억 달러를 아프리카에 무상원조(ODA)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연간 91억 달러를 지원한다.

일본은 연평균 17.5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지만, 향후 157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연간 약 1.2억 달러를 아프리카에 무상원조로 지원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들 국가와 경쟁할 수 없다.


“.....음.”


류지호가 소유한 기업들이 아프리카에서 펼칠 사업은 한정적이다.


“미래를 내다보면 그렇지도 않을 것 같긴 한데...”

“뭐라고 하셨습니까?”

“20년 후 즈음 JHO의 성장이 정체된다면 아프리카 대륙이 신동력을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위성방송, 위성인터넷, 멀티플렉스 같은 것들이 유망해 보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지역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기업행태가 현지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잠비아의 경우 2005년 구리광산 노동자들 52명이 사망한 후 중국 기업이나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없었던 일 때문에 노동자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파업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잠비아는 반중국 정서가 가장 극심한 아프리카 국가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저렴한 소비제품을 대거로 판매하는 현지 중국 상인들의 독점으로 인해 현지 상인들의 불만이 폭증되고 있었는데, 세네갈의 경우는 상인조합의 압력으로 중국 이민을 제한하는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특히 몇 세대에 걸쳐 정착한 중국 상인들과는 달리 최근 이주하고 있는 중국 상인의 횡포와 무례함 그리고 교만으로 인해 최악의 평판을 듣고 있으며 즉각적인 반발과 반감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아프리카의 호텔이 당장 돈을 벌지 못해도 십 년만 버티면 괜찮을 거라고 봅니다. 향후 10년 안에 다국적 호텔 체인들끼리 아프리카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때 가서 손해 본 것까지 쳐서 그들에게 비싸게 팔아 넘겨도 됩니다.”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결점을 보고 자기 결점을 고친다고 했습니다. 기업적 이익으로 돈벌이에만 국한 될 경우 JHO라고 실패하지 말란 법 없습니다. 상생까지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현지화에 노력해 봅시다. 열매를 딴다는 생각은 지우고 농부의 마음으로 씨앗을 심고 나무를 정성스럽게 키워봅시다.”

“옛! 보스.”


중국 대사관 직원으로 들어온 공안 정보원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

굳이 길게 중국 험담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었다.


❉ ❉ ❉


8월 중순.

류지호 일행은 여전히 탄자니아의 경제 수도 다르에스살람에 머물고 있다.

사실 탄자니아의 법률 상 수도는 도도마라는 곳이다.

그런데 각국 대사관과 공공기관들이 다르에스살람에 소재하고 있다.

도도마로 이전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실질적인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다르에스살람에 류지호 일행이 머무는 것은 당연했다.


끼이익.


류지호가 탑승한 차량 행렬이 탄자니아 정부청사 앞에 멈췄다.

JHO Security Service CEO 도널드 제이콥이 류지호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다른 차량에서 의장실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와 호텔&리조트 사업 부문 사장이 내렸다.

일행은 탄자니아 외교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접견실로 향했다.

류지호 일행이 안내된 접견실에는 탄자니아의 총리부터 외무부 장관, 교통건설 장관, 에너지부 장관, 투자경제장관, 관광자원장관, 방송통신장관 등 20여명이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 부통령을 제외한 탄자니아를 움직이는 실력자들이 모두 모였다.

이 자리가 마련된 것은 JHO Hotels & Resorts와 탄자니아 정부 간 총액 1.6억 달러 상당의 관광산업활성화 MOU 체결 건 때문이다.

JHO Hotels & Resorts는 JHO Security Service의 자회사다.

탄자니아 중심도시 다르에스살람에 호텔을, 빅토리아 호수 인근에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다.


“미스터 류, 탄자니아의 제반 인프라는 아프리카에서 꽤 준수한 편입니다. 또한 구호사업과 관광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들 기준으로는 꽤 훌륭한 인프라겠지만.

류지호가 보기에 자신의 어린 시절 즉 70년대 인천의 사정보다 못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의 영혼'으로 불린다.

아프리카의 지붕으로 불리는 킬리만자로 산을 비롯해, 세렝게티, 응고롱고로, 미쿠미 국립공원 등 16개의 국립공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세렝게티, 킬리만자로, 셀루스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탄자니아의 관광산업은 전체 국가 수입에 3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지만, 관련 인프라가 형편없는 수준이다.


“탄자니아는 인도양 연안의 천연관광 입지조건, 북부와 남부의 광대한 동물보호구역, 킬리만자로 산, 잔지바르 등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고, 정부의 관광객 유치 노력으로 관광산업이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숙박, 교통시설 및 투자 등이 부족한 바, 다양한 국가와 기업들의 투자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탄자니아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연간 90만 명 수준이다.

관광수익은 미화로 8억 달러 안팎이고.


“우리 정부는 2010년까지 관광객 1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숙박, 교통시설 개선 및 홍보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며, 지금도 노력 중입니다.”


최빈국이 모여 있는 아프리카라고 해서 인터넷이 안 되고, 서양 뉴스를 못 보는 것이 아니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장관들은 JHO가 배급한 영화들을 좋아하고, DVD 패키지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본래는 JHO Hotels & Resorts 사장만 참석하기로 된 체결식이었다.

헌데 탄자니아 관료들이 MOU 체결을 미루고 또 미뤄왔다.

류지호 부부의 아프리카 방문에 맞춰 무례를 무릅쓰고 반 사정하다시피 해서 체결식에 참석하도록 만들었다.

류지호의 참석만으로 아주 좋은 대국민홍보 이벤트가 되기에.

탄자니아의 모든 매스컴이 총동원되었다.


“Ruaha, Mikumi, Udzungwa 국립공원 도로 인프라 구축, 다리건설, 공항 및 항공편 신설 등이 중국과 협의 중에 있으며, 이로 인해 관광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유가온건설은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다.

중국의 로비를 이길 수도 없고, 공사대금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기에.


“우리 정부는 인도양에 접하고 있는 해변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것입니다. 케냐의 뭄바사나 모로코, 그리스, 터키 등처럼 훌륭한 호텔이 많이 들어서길 기대합니다.”


탄자니아 관료들은 류지호에게 다양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류지호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남아공을 제외하고 케냐와 탄자니아는 꽤나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 기준에서다.

류지호가 보고 받기로 탄자니아에서는 불법 여행사들이 성행하고 있다.

탄자니아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현지인 95%가 직업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천연의 관광자원을 가지고도 최악의 서비스를 행하고 있다.

탄자니아에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JHO 같은 외국계 호텔 역시 직원들 서비스 교육이 골칫거리다.

따라서 JHO Hotels & Resorts는 숙박 및 관광 분야 직업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기관을 만들기로 탄지니아 정부와 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관광활성화 기치를 내건 주제에 탄자니아에는 대학뿐만 아니라 관광 관련 전문교육기관이 전무했다.

따라서 JHO Hotels & Resorts는 탄자니아에 관광 전문교육 기관을 설립하고, 대학에 관련 학과 개설을 후원하며, 진출하는 관광지에 도로 및 관련 인프라 건설 및 개선에 협조하기로 한 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크게 인연도 없는 탄자니아에 마구 퍼줄 생각이 없는 류지호다.


“탄자니아가 세계적인 관광지를 보유하고도 경쟁력이 하위에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류지호가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막연한 말 같지만, 관광산업의 기업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탄자니아 정부의 관광산업 발전계획 초점 역시 기업환경 개선에 맞춰져야 할 것 같습니다. 탄자니아는 자연매력도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2위의 영광을 차지했죠. 실제 관광 만족도나 서비스에서는 139개국 중 120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관광객 수가 9억 명인 것에 비해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탄자니아를 찾은 관광객 수는 불과 0.1%에도 미치지 못하죠.”


류지호의 직설적인 현실 진단에 장내가 싸늘해졌다.

MOU를 체결하는 마당에 굳이 저런 말을 해야 하는 것인지.


“JHO Hotels & Resorts는 탄자니아 당국과 관광자원을 어떻게 상품화 할지 문제의식을 공유할 겁니다.”


관료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첫째 숙련된 서비스업 근로자, 전문성을 갖춘 인력 양성이 시급합니다. 그와 관련한 전문 교육기관을 순차적으로 설립하고 후원할 겁니다. 둘째, 관광지와 교통이 원활할 수 있도록 도로를 신설 또는 정비하고, 항공사를 추가 유치해야 합니다. 호텔 및 식당은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보다 더욱 많은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한 관광인프라 시설 개발도 해야 합니다. 셋째, 동아프리카 각국은 경쟁적으로 관광객 유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경쟁이 능사가 아닙니다. 공동유치 전략도 필요합니다. 특히, 각국이 보유한 관광자원을 패키지로 만들어 공동홍보하거나 관광비자를 동아프리카 국가 한 곳에서만 받아 동아프리카 전체를 제한 없이 관광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넷째, 날로 증가하는 범죄율을 하루 속히 낮춰야 합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에서 그나마 치안이 안전한 나라로 알려졌으나, 많은 외국인들이 현지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 합니다. 다섯째,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히 추진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탄자니아에서 여행업을 하려면 12가지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세금이 이렇게 무겁다면 관광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탄자니아 관광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개선점을 조언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요구조건이다.

그것들이 일정 부분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도 담겼다.

탄자니아 관광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돈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2010년대 중반 이후를 내다보면 충분히 투자해볼 만하긴 하지만.

JHO Company Group의 주력은 엔터테인먼트다.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할 필요도 바다를 통해 컨테이너를 이동시킬 필요가 없다.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10억 명이다.

십 년 후 12억 명까지 늘어난다.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등 5개 국가가 회원국인 EAC는 지난 2004년 관세동맹을 출범시킨데 이어 회원국 간 상품, 노동,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공동시장을 협의 중이다.

만약 EAC 국가 간 공동시장이 실현된다면 인구 1억3천만 명 이상, 국내총생산(GDP) 75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JHO Company Group 신사업개발팀에서 EAC 5개국의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 규모를 대략 3,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JHO Company Group이 생산하는 다양한 콘텐츠의 잠재적 고객들이다.

탄자니아와 케냐는 국가차원에서 디지털 방송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위성방송 진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탄자니아에 기대감이 커서 나도 모르게 주제넘은 참견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주 좋은 조언입니다.”


총리가 직접 류지호를 임시로 마련한 MOU 행사장으로 안내했다.

탄자니아의 주요 언론사들이 모두 운집해 있었다.

류지호(JHO)가 탄자니아 정부와 관광산업 투자와 관련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실이 아프리카를 넘어 외신으로 전 세계에 타진되었다.

참고로 제8대 UN사무총장은 한국인이다.

한국인 사무총장은 탄자니아의 외무장관을 UN사무부총장으로 임명했다.

현재 탄자니아 출신이 UN의 내각을 이끌고 있다.

그 인연을 통해 한국과 탄자니아가 돈독한 관계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관심을 기울인다는 전제 하에서.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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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79 모란
    작성일
    23.12.22 09:59
    No. 1

    아프리카 시장도 매력적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베신죠
    작성일
    23.12.22 13:42
    No. 2

    본문에 민중의적 4탄 제작 얘기가 나오는데 오타같아요.. 형사 검사 기자 할렐루야에 이어 5탄이 아닌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트뤼포
    작성일
    23.12.22 23:53
    No. 3

    소설에서는 검사 강철중은 제작되지 않았습니다. 그걸 대체한 것이 기자 직업의 엠바고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2.22 15:49
    No. 4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2.23 05:47
    No. 5

    아프리카 에 우물을 파면 ngo 사람들 물러가면
    권력자들이 모두 차지하고 돈 받고 물 팝니다.
    교육을 시켜놓으면 반란군이 와서 쓸만한 인재라고
    데려가고 솟 쓸 방법이 없는 지옥 입니다.
    하는게 서로 죽이고 노예로 삼앞살고 부리는것
    밖에 모릅니다.
    90년 부터 아프리카를 살리자고 투지한 물자나 사람
    들만 따져도 다른 대륙 몇개는 먹여 살렸을 겁니다.
    그냥 도와주지 말고 내버려 두세요.
    살려고 그들 스스로 발악을 해야 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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