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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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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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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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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Change The Future!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는 영화를 제작할 때만큼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는다.

주로 프로덕션 오피스로 출근해왔다.

헌데 센추리시티로 옮기면서 집무실과 프로덕션 오피스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할리우드 감독과 시나리오 각색 혹은 윤색작업 계약을 맺게 되면 특급호텔 객실이 작업실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호텔의 풀 서비스를 받으며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당연히 A-List에 이름을 올린 류지호에게도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뉴욕 신혼살림을 정리하고 LA로 넘어온 류지호는 벨에어 골프클롭 인근 언덕으로 이사했다.

전에 살던 메가멘션을 작업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지인들에게 파티룸으로 내주기도 하고.

한국에서 오는 지인들 숙소 내주기도 한다.

류지호가 업무를 보는 곳이 이사회 의장실이 된다.

캘리포니아에 머문다면 센추리시티 MSM 본사빌딩이, 한국에서 지낸다면 상암동 WaW 엔터테인먼트 본사가, 일본에 머문다면 도쿄 JHO 지사가 오너의 집무실이 된다.

유럽에서는 런던의 유니벌스뮤직그룹 본사가 있고, 프랑스 파리 JHO 유럽총지사가 있으며, 독일 베를린 지사 등도 몇 차례 이용했다.

동남아시아 몇 개 국가와 심지어 중국에도 언제든 류지호가 사용할 수 있는 집무실이 마련되어 있다.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에는 아직 거점 국가가 없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 출장을 가게 되면, 숙박하는 호텔에 집무실이 마련되었다.

이제는 전 세계 곳곳에 JHO와 가온그룹 지사들이 존재하고 있다.

호텔은 온전히 휴식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업무공간과 숙소를 이원화 한 것을 두고 비효율적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류지호는 글로벌 복합미디어그룹 오너이자, 투자계의 큰 손이고, 영화제작자 겸 감독이며, 자선사업가이자 태권도인(?)이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직업이 더 있다.

챙겨야 할 업무가 상당하다.

류지호가 출장을 다니면 많게는 15명의 수행원들이 이동한다.

뉴멕시코의 J&L Bell Ranch에서 문명과 떨어져 휴식을 취해도 바로 곁에서 비서가 대기한다.

급박한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사람들이 간혹 묻는다.


“수많은 수행원들과 항상 함께 다니는 것이 불편하지 않습니까?”

“저들과는 원 팀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문제를 함께 극복한 전우이기도 하고.”


조금만 나태해지면 도태되는 곳이 비즈니스 세계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라면 다양한 이슈를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매일 수 십 건의 결재서류에 서명을 해야 하며, 주요 사장단과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고, 식사를 누구와 할 것 인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실제 JHO Company Group의 중간지주회사 회장들은 오너인 류지호보다 더 바쁘고,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으니까.‘


류지호는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입장이지 책임을 지는 신분이 아니다.

JHO와 가온그룹의 수백 명의 경영자들은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경영현장에서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고, 그 결과인 경영성과로서 책임져야 한다.

아직까지는 경영성과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고경영자는 없었다.

대신 인센티브를 챙겨가는 이들은 수두룩했다.

보너스를 듬뿍 챙겨간다는 의미는 두 그룹이 주춤하는 기색 없이 매년 쭉쭉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트라이-스텔라와 UMG의 성장세가 정체기에 들어선 것 같긴 하지만.’


사실 획기적인 신사업 진출이나 대규모 M&A가 없다면, 두 사업 분야에서 90년대 수준의 성장세를 기대하긴 힘들다.

비단 두 기업의 고민만은 아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적인 상황이 그랬다.


삐이-


인터폰이 울렸다.


- 보스. NCN 신임 CEO가 방문했습니다.

“들여보내세요.”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40대 초반의 한국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가 넙죽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의장님!”

“반갑습니다. 최 대표.”


류지호가 남자와 악수를 나눴다.

남자는 NCN(Nave Com Network) 신임 대표이사 최호영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창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을 대신해 대한민국 대표 포털사이트 NAVE의 지주회사 NCN 코퍼레이션의 최고경영자가 된 인물이다.

2000년에 몇 개 벤처기업들과 합병해서 탄생한 NCN 코퍼레이션은 2004년 6월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2000년 인수합병이 벌어질 때, 오성 관계사들이 투자한 새롬과 NAVE를 합병시켜 사실상 오성그룹의 관계사화 하려고 했던 오성의 사업구상이 좌절되었다.

류지호가 새롬이 보유하고 있던 NAVE 지분을 모두 확보하고, 오성SDS와의 관계마저 단절시켜버렸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사무실로 쓰고 있던 테헤란로의 가온파이낸스 빌딩을 작년에 떠나 분당 벤처타운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자본력을 갖추게 된 NCN 코퍼레이션은 성장 한계에 다다른 국내를 떠나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2005년에는 미국에도 진출했다.

Yaaho!와 Googol이 장악한 포털과 검색 시장에서 살아남기 역부족이었다.

결국, 일본과 미국의 검색 서비스를 중단했다.

커뮤니티 서비스만 남겼다.

2005년 하반기에 일본의 사이트도 폐쇄하며 첫 해외 도전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대신 국내에서는 수익성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공격적인 벤처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서비스를 늘려가며 사세를 확장했다.

마침내 한국에서는 인터넷은 곧 NAVE가 되었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쥐게 되었다.


“올해 대한민국 인터넷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할 예정이라죠?”

“국내 검색 포털 점유율 60~70%에 달했으며, 블로그·카페 등의 서비스에서도 경쟁사를 앞섭니다.”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코스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옮긴다고요?”

“예.”


벤처기업이 아닌 완전히 주류 중견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에 발맞춰 창업주가 신임 최고경영자를 내세우고 이사회 의장 및 최고전략담당으로 머물면서 겉으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임명된 최호영은 선임되자마자 미국 LA에 머물고 있는 사실상 NCN 코퍼레이션의 최고 권력자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날아왔다.

차를 마시며 NCN 코퍼레이션의 사업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사세가 커지면서 전문회사를 설립하거나 모회사를 분할할 필요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2004년 게임 개발 스튜디오 NCN게임즈를 설립했고, 2005년 인터넷 서비스 전문 기업 NCN서비스를 설립했으며, 내년엔 NCN의 핵심수익사업인 광고부문을 따로 떼어내어 NCN 비즈니스 플랫폼(NBP)을 설립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NAVE재팬에 가온그룹 일본 법인이 10억 엔 출자하는 것은 이사회에서 통과가 되었습니까?”

“예. 의장님.”


NCN 코퍼레이션 입장에서 이미 일본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온그룹과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것이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의장은 뭐랍니까? 대주주 횡포라고 안 합니까?”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창업자이자 이사회의장으로 물러난 이도우는 일본진출 실패에 이어 몇 가지 경영 실책을 더 저질렀다.

2004년 해외에 자회사 'NCN글로벌'을 세웠는데, 조세회피처 케이맨제도에 만든 페이퍼컴퍼니였다.

NCN 코퍼레이션이 이 회사가 투자하는 형식을 통해 중국에 게임포털 '아워게임즈'를 세우고, 총 1,20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NAVE 매출의 절반이 넘는 대규모 투자였다.

얼마 안 되어서 지분을 중국 현지 업체에 팔고 철수했다.

이 투자의 손실액만 1,000억 원 안팎.

이전 삶에는 이런 투자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번에 달랐다.

대주주 류지호가 대리인을 통해 그 문제를 추궁했다.

NCN 코퍼레이션의 이도우는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2002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받은 적이 있다.

NAVE가 성인만화·음란사진을 유포했다는 혐의였다.

2년 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금방 최고경영자로 복귀했다.

그리고 야심차게 출범시킨 글로벌 자회사는 모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이전 삶에서 NCN 코퍼레이션의 지분구조는 꽤나 복잡했었다.

이도우는 4.64% 지분으로도 NCN 전체를 지배했다.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한 20~30% 이상 지분율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도우는 적은 지분율로 NCN과 계열사를 지배했다.

비결은 자사주에 그 답이 있었다.

2005년 이후 NCN 코퍼레이션은 꾸준히 회사 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벤처기업인 주제에 새 영역의 투자보다 자사주 매입에 더 많은 돈을 썼다.

이 자사주(5.1%)는 고스란히 이도우의 우호지분 역할을 했다.

여기에 2대 주주인 NCN 최고운영책임자들(3.74%)과 연대를 통해 지분율을 15% 가량 확보하게 됐다.

국민연금이 8.87% 지분을 갖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일 뿐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소액주주 비율이 60%에 달하지만 잘게 분산돼 있어 경영 참여나 견제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4.64% 지분만으로도 이도우가 NCN 전체를 좌지우지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어림도 없다.

NCN 코퍼레이션 최대 주주는 모두 27.04%를 보유한 류지호와 그의 특수관계인들이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단순 투자 성격이지만, 마음먹으면 NCN 코퍼레이션을 쥐고 흔들 수 있다.

창업자 이도우는 부친이 오성그룹 임원이었다.

본인이 오성SDS 사내벤처로 NAVE를 시작했다.

때문에 초창기 오성그룹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결국은 지분을 많이 보유한 쪽이 승자다.

NAVE에서 완전히 오성그룹이 발을 뺐다.

그렇게 류지호가 판을 만들었다.


“비록 나이는 최 대표보다 어리지만, 나름 산전수전 공중전 우주전까지 겪어보았다고 자부합니다.”

“.....?”

“NCN은 코스피로 옮기지 않았어도 이미 중견기업이고, 이대로만 성장하면 상호출자제한기업에 포함될 겁니다. 그렇게 될 거란 확신이 있어요.”


그래서 유상증자 때마다 꼬박꼬박 돈을 넣고 있다.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몸집이 커지면 자금을 동원하기 좋죠. 그런데 너무 커지면 둔해지는 역효과도 있어요. 내 주위에서 NCN에 대해 혁신적이지 않다는 비판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벤처정신은 어디 가고 대기업 흉내를 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어요.”

“코스피로 옮기기 전에 전반적으로 점검을 해보겠습니다.”

“NAVE가 열악한 여건에서도 지금과 같은 검색 왕국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검색을 통한 지식평등사회’라는 따뜻한 이념과 장차 국민을 먹여 살릴 ‘산업의 쌀’이 될 만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창업자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 년 간 창업자와 그의 사람들 행보에서 실망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

“hubris! 오만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멸망의 전조라고도 합니다. 토인비는 과거에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우상화함으로써 오류에 빠지게 된다는 뜻으로 사용했지요.”


젊은 사람에게 가르침을 듣는 것은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심지어 꾸중처럼 느껴진다면, 모욕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호영은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자존심이니 뭐니 따질 처지가 아니다.

까닥 잘못하면 최단기 CEO로 기록될 수도 있으니까.


“샴페인이나 와인 한 잔 하겠어요?”

“아닙니다. 홍차로 충분합니다.”


두 사람은 잠시 비서가 내온 차를 음미했다.


호로록.


류지호가 간섭이나 충고를 하지 않아도 NCN은 잘 나갈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이 녹록치 않다.

NAVE는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에 따른 밖으로부터의 변화 요구와, Googol 같은 막강한 상대와 겨룰 만한 기술개발이라는 안으로부터의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생존에 소홀할 수 없는 과제다.

특히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NAVE의 긍정적 임무에 대한 지적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NCN이 포털의 본업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역할을 하려 한다면 나는 나설 수밖에 없어요. 그 길은 NCN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회사 내부에서도 개편 논의 중에 있습니다.”

“곧 포털 댓글이 가진 부작용 중 하나를 목도하게 될 겁니다.”

“....?”

“독점 기업이 행하는 일에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니까.”


류지호는 한국의 포털의 뉴스 편집과 댓글, 추후 발생할 문제에 대해 따로 지적하진 않았다.

다만 보여줄 생각이다.

포털사이트나 뉴스사이트 댓글 및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매크로를 이용한 여론조작이 매우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것도 원래 역사보다 10여년이나 앞서서.

이미 작전이 실행 중이다.

자유국민당 17대 대선후보 캠프 내 사이버팀을 추적·감시하고 있다.

이전 삶에서 국가정보원·국방부 여론조작 사건과 킹드루이드 여론조작 사건에 가려지긴 했지만, 자유국민당의 17~18대 대선 캠프의 사이버팀 활동 또한 심각한 사안이었다.

JHO Security 한국팀은 여의도 이룸빌딩 1층에 차려진 자유국민당 사이버팀 사무실에 정보원을 위장 투입시켰다.

증거를 모아 적절한 시점에서 내부고발에 나서기로 했다.

내부고발자는 한동안 고초를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행하기로 했다.

JHO Security Service가 여생을 책임지고 가족까지 보살펴 줄 테니까.

이전 삶에서는 이선택 후보의 사이버홍보팀에서는 중앙당에서 제공한 100개 이상의 NAVE 아이디로 이선택 연관 검색어를 조작하고, 부정적 기사에 방어 댓글을 달고, 공감 수를 조작하는 행위를 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이 시기는 여론조작이 가능한지 한창 테스트 단계에 있다.

만약 이전 삶처럼 자유국민당 사이버팀이 가동된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후보자격 박탈과 함께 형사고발 될 수도 있다.

NAVE로서는 선거 캠프를 업무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고.


“미국에 얼마나 머뭅니까?”

“LA 법인장을 만나고 내일 뉴욕을 방문한 후 돌아갈 일정입니다.”

“강행군이겠군요?”

“회사로부터 퍼스트클래스 항공권을 제공받아 괜찮습니다.”

“나중에 한국에 들어가면 분당 사옥에서 한 번 봅시다.”

“예. 의장님.”


최호영이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와 마찬가지로 넙죽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집무실을 떠났다.

이젠 가온그룹 직원 중에서도 그처럼 깍듯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이는 없다.

90년대부터 그 같은 과례를 근절시켰으니까.

외부 인사들이 과도하게 예를 차리는 것만은 내버려두고 있다.

인사를 받는다는 것만으로 주도권을 쥐고 들어가게 것이니까.

류지호라고 해서 ‘황제경영’ 타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젠가부터 NCN의 이도우 의장도 IT업계에서 그런 소리를 심심찮게 듣고 있다.

한국의 재벌과 똑같이 적은 지분만으로 수많은 계열사를 포함한 'NAVE 왕국' 전체의 지배권을 확보하고 또 행사하고 있으니까.

재벌그룹 총수들이 3% 남짓한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분명한 것은 류지호나 이도우는 NCN 코퍼레이션의 오너가 아니다.

이사회에서 임명한 최고경영자(CEO)도 아니고.

류지호는 NCN 최대 주주인 가온투자파트너스의 오너일 뿐이며, 이도우의 공식 직함은 이사회 의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일 뿐이다.

이도우는 뉴스의 인터넷 독점 유통과 편집권 문제로 언론사들과 갈등을 겪자, 언론인 출신의 인사를 데려다 CEO에 앉히고,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것을 대비해 서울대와 하버드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서울지법의 판사였으며 금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및 법무팀에서 11년간 근무한 인물을 영입하게 된다.

의도는 뻔하다.

경영상 실권은 대표이사 사장이 아니라 이사회 의장인 본인이 움켜쥐지만 경영상 또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그럼에도 NCN 코퍼레이션 내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도우가 한국 벤처의 신화를 쓰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경영상·재산상 권한은 다 누리면서 언론계나 법조계 출신 대표이사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자신은 투자나 사업실패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비판 받아 마땅했다.


“내로남불 아니냐고?”


류지호는 한국과 미국 지주회사의 과반이 훨씬 넘는 지분을 보유한 실질적인 오너다.

3% 남짓으로 시가총액 12조짜리 상장기업을 쥐락펴락하는 이도우와 다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있듯.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기업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지면, 벤처정신은 점차 사라진다.

결국 기존 기업들의 행태를 똑같이 답습한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

그럴 때 창립자들이 뒤로 물러나고 신선하고 역동적인 인물에게 경영을 맡겨야 한다.

말이 쉽다.

막상 그럴 시기가 오면 선뜻 경영권을 내려놓기 쉽지 않다.

공개석상에서는 기업이 주주 및 회사 임직원 것이라고 떠든다.

속마음은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실권을 놓지 못한다.

이전 삶에서 이도우는 정치권의 압력으로 인한 상생기금출연은 물론, SW인재양성 캠퍼스 설립 등 NCN 이익을 침해하거나 NCN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되는 성격의 사업은 철저히 외부에 두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떤 것도 NAVE의 이익과 가치를 침해할 수 없다.”


이도우의 원칙이란다.

오너도 아닌 창업자에 불과한 그는 1,000억 원 상당의 손해는 물론이고 그가 결정한 수많은 사업 실패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쓰임이 다한 게임사업 자회사 핵심멤버들을 하나 둘 회사에서 쫓아냈다.


“젊고 똑똑하며 혁신적인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가 정경유착으로 대기업이 된 전세대 재벌 총수와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니야.”


전 세대는 투박했다면 이번에는 최첨단으로 교묘하기까지 하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창업자들도 그렇고 특히 한국의 1세대 벤처기업가들은 더욱 그렇다.

남이 만든 인터넷 뉴스의 유통을 독점하고, 자극적인 댓글로 사람을 끌어 모으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에 대해 어떠한 도의적 혹은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커뮤니티와 SNS가 득세하기 전 혐오와 갈등을 주로 조장한 곳이 포털 댓글이다.

혹자는 이도우의 리더십 본질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냉혹함이라고 칭송한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NCN을 벤치마킹해야 미래가 있다고 떠드는 사람까지 있다.

한국 재벌 행태와 다를 것이 없는데 뭘 벤치마킹하라는 것인지.

류지호는 YNTV라는 케이블 뉴스채널을 암중에서 지배하고 있다.

양대 포털 중 한 곳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사실상 한국의 여론을 주무를 수도 있다.


‘힘만 세고 정의가 없으면 깡패와 같고, 정의만 있고 힘이 없으면 몽상가와 같다.’


류지호는 자신의 정의에도 오류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힘을 갖는 것에 고뇌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한국의 대형 포털이 무슨 짓을 하던지 류지호가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자신과 가온그룹에 대한 가짜뉴스나 부정적인 뉴스 노출만 막아주면 그 쓰임새를 다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분만 쥐고 있어도 계속해서 주가가 오를 터.

급전이 필요할 때 처분해서 현금화하는 저금통 기업 중에 하나로 여겨도 된다.

NCN 미국법인장이 NCN에서 토사구팽 당하고 심기일전해 설립하는 이이윈랩에 투자해서 NAVE의 대안으로 키워도 좋고.


‘내 항아리에 물을 다 채운 후, 남은 물로 목마른 놈의 목을 축여주는 법.’


남에 것에 목매다가 정작 자기 것에 소홀해 질 수 있다.

류지호는 스펙트럼 게임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친구 김석민이나 그의 학교 후배들을 밀어주는 것이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차피 Googol의 대주주이기도 해서 한국의 포털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똑똑.


노크소리에 류지호가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제니퍼 허드슨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보스. TCU 창작위윈회 멤버 전원이 도착해 미팅룸에 모여 있어요.”

“알겠어요.”


류지호가 의장 집무실에 붙어 있는 접견실로 들어갔다.

TCU 창작위원회 멤버들이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헤이.”

“오랜만입니다. 보스!”


저 멀리 뉴욕 맨해튼 Timely Entertainment 본사에서 회장 샘 리버먼은 비롯해 코믹스 부문 편집장, 창작총책임자 등 창작위원회 멤버들이 LA로 날아왔다.

류지호는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나눴다.


“스탠 리버 어르신이 참석하겠다는 걸 간신히 말렸네요.”


하하.


창작위원회 멤버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스탠 리버는 Timely Entertainment 명예회장이라고 불리지만, 어떤 권한도 없다.

Timely 전현직 구성원들로부터 존중과 존경을 받고 있을 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조차 못한다.

오늘 날의 Timely를 있게 한 아버지 같은 존재기에 대접을 해주는 것이다.

암튼, 안건은 다른 것이 아니라.


“TCU의 영화 제작 순서에서 창작위원회가 서로 의견이 갈린다고요?”


그것도 매우 심각하게 갈등하고 있다.

<어벤저스>라는 팀업(Team-up) 무비와 솔로 무비의 노출 순서와 시기는 매우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이자, 향후 TCU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당연히 TCU 창작위원회 멤버들 간 또 업무에 따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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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 뭐라도 해야만 돼! (2) +8 24.01.13 1,950 99 29쪽
743 뭐라도 해야만 돼! (1) +7 24.01.12 1,931 95 28쪽
742 만인의 연인! (2) +7 24.01.11 1,936 103 25쪽
741 만인의 연인! (1) +6 24.01.10 1,986 89 25쪽
740 Bridal Mask! +4 24.01.09 1,936 97 23쪽
739 World Promotion. (4) +4 24.01.08 1,952 92 29쪽
738 World Promotion. (3) +3 24.01.06 1,951 98 27쪽
737 World Promotion. (2) +8 24.01.05 1,937 94 26쪽
736 World Promotion. (1) +7 24.01.04 2,035 100 23쪽
735 Mr. 할리우드는 시리즈가 계속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8 24.01.03 2,023 98 22쪽
734 공짜로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11 24.01.02 2,004 99 25쪽
733 The Wall Street Journal. +13 24.01.01 2,013 105 27쪽
732 몰락한 동양의 할리우드, 그런데.... +16 23.12.30 2,062 98 21쪽
731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2) +3 23.12.30 1,795 90 23쪽
730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1) +5 23.12.29 1,880 101 30쪽
729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3) +3 23.12.29 1,793 85 26쪽
728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2) +10 23.12.28 1,895 93 23쪽
727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1) +4 23.12.28 1,761 81 22쪽
726 협객이 된 기분이야. (2) +7 23.12.27 1,891 103 24쪽
725 협객이 된 기분이야. (1) +4 23.12.27 1,802 89 23쪽
724 하고 싶고 해야 한다면, 그냥 하면 된다. (2) +5 23.12.26 1,972 94 26쪽
723 하고 싶고 해야 한다면, 그냥 하면 된다. (1) +5 23.12.26 1,851 90 24쪽
722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3) +7 23.12.25 1,983 97 26쪽
721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2) +8 23.12.23 2,039 99 25쪽
720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1) +3 23.12.22 1,961 93 23쪽
719 도둑질 하지 말라! +5 23.12.22 1,845 91 26쪽
718 God bless you....! (3) +6 23.12.21 1,921 107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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