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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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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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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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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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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평범한 하루들....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StreamFlicks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시골동네라고 할 수 있는 스코츠 밸리에서 처음 DVD 대여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로스 가토스(Los Gatos)에 터를 잡았다.

회사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로인해 가입자 폭등을 불러왔다.

StreamFlicks는 2002년 70만 명의 가입자에서 2005년 360만 명까지 증가했다.

그런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하고 5개월 만에 300만 명의 가입자가 갑자기 늘어났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극적인 성공이었다.

지난해 기준 7.5억 달러, 순이익은 6,700만 달러, 가입자 수는 700만 명이다.

조심스럽게 2~3년 내 1,000만 가입자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창업자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2000년이 들어서자마자 줄기차게 스트리밍 서비스 개시를 주장했다.

오너 류지호는 서비스를 계속해서 미뤘다.

지역마다 큰 인터넷 속도 편차와 느린 속도 때문이었다.

경쟁자들의 견제도 문제였고.

DVD 대여서비스에서는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비디오 그리고 유럽의 LoveFilm이 StreamFlicks를 벤치마킹해 무섭게 위협을 가해왔다.

LoveFilm은 StreamFlicks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기 1년 전에 Amazonia.com에 매각되었는데, 프라임 구독자들에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여담으로 Amazonia.com에서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2014년에 LoveFilm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중단된다.

2017년에는 DVD대여 서비스까지 중단하게 된다.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 비디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적어도 DVD 대여서비스는 StreamFlicks만 남게 된다.


“Jay. 환영한다!”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매사 자신감에 차 있다.

신규 가입자 유입 속도가 빨라 스트리밍 서비스 성공을 자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류지호는 적당히 장단을 맞춰 준 후 본론을 꺼냈다.


“Starz-Z 네트워크와 협상 중이라고?”

“최대 3,000만 달러 선에서 4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작품들은 아이튠즈 독점에 묶여 있다.

때문에 JHO Company에서는 ParaMax와 MSM 필름 라이브러리를 StreamFlicks에 제공하고 있다.

그와 함께 TV영화 및 드라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유료케이블TV 네트워크 Starz-Z와 라이브러리 계약협상을 진행 중이다.


“라이브러리 규모는?”

“대략 2,500개.”

“나쁘지 않네.”


뉴미디어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할리우드 메이저들로 인해 StreamFlicks는 저작권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JHO Company가 두 개의 계열사 라이브러리를 제공해주지 않았다면, 서비스를 연기하거나 곤란을 겪었을 수도 있었다.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으로 다량의 콘텐츠를 확보하게 되는 거지. 만약 성사만 된다면 스트리밍 사업에 날개를 달게 되는 거야.”

“ParaMax와 MSM과는 어떻게 계약했는데?”

“1,200개 콘텐츠에 5년 2,000만 달러. 주로 클래식 무비야. <X-파일>이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대형 히트작을 내주지 않아 아쉽지만.....”


JHO Company Group의 콘텐츠를 StreamFlicks에 무작정 퍼줄 수만은 없었다.

이미 MacIntosh의 아이튠즈과 독점 계약을 맺은 부분도 있고, 미국 내 케이블, 위성, IPTV 및 재방송 시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장기 독점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존 매체에서 인터넷 플랫폼과 계약하는 것을 달가워할 리도 없고.


"독립영화까지 포함해 4,000개로 시작하는 건 나쁘지 않은 출발이네.“


이전 삶에서 몇 편의 라이브러리로 출발했는지 류지호가 알 리가 없다.

적어도 이 시기 확보한 숫자보다는 적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본래 역사에서는 JHO와 류지호라는 구세주가 없었으니까.

암튼 기존의 DVD 대여서비스의 안정적인 매출과 새롭게 시작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가입자는 급증하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이익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현재 월정액이 8.99달러였던가?”

“맞아. 추가부담 없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가지 방식으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어.”


프리미엄 채널인 트라이-스텔라TV, TBO, 무비타임, Star-Z의 이용요금 절반 수준이다.


“이 가격 정책으로 인해서 기존 가입자의 이탈은 거의 없고, 신규 가입자의 급증을 불러왔지. 오프라인 가입자를 온라인 가입자로 전환시킴으로써 우편배송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고.”

“독립제작사들은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거야?”

“독립영화 저작권을 관리하는 회사와 협상 중이야.”

“자체적인 프로덕션은 Red Envelope에서?”

“Theo가 계속해서 독립영화를 책임지게 돼.”


레드 엔벨로프 엔터테인먼트(Red Envelope Entertainment).

2000년에 StreamFlicks 사내 부서로 만들어진 독립영화 전문 프로덕션이다.

처음 10만 달러 예산을 편성 받은 이후, 선댄스 영화제 상영 작품을 중심으로 스트리밍 방영권리를 확보해 나갔다.

부사장 시오 사란도스(Theo Sarandos)는 독립영화 작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8편의 저예산 영화를 제작해 판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모든 저작권을 일괄적으로 가져가는 계약관행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작년 시작한 100만 달러 챌린지는 반응이 어때?”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대답 대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StreamFlicks는 작년에 기존 DVD 대여서비스의 추천시스템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 통계학자, 수학자, 경영과학자들을 상대로 ‘100만 달러 챌린지’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자사 고객의 영화소비 행태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고 그걸 통해 자동으로 영화를 추천하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만들어 보라는 제안이었다.

우승상금은 무려 100만 달러.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지.”

“자료는 얼마나 공개했어?”

“StreamFlicks에도 관심 좀 가져. NeTube만 편애하지 말고.”


최근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NeTube에 경쟁심이라 생긴 모양이다.

안 하던 투정을 부리는 것을 보니.


“묻는 말에나 대답해 봐.”

“50만 명 회원이 대략 1만 7천개 영화에 매긴 1억 개 정도의 평점을 제공했어.”

“가장 우수한 알고리즘을 심사해 하나만 선정하는 거야?”

“수상 조건에 중요한 한 가지를 걸었어. 추천 영화를 선택할 확률이 기존 대비 10% 높아야 한다는 제한이지.”


‘100만 달러 챌린지’는 일종의 빅테이터 분석 알고리즘 경연이다.

여기서 선정된 알고리즘은 추후 자체 제작 콘텐츠를 기획하는데 반영될 계획이다.

실제 이전 삶에서 StreamFlicks 회원들의 연령, 성별, 선호하는 장르 및 배우, 심지어 스토리 유형까지 빅데이터로 분석해 각종 TV시리즈를 기획했다.

대표적인 시리즈가 바로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캠페인은 언제까지 진행되는데?”

“우리의 조건을 충족하는 가장 뛰어난 알고리즘이 나타날 때까지.”


3년 동안 진행된다.

150개국에서 예측·모델링 전문가 4만개 팀이 몰려들어 경쟁을 벌이게 된다.

그 결과 2009년 BellKor's Programatic Chaos가 우승해 100만 달러의 상금을 차지하게 된다.


“헨리 게이츠가 너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심이 많나 봐. 내가 대략적인 이야기는 해뒀으니까 한 번 PS 관계자와 미팅을 해봐.”

“소닉은?”

“너희가 알아서 해야지. CEO는 너야. 내가 아니라.”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씨익 웃었다.


‘쪼개기는.....’


자신이 오매불망하던 비즈니스 모델을 전개하게 되었다.

시작이 좋다보니 의욕이 넘치다 못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참고로 StreamFlicks는 2008년 X-box, PlaystationⅢ, 위(Wii)등의 게임기로도 자사 콘텐츠가 시청가능토록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된다.

오성, 금성, 소닉 등 하드웨어업체와 협력해 인터넷 연결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인터넷 스트리밍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고, 스마트 기기에 어플리케이션 형태로 탑재되도록 플랫폼을 다양화 한다.

이른바 N-Screen 서비스다.

TV는 물론이고 PC, 태블릿PC, 게임기,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스트리밍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하게 된다.

물 흐르듯이 어디서든지 어떤 플랫폼으로든 이용할 수 있게 된다.

2010년에 접어들게 되면 PC(42%), Wii(25%), 컴퓨터를 TV에 연결해 시청(14%), 플레이스테이션3(13%), X-Box(12%)의 시청 분포를 보이게 된다.


“블록버스터가 곤란한 처지라고 해서 DVD 대여부문 사업을 소홀히 하진 마.”


류지호가 신신당부했다.


“왜 DVD 대여사업에 얽매이는데? 미래는 인터넷 스트리밍에 있어. 누구보다 네가 잘 알잖아.”

"시장 점유율을 장악한 사업을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까.“

“우편배달비용인 3,500만 달러를 절약할 수가 있어.”

“블록버스터, 할리우드비디오가 DVD 대여업에서 철수한다면?”

“.....?”

“블록버스터는 기존 모델을 고수할 수밖에 없어. 고객이 있으니까.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로 돈을 버는 회사가 굳이 온라인 회사로 전향할 이유도 없고. 그런 기조를 유지하게 되면 기존 고객을 잘 챙길 수가 없게 되겠지. 블록버스터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거야. 그렇게 기존 비즈니스를 고집하게 되고, 혁신의 타이밍을 놓치면 남는 것은....”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보는 거야?”

“소송으로만 1,000만 달러 가까이 사용했어. 만약 소송에서 패배해 연체료를 소비자들에게 환급해야 한다면 1억 달러를 더 써야 할 거야. 내가 보기에 그들에겐 미래가 없어.”


무섭게 시장을 잠식한 StreamFlicks에 대한 마지막 공세라고 할까.

아니면 발악이랄까···

블록버스터는 2005년에 ‘연체료 무료’라는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무료가 아니다.

비디오를 반납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 보면 연체료가 쌓이고, 연체료가 DVD 구매가격보다 높아지면 DVD를 소유하게 해주겠다는 거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정책이다.

미국 전역에서 반대가 쏟아졌다.

무려 48개 주에서 소송을 당했다.

이 소송에서 패배하게 되면 블록버스터는 막대한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이미 소송비용으로 수백만 달러를 지출한 상태다.

온라인으로 상당부분 비즈니스를 옮겨간 상태에서 미전역에 3,0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블록버스터는 매장마다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매장을 정리하고 있긴 했다.

그로인해 회원과 고객 이탈이 가속화 하고 있다.

이제 와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에 올인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아이튠즈와 StreamFlicks, 심지어 아마조니아 스트리밍에도 한참이나 뒤쳐져 있기에.


“언제까지 DVD 대여사업을 유지해야 하는데?”

“DVD가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깜짝 놀라 반문했다.


“그게 말이 돼?”


류지호가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물론 지금 깔아놓은 유통망은 몇 년 후부터 줄여나가야 하겠지. 그렇다고 해도 10년 내 DVD 대여 사업을 접을 생각은 버려.”

“.....!”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인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막대한 유지비용이 요구되는 DVD 대여사업을 10년이나 더 유지하라니.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버티다보면 결국 독점 사업자가 될 거야.”

“그 동안 고객 전부가 인터넷으로 완전히 옮겨갈 것 같은데?”

“당장 사업에서 철수할 것도 아니잖아. 4년 정도 후에 다시 그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아.”


류지호의 말이 백번 옳았다.

DVD 시장이 열린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한동안은 비디오테이프를 완전히 대체한 DVD와 인터넷 스트리밍이 함께 갈 것이다.

레이저 디스크라는 차세대 저장매체 역시 등장을 예고하고 있고.


“그것보다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대응을 고민해 봐야 해.”

“그들끼리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겠지....?”


당장만 해도 아이튠즈 스토어, NeTube, StreamFlicks, LoveFilm 등 온라인 동영상 감상 서비스 춘추전국시대다.

음반업계가 위기감을 느껴 조인트벤처를 모색하는 것처럼 영화계 역시 합작을 도모하고 있다.

바로 홀로(Holo)다.


“StreamFlicks에게는 JHO뿐이지만, 그들은 최소 4개 회사가 연합을 할 거야.”


LOG와 20세기 PARKs를 중심으로 N-Cast와 워너-타임이 합작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Holo다.

고작 7,000여 편의 필름 및 TV시리즈 라이브러리에 의지해야 하는 StreamFlicks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4개 메이저가 합작을 하게 되면 무려 10만 편의 콘텐츠를 확보하게 되니까.

이전 삶에서 StreamFlicks는 Holo와 프라임 비디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콘텐츠를 확보했기에 자체 콘텐츠 제작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자체 콘텐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다보니 수익률이 형편없었다.

그로 인해 시장 점유율과 매출이 세계 최고이긴 했지만.

자체 콘텐츠 개발로 인해 해가 갈수록 부채비율이 폭증하고, 현금회전율도 떨어져서 파산설이 수시로 흘러나왔던 회사가 StreamFlicks였다.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겠군.”


한껏 들떴던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차분하게 기분을 가라앉혔다.


“당장은 StreamFlicks의 기세가 무섭긴 할 거야. 윌과 회사는 당장 북미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안정화에 주력하도록 해. 필요하다면 GMG로부터 최신 동영상 관련 기술을 전수받도록 하고.”

“북미? 중앙아메리카까지가 아니라?”

“먼저 영어권 국가로 확장을 하는 것이 비용을 아끼는 길이잖아. 월정액만으로 수익 구조가 나오는 비즈니스모델에서 신규 회원 유입 말고 무슨 수단이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해.”


증권거래소에 StreamFlicks를 공개하자는 이야기다.

손쉬운 자금조달 방식이기에.

위험부담 없고 안정적인 투자금은 주식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이다.

그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경영 철학이 결여되었거나 윤리의식이 없는 최고경영자가 다룰 때 사고가 발생한다.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어 무리한 방향으로 투자금을 쓰게 된다.

주주들의 압력에 버티지 못하는 유리 멘탈을 가진 경영자들도 많다.

주식가치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무모한 투자와 사업 확장을 도모하다 탈이 나곤 한다.

NeTube, StreamFlicks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은 다소 불안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매출 대비 수익률이 최악인 경영구조.

내실보다는 성장위주의 경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시스템.

류지호조차 언제까지 비상장으로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했다.

류지호가 주워듣기로 StreamFlicks는 극단적 성과주의를 지향하며 조직의 생산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회사가 무척 빠르게 성장했다고.

차별화된 자산과 수많은 성공경험으로 인해 새로운 비전도 당연히 달성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보이는 것과 실제 달성하는 것은 다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체력이 고갈되어 가는데, 계속해서 전력 질주를 하면 결승선에 가기 전에 쓰러질 수밖에 없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다소 비상식적인 주식가치로 외줄타기 하는 경영을 버텼던 것 같았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StreamFlicks에게는 이전에 없던 변수인 JHO Company Group이란 아군이 존재했다.

손대는 것마다 성공하는 전설을 쓰고 있는 불세출의 투자자가 오너다.

충분히 완급조절을 해 가면서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다.

류지호가 두 번째 삶을 살아가며 깨달은 것 중에 하나.


‘천천히 가더라도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


지름길은 기록을 만들어내지만, 정상에 도달한 이후로 퍼질 수가 있다.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등반한 등산객은 정상에 도착하고서도 힘이 남아 다음 행보를 계획할 수 있다.

치솟는 가입자 수와 매년 갱신하는 기록적인 매출 규모.

200여 국가로까지 뻗어나가는 해외 네트워크.

날로 쌓여가는 콘텐츠 라이브러리, 유수 영화제와 각종 시상식에서의 성과들.

모두를 미치게 만들 것들이다.

네바다주 사막의 광활한 직선 도로를 질주하다보면 속도감을 잘 못 느낀다.

저도 모르게 브레이크에 올려 두었던 발을 떼게 된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한다.

류지호는 윌모트 헤이스팅스를 쓰다 버릴 인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실리콘밸리 특유의 나르시스트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꽤나 스마트한 사람이다.

류지호는 그런 이를 잘 달래고 이끌 책임감이 있었다.

안정적인 속도로, 오랜 시간 동안, 사고 없이 잘 달릴 수 있도록.


❉ ❉ ❉


하도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에 투자를 했다보니 일일이 만나러 다니는 것도 일이다.

일을 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온 것이 아니다.

때문에 발품을 팔아가며 여기저기 쏘다니지는 않았다.

다만 쿠퍼티노의 스테픈 잡스만은 따로 만났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스테픈 잡스는 사람의 기분을 망치는데 도사다.

30분여 미팅만으로 류지호는 기분이 조금 상했다.

자신을 걸어다는 아이폰 광고판으로 여기는 듯한 말투 때문이었다.

류지호를 살아있는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은 마케팅이긴 했다.

원래 성공한 사람이 하는 것을 따라 하고 싶은 게 대중의 심리니까.

실제 효과를 본 사례도 꽤 많고.


‘확실히 정이 안 가는 양반이라니까.’


류지호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아이폰의 최대 대항마 오성전자 주식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의 편도 들고 싶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첫 번째 아이폰은 쓸데가 없다는 걸 잘 아는 류지호다.

MP3 플레이어치곤 너무 고가고, 통화 품질과 문자 전송 에러는 돌아버릴 지경이니까.

이 시기 사람들에게는 매우 신기한 기기겠지만, 류지호에게는 구석기 시대 도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적당히 잡스의 기분을 맞춰줘야 하는 것이 짜증났다.

DALLSA Corp.이 아이폰 첫 번째 모델에 들어가는 200만 화소 이미지센서와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독할 정도로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했기에 계약이 번복될 일은 없다.

그럼에도 ‘갑질’ 대마왕인 잡스가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몰라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었다.

류지호는 이미 90년대부터 MacIntosh가 개발하는 스마트폰에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기 위해 DALLSA Corp.에 따로 5억 달러를 투자했다.

스마트폰 맞춤 센서와 모듈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MacIntosh 납품이 물 건너가게 되면 R&D 비용뿐만 아니라, 준비해 둔 웨이퍼공정에까지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DALLSA Corp. 경영적으로 난처해 질 것 같지는 않지만.

우주항공 산업에서부터 영화용 카메라, 산업 검사, 과학 연구, 분광학, 방사선 촬영 및 방사선 치료, 지형 공간 측량, 첨단 MEMS 및 반도체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고 일부 품목에서는 과점 및 독점 기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경우 이미지센서 납품으로 대당 14달러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다.

아이폰을 많이 생산할수록 DALLSA Corp. 매출도 올라간다.

고성능 이미지센서와 모듈이 아이폰 후속 모델에 탑재될수록 대당 매출 단가도 올라갈 터.

2010년대에는 이미지센서가 두세 개 씩 들어가게 될 터.

매해 수십 억 달러 매출을 기록할 수도 있다.

5~6년 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2억 대 이상 팔려나갈 것을 생각하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납품처다.


“Twin Bridges Marriot에서 미스터 할리우드가 파티를 연다며?”

“초청장이 있어야만 입장하는 거야?”

“그런 말은 없던데? 대신 다섯 시간만 열고 종료한다더라.”

“지금 출발하면 제 시간에 파티에 들어갈 수 있을까?”

“제길! Marriot까지 1시간 거리야! 포기해.”


실리콘밸리 주요 커뮤니티에서 소식이 올라가기 무섭게 수많은 이들이 산호세 Twin Bridges Marriot 호텔로 몰려왔다.

인종도 다양하고, 연령대도 다양했다.

자신이 얼마나 유능한지를 필사적으로 어필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프로젝트를 담담하게 풀어놓는 사람도 있다.

젊은 혈기를 참지 못해 난동을 부리는 녀석도,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는 녀석도 있다.

온탕과 냉탕 그리고 품위와 개판을 오가는 정신없는 파티 분위기다.


“헤이. 미스터!”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것처럼 보이는 아시아계 청년이 인사를 해왔다.


“헤이.”


청년이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해왔다.


“안녕. 하. 십니까. 지호 형. 나는 이름이 제이든 칸입니다.”

“영어가 편하면 영어로 말해.”

“한국계가.... 한국어를 못하면 싫어한다고 들어서.....”

“안 싫어해.”


다만 모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한 번 쯤 고민해봤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할 뿐.

류지호는 모국어 구사 능력만으로 사람을 평가하진 않는다.

동양계 청년 옆에서 은테 안경을 쓴 모범생 타입의 백인 청년이 말했다.


“부모님의 나라 언어를 할 줄 안다면 미스터 류에게 더 좋은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거란 팁이 커뮤니티에 떠돕니다. 그걸 참고했습니다.”


명문 예일대 출신임을 드러내기라도 하려는 것인지.

두 녀석의 말투는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고 있다.


“혹시 JHO Venture 인큐베이팅에 들어와 있어?”

“옛설! 여기 앤디와 함께....요."

"극존칭은 빼줄래. 거북해.“

“그래도 됩니까?”


류지호가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두 녀석이 들고 있는 잔에 부딪쳤다.


챙.


편하게 대하라는 의미였다.

아니면 꺼지든가.

두 사람은 예일대 출신 동갑내기 친구로 의기투합해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처음 창업한 키코(Kiko)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26만 달러에 인터넷 거래사이트 A-Web에 팔면서 성공적인 실리콘밸리 시작을 알렸다.

창업 당시에 사업자금이 모자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의 문을 두드렸다.

JHO Venture Capitals의 인큐베이팅에 들어오게 되었고, 초기투자로 5만 달러를 즉석에서 입금받았다.


- 10만 달러 미만 투자는 길거리에서도 즉석에서 비즈니스 카드와 맞바꿀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JHO Venture Capitals의 투자 방식이다.


소액 투자(?)에 있어서는 그 보스의 그 직원들이다.

암튼 A-Web에 회사를 판 후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제이든 칸은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 주목했다.

NeTube가 동영상 서비스를 막 시작한 그 시기 즈음이었다.

궁리 끝에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동영상을 보여주는 블로그를 통해 24시간 인터넷 방송을 한단 말이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16시간 동안 방송을 하고 있어요.”


언뜻 NeTube 크리에이터들이 했던 실시간 방송을 떠올렸다.

혹은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다양한 방식의 UGC(User Generated Contents) 방식이 아닐까 추측했다.


“3월에 첫 방송을 했는데, 10일 만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ABC방송 등이 보도하면서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지요.”

“웹캠으로 본인을 촬영해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이겠지?”

“웹캠과 여기 귀 옆에 카메라를 하나 더 꼽아서 양방향으로 촬영하고 있어요. 유저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의 모든 생활을 JADEN.TV를 통해 볼 수 있죠. 블로그에 전화번호도 공개해서 팬들과 전화 통화하거나 실시간으로 채팅도 할 수도 있고.”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나우콤TV나 콩TV가 선보이는 실시간 스트리밍 시스템과 유사한 것 같았다.


“단순한 웹 카메라 사이트라기보다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봐 줬으면 좋겠어요.”


작가의말

어느새 700회 입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끝가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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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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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 사랑의 열매. (3) +3 24.01.17 1,863 93 26쪽
746 사랑의 열매. (2) +8 24.01.16 1,928 97 24쪽
745 사랑의 열매. (1) +5 24.01.15 1,973 90 24쪽
744 뭐라도 해야만 돼! (2) +8 24.01.13 1,950 99 29쪽
743 뭐라도 해야만 돼! (1) +7 24.01.12 1,931 95 28쪽
742 만인의 연인! (2) +7 24.01.11 1,936 103 25쪽
741 만인의 연인! (1) +6 24.01.10 1,986 89 25쪽
740 Bridal Mask! +4 24.01.09 1,936 97 23쪽
739 World Promotion. (4) +4 24.01.08 1,952 92 29쪽
738 World Promotion. (3) +3 24.01.06 1,951 98 27쪽
737 World Promotion. (2) +8 24.01.05 1,937 94 26쪽
736 World Promotion. (1) +7 24.01.04 2,035 100 23쪽
735 Mr. 할리우드는 시리즈가 계속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8 24.01.03 2,023 98 22쪽
734 공짜로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11 24.01.02 2,004 99 25쪽
733 The Wall Street Journal. +13 24.01.01 2,013 105 27쪽
732 몰락한 동양의 할리우드, 그런데.... +16 23.12.30 2,062 98 21쪽
731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2) +3 23.12.30 1,795 90 23쪽
730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1) +5 23.12.29 1,880 101 30쪽
729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3) +3 23.12.29 1,793 85 26쪽
728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2) +10 23.12.28 1,895 93 23쪽
727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1) +4 23.12.28 1,761 81 22쪽
726 협객이 된 기분이야. (2) +7 23.12.27 1,891 103 24쪽
725 협객이 된 기분이야. (1) +4 23.12.27 1,802 89 23쪽
724 하고 싶고 해야 한다면, 그냥 하면 된다. (2) +5 23.12.26 1,972 94 26쪽
723 하고 싶고 해야 한다면, 그냥 하면 된다. (1) +5 23.12.26 1,851 90 24쪽
722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3) +7 23.12.25 1,983 97 26쪽
721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2) +8 23.12.23 2,039 99 25쪽
720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1) +3 23.12.22 1,961 93 23쪽
719 도둑질 하지 말라! +5 23.12.22 1,845 9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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