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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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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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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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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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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평범한 하루들....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그래서 가온그룹이 추진하는 새만금 테마파크는 철저하게 복합단지로 계획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군산 또 전주까지도 관광벨트를 묶어야 합니다. 심지어 테마파크 지역에 건설되는 호텔과 리조트는 놀이공원에 가지 않아도 묵는 것만으로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새만금 테마파크가 위치할 레저관광단지에는 1차적으로 모두 5개의 호텔과 리조트가 조성될 계획이다.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진 숙박시설이 건설될 예정인데, 그 중 하나가 <어벤져스>에서 등장할 예정인 스타크빌딩 테마의 호텔이다.

어벤져스 헤드쿼터 디자인으로 건설될 호텔에는 Timely Comics 테마를 즐길 수 있는 각종 이벤트가 열리고, 투숙객들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한 굿즈 매장을 절묘하게 배치할 계획이다.

수조원이 투자되는 대형 개발사업이다.

레저 도시가 본격 가동되는 시점은 대략 2013년 하반기~2014년 상반기.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한류가 전 세계로 막 뻗어나가는 시점이자, 소득수준이 올라온 중국과 동남아 여행객들이 한국을 찾아오기 시작하는 시기다.


“맥.”

“예. 보스.”

“부산의 센텀시티 가온복합쇼핑문화 단지의 개발과정을 모두 지켜봤지요?”

“인상적이었습니다.”

“텍사스주 인구는 4,000만 가까이 되지만, 휴스턴을 중심으로는 300만 밖에 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도 아니죠. 그렇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봅시다. 명색이 글로벌 빅 투 테마파크 기업 본사가 있는 주 아닙니까.”

“예. 보스.”

“나와 JHO는 너무나 많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그걸 다른 플랫폼이나 분야로 확장하지 못하고 있어요. 우수한 자원들이 한정된 곳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겁니다. 한동안 텍사스와 한국의 테마파크가 적자를 겪게 될 수도 있어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는 걸 나 역시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요. 경쟁사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JHO만의 테마가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텍사스와 한국에서만 그걸 즐길 수 있다면 세계 곳곳에서 발걸음을 할 겁니다.”


단적인 예가 Snowstorm이 보유하고 있는 IP들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유료 회원수가 800만 명을 돌파했다.

중국의 짝퉁이 아니라 오리지널 Snowstorm 테마가 가득한 놀이공원이 있다면.

전 세계 WoW팬이 몰려올 수도 있다.

게임에서만 보던 스톰윈드나 오그리마, 무법항을 관람차를 통해 체험해 볼 수 있다면, 드워프 로봇이 아이언포지 초대형 용광로에서 병장기를 제련하는 모습을 본다면 아마 WoW 게이머는 감동의 눈물을 흘릴 지도 모른다.

혹은 오그리마존 지혜의 골짜기에서 호드의 영웅 스랄을 영접하게 되면 오줌을 지릴 지도 모르고.

류지호는 휴스턴과 새만금에 들어설 테마파크의 매력과 차별성 부분에서 자신이 있었다.

JHO Company Group이 보유하고 있는 IP가 경쟁사들 못지 않게 다채롭고 풍부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IP를 활용한 관람 서비스를 위해 어트랙션을 줄여야 할까요?”

“올랜드의 미키마우스월즈는 몇 개나 가동되고 있죠?”

“60개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e7ven Flags의 플래그십 테마파크 수준부터 시작해 봅시다. 미국과 한국 모두 확보해 놓은 부지가 넓어서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초대형 테마파크는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다.

상당한 투자재원을 필요로 한다.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투자금 회수 기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은 장마철과 한겨울에 어트렉션 운행을 중지할 수도 있다.

최대한 실내 시설을 확보하긴 하겠지만, 올랜도나 LA처럼 사시사철 성수기에 영업하는 테마파크와 수익성에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암튼 올랜도는 플로리다 주의 늪지대였다

그런 곳을 불과 30년 만에 세계 최대의 휴양지로 변모시킨 것은 LOG Company의 저력이다.

매년 370만 명의 외국인을 포함하여 4,300만 명이 올랜도를 방문하고 있다.

이에 따른 관광수입은 210억 달러다.

고용효과는 25만 명에 달한다.

그 외에도 프랑스, 도쿄, 홍콩 등 다수의 자매 테마파크에서도 높은 사업성을 입증됐다.

한국에서 초대형 테마파크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이 시기 한국의 수도권에만 6개, 지방에 6개의 크고 작은 테마파크가 운영되고 있다.

과거의 놀이공원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수익률도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가생활과 레저의 종류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 숫자도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테마파크를 찾는 관람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런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자신이 있었다.

한류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새만금에서만 만날 수 있는 테마가 결합하면 원래 역사보다 몇 년을 앞 당겨 외국인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열 수도 있다.


‘까짓 두 테마파크 적자 내가 다 보존해 주지 뭐.’


허세 아니다.

두 곳의 테마파크가 영업을 개시할 즈음 류지호의 재산이 100조가 가볍게 넘어갈 것이기에.


❉ ❉ ❉


류지호는 <Frank Castle> 촬영을 마무리한 후로 다음 작품을 전혀 궁리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되니, 류지호의 일상이 상당히 단조로워졌다.

결혼 전보다 늦게 출근해 일찍 집무실을 나서곤 했다.

누구도 뭐라 할 사람 없다.

일찍 퇴근해서는 레오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마치 결혼 전에 못한 데이트를 만회하려는 듯.

LA는 류지호가 15년 간 살고 있는 도시다.

그럼에도 속속들이 알지 못했다.

부부는 우범지대를 제외하고, LA지역의 온갖 곳을 돌아다녔다.

LA 다저스 홈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경기장을 찾았다.

구단 인수 후 비로소 구단주 노릇을 했다.

TV중계 도중 홈플레이트 뒷좌석에 앉아 손을 흔드는 류지호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열혈팬들이 류지호를 비난하곤 한다.


“팀에 관심을 가져라! 구단주 책무를 다 하지 않을 거라면 팀을 제대로 된 이에게 팔던가!”


LA 다저스는 지난 시즌 와일드카드로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우승에는 실패했다.

1988년 시즌 이후 LA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구우승은 꾸준히 거두고 있지만,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번번이 미끄러지고 있다.


“미스터 할리우드! 당신의 마법을 다저스에 부려줘요!”


다저스 팬들은 미다스의 손 류지호가 비운의 LA다저스에게 행운을 불어 넣어주길 간절히 바랐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려 와 외야 한 자리를 맡긴 한국인 선수는 아직 잠재력을 폭발시키진 못했다.

단장을 만나 확인한 바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적응도 마쳤고, 수비와 타순 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포텐이 터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전 삶과 달리 인디언스가 아닌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선수생활을 하게 되어 그의 삶이 송두리째 변하는지는 않을지.

한때는 꽤나 신경이 쓰이기도 했었다.

인생은 어떤 인연에 의해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지기도 하니까.

가령 이전 삶에서 그가 맺었던 신시내티 레즈의 인연들 같은.

2006 도하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이 추추트레인을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선발에서 제외시켰다.

다저스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기에 이전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이긴 했다.

빅리거 치고는 작은 키와 체구다.

웨이트로 몸을 불렸다가 스윙이 망가지기도 하고, 좋은 어깨에 비해 수비가 부족해 중견수를 소화하기 불안한 점 등 2005년 빅리그 데뷔 이후 혼란의 시간을 가졌다.

코치들과 의논 끝에 출루율에 중점을 둔 1~2번 타순의 호타준족형 타자로 방향을 확정한 후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메이저 리그에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본인이 한눈만 팔지 않는다면 ‘될놈될, 안될안‘ 과학이 적용될 것 같았다.

대략 2009년부터는 수준급 타자로 발돋움할 것으로 류지호는 기대했다.


“헤이 Jay."


수년 째 류지호를 쫓아다니고 있는 파파라치 루크 프레이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웠어, 루크.”

“킥킥. 동부에서 꽤나 시달렸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오랜만에 LA로 돌아온 류지호를 취재하기 위해 지역의 기자들과 파파라치들이 극성을 부렸다.

한동안은 어떤 매스컴과의 인터뷰도 거절했다.

레오나와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받기 싫어서다.


“오늘은 어디로 가?”

“말 안 해주면 몰래 따라올 거지?”


말 해 뭐할까.

파파라치들이 류지호와 레오나가 향하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주말에는 주로 캘리포니아의 서핑 스폿을 돌며 서핑을 즐겼다.

윌리 워커와 배런 렌프로도 가끔 함께했다.


‘윌리가 가만 보면 애매한 포지션이란 말이야...‘


스크립트를 잘 못 보는 것인지.

그것이 아니면 들어오는 스크립트들이 다 그런 것들뿐인지.

<REMO>와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할리우드 배우 리스트에서 애매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A-List로 올라설 만도 한데, 계속해서 애매한 영화만 찍고 있다.

반면에 배런 렌프로는 잘하고 있다.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TV시리즈에도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늘려나갔다.

사실은 류지호가 계속해서 이런 저런 영화와 TV시리즈에 녀석을 밀어 넣고 있었다.

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자칫 한 눈 팔다가 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까 싶어서.


“배런!”

“왜?”

“이리 와봐.”


배런 렌프로가 다가오자, 류지호가 녀석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왜 그래? 징그럽게?”

“기특해서 그런다, 이놈아.”


배런 렌프로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어느덧 20대 중반이다.

류지호는 녀석이 레이 딜런이나 레오날드 그레이프 같은 연기력을 갖춘 꽃미남 계열 배우보다는 톰 메이포더나 토머스 행스 같은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길 바랐다.

때문에 작가영화와 상업주의 영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놀아도 돼?”

“언제는 좀 쉬라며?”

“난 안 그랬어.”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이 있다.

뜻하지 않던 기회를 만나 자기가 하려고 하던 일을 이룬다는 말이다.

배런 렌프로는 십대 시절부터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여자에 한 눈 팔 겨를도, 마약이나 음주가무에 빠질 시간이 없을 정도로.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어느 덧 서른을 넘길 터.

그 시기가 되면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본인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자녀까지 얻게 되면.

배런 렌프로의 삶은 안정궤도에 들어설 수도 있다.


‘주위에서 살뜰하게 챙겨주는데 쓸데없는 곳에 한 눈을 판다면 인간도 아니지.’


또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맥클로닌 윌리엄스가 재활원을 퇴소해 영화 <오거스트 러쉬>에 합류한 것이다.

알코올 중독 치료가 완벽하게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들리는 말로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참고로 한국의 BS그룹이 투자제작에 참여한 <오거스트 러쉬>의 배급을 ParaMax가 맡았다.


“승단 심사 받을 거라고?”

“응.”

“2단이었지?”

“응.”


류지호가 배런 렌프로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었다.

대견했기 때문이다.

녀석은 열렬한 태권도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B급 영화에 주로 출연하는 액션배우가 태권도를 깔보는 인터뷰를 토크쇼에서 했다.

이에 발끈한 배런 렌프로가 그에게 대결을 제안할 정도로 뜨거운 태권도 추종자다.

다행히 대결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한때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밴쿠버 앞 바다에서 낚시할 건데, 갈래?”

“좋지!”


류지호 부부와 배런 렌프로가 캐나다 밴쿠버로 날아갔다.

전부터 말이 나왔던 UCLA 동문 낚시모임 때문이다.

UCLA 출신 영화계 선배들을 위한 낚시 이벤트를 마련했다.

그를 위해 친구 에이든 해멀스가 메가 요트를 임대했다.

배런 렌프로와 마찬가지로 가온호텔 밴쿠버점 부사장 장문식이 은근슬쩍 합류했다.

캐나다에서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면허를 사야한다.

낚시하려는 지역과 잡으려는 어종, 그리고 기간에 따라 각기 다른 면허를 사야한다.

특별한 자격조건은 없다.

어종 보호 등의 목적으로 면허를 발급하며 통제하고 있다.

면허 없이는 어떠한 종류의 어종 포획도 금지다.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크기와 마리수도 제한을 둔다.

낚시하는 내내 장문식이 투덜거렸다.


“바로 잡아 올려서 회도 처먹고, 매운탕도 끓어먹고 해야 바다 낚시하는 재미가 있지... 이거야 원....”


장문식으로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다른 이들은 우럭이나 광어, 대구 등 친숙한 어종을 대물로 낚아 올리고 있는데, 자신만 좀처럼 손맛을 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다낚시가 처음인 레오나까지 작은 놈으로 몇 마리를 낚아 올렸다.


“미스터 장은 통발 게잡이나 하는 것이 어떤가?”


함께 낚시를 즐기는 UCLA 출신 선배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폼생폼사 장문식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바다가 다 똑같은 바다 같지만.

밴쿠버 앞 바다는 캘리포니아에서 나가서 맞이하는 바다와는 또 달랐다.


“조오타!”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은 류지호에게 낯선 일상이었다.

쉼 없이 달려가고 있는 삶.

전력으로 질주하는 일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여유를 찾으려는 것도.

지친 일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삶의 활력을 재충전하는 것도.

낯선 곳을 돌며 익숙한 나를 마주하려는 것도.

한 발 떨어져 제3자의 눈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려는 의도도.

모두 아니다.

낯설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랄까.

류지호는 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냈을 뿐.

의미를 둘 이유는 없었다.


❉ ❉ ❉


류지호 부부는 UCLA 동문 선배들과 밴쿠버에서 1박2일 동안 바다낚시를 즐겼다.

LA로 돌아가는 길에 샌프란시스코에 들렀다.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지프 루카스 같은 지인들과 식사도 하고 티타임도 가졌다.

구순을 바라보는 사울 젠츠는 거동에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완고한 완벽주의 프로듀서도 세월 앞에서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톨케인재단과 분쟁은 잘 해결 되었어?”

“약간의 오해가 있는데 잘 봉합했어요.”

“오해였을까?”


류지호는 피식 웃음으로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사울 젠츠는 톨케인 원작 실사영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 보였다.


“<호빗> 영화권리계약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했겠지?”

“원만하게 합의를 봤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반지의 제왕> 실사영화는 지금까지 34억 달러의 총매출을 올렸다.

대박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의 대성공이다.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에서는 영화제작사, 감독, 배우, 원작자 사이에 이익 분배 약정(profit participation agreement) 문제를 놓고 적지 않은 법적 다툼이 벌어진다.

이는 creative accounting 혹은 hollywood accounting이라 불리는 할리우드 업계 특유의 복잡한 회계방식에서 기인하고 있다.

헌데 실제 소송으로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변호사를 통해 조용히 합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이 할리우드의 오랜 관행이다.

특히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동업자간 대화와 화해를 중시하는 분쟁해결 스타일로 유명했다.

반대로 파인라인 시네마는 무차별 소송을 벌이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전 삶에서는 파인라인 시네마와 톨케인재단 등 이해당사자들이 <반지의 제왕> 이익분배 문제를 놓고 5년 이상 소송전을 벌였다.

불쌍한 파인라인 시네마는 대부분의 판결에서 패소했었다.


“<반지의 제왕>이 영화수입의 7.5%였던가? 톨케인재단이 가져가는 지분이?”

“예. 그 정도....”


사울 젠츠 역시 계약 당사자다.

톨케인상속재단이 <호빗> 실사화에서 <반지의 제왕>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끌어내기 위해 <반지의 제왕> 이익분배조항 위반 소송을 걸겠다고 통보해온 바가 있었다.

헌데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능구렁이처럼 대응을 잘 했다.

기대보다 좋은 조건인 8.1%만 분배해주기로 했다.


“디렉터는 얼마나 받게 되지?”

“연출료 2,000만 달러에 7% 수익분배 계약이에요.”

“배가 많이 아프겠어.”

“제가요?”

“응.”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데요?”

“넌 500만 달러 받고 있지 않아?”


대신 프로듀서 개런티 따로 수익배분을 또 따로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로비 잭슨보다 전체 수익은 훨씬 많다.

저작권 지분까지 가지기 때문에 두고두고 수익이 들어오기도 하고.


“매년 한 편씩 내놓던 네가 쉬고 있다는 것은 대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딱히 그렇진 않아요.”

“스페이스 오페라를 준비한다는 기사를 본 것 같아. 전쟁영화라는 이야기도 있고.”

“제 자신이 차기작이 어떤 것이 될지 모르는데, 할리우드 매체가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네요.”

“이번에 제작한 영화는 언제 볼 수 있지?”

“9월에 토론토에서 월드프리미어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북미 개봉은 10월에 제한상영으로 시작될 거구요.”


사울 젠츠가 두툼하지만 자글자글하게 주름진 손으로 류지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고령의 몇몇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류지호가 자신의 후계자라고 말하곤 했다.

그중에서 특히 사울 젠츠가 류지호의 롤모델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다.

사울 젠츠가 왕성하게 제작자로 활동할 당시에는 반골로 유명했다.

스타캐스팅을 단호히 거부하고, 잠재력 있는 배우를 캐스팅해서 메이저 스튜디오와 자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미스터 할리우드는 스타 시스템과 반 스타 캐스팅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 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자주 보여주고 있다.

사울 젠츠는 영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류지호의 그런 경향에 자신의 지분도 조금 있다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 미스터 할리우드! 많은 제작자들이 당신을 후계자라고 주장합니다. 그 말에 동의합니까?

“난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하지 않았다. 그분들이 치열하게 살아왔던 할리우드의 유산 중에 하나일 뿐이다.”


은근히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취하는 주제에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는 류지호를 추켜세우는 유대계 출신 제작들도 있다.


“운이 좋은 거죠. 언제까지 갈지 모르지만.”

“메이저 스튜디오의 오너인 것은 존중할 만하지만, 그것 말고 또 뭘 증명했다는 거죠?”


못난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타인을 깎아내리면 자신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우월해진다고 느끼는 졸렬한 자들.

할리우드에는 나르시스트와 관종들 천지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조종하고 착취하는 이들도 수두룩하고.

미국 연예산업 종사자 중에 침 좀 뱉는 인사들 중에는 정신병자까지는 아니지만 어둠의 종자들이 꽤 많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사회적 규범을 무시는 사이코패스 기질, 거만함과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즘적 성향,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마키아벨리즘적 성격, 심지어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즐기는 사디즘적인 인간도 있다.


“할리우드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이 어디야?”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차 안에 레오나가 물었다.

류지호는 언뜻 생각나는 대로 엔터테인먼트와 지적재산권 분야 강자들을 알려주었다.


“Greenberg Glusker, Loeb & Loeb, Munger, Tolles & Olson 정도?”


소송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할리우드 변호사들은 귀족 중 귀족이다.

소송 규모, 건수 모두에서 어떤 분야보다 넘쳐났다.

오죽하면 재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부리고, 돈은 변호사들이 챙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


“C&W는 별로야?”


캐서린 & 윌슨 로펌은 미국 전역을 넘어 유럽까지 지점을 두고 있는 대형 법률서비스회사다.

세계 곳곳에 협력 및 제휴 로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파트너 로펌이 신효정의 다온로펌이다.


“의뢰인들이 주로 기업이니까. 기업 간 대형 소송만 다루고 있을걸.”

“음... 그렇구나.”


얼마 전, 레오나는 바라마지 않던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통보를 받았다.

시험 합격만으로 바로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합격 이후 여러 가지 준비 서류가 필요하고, 이것들이 전부 완료된 후에 간단한 인터뷰를 거치고 나서야 주 법원에서 선서를 하게 된다.

레오나는 5월에 열리는 뉴욕주 법원 선서식에 참석해 정식으로 변호사가 되는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내가 엄살을 조금 부렸어.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고.”


한국의 사법고시를 생각하면 안 된다.

캘리포니아주 같은 몇 개 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에서는 변호사 시험을 그리 어렵게 치르지 않는다고 한다.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라기 보다 변호사로서 갖춰야 할 필수적 쟁점 도출 능력에 초점을 맞춘 시험이라고 할까. 사실 어지간한 로스쿨에서 공부했으면 떨어질 일이 별로 없어.”


미국 로스쿨 학생들은 대체로 변호사시험 당락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변호사 자격 취득 이후를 신경 쓴다고 한다.

때문에 로스쿨에서 인기 있는 수업은 변호사시험 대비 수업이 아니라 전문변호사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심화과목들이라나.

암튼 레오나는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으로써 일정 기간 동안 자격을 유지하게 되면 워싱턴DC 변호사 자격까지 따로 얻을 수가 있다.

미국의 행정수도 워싱턴DC는 다른 주 변호사 자격을 유지한 채로 어느 정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굳이 워싱턴DC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주 변호사 자격증을 받을 수가 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변함없고?”

“모르겠어. 달링 주위에 유능한 변호사들이 너무 많아서.... 그들 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냥 공익인권변호를 해볼까도 고민 중이야.”

“허니.”

“응?”

“JHO Foundation이 운영하는 빈민가 청소년센터로 억울하고 딱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그들을 위해 허니가 법률 자문을 해줄 수도 있어. 우리 부부의 재단을 직접 운영해 보는 것도 좋고.”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에 얽매이지 말라는 뜻이야?”

“자선재단이라는 곳이 선량한 의지와 열정으로만 굴러가진 않으니까. 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해.”

“좀 더 고민해 볼래. 결심이 서면 그때 말해 줄게.”

“급할 거 없어. 천천히....”

“응.”


부부가 되기 전에도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자주 의논을 했던 레오나다.

그렇다고 의존적인 성격은 또 아니다.

같이 살을 맞대고 살게 되면서 오해를 살만한 비밀을 만들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간을 보낸 부부가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레오나는 스탠퍼드 동창들과 오랜만에 시간을 가졌다.

류지호는 PayMateMafia 멤버들과 그들이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둘러봤다.

마음에 드는 스타트업이 있으면 투자하기 위해서.


작가의말

연참대전 기간 토요일은 한 편만 올라옵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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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88 도뮤
    작성일
    23.12.09 09:33
    No. 1

    주말 잘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2.09 10:29
    No. 2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n7******..
    작성일
    23.12.09 10:43
    No. 3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3.12.09 11:12
    No. 4

    뉴욕 바 통과 했을 경우 기다릴 필요 없이 시험 점수를 이용해서 바로 DC 면허 얻을 수도 있어요. Dc랑 뉴욕은 점수 커트라인도 같아서 그냥 지원하면 됨. 대신 두개 동시에 유지하는게 번거로울 수 있는데 dc는 그나마 면허유지를 위한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어서 조금 낫긴 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모란
    작성일
    23.12.09 11:33
    No. 5

    미국이 큰 나라긴 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2.10 07:53
    No. 6

    루카스 필림 인수 해서 스타워즈를 류지호가
    만들면 좋겠네요.
    스타워즈만 제대로 만들어도 미국인 절반의
    압도적민 지지를 받을 겁니다.
    스타워즈 자체가 미국 정신적 대표 문화 입니다.
    디즈니의 PC주의가 개박살 내었죠.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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