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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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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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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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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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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평범한 하루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함께 갈까?”


에드원 터너까지 찾아와서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3월 중순 경에 3박 4일 일정으로 다시 한 번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단다.

그때 동행하자는 제안이다.


“일찍 좀 알려달라고 누차 말했잖아요.”

“나도 정식으로 회신을 받은 지는 얼마 안 돼.”

“한국 정부와 관계 기관 허가부터해서.... 일정이 촉박할 것 같네요.”

“별로 아쉬워하는 얼굴이 아닌데?”

“조금 심난하네요.”

“남북관계 개선을 누구보다 바라는 것 아니었어?”


미국 조야에서는 남북한의 관계개선이 되길 바라지 않는 것 같았다.

형상변경 없고 미국의 관리 하에서 적당한 긴장과 평화가 유지되길 바라는 것 같았다.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을 막아서는 첫 번째 고기방패.... 분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서 보고 있는 대한민국의 포지션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는 류지호다.


“미국 대선의 결과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한반도 문제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고민이에요.”

“부부가 오랜 시간 별거해도 합치기가 어려운 법이지.”

“저주 하시는 거예요?”

“사랑과 증오는 쉽게 타협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이야.”

“미국 정부의 전언도 가지고 들어가세요?”

“노 코멘트.”

“혹시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생각은 없대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CNN 창업자의 날카로운 정무감각은 어디 팔아먹었대요?”

“외교 특사가 아니라 순수 민간차원으로 방문하는 거야.”

“가셔서 좋은 성과 거두고 돌아오시길 기원할게요.”

“에드워드와 헨리가 다녀갔다고?”

“예.”

“전 재산을 기부하래?“

“예.”

“미리미리 후손들에게 남겨줄 것은 따로 빼놓도록 해. 너무 많은 상속은 후손을 망칠지도 몰라. 네 녀석이 모를 리 없겠지만.”

“평양 방문 후 돌아오시는 대로 연락드릴 게요.”


한국의 진보정당은 미국의 진보정당과 궁합이 좋지 않다.

미국의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한반도 문제가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쑤다.

정강정책에서는 공화당이 아시아에서 일본을 ‘맹주’ 자리를 보장하는 듯 보이고 무작정 북한 정권에 적대적으로 스탠스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고, 민주당은 한국과 일본을 동등한 지위로 인정해 파트너로써 대우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유화 제스추어를 하는 모양새다.

양당 공통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중동 문제보다 언제나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전 삶에서 바룩 오밤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최악의 노선이 되고 말았다.

전략도 인내도 없었다.

그저 북한이 먼저 머리 굽히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며 미국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결국 북한에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시간만 벌어줬다.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라며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태도는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그냥 무능이지.’


이전 삶에서 바룩 오밤 행정부는 한반도 문제에 크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한국의 연이은 보수정부 대북노선을 일부 존중해서 북한과의 문제에서 느슨한 태도를 유지했을 수도 있고.

그럼에도 바룩 오밤의 외교는 낙제점을 줘도 할 말이 없었다.

류지호가 고민하는 점이 바로 역사대로 흘러갔을 때, 바룩 오밤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는 물론이고 대중국 견제와 일본 관리마저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류지호의 본진이 한국이기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 외교노선에 따라 가온그룹의 성장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 ❉ ❉


LA 남부의 Rancho Palos Verdes에서 몇 년 간 대규모 토목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처음 개량한복을 입은 한국인들이 골프장 부지를 꼼꼼하게 살피고 돌아가자, 한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한국사찰이 들어서는 것으로 오해했다.

실제 남가주 지역에만 관음사, 고려사, 대각사, 바야사, 영화사, 평화사 등 30여 곳의 절이 존재하고 있다.

불교신자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1970년대부터 한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사찰이 진출했다.

샌피드로와 토런스 주민들 사이에서 류지호가 사비를 들여 아시아 공원을 조성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던 차에 그 사실을 확인하는 보도가 나갔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Rancho Palos Verdes의 리조트 인근에 대형 공원을 조성한다.]

- The Los Angeles Times.


‘Michuhol‘이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름의 한국전통정원 테마공원이다.

총공사비 3.4억 달러가 투입되는 북미 최대 아시아 전통 공원이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미추홀 파크 안으로 차량 행렬이 들어섰다.

차에서 류지호와 레오나 부부가 내렸다.

오랜만에 나들이 겸해서 Rancho Palos Verdes를 방문한 류지호다.


“목재와 기와를 한국에서 가져오는 것도 일이겠어.”

“그럴 순 없지. 물량이 얼마나 많은데.”

“전통방식으로 건축한다며?”

“대목 어르신들이 그레이엄 소유 조림지를 다 돌아다니면서 나무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서 가장 적합한 것들로 골랐대. 기와의 재료가 되는 흙과 모래는 파커의 농업연구소 토양지질연구소에서 도움을 받았고.”

“뭐 하나 하면 대충 하는 법이 없다니깐.”


개량한복 차림의 백발노인이 부부를 반갑게 맞이했다.

최기형이란 이름의 대목장이다.


“젊은 회장 왔는가?”

“수고가 많으십니다. 어르신.”


명실 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건축 장인 중에 한 명이다.

궁궐이나 사찰 같은 문화재 보수 및 복원과 큰 규모의 한옥 건축을 겸하며 전통 건물의 계보를 잇고 있는 주요 무형문화재보유자다.

대목장이라 함은 중요무형문재의 한 종목으로 대목 기능을 보유한 사람을 일컫는다.

대목은 목재를 이용해 집 짓는 일에서 재목을 마름질하고 다듬어 집의 큰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때로는 공사의 감리까지 겸하는 목수다.

그리고 전통 건축물을 지을 때 책임지고 일을 지휘하는 우두머리 목수를 도편수라고 한다.

주로 궁궐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표현으로 서까래편수, 단청편수, 석편수 등 각 분야의 우두머리들을 총지휘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또한 소목 기능에서 중요무형문화재에 선정된 소목장은 건물의 문과 창을 만드는 창호장과 장롱, 궤, 경대, 책상, 문갑 등 목가구 제작 기술을 가진 가구장이 있으며, 건축을 주로 하는 대목과 대칭되는 말이다.

미추홀 파크의 공사 규모가 어마어마한 만큼 한국에서 100여 명의 전통건축 장인과 도제들이 넘어왔다.

미추홀 파크에는 한국식 정원 외에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왕궁들을 재현할 예정이다.

미니 한국민속촌을 조성하는 사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쁜 색시랑 같이 왔구만.”

“제 아내입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허허. 미국 처자가 우리말을 아주 잘하는구만. 내가 미추홀 공원의 도편수라네.”


최기형은 대목장이자 미추홀 파크에 참여한 각 파트의 편수들을 지휘하는 도편수이기도 했다.


“도편수 어르신이라고 하면 되나요?”


최기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류지호가 사과를 전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바쁜 사람이 뭘 자주 와. 각자 제 할 일을 하면 될 것을.”

“일하시는데 불편한 점은 없으십니까?”

“자네 부하직원들이 살뜰히 챙겨주고 있어. 헌데....”

“.....”

“내가 점찍어 놓은 소나무가 아니라 다른 나무가 왔단 말이지. 여기 미국 사람들이 우릴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지들이 뭘 안다고 더 좋은 나무를 보냈다고 우기는지 당최.....”

“제가 단단히 주의를 주겠습니다.”


그레이엄 가문은 미국의 동북부와 서부에 거대한 산림지역을 소유하고 있다.

미추홀 파크 조성에 사용되는 모든 목재는 그레이엄 가문의 임산기업 NorthernWood란 곳에서 공급받고 있다.

미국은 최대 목재 생산 국가다.

연간 목재 총생산액은 790억 달러에 이른다.

또 목재를 포함해 종이 관련 제품의 연간 생산량은 2,000억 달러를 넘고 이들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도 290만 명에 달한다.

그레이엄 가문은 광업과 목재업에서 기원했듯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조림 및 목재가공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보루네오, 경일종합목재, 동양토탈, 큰샘 등 국내 가구회사 역시 그레이엄 가문 산하 기업으로부터 고급원목을 수입해 가고 있다.


“잠시 구경 좀 해보겠나?”

“좋죠.”

“날 따라오게.”


최기형의 안내를 받으며 부부가 백제 사비성과 삼국시대 양식의 정원 재현 공사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 곳곳에 엄청난 목재가 쌓여있다.

공사현장에는 목재와 단청을 다루는 17개 동의 작업장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껍질이 붙어 있는 원목을 들여다 각재와 판재로 가공할 수 있는 규모의 제재소를 기본으로 각종 부자재를 만드는 작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공정을 전통방식으로 재현하시는 겁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언제 미국 사람들이 카메라로 몰래 촬영할지도 모르고. 어설 펐다가는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지.”


도편수로 보이는 장년들만 개량한복을 입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티셔츠의 반바지차림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일반 인부들은 LA의 악명 높은 슬럼 컴튼에서 모집했다.

물론 JHO Foundation의 빈민가 청소년교육사업을 통해 걸러진 인부들이다. 부디 땀흘려 번 돈으로 마약을 사지 않길 바랄 수밖에.


슥삭슥삭.


기계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톱과 대패를 사용해 목재를 다듬고 있다.

새카맣게 그을린 피부에 방울방울 맺힌 땀방울이 장인들의 노고를 짐작케 했다.

토런스의 건설업체와 잡일꾼들도 별다른 마찰 없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고.


“사비성 재현은 대략 70 푸로 진척이 됐다고 보면 돼.”

“다음이 고구려 왕궁이고 그걸 마치면 신라 왕궁인가요?”

“그렇다네. 이사장은 궁궐과 연못과 정원만 만들어 놓으면 심심할 것 같다면서 삼국시대 대표적인 상징물도 세우자고 하더구만.”


한국에서는 국뽕이 지나친 거 아니냐고 딴죽을 걸 수도 있다.

그런데 LA는 미국에서도 다문화로 상징되는 지역이다.

한국인이 미국 최고 부자란 소리를 듣고 있는 판에 고향의 전통건축을 고스란히 재현하는데 돈지랄을 하는 것이 대수일까.


“혹시 황룡사 9층 목탑 복원 문제는... 어떻게 해 줄 순 없는 겐가?”


최기형 대목장이 안타까운 눈으로 류지호와 눈을 마주쳤다.


“저라도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어요.”


후우.

최기형 대목장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올해 충남 부여군에서 '백제역사재현단지‘ 조성 공사가 시행될 예정이다.

사비성이 재현된다.

한편 경주시와 시민들은 황룡사 9층 목탑의 복원을 오랫동안 염원해 왔다.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사연은 이랬다.

2000년 유네스코는 경주 황룡사지터 등 5개 지구로 구성된 ‘경주역사유적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그로인해 역사유적지구 내에서의 문화재 복원은 유네스코와 반드시 협의를 거쳐야 했다.


- 지구의 복원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 복원은 완전하고 상세한 기록에 근거할 때만 수용될 수 있으며, 절대 추측에 근거해서는 안 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86조)이다.

황룡사 9층 목탑에 대한 그림 한 장 남아 있지 않다.

일부 사료에만 묘사가 남아있을 뿐 정확한 고증이 어려웠다.

따라서 완전한 기록이 없는 문화재 복원을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유네스코로서는 황룡사 9층 목탑 복원을 허가하지 않았다.


“차라리 이곳에다 재현해 보시는 건 어때요?”


‘복원‘은 유네스코가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다만 ’재현’에 관해서는 특별히 제지하지는 않았다.

‘복원‘의 경우, 그것이 있었던 바로 그 장소에 철저한 고증을 거쳐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것이고, ’재현’은 똑같이 흉내 내서 만들어 놓는 것이다.


“캘리포니아가 지진이 좀 있는 편인데,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걱정 말게. 초가집, 토담집 등이 무너진 기록은 많지만 관아나 사찰 또 양반들이 살던 기와집이 무너진 공식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네. 아마 지진이 와도 기와가 떨어지는 것 정도에서 그칠 거야.”


한옥의 목재 구조가 자연스럽게 내진 설계까지 한다는 것을 최기형이 구구절절 설명했다.

레오나는 재밌게 들었지만, 류지호는 얼추 아는 내용이라 그런가 보다 했다.


“우리 전통 건축물은 주춧돌과 분리된 기둥이 미끄러지며 지진의 충격을 분산하는 데다, 수평 목재들이 기둥 사이에서 이중삼중 집을 받치고 있어 지진에 강하지. 특히 목재가 휘거나 변형되면서 지진의 운동에너지를 많이 흡수하거든. 무거운 기와지붕을 받치기 위해 만들어진 튼튼한 한옥의 목재 구조가 자연스럽게 ‘내진 설계’ 역할까지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나 기와지붕이 없는 일반 나무집은 지진에 그리 튼튼한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나무로 지은 집을 여전히 많이 짓고 있다.


“건축물 자체는 완벽하게 재현해야 하겠지만, 용인의 민속촌처럼 다양한 관람시설도 넉넉하게 만들어주세요. 추후에 테마파크처럼 공중에 모노레일을 설치할 수도 있어요.”

“우리는 종합 설계 안에서 전통 건축물만 공들여 만들 뿐이네.”


전통 건축물은 대목들과 장인들이 공사하지만, 레스토랑, 화장실, 기념품 숍 등 편의시설은 토런스의 대형 건설사가 공사를 따냈다.

미추홀 파크는 전통 건물만 덩그러니 서있는 단지가 아니다.

테마파크에 가깝다.


“왜 다른 아시아 나라와 다르게 조성하는 건데?”


레오나의 물음에 류지호가 친절하게 자신의 개발 의도를 설명했다.


“기념촬영만 하고 가는 곳으로 만들 생각이 없으니까. 무예24기 보존회의 상설공연부터, 사물놀이, 안동하회탈 놀이, 판소리 공연, 농악놀이 등 각종 쇼를 펼칠 거야. 고증을 무시하는 거긴 하지만,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과 유사한 형태의 이벤트도 펼칠 것이고. 교민의 날 같은 특별한 날에는 왕의 행차도 벌여볼 생각이야.”

“한인의 날 퍼레이드처럼?”

“그 정도는 규모는 안 될 것 같고. 암튼 한지 만들기 체험 같은 문화체험 시설도 염두에 두고 재단에서 연구 중일 거야.”


그밖에도 캘리포니아주 태권도단체, LA지역 한국전통문화원 등과 연계해 상시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류지호는 교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된 한인교포사회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목사 중에 좋은 분들도 많다.

사기꾼도 그 만큼 많다.

교회를 중심으로 한인들끼리 친목질을 함으로써 중장년층이 미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는 점도 안타까웠다.


“샌 피드로, 롱 비치와 결합해 남가주 필수여행 코스가 되길 기대하긴 하는데....”

“Terranea Beach Resort가 가깝잖아. 리조트와 연계해도 되고 한인들이 많이 찾아주겠지.”

“그러면 다행이지만.”


공식적으로는 60만, 비공식적으로 100만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한인교민들.

거기에 LA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한다면 파리만 날리는 꼴사나운 광경은 연출하지 않을 것이다.


“개장은 언제 해?”

“예정은 2010년.”

“입장료도 받아?”

“매우 저렴할 걸. 운영비 대부분은 내 지갑에서 나가겠지.”


레오나는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남편 지갑이 마를 일은 지구멸망이 있기 전에는 없을 테니까.


“남북국과 고려 그리고 조선은?”

“남북국시대도 알아?”

“최근 한국의 사학계에서 후삼국을 그렇게 부르자고 한다고 배웠는데?”


아직 한국사학계에서 용어 정리가 완전하게 끝난 것은 아니다.

발해사가 한국사의 일부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한국의 사학자는 없다.

그럼에도 시대를 구분하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


“누구한테?”

“예일의 한국학 교수님한테.”


류지호는 돈쓰는 보람을 느꼈다.

예일을 비롯해 IVY 리그 대학에 나름 기부를 많이 했더니, 한국학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유의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기부를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실패할 경우도 종종 있다.

막상 성과를 보게 되면 남다른 성취감이 있었다.


암튼 중국이나 일본의 전통 정원과 비교불가의, 압도적인 규모의 한국식 전통건축물 단지가 3여년이 흐르면 남가주에서 문을 열게 된다.

여담으로 2015년부터 미추홀 파크는 Playa Vista, 뉴욕 맨해튼 한인타운과 함께 북미 ‘한류‘의 거점으로 자리 잡게 된다.

<아포칼립스 조선>이 공개되어 인기를 끌게 되면서 미국인들의 방문 명소도 된다.

기념품 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한국전통의 모자들이다.


❉ ❉ ❉


설렁설렁 <Frank Castle> 포스트프로덕션을 진행하는 사이.

류지호는 전에 없던 여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차에 한국에서 (주)새만금개발유한공사 관계자들이 미국에 들어왔다.

류지호는 테마파크 사업을 점검할 겸 알링턴으로 날아갔다.

Se7ven Flags Entertainment 본사에서 트라이-스텔라, 한국의 새만금개발유한공사, Se7ven Flags Theme Parks 세 당사자들이 모여 휴스턴과 새만금에 조성 중인 테마파크에 관해 회의를 열었다.

류지호도 그 사이에 끼어 진척 상황을 경청했다.


“최근 들어서 대형 테마파크 체인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LOG 계열의 경우 11개의 테마파크에서 연간 9,470만 명을 유치하고, 38개의 체인을 보유한 라이드 전문 파크 Se7ven Flags는 5,120만 명을, 5개의 파크를 보유한 유니벌스 스튜디오 계열은 3,120만 명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이들 대형 체인의 경우 디자인, 마케팅, 투자재원 조달 등에서 독립형 테마파크에 비해 경쟁우위에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규모의 이점을 살려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Se7ven Flags를 제외하고 대형 테마파크들은 복합형 리조트 단지를 기본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테마파크는 집객력이 높은 반면 체류형 시설이 되기 어려워 단기에 투자를 회수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도쿄 미키마우스랜드처럼 기존 테마파크 인근에 제2, 제3의 테마파크를 개발하고, 다양한 종류의 숙박시설과 쇼핑, 식사, 쇼 및 영화관람시설 등 상업시설을 보완하여 복합형 테마 리조트로 변모시키거나, 신규 테마파크 건설시 반드시 전자의 시설들을 함께 개발하는 추세입니다. 이를 통해 방문객의 체류기간을 늘리고 같은 기간 여행 지출이 최대한 자사의 리조트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사업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습니다.”


2001년경에 미국 LA에 ‘LOG 캘리포니아 어드벤쳐’, 일본 오사카에 ‘유니벌스 스튜디오 재팬’, 도쿄의 ‘도쿄 LOG Sea’ 등 3개의 초대형 테마파크가 오픈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신규 테마파크가 문을 연 후로는 유럽으로 옮겨가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에는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신규 테마파크 사업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Top10 테마파크 중 7개가 집중되어 있는 올랜도 지역의 입장객을 보면, LOG 계열 4개 파크가 4,000만 명 수준이고, 유니벌스 스튜디오 계열 2개 파크는 1,300만 명을 유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소재 테마파크들은 역사가 오래되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에 위치하고 있으며, 4∼10월에만 영업하는 등의 이유로 입장객이 많지 않아 매년 비슷한 수준의 입장객과 매출에 머물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신규 테마파크의 오픈, 메이저 브랜드의 유럽시장 진출 확대와 인수 합병, 신규 대형 어트랙션의 투자 등으로 인해 다소간의 시장변화가 예측되고 있습니다.”

휴스턴의 트라이-스텔라 테마파크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맥 숀베리가 갈라진 목을 가다듬기 위해 물을 마시는 사이, (주)새만금개발유한공사 사장 문지열이 물었다.


“아시아는 어떻습니까?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포화상태에 가까운 미국과 유럽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테마파크 건설이 계획되고 있는 중국 본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니벌스 스튜디오가 홍콩 미키마우스랜드에 대항해서 인접한 심천시에 테마파크를 진출시킬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고, LOG는 그룹 차원에서 상하이에 테마파크를 진출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빅보스의 고향인 한국에서는 완전히 사업을 접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작년까지 대형 테마파크들이 한국 진출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가장 유력 후보지는 과천이었다.

대도시 서울과 인접해 있고 지하철 등의 교통망도 우수하고, 미키마우스랜드 예정 부지가 서울시 소유라서 추진에 큰 걸림돌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이 있는데다가 경기도와 서울랜드가 맺은 계약도 걸림돌이 되었다.

LOG Company 내부적으로는 자연농원 및 광성월드와 고객을 나눠 갖게 되었을 때 막대한 투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는지 의문이 컸다.

결국 한국을 중국 상하이와의 협상 지렛대로 삼았다.

2005년 개장한 홍콩 미키마우스랜드가 겪는 운영난을 생각해보면, 무작정 인구 5,000만 명 내수시장에 열악한 관광인프라를 가진 한국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고.

한국은 관광국가도 아니다.

테마파크는 초기 건설비가 많이 드는 동시에 고정 유지비까지 엄청나다.

한국에서 미키마우스랜드가 만들어진다면 연간 1,000만 명은 모아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아,아...”


류지호가 마이크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문지열 사장.”

“예. 의장님.”

“남들이 뭘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마세요. 현재 가온은 어떻게 진단하고 있습니까?”


헛기침을 한 차례 한 문지열이 마이크에 바짝 입을 댔다.


“솔직히 말씀드려. 한국은 각종 규제와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인해서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들어올 환경이 되지 못합니다. 놀이공원을 가진 오성이나 광성의 견제도 만만찮은 것이 사실입니다. 성공한 테마파크가 지역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크지만 일단 그 지역이나 국가가 관광 매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어떤 테마파크를 가고 싶어서 해외여행을 할 수도 있지만 오로지 그 테마파크만 가기 위해서 일부러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나라를 관광하면서 함께 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분석됩니다.”


이 시기 한국에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은 600~700만 명이다.

서울과 제주도로 편중되어 있다.


“결국 내국인 위주의 관람객 유치를 뛰어넘어 해외 관광객을 함께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미키마우스랜드의 경우 아시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면 모르지만, 홍콩도 도쿄도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관광적인 콘텐츠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늘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테마파크를 무조건 장밋빛으로 보면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수익을 내기 힘든 테마파크라는 점에서 힘든 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작 전부터 앓는 소리다.

어쩔 수 없다.

류지호가 보기에는 정확한 현실진단이었으니까.

이전 삶에서 한국은 대형 테마파크 유치의 무덤이었다.

LOG의 미키마우스랜드도, 유니벌스 스튜디오도, 레고월즈도 모두 수도권 인근에 테마파크를 세우는데 실패했다.

그밖에 경상남도가 진해 글로벌테마파크를 만들려고 추진했지만 정부가 사전 납입금으로 590억 원을 입금하도록 하는 등 진입장벽을 높게 세우는 바람에 중국 투자자들이 투자를 포기하는 일도 있었고,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로봇랜드를 조성하려고 추진했지만 너무 높은 토지가격과 형편없는 사업성으로 투자자가 일절 나서지 않았다.

있던 테마파크도 하나 둘 문을 닫을 지경이었다.


“테마파크만으로는 역부족이란 걸 인정합니다.”


작가의말

주인공이 무엇에 돈을 팍팍 질러야 폼이 날까를 종종 고민하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떠나서 미추홀 파크가 미국 남가주 지역에 떡하니 만들어지게 된다면... 국뽕 차원이 아니라 왠지 폼이 날 것 같습니다. 그 대역사를 해낸 사람이 주인공이란 걸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고 죽어서도 그 사실은 남을 테니까요. 소설이니까 할 수 있는 공상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아무리 돈이 많기로서니 자신의 나라도 아닌 미국에 각종 고궁으로 채워진 경주 보문단지급 테마파크를 만들까 싶네요.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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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2.08 10:13
    No. 1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lo******
    작성일
    23.12.08 10:25
    No. 2

    잘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3.12.08 11:58
    No. 3

    개인적으로 그런 공상을 많이 했었는데, 제 경우 학교로 귀결이 되더라고요. 미혼모/편부모/저소득 가정을 위해 2-3세 아이부터 맡아주고 이후 고등학교 교육까지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기숙형 학교. 기숙형학교지만 기숙사라기보다는 일종의 저소득층을 위한 거주공간이 딸려있고, 공용부엌/식당/공부방 등이 있어서 그 안에서 어느 정도 거주하는 사람들 고용도 가능하고 커뮤니티도 형성이 가능한. 뭐 현실적으로는 온갖 문제가 다 생기겠지만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유머러스
    작성일
    23.12.08 12:30
    No. 4

    서브프라임때 건물 싸게 나온거 잔뜩사다가 젊은이의 거리 이런거 만들어도 되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2.09 06:23
    No. 5

    테마파크 가 새만금에 새워지면 사람들이 올까요.
    오려면 당일치기는 안되니 최소 3일 정도 휴가 내고
    와야 할텐데 현실적으로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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