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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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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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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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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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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나르시시즘의 시대.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GARAM Ventures의 데이브 보우먼이 별 소득 없이 항저우를 떠나고 두 달 후.

Aliba그룹과 최대 주주들 사이의 보상협상에 돌입했다.

Aliba-pay 사태가 확대되는 것은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

심지어 원수지간이 되었어도 어쩔 수 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물밑에서 류지호의 대리인들이 분주하게 조율한 것도 주효했고.

특히 Yaaho! 측은 류지호가 직접 설득했다.

한 번의 협상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제이크 마는 무슨 배짱인지 중국변호사 2명만 협상장에 파견했다.

반면에 류지호와 손 회장은 스무 명의 변호인단을 꾸렸다.

Yaaho! 또한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해 협상에 나섰다.

산호세의 페어몬트 호텔에 여장을 푼 류지호를 Aliba-pay 사태 협상을 지휘하고 있는 데이브 보우먼이 찾아왔다.


“지앙저민 전 주석의 손자가 관여된 것 같다....?”

“예.”

“제이크 마가 지앙저민계였어요? 우시라이계가 아니라?”

“상하이 과학기술대 총장의 아들이 지앙저민 전 주석의 장남입니다. 그의 아들 그러니까 지앙저민의 손자 장스칭은 하바드를 졸업한 후에 골드만대거스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작년부터 홍콩의 보위 캐피털 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보위 캐피탈이란 곳에서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지앙저민계 사람들의 자금인가 보군요?”

“이번 Aliba-pay 사태와 선라이즈 면세점 지분 40% 매입에 사용된 자금들이 그쪽 파벌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 대부분에는 중국 고위관료나 수많은 공산당 파벌들이 한 발 걸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제이크에게 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손 회장 뜻까지 반하면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다 했더니... 그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의 이유가 다 있었군요?”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

다만 우시라이 계열이 아닌 지앙저민계라는 것이 뜻밖이라고 할까.


‘상관없나? 어차피 중국 기업들은 시밍핑계로 통합·개편될 테니까....’


류지호는 Aliba그룹을 미국의 빅테크와 같은 레벨로 보지 않았다.

지분을 처분할 생각은 없지만, 적당한 시점에서 일부를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협상은 언제 쯤 마무리 될 것 같아요?”

“최종안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Aliba그룹 4대 주주의 대리인들은 두 달 간 협상을 벌여왔다.

결국 7월 말에 가서야 합의를 보게 된다.


“보스께서 제시한 보상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전장치는 보강되겠어요?”

“7년 내에 Aliba-pay가 상장되지 않으면 마 회장은 Aliba에 5억 달러를 지급해야 하고, 지급하지 못할 경우 5,000만 주의 Aliba 주식으로 배상한다는 조항이 새롭게 추가될 예정입니다.”


당연히 협상 내용에 대한 기밀유지의무가 걸린다.

때문에 외부에는 몇 가지 중요 기본계약 조항만 발표된다.

기본계약은 정부인허가를 받아야 발효된다.


“올해 말까지 정부인허가를 취득하기로 약정이 될 예정입니다.”

“데이브가 보기에 Aliba-pay 평가가치가 어느 정도 될 것 같아요?”

“최소 53억 달러에서 최대 160억 달러입니다. 월가에서는 기업공개 후 시가총액을 PayMate 수준까지 보기도 합니다.”


이번 보상협상이 류지호의 안대로 마무리 된다면 류지호(GARAM Ventures)는 최소 14억 달러에서 최대 42억 달러를 보장받게 된다.

비록 Aliba-pay에 대한 지배권은 상실하겠지만, 당초 Aliba그룹에 투자한 금액과 비교하면 상당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다 떠나서 Aliba 홀딩스가 홍콩상장을 폐지하고 몇 년 후 뉴욕증권거래소에 입성하게 될 때 얻게 되는 수익에 비하면 소소한 가외 수익일 뿐이다.


“소프트인프라가 Yaaho와 함께 나름 협상을 잘 준비한 것 같습니다.”

“대지진 이후 소프트인프라 사정이 썩 좋지 않아 고민이 많은 텐데...”

“손 회장과 통화 한 번 해보시죠.”

“그래야겠네요.”


VIE라는 제도적 편법을 통해 중국기업들은 '10년 황금기'를 누렸다.

2011년 7월을 기준으로 나스닥과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230개 중국 기업 중 93개 즉 42%가 VIE구조이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 1,960억 달러 중에서 VIE구조의 기업이 1,360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인터넷기업 삼두마차 중 PAIDOU만이 미국에 상장되어 있다.

Aliba와 OICQ는 홍콩에 상장되어 있다.

미국에 상장된 VIE기업의 시가총액은 코스닥의 시가총액합계 1.0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니 Aliba-pay 사태가 불러올 파장이 클 수밖에.

중국기업에게는 불행이었지만.

서구권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 특히 VIE구조의 중국 기업들 주가는 폭락을 하고, 서구권 투자자들이 VIE구조에 대한 리스크를 재인식하게 되었으며, 서구의 벤처캐피탈과 사모투자펀드들까지도 VIE구조의 중국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게 됐다.

Aliba-pay 사태로 촉발된 중국의 VIE구조 문제는 해외에 상장한 중국기업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해외상장을 꿈꾸고 있는 수많은 중국의 인터넷기업들의 미래와도 관련되어 있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 반응은 어때요?”

“중국정부에 VIE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걸 꼴좋다고 해야 할지.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쯧쯧.”


만약 중국정부가 VIE를 불법으로 선언한다면, 미국에 상장된 시가총액 1,360억 달러의 VIE기업의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게 된다.

수많은 중국기업이 초토화될 것이다.


“아마도 VIE에 대해 아무런 의사표명 없이 어영부영 지나가길 기다리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지 않겠어요?”


현실적인 예상은 VIE를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당연히 Aliba-pay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테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상장을 꿈꾸던 중국의 IT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연한 것이다.

그로 인해 중국내에서 제이크 마에 대한 비난이 격렬해진다.

중국 인터넷업계의 공적이 된다.

본인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지만.


“한때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에서 죽일 놈이 되는 것도 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가 알 바 아니죠.”

“맞습니다. 보스.”


류지호와 JHO 벤처캐피탈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산호세에 얼마나 머무실 계획이십니까?”

“5일 정도....”

“멘로파크 오피스로 출퇴근 하십니까?”

“주로 그렇게 하겠죠. 왜요?”

“아닙니다.”


데이브 보우먼과 로널드 윌리엄스는 류지호가 백퍼센트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이다.

두 사람 사이에 은근히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

JHO Company Group의 차기 회장 후보들의 라이벌 의식도 제법 대단하다.

라이벌 의식으로 야기되는 경쟁의식은 대체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다만 경계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다.

경쟁은 반드시 라이벌에 대한 공격성을 강화한다.

타인에게 이기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투쟁이며 공격 행위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결과만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과정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때로는 반칙도 정당화한다.

경쟁은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흑백논리의 오류에 빠져 이분적인 사고에 따라 판단하기 쉽다.

또한 현실에 순응하도록 만들어 획일성에 빠지기 쉽기도 하고.

경쟁의식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을 평가하는 권위 있는 사람에게 도전이나 비판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자 권위에 저항하지 않으려 한다.

당연히 시간이 흐를수록 비판적 사고가 사라지게 된다.

라이벌 의식은 새로운 모험보다는 안정성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모험에 따르는 실패 가능성 때문이다.

자칫 나쁜 결과로 라이벌에게 뒤쳐질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생기게 되니까.

따라서 류지호는 자신 휘하에서 일하는 고급간부들이 지나치게 라이벌의식이란 함정이 빠지지 않도록 살피고 있다.

단기적으로 라이벌 의식이 성과를 끌어올 릴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쓰고 버릴 사람들도 아니고.

오래 함께 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멘탈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었다.


✻ ✻ ✻


팔로알토(Palo Alto).

내로라하는 글로벌 공룡 IT기업들 다수가 뿌리를 두고 있는 실리콘밸리 중심지다.

팔로알토에서 시작되었거나 현재 둥지를 틀고 있는 기업만 해도 Googol, Facenote, TESLAS, PayMate, Amazinia.com 등 무수히 많다.

워낙 쟁쟁한 IT기업들이 모여 있다보니 '실리콘밸리의 게이트웨이'라고도 불린다.

팔로알토 북쪽의 멘로파크(Menlo Park)는 실리콘밸리 중심지에서도 가장 입지가 좋은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에는 선마이크로시스템 사옥으로 페이스노트 본사가 이주를 시작하기도 했다.

게다가 멘로파크에는 수많은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업체들이 모여 있어 창업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JHO Venture Capitals - Menlo Park Office.


이 벤처 투자회사의 연원은 90년대 초반 웨스트우드에서 설립된 GARAM Ventures로 거슬러 올라간다.

류지호의 개인자금을 운영하는 신탁투자회사로 출범한 GARAM Ventures에서 실리콘밸리 투자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투자부문을 분리해 멘로파크에 설립한 투자회사가 바로 JHO Venture Capitals다.

설립 초기에는 주로 류지호의 자금만 운용하다가 지금에 와서는 펀드를 조성해 외부투자를 받아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육성하고 있다.

미국 내 여섯 개 사무실, 영국 런던, 일본, 한국, 홍콩, 유럽연합 네 곳에 현지법인이 운영 중인 기업형 엔젤 투자회사다.

류지호의 대표적인 투자회사로 GARAM Ventures가 유명하지만, 현재는 패밀리 오피스 기능에 주력하는 편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투자에 주력하는 JHO Venture Capitals 외에도 Rehman & GH Bank가 탄생할 때 분리되어서 나온 GARAM Investment도 있다.

GARAM Investment는 기존의 G&P Invest와 JHO Company의 지분을 모두 털어내고 현재는 류지호의 백퍼센트 소유로 운영되고 있다.

그 외에 류지호조차 전부 파악하지 못하는 펀드가 만들어졌다가 수익 혹은 손해를 보고 수시로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류지호의 돈이 한시도 쉬지 않고 어딘가에서 굴려지고 있단 소리다.

멘로파크 중심가에 아름다운 조경수로 둘러싸여 있는 도서관처럼 생긴 건물.

JHO Venture Capitals의 본사다.


사락사락.


CEO 로널드 윌리엄스의 집무실에서 서류 넘어가는 소리만 들려왔다.

본래 주인 대신 류지호가 널찍한 책상에서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자리의 주인 로널드 윌리엄스는 손님응대 소파에 앉아 보고서를 들춰보고 있다.

JHO Venture Capitals는 지금까지 1,694건의 투자를 성공시켰다.

실패한 경우는 그 몇 배에 달한다.

이 시기에 진행 중인 투자처는 297개에 이르고 있다.

아직 투자를 집행하지 않은 현금 보유액을 드라이파우더(Dry Powder)라고 부르는데, 대략 9억 달러를 언제든지 집행할 수 있다.

투자처의 6할(58%)은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이고, 헬스케어, 에너지, 금융 섹터 등도 꽤 투자하고 있다.

공동 투자자로는 JHO와 가온그룹이 있다.

IT와 반도체에 특화된 계열사를 두고 있는 그룹과 함께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JHO Venture Capitals는 매달 평균 5개의 스타트업에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작게는 10만 달러, 많게는 1,000만 달러가 투자되고 있다.

투자한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2년 안에 폐업한다.

10개 투자 중 3개만 살아남아도 본전.

그 3개 스타트업 중 하나라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거나 대기업에 매각하면 손실 모두를 복구하고도 남는다.

벤처 투자가 그렇다.

JHO Venture Capitals는 글로벌 기업형 벤처투자회사다.

규모가 작은 곳들의 주요 업무는 투자한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은 후에 불거지는 각종 분쟁을 해결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지분 분쟁이나 경영권, 아이디어 도용 등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변호사 사무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류지호에게서 묘한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흠.”


The Founders Fund의 투자내역과 수익률이 정리되어 있는 보고서를 본 직후였다.

이 투자회사에 류지호가 50% 지분투자했는데, PayMate 출신의 피트 티엘이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 후반부에는 또 다른 PayMate 출신의 실적도 정리되어 있었다.

리드 호프먼이 따로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이었다.

대중들은 PayMate의 숨겨진 진정한 보스를 류지호라고 지목하고 있다.

류지호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해도.

수평적인 동업자 관계라고 강조해도 아무도 안 믿는다.

PayMate 마피아라고 불리는 이들도 그 표현을 무척 싫어한다.

그렇다고 수고스럽게 정정하지도 않는다.

자신들의 리더나 보스는 아니지만, 류지호가 멤버들 전원을 합친 것보다 더 거대한 인물인 건 맞았으니까.

PayMate 출신들이 창업했거나 투자한 회사에 류지호의 자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투자자에 류지호나 JHO, GARAM이 반드시 들어가 있다.

오죽하면 ‘실리콘밸리의 숨겨진 왕’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졌을까.


톡톡.


류지호가 손가락으로 보고서의 한 페이지를 두드렸다.


팔란티리 테크(Palantiri Tech).


서로 연관되지 않은 대규모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사람이 찾아내기 힘든 관련성과 패턴을 찾아내는 일종의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이다.

이젠 유니콘(Unicorn) 기업이다.

어쩌면 데카콘(Decacorn)일지도 몰랐다.

외부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기업이었기에.


“실리콘밸리에서는 말도 잘 지어내....‘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 부른다.

전설 속의 동물 유니콘처럼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미에서 붙인 것이라나.

사실 유니콘보다 더 보기 힘든 전설 속의 영물이 있다.

데카콘이다.

뿔이 10개 달린 유니콘이 바로 데카콘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1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비상장 벤처기업을 뜻한다.

류지호는 이전 삶에서 팔란티리 테크의 시가총액을 알지 못했다.

이 시기에는 데카론으로 분류되었지만, 2020년대에는 500억 달러를 넘기는 초거대 기업이 된다.


“어휴~ 이 또라이들......”


류지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유유상종.

팔란티르의 공동창업자 피트 티엘이나 알렉스 카이프나 평범한 인간은 아니다.

PayMate 마피아로 묶이는 이들이 누구 하나 일반적인 놈이 없긴 했지만.

그 가운데 피트 티엘은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론 리브스도 만만치 않으니 두 사람이 동업을 하면서 자주 충돌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지금이야 서로 잘 지내고 있긴 했지만, 한때는 둘 사이가 상당히 험악했었다.


[샤이어를 구하자!]


팔란티리 테크 본사에 붙어있는 구호다.

Shire는 <반지의 제왕>의 호빗 마을을 가리킨다.

저 구호를 붙인 인간이 CEO 알렉스 카이프다.

괴짜 중에 괴짜인데, 최근에는 기공과 태극권에 심취해 있다.


‘뇌 속에 먹물이 진하게 물들어 있어 말빨이 장난 아니지....’


알렉스 카이프는 유대인 조부로부터 거액을 상속을 받아 풍족한 삶을 살았고, 하바드, 스탠퍼드 로스쿨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금수저 중에 금수저임에도 똘끼가 만만치 않았다.

최근에 기공에도 관심이 많아져서 20년 넘게 단전호흡을 하고 있는 류지호를 부러워하는 괴짜 중에 괴짜다.

한국까지 날아가서는 기어코 류지호의 스승인 홍 관장에게 호흡법을 배워오기도 했다.

본래가 괴짜였는지, 피트 티엘 등과 어울리며 물들었는지 알 순 없다.


‘피곤한 스타일이야.....’


쇼맨십이든, 똘끼든.

과잉된 자의식을 자랑하듯 노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류지호다.

암튼 류지호는 피트 티엘과 알렉스 카이프가 창업한 팔란티리 테크 창업에 일익을 담당했다.

사실 팔란티리 테크의 출발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속사정은 꽤 재밌다.

팔란티리 테크가 전개하는 서비스의 모태는 PayMate에서 개발하고 서비스했던 금융 사기방지 기술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2003년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을 창업했는데, 첫 번째 외부 투자자가 CIA의 벤처캐피털 담당 조직 인큐텔(In-Q-Tel)이었다.

창업자 두 사람의 시드머니 외에 인튜텔이 처음으로 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리고 팔란티리 테크의 주요 고객이 되었다.

작년까지는 CIA, FBI, NSA, CDC, 미해병대, 공군 특수작전사령부 등 미국 내 12개 기관이 주요 고객이었다.

몇 달 전 감행된 빈 라덴 사살작전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와 관련해 팔란티리 테크는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CIA를 비롯해 미국정부도 확인해주지 않았고.


‘어떤 SNS 노이즈마케팅보다 강력한 한 방이었지.’


창업 이후로 수년 동안 팔란티리 테크는 유니콘기업이면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빈 라덴 사살 작전이 성공하면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올해부터 대형 금융사와 글로벌 기업들이 팔란티리 테크의 고객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PayMate 당시 자체 개발했던 결제업체 사기방지 기술을 한층 강화해서 금융사기 감지 소프트웨어를 완성했는데, 그를 통해 세금환급 부정 신청을 찾아내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계약한 금융기관에서 팔란티리 테크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범죄이력이 있을 법한 고객들을 걸려낼 수 있게 되었다.


‘빈 라덴 사살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CIA에서 민간기업 영업을 허락한 모양이지.....’


작년까지만 해도 100% 정부기관과의 계약에서 매출이 발생했다.

정부와만 거래하니, 수년 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론!”


보고서를 보고 있던 로널드 윌리엄스가 고개를 돌렸다.


“예, 보스.”

“팔란티리 테크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는 것으로 봐서 CIA가 제한을 가했던 걸 일부 풀어준 모양이죠?”

“회사 측에서 가타부타 말은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팔란티리 테크에 얼마나 들어가 있지요?”

“1억 달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휘유.

생각보다 큰 자금이 투자되어 있었다.


“The Founders에서도 1억 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두 군데 합쳐 2억 달러가 들어가 있군요?”

“그렇습니다.”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봅니까?”

“확신합니다.”

“매출이 2억 달러 될까 말까 하는데, 어느 세월에....?”

“올해부터 민간고객의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고객 리스트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2015년에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it 방식은요?”

“장기전입니다.”

“얼마나....?”

“10년은 봐야 할 것입니다.”

“하하. 론까지 내 방식에 물들었군요?”


기업을 장기간 유지하며 꾸준히 매출을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평균 존속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

10년을 보고 있다는 것은 그때까지 지원하고 도울 것이란 의지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업이든, 정부를 끼고 하는 사업이 민간에 개방되면 이후 큰 폭발력을 발휘합니다. 마침 빈 라덴 사살 작전에 팔란티리 테크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정설처럼 떠돌고 있어 기업 이미지 재고에 상당한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상위권 은행과 소비자 분석에 취약한 기업들을 고객사로 삼을 수만 있으면 3~4년 내 10억 달러 매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보통 정보기관과 일하면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하지 못한다.

일정기간 비공개 기업으로 남겨두기로 계약이 되어 있을 터.

그러다가 민간에 투자가 열리게 되면서 주주들로부터 상장 압박을 받게 된다.

CIA가 주주인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팔란티리 테크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유대자본이기 때문이다.

천하의 CIA도 일정 시간이 흐르면 증권거래소 상장을 막을 순 없다.


“...10년이라.”


인터넷, 드론 같은 과거에는 군사기술로 활용되던 것들이 민간에서 활용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군사와 민간 기술의 간극이 거의 없어졌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군사기술보다 민간 기술이 더 앞섰다.

특히 팔란티리 테크가 하고 있는 빅테이터 분석은 실리콘밸리 IT기업들도 다 한다.


탁.


류지호가 보던 서류를 덮고 일어섰다.

미니바에서 생수를 하나 챙겨 로널드 윌리엄스가 앉아있는 소파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수익성 지표를 먼저 고려하게 되는 투자에서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자립에 기여하는 투자를 한다는 것이 월가 사람들에게는 막연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죠.”

“......”

“좋은 투자는 어떤 것인가.... 좋은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 질문만큼이나 어려운 질문이죠. 그래도 우리 같은 투자자들은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질문이죠. 나는 JHO의 투자 결과가 기업의 자립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예.”

“페이스노트가 IPO를 준비 중이라죠?”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얼마나 됩니까?”


투자 포트폴리오가 워낙에 방대하고 금액이 커서 류지호는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을 못한다.

누군가 속이면 어떻게 하냐고 염려하는 이가 있는데.

류지호의 자산을 크로스체크하는 사람과 부서만 너 댓 개다.

모두가 한통속이 되지 않는 한 류지호를 속일 수 없다.

특히나 의형인 매튜 그레이엄이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류지호 자산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


“대략 4억 4천만 입니다.”

“창업자들은.....?”

“대략 5억 4천만 주, 1억 4천만 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시기 주커벅은 페이스노트 지분의 28.4%를 보유해 주주다.

그 뒤를 류지호와 액셀 파트너스가 잇고 있다.

내년에 페이스노트가 나스닥에 상장된다면, 류지호는 공모가 기준 최소 170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 평가액을 손에 쥐게 된다.

향후 7~8년 동안 지분율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서 400억 달러를 가볍게 넘기게 된다.


“내년 하반기에는 DropSafe, Flitter 등도 줄줄이 상장될 예정입니다.”


내후년에는 류지호의 재산이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소리다.


“페이스노트가 공모로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요?”

“최소 100억 달러는 확보하지 않겠습니까?”

“실리콘밸리가 들썩들썩 하겠군요.”

“페이스노트가 탐 낼만한 몇 개 스타트업을 매각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페이스노트가 100억 달러 이상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면, 공격적인 M&A에 나설 수도 있다.

그 동안 군침만 흘리고 있던 유망한 스타트업 사냥에 나설 수 가능성이 높다.

JHO Ventures Capitals가 투자·육성 중인 스타트업에게도 기회다.


“Googol이 내부적으로 주식분할을 논의하고 있다고요?”


작가의말

2011년 기준 주인공 소유 사업체와 필모그래피 정리해서 공지에 올렸습니다. 소설을 읽으시는데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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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3) +4 24.07.09 1,404 71 24쪽
903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2) +8 24.07.08 1,441 69 24쪽
902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1) +3 24.07.06 1,455 78 23쪽
901 영웅으로만 그리진 않을 거야. +11 24.07.05 1,479 93 29쪽
900 미국의 비밀병기....? +8 24.07.04 1,550 79 26쪽
899 평범해진 현재와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4 24.07.03 1,439 69 23쪽
898 0.1% 부자란....! (2) +5 24.07.02 1,452 70 24쪽
897 0.1% 부자란....! (1) +8 24.07.01 1,436 82 24쪽
896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2) +5 24.06.29 1,450 74 22쪽
895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1) +6 24.06.28 1,426 69 26쪽
894 이 사건에서 국가는 책임이 없다... +4 24.06.27 1,453 76 27쪽
893 나르시시즘의 시대. (6) +4 24.06.26 1,431 72 25쪽
892 나르시시즘의 시대. (5) +7 24.06.25 1,437 77 25쪽
891 나르시시즘의 시대. (4) +5 24.06.24 1,480 74 25쪽
890 나르시시즘의 시대. (3) +3 24.06.22 1,498 77 23쪽
889 나르시시즘의 시대. (2) +2 24.06.21 1,502 68 23쪽
» 나르시시즘의 시대. (1) +6 24.06.20 1,532 73 24쪽
887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4) +6 24.06.19 1,480 72 28쪽
886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3) +2 24.06.18 1,477 75 23쪽
885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2) +2 24.06.17 1,526 73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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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 Think The Unthinkable! (4) +3 24.06.14 1,491 71 25쪽
882 Think The Unthinkable! (3) +6 24.06.13 1,532 65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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